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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1(11화)
제5장 발리에서 생긴 일(2)


철호는 정아를 객실로 돌려보내고 나서 당황하고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대로 객실에 남아 있기가 힘들어서 내일 오전에 하려던 쇼핑을 지금 하기로 했다.
리조트를 나와 인근의 상점으로 향했다. 각종 기념품들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철호가 친구들에게 듣기로는 비누와 발리 커피를 많이 구입해 온다고 했기에 그것들을 구입했다.
마침 옆 상점에 고양이 목각 인형이 진열되어 있었기에 귀엽기도 하고 특이하기도 해서 두 쌍을 구입했다.
리조트로 돌아오는데 오른쪽에 힌두사원이 보였다.
언제 보아도 특이하면서도 멋져 보였는데 한쪽에 낡고 오래되어 보이는 17미터 높이의 석상이 하나 있었다.
이국적이고 특이하게 보였는데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났다.
‘으응? 뭐지?’
철호는 가던 길을 멈추고는 낡은 석상을 투시해 보았다.
석상의 머리에 쓰고 있는 모자 속에 돌이 들어 있었다. 모양은 마치 고깔 같았는데 주먹만 한 크기였다.
투시를 하면 사물이 회색으로 보이는데 최근에 들어와서는 희미하지만 사물에 색이 약간씩 들어간 모습으로 보였다. 지금보다 좀 더 투시력이 높아지면 컬러로 보이게 될 때도 있을 것이었다.
철호는 좀 더 집중하여 고깔 모양의 돌을 투시했다.
“으음… 저 돌이 무엇이기에 엄청난 마나가 들어 있는 거지?”
마나가 들어 있는 돌을 생각하니 갑자기 머릿속에 마나스톤이 떠올랐다.
“설마 저게 마나스톤은 아니겠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마나스톤일 거 같았다.
불빛이 없는 으슥한 곳으로 이동한 철호는 주위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재빨리 염력을 펼쳤다.
쩌어억!
석상의 모자 뒷부분에 금이 가더니 속에 들어 있던 고깔 모양의 돌이 공중을 가로질러 철호에게 날아왔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다.
철호는 고깔 모양의 돌을 손으로 움켜쥐면서 왼손으로는 염력을 일으켜 약간 파인 석상의 모자 뒷부분을 모래성처럼 긁어 내렸다.
돌가루가 밑으로 우수수 떨어졌지만 아침이 되어 관리인이 살펴보더라도 자연적으로 약간 깨어진 것으로 생각할 것으로 보였다.
고깔 모양의 돌을 움켜쥔 손에서는 엄청난 마나가 느껴졌다. 이 돌 자체가 공기 중에 분포되어 있는 마나를 흡수한 모양인데 그냥 흡수한 게 아니라 불순물을 제거한 농축된 마나였다.
리조트의 객실로 돌아온 철호는 고깔 모양의 돌을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푸르스름한 돌에는 유리 가루를 섞어 놓은 듯이 반짝반짝 빛났는데 약간 특이하게 보였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이렇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순물이 제거된 농축된 마나가 엄청나게 들어 있다는 거였다. 어떻게 돌 속에 이런 엄청난 마나가 들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철호는 가부좌를 틀고는 손바닥 위에 돌을 올려놓았다.
츠츠츠츠!
로렌스 마나심법을 운용하자 엄청난 마나가 몸속으로 쏟아지듯이 들어왔다.
평소 공기 중에 분포되어 있는 마나량과 비교한다면 약 20배 정도로 큰 차이가 났다.
너무나 막대한 마나가 몸속으로 쏟아져 들어왔기에 순간 철호가 당황할 정도였지만 곧 정신을 집중하였다. 단전과 이마, 심장을 휘도는 서클에 각각 마나를 나누어 흡수했다.
워낙 막대한 마나가 흡수되고 있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하루 동안 흡수하는 양을 넘어섰다.
‘우욱, 정말 엄청나구나. 그렇다고 여기에서 멈출 수는 없어.’
시간은 흘러 자정을 넘어 새벽으로 넘어갔지만 철호는 계속 마나를 흡수했다. 돌 속에 들어 있는 마나의 절반 정도를 흡수했을 때 철호의 심장을 휘돌고 있는 서클과는 별도로 아직은 흐릿하지만 또 하나의 고리가 생겨났다. 시간이 흐르며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우우웅!
공명음이 일어나면서 짙어진 고리에서 진동이 일어났다.
눈에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철호는 분명하게 그걸 느끼고 있었다.
순간 고리에서 빛을 내뿜었다.
파파팟!
너무나 쉽게 서클이 하나 더 생성되어 2서클이 되었다.
성취감과 큰 기쁨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막대한 마나가 단전에 쌓이면서 아랫배가 묵직해졌고 심장을 휘도는 새로운 서클은 마나가 더 흡수되면서 안정되었다. 그리고 이마로 스며든 마나는 철호의 뇌세포를 더욱 활성화하여 상쾌해졌다.
‘아… 머리가 맑아지고 좋아지는 느낌이야.’
푸르스름한 돌 속에 있는 마나를 너무 무리하게 흡수하다가 자칫 위험해 질수도 있었기에 로렌스 마나심법을 중지하고 눈을 떴다.
손바닥 위에 놓여 진 돌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속에 들어 있는 마나의 양이 절반 정도로 줄어든 것은 느껴졌다.
“으음…정말 신기한 돌이였어.”
수개월을 더 로렌스 마나심법을 운용하여 마나를 흡수해야 가능한 일을 주먹만 한 작은 돌 하나의 영향으로 이루었다고 생각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했다. 어쨌든 그렇게 많은 마나를 흡수하고서도 절반이 약간 넘는 양에 불과했다.
객실 발코니에 서서 밖을 내려다보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아침 7시에 스탭들의 객실로 들어가 물어보니 리조트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2시경에 공항으로 출발한다고 했다.
철호는 아침도 먹지 않고 리조트를 나왔다.
어젯밤에 우연히 입수한 푸르스름한 돌이 다른 힌두사원에도 있는지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2서클이 되었기에 투명화 마법을 펼쳤다. 그랬더니 거울에도 철호의 모습이 비춰지지 않았다. 완벽하게 투명인간이 된 것을 알고는 단거리 선수처럼 빠르게 달리면서 힌두사원이 보이면 그곳으로 달려가 확인해 보았다.
하지만 6곳의 힌두사원을 돌아다니면서 살펴보아도 어젯밤의 그 돌 같은 것은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리조트를 중심으로 반경 5킬로미터를 수색했다.
“으음… 우연히 발견한 그곳뿐이었나?”
포기하고 돌아서는데 해안가의 절벽 쪽에 작은 힌두사원이 하나 보였고 그곳에서 미약하지만 마나의 기운이 느껴졌다.
점점 절벽의 힌두사원으로 다가갈수록 마나의 기운이 느껴졌다.
철호가 리조트의 객실의 가방 속에 넣어 놓았던 그 푸르스름한 돌의 마나는 물과 같은 부드러운 기운이 느껴졌다면 이것은 마치 난로 같은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역시 오래되어 보이는 5미터 정도의 사천왕상과 비슷한 모습의 석상 모자에서 기운이 느껴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마침 아무도 없었다. 설사 사람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철호는 투명화 마법을 펼치고 있기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석상의 뒤쪽으로 돌아가서 올려다보니 좀 더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다.
투시를 해 보니 핸드폰 정도 크기의 자갈 모양의 오렌지색 돌이 들어 있었다.
석상의 모자 속은 텅 비어 있는 구조였는데 그 속에 오렌지색 돌이 하나 놓여 져 있는 것이었다.
옛 발리의 원주민들이 신성한 돌이라고 생각해서 석상 속에 넣어 놓은 것으로 생각되었다.
철호는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염력으로 석상의 모자에 금이 가도록 한 후에 오렌지색 돌이 빠져나올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구멍을 만들었다.
오렌지색 돌이 빠져나올 정도의 작은 구멍이 만들어지자 주위를 둘러보면서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재빨리 염력으로 끌어당겼다.
오렌지색 돌을 움켜쥐어 보니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하지만 푸르스름한 돌보다는 크기도 작고 마나가 들어 있는 양이 절반 정도로 느껴졌다.
“으음… 생각했던 거보다는 마나의 양이 적구나. 그래도 이걸 입수했으니 난 기연을 얻은 거야.”
관리인이 유심히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작은 구멍이기에 철호는 리조트로 되돌아왔다.
손목시계를 보니 어느새 오전 11시가 넘었다.
그래도 오렌지색 돌을 하나 입수했으니 성공적인 나들이였다.
점심 식사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객실로 들어가 오렌지색 돌을 살펴보았다. 이 오렌지색 돌에도 유리가루가 섞인 거처럼 반짝거렸다.
“가만? 두 개의 돌을 가지고 출국할 수 있을까?”
혹시라도 누군가 이 돌을 알아본다면 큰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문제점이 생겨 걱정이었다.
똑똑!
느닷없이 문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한창 고민하던 철호는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누구십니까?”
“오빠, 저 정아인데요. 점심 식사하러 가요.”
“벌써 그렇게 되었나? 곧 나갈게요.”
철호는 푸르스름한 돌과 오렌지색 돌을 일단 가방 속에 집어넣고는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정아가 서 있었는데 철호를 보고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예…예쁘다.’
“오빠, 점심은 나랑 같이 먹어요.”
“알았습니다.”
“오빠, 어제 제가 한말 생각해 봤어요?”
“생각해 보았는데 나는 괜찮아요. 하지만 정아 씨에게 스캔들이 생기면 인기에 지장이 있을 텐데 괜찮겠어요?”
“아…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 그럼 당분간 사귀는 것은 비밀로 하고, 몰래 서로 연락하여 만나요.”
철호가 생각해 보니 그게 좋을 거 같았다.
장미와 사귀는 것도 괜찮아 보이지만 이상하게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정아가 물어 보았을 때에도 선뜻 장미와 사귄다고 말하지 못했었다. 정아도 나름대로 괜찮아 보였기에 시간을 두고 보면서 결정하기로 마음먹었다.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점심은 뷔페였다. 발리에서 마지막 식사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식욕이 생겨서 푸짐하게 접시에 요리를 담았다.
철호 옆에서 접시에 요리를 담던 정아가 말했다.
“오빠, 그거 다 먹을 수 있겠어요?”
“물론입니다.”
“평소에도 그렇게 많이 드세요?”
“그건 아닙니다. 오늘 발리에서 마지막 식사라는 생각에 추억하고자 푸짐하게 먹으려고 하는 겁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나도 그래야지.”
정아도 철호를 따라서 접시에 먹고 싶은 요리를 가득 담았다. 하지만 평소 다이어트에 신경 쓰는 정아였기에 코디의 눈이 커졌다.
“정아야, 너무 많이 담은 거 아냐?”
“언니, 괜찮아요. 발리의 마지막 식사를 추억하려고 하는 거예요.”
“그래? 그럼 나도 추억을 담아야겠구나.”
코디도 정아를 따라서 접시에 요리를 가득 담았다.
줄을 서 있던 스탭들도 덩달아서 접시에 요리를 가득 담아 테이블로 돌아오더니 맛있게 먹었다.
철호와 스탭들은 버스를 타고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스탭들이 출국 수속을 하는 동안에 철호는 공항을 살펴보았다. 한국으로 돌아갈 비행기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걸 보고는 감시 카메라가 없는 화장실로 먼저 들어갔다.
문을 걸어 잠근 철호는 정신을 집중하여 비행기 속으로 순간이동했다.
승무원들이 좌석을 살펴보고 있었기에 순간 엎드리면서 투명화 마법을 펼쳐 모습을 감추었다. 승무원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탑승할 손님을 맞이할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철호는 일단 푸르스름한 돌과 오렌지색 돌을 철호가 탑승하여 앉을 좌석 밑에 숨겨 놓고는 투명화 마법을 해제했다.
한꺼번에 두 가지 마법을 펼치기엔 아직 무리였다.
스스슷!
다시 화장실로 순간이동한 철호는 태연하게 화장실을 나와 출국 수속하는 곳으로 걸어갔다.
아직 스탭들이 출국 수속을 하고 있었기에 뒤에 줄을 섰다.
철호는 여행용 가방에 약간의 기념품만 들어 있었고 특별한 것이 없었기에 출국수속은 빠르게 끝이 났다.
대기하는 곳에서 음료수를 마시면서 기다리자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이 시작되었고, 철호는 자신의 좌석으로 와서 앉았다.
스탭들이 보기 전에 재빨리 두 돌을 점퍼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창밖을 바라보니 비행기가 활주로로 이동하더니 곧 이륙했다.
이제 7시간만 비행하면 한국의 김포공항에 도착이었다.
철호는 점퍼 주머니 속에 손을 집어넣고는 눈을 감았다.
스탭들이 본다면 피곤하여 잠든 것으로 생각할 텐데 그게 철호의 의도였다. 철호는 오렌지색 돌을 움켜쥐고는 로렌스 마나심법을 운용하여 마나를 흡수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