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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1(12화)
제5장 발리에서 생긴 일(3)


츠츠츠츠!
푸르스름한 돌처럼 오렌지색 돌도 불순물이 제거된 마나가 농축되어 있었으며, 기운이 따뜻한 느낌이었다. 몸속으로 흡수하는 것에는 큰 영향은 없었다.
철호는 승무원들이 다가와 음료수를 내밀 때나 기내식을 권할 때 로렌스 마나심법의 운용을 잠시 중지하였지만 그 밖의 대부분 시간은 잠든 것처럼 하면서 오렌지색 돌 속에 들어 있는 마나를 흡수하였다.
어느새 시간이 7시간이나 흘러 착륙할 때가 다가왔다.
‘아… 벌써 한국인가?’
철호는 번거롭지만 돌을 가지고 입국 수속을 하다가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었기에 들키지 않으려고 두 개의 돌에다가 투명화 마법을 걸어 보았다. 그랬더니 역시나 투명화 마법의 영향으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후후후, 좋았어.’
비행기가 착륙하더니 계류장으로 이동했다.
탑승객들이 일어나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는데 급할 게 없었던 철호는 느긋하게 기다려 늦게 나갔다.
입국수속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철호도 뒤쪽에서 줄을 섰고 자신의 차례가 되었을 때 주머니 속에 넣어 놓았던 두 개의 돌에 투명화 마법을 펼쳐 꺼내었다.
사람들의 눈에는 두 개의 돌이 보이지 않았다.두 개의 돌들이 철호의 염력에 의해 공중으로 두둥실 떠올랐다. 투시기를 통과하지 않고 옆으로 날아 지나갔다.
씨익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입국 수속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여행용 가방을 찾은 후에 돌들을 집어넣었다. 들키지 않고 깔끔하게 일을 처리했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정아와 코디, 매니저는 밴이 대기해 있었기에 그것을 타고 가야 했기에 스탭들과 인사했다.
정아는 사람들 때문에 철호와 별도로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손가락으로 전화하라는 신호를 보내었기에 철호가 머리를 끄덕였다.
정아와 코디, 매니저는 그렇게 먼저 공항을 빠져나갔다.
스탭 한 명이 철호에게 말했다.
“철호 씨도 우리와 같이 차를 타고 가지요?”
“아…아닙니다. 전 버스를 타고 가겠습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할 수 없지요. 정말 수고 많았어요.”
스탭들은 회사에서 보낸 승합차를 타고 떠났고 철호는 버스를 타고 빌라로 돌아왔다.
발리에서 4박 5일 일정이 보내고, 기연이라 할 수 있는 두 개의 돌도 입수했기에 무엇보다 알찬 나날을 보내었다고 생각되었다.



제6장 초능력 살인(1)


용산구 아르미스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저녁 9시 넘은 시간이었지만 빈자리가 많았다.
붉은색 중형 승용차 한 대가 달려와 빈자리에 주차했다.
운전석에서 내린 여자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으며, 허벅지가 드러나는 핫팬츠를 입고 있었다. 핸드백을 팔에 걸치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다가 갑자기 멈추었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차에 핸드폰을 놓고 내린 게 떠올라 되돌아갔다.
무선 차 키로 차문을 열어 핸드폰을 꺼내려고 하는데 조수석에 낯선 남자가 앉아 있었다.
“허억, 당신 누, 누구세?”
귀신도 아닌데 어떻게 자신의 차 조수석에 낯선 남자가 앉아 있는 것인지 순간 이해를 하지 못하였다.
낯선 남자는 에어리언 가면을 쓰고 있어서 정체를 알 수는 없었다.
입을 쩍 벌리고 눈이 커진 여자는 비명을 지르려고 하였는데 갑자기 에어리언 가면의 두 눈에서 기이한 빛이 번쩍였고 순간 여자는 몸이 마비되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이…이게?’
여자는 갑자기 왜 몸이 마비가 되는 것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였다.
스스슷!
에어리언 가면은 몸이 마비되어 서 있는 여자의 등 뒤로 순간이동하더니 차문을 열고 뒷좌석에 눕혔다.
“흐흐… 내가 많이 예뻐해 줄게.”
‘이…이사람, 나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에어리언 가면은 태연하게 누워 있는 여자의 선글라스를 벗겼다.
여전히 놀란 표정의 여자는 아름답고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흐흐… 역시 예쁘구나. 널 내가 영원히 소유해 주마!”
‘아…안 돼!’
여자는 아무리 소리치려고 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몸도 마비가 되어 움직일 수 없었기에 미칠 거 같았다.
여자의 옷을 벗기자 속옷이 드러났다.
여자는 반항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생각뿐이었다.
그는 여자의 속옷까지 전부 벗기고는 여자의 체향을 맡았다. 향수 냄새와 여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체향이 뒤섞여 향기로운지 한동안 냄새를 맡더니 혀로 온몸을 핥았다.
하는 행동으로 보아서는 변태성욕자 같았다.
실컷 냄새를 맡고 핥은 다음에는 바지를 벗고 여자를 강간하기 시작했다.
여자는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마음뿐이었다.
혼자 흥분하여 강간하던 그는 갑자기 여자의 목을 양손으로 졸랐다. 극치의 쾌감을 느낀 그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끄으으… 숨을 못 쉬겠어, 살려 줘요!’
그와는 반대로 여자는 숨을 쉬지 못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바르르 떨다가 축 늘어졌다.
몸을 일으킨 남자는 눈을 부릅뜨고 죽은 여자의 얼굴과 몸을 태연하게 내려다보다가 바지를 입었다.
죽은 여자의 다리를 벌려 그곳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도록 한 후에 디지털카메라를 꺼내더니 찍었다.
끝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죽은 여자의 핥았던 온몸에 묻은 자신의 침을 치밀하게 닦았다. 그리고 머리카락이나 털이 하나라도 빠졌을 지도 모르기에 테이프로 시트와 바닥을 꼼꼼하게 눌러 흔적을 제거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죽은 여자를 내려다보며 씨익 웃더니 해골 문양의 고무인에 잉크를 묻혀 이마에 찍었다.
어린아이들이 장난 하는 거 같은 행동이었다.
“흐흐… 정말 즐거웠다.”
스스슷!
순간 그는 흩어지듯이 사라졌다.

끼이익!
용산구 아르미스 아파트 입구의 주차 표시 선 안에 회색 중고 중형차가 주차했다.
감색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180센티미터 가량의 건장한 남자가 운전석에서 내렸다. 머리는 운동선수처럼 짧은 스포츠형이었고 나이는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조수석에서는 호리하고 165센티미터의 단신 남자가 내렸는데 눈빛이 날카로웠다. 그는 40대 후반으로 보였다.
이들은 용산 경찰서 소속 형사와 형사반장이었다.
건장한 남자는 김한수 형사이고, 호리한 중년인은 반장인 박남오였다.
“반장님, 이곳입니다.”
“구경하는 사람이 많군?”
“젊은 여자가 강간당하고 죽은 살인 사건이니 그런 모양입니다.”
“지하 주차장이라고 했나?”
“예, 반장님!”
둘은 아르미스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이미 지하 주차장에는 구경꾼들이 수십 명이나 서 있었으며 정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폴리스 라인’이라는 노란색 띠를 설치해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김 형사와 박 반장은 경찰들에게 신분증을 내보이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붉은색 중형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뒷좌석에 아름답게 생긴 여자가 늘어진 모습으로 죽어 있었다.
여자의 것으로 보이는 선글라스와 티셔츠와 핫팬츠, 속옷까지 있었다. 미녀는 나체인 상태에서 민망하게도 다리를 벌려 그곳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도록 늘어져 있었다.
박 반장 곁으로 먼저 현장에 도착하여 조사한 20대 초반의 이형도 형사가 다가왔다.
박 반장이 얼굴을 찌푸렸다.
“젠장, 누가 이런 짓을? 이 형사, 누가 발견했나?”
“오늘 아침 7시경에 아파트 경비원이 순찰을 하다가 발견했다 합니다.”
“그래? 발견한 상태 그대로인가?”
“예, 반장님. 아파트 경비원은 차 뒷문이 열려 있어서 호기심에 다가와 보고는 깜짝 놀라 즉시 신고했다 합니다.”
“여자의 신원과 소지품은 조사했나?”
“예, 핸드백과 그 안에 들어 있는 각종 물건들과 지갑까지 그대로 있었습니다. 범인은 여자의 물건이나 돈은 일체 건들지 않았습니다.”
“그럼 강간하고 죽였단 말인가?”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여자의 신원에 대해 말해 봐.”
“예, 반장님. 이영지, 올해 27살입니다. 대기업인 최고 전자의 비서실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이 아파트 102동 503호에 여대생인 동생과 살고 있었습니다.”
“여동생은 언니가 죽은 걸 알고 있나?”
“알아보니 친구와 여행을 가서 내일이나 되어야 돌아온다고 합니다.”
“그래? 그건 그렇고 과학수사반은 현장에 언제 온다고 하던가?”
“조금 전에 확인해 보니 지금 현장으로 달려오고 있다는데 30분 정도는 걸릴 거 같습니다.”
“으음… 과학수사반이 와 봐야 범인의 흔적이라도 알 수 있겠군? 현장을 그대로 잘 보존하도록 해.”
“예, 반장님!”
이 형사가 물러나자 박 반장 등 뒤에 서 있던 김 형사가 말했다.
“반장님, 이거 느낌이 좋지 않은데요?”
“나도 그런 느낌을 받았어. 범인은 여자의 물건은 일체 손을 대지 않았어. 오직 여자의 옷을 벗기고 강간한 후에 목을 졸라 죽인 거 같아.”
“변태성욕자의 소행 같은데요?”
“나도 그렇게 생각되지만 별다른 흔적이 없는 거 같아. 현장이 너무 깨끗해 보여.”
“일단 과학수사반이 현장에 도착하여 조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범인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짓을 하겠는데요?”
“으음… 나도 그게 걱정이야. 하필이면 우리 관할에서 이런 짓을 하다니… 제기랄!”
과학수사반의 승합차가 현장에 나타났고 6명의 남자들이 현장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박 반장과 김 형사는 현장에서 물러나 한쪽에서 담배를 꺼내어 피웠다.
과학수사반의 담당관이 박 반장에게 다가와 말했다.
“박 반장님, 오랜만입니다.”
“김형규 담당관이 이곳에 오다니 놀랍군요.”
“원래는 사건 현장에 제가 잘 나오지 않는데 오늘 마침 직원 둘이 휴가를 가서 제가 왔습니다.”
“그렇군요. 조사해 보니 어떻습니까?”
“으음… 범인은 아주 꼼꼼한 자 같습니다. 지문이나 털, 머리카락 같은 것은 일체 없습니다. 그리고 죽은 여자의 몸을 핥고 강간했는데 물티슈로 깨끗하게 몸을 닦았습니다. 여자의 질속에는 정액이 검출되지 않은 것을 보니 콘돔을 끼고 강간한 거 같습니다. 쾌락을 위해 여자의 목을 졸라 죽였습니다.”
“으음… 범인이 아주 치밀하면서도 대담한 자 같군요.”
“그렇습니다. 연쇄살인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거 같습니다.”
그날 저녁 뉴스 시간에는 20대 여성이 강간당하고 살해되었다는 기사가 났다.
누구도 비슷한 사건이 연속으로 일어날지는 몰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