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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1(14화)
제6장 초능력 살인(3)
삐뽀삐뽀!
사이렌을 요란하게 울리면서 승합차 한 대가 장미 모텔로 달려와 멈추었다. 승합차에서 내린 사람은 박 반장과 김 형사였다.
“반장님, 해골 놈이 영악하게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사건을 일으켰습니다.”
“알아, 하필이면 왜 또 우리 관할에서 이 짓을 하고 지랄이야?”
“그러게나 말입니다.”
범인이 죽은 미녀들의 이마에 해골 도장을 찍고 사라지기에 경찰이나 형사들은 해골이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경찰에서는 어제 밤에 성동구나 동대문구, 성북구 중의 한곳에서 사건이 일어날 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용산구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해골이 검문검색이 강화되는 걸 알고는 이번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텔에서 창녀들을 불러 즐기고는 목을 졸라 죽인 사건이었다. 그리고 모텔 주인까지 잔인하게 살해했다.
더욱 대담해진 수법에 경찰과 형사들은 긴장하고 있었다.
장미 모텔의 특실 302호로 들어가 보니 과학수사반 요원들이 한창 흔적을 찾고 있었다.
이번 사건은 중요하기에 김형규 담당관까지 현장에 나와 조사하고 있었다.
“김형규 담당관님, 또 봅니다.”
“아…박 반장님!”
“반장님, 오셨습니까?”
이 형사가 다가오자 박 반장이 말했다.
“이 형사, 어찌 된 일인지 설명해 봐!”
“예, 반장님. 해골이 모텔로 아가씨 두 명을 불러 즐기고는 목을 졸라 죽였습니다. 그리고 모텔 주인을 이곳으로 불러 흉기로 가슴을 찔러 죽였습니다.”
“뭐? 놈이 모텔 주인까지 살해했단 말인가?”
“그런 거 같습니다.”
“누가 신고했어?”
“청소하는 아줌마가 아침에 청소를 하려고 특실로 들어와 보고는 놀라 신고했습니다.”
“그래? 이번에도 여자들은 나체고 이마에 해골 도장을 찍었군?”
“그렇습니다. 하지만 모텔 주인의 이마에는 해골 도장을 찍지 않았습니다.”
“모텔 주인을 찌른 흉기는 찾았나?”
“저… 그게 아직 찾지를 못했습니다. 과학수사반 요원들의 말로는 좀 이상하다 합니다.”
“이상하다니?”
“모텔 주인의 가슴에 난 상처는 마치 사람이 손으로 푹 하고 찌른 거 같다 합니다.”
“뭐? 그게 말이 돼? 어떻게 사람의 손으로 찌른다고 저런 상처가 나?”
“저도 이해가 안 되기에 물어보니 상처에 손을 집어넣었더니 딱 맞다고 합니다.”
“으음… 이번에도 해골이 철저하게 흔적을 지웠나?”
“예, 하지만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서 출입하는 사람이 녹화되어 있었다 합니다.”
“그래? 그럼 어서 그걸 확보해.”
“이미 녹화된 것을 수거하여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잘했어.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해골의 모습을 알아낼 수 있겠군. 그건 그렇고 해골이 모텔비를 주인에게 주었을 텐데 그 돈에 지문이 남아 있지 않을까?”
“저도 그런 생각이 들어 죽은 모텔 주인의 금고를 살펴보니 분실된 것이 없었습니다. 다만 주인의 바지에 돈이 들어 있었는데 약간 부족한 것으로 보아서는 해골이 자신이 준 돈을 회수해 간 모양입니다.”
“으음… 정말 소름 끼칠 정도로 지독하게 치밀한 놈이군?”
“반장님, 그래도 녹화된 것을 분석해 보면 놈의 모습을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에 기대를 걸어야겠군.”
그날 오후 용산 경찰서 소속 형사들은 확보한 감시 카메라의 녹화된 영상을 분석하여 용의자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죽은 두 명의 여자들이 모텔로 들어오기 전에 먼저 들어온 남자였는데 파마머리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변장을 한 것 같았다.
해골은 호리한 편이며 구두를 신고 있었지만 키는 175센티미터 전후로 보였다.
감시 카메라에 찍힌 해골의 모습은 고화질이 아니었기에 알아보기 힘들었다.
분명 변장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나마 호리한 남자라는 것은 알아내는데 그쳤다.
그레이스 최 스튜디오.
조선 그룹 사보에 실릴 화보를 찍으려고 철호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반팔 티셔츠와 청바지, 운동화를 신었지만 그 모습만으로도 멋있었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간이지만 스탭들은 다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철호는 최 부장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최 부장님, 안녕하십니까?”
“아…철호 씨. 어서 오세요. 조선 그룹 사보에 실릴 화보를 찍으려고 왔죠?”
“예, 그렇습니다.”
“그럼 먼저 대표님에게 인사하고 오세요.”
“예, 그럼 조금 후에 뵙겠습니다.”
유리로 된 사무실로 들어가자 프로 사진작가 그레이스 최가 서류를 뒤적이고 있었다.
“대표님, 안녕하셨습니까?”
“아, 철호 씨, 어서 와요. 우먼파워의 소라 편집장이 아주 만족해하던데 알고 있나요?”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소라 편집장의 말로는 발리에서 찍은 작품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고 하던데요?”
“그렇습니까? 저는 처음 듣는 말입니다.”
“소라 편집장의 칭찬이 대단하니 오늘 작업도 잘해 줘야 돼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나가서 준비하세요. 30분 정도 후에 작업을 시작할 테니까 말이에요.”
“예, 알겠습니다.”
철호는 그레이스 최에게 인사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조선 그룹 사보에 실릴 화보를 찍는 것이기에 철호는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여자 모델도 흰색 블라우스에 치마를 입어 단정하고 깔끔해 보였다.
철호와 여자 모델은 그레이스 최가 요구하는 포즈를 자연스럽게 취하였고 작업은 큰 어려움 없이 2시간 만에 끝이 났다.
“수고하셨습니다.”
“철호 씨, 수고했어요.”
“예, 감사합니다.”
“철호 씨는 옷을 갈아입고 잠시 사무실로 오세요.”
“예, 대표님!”
철호가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철호 씨, 거기 앉아요.”
“예, 대표님!”
그레이스 최는 책상에 놓인 서류를 가지고 오더니 소파에 앉았다.
“철호 씨, 쥬얼리 제품으로 유명한 명품 P사를 알아요?”
“잘은 모르지만 잡지에서 보긴 했었습니다.”
“이번에 신상 고급 시계를 출시하는데 남자 모델이 필요하다는데 한 번 해 볼 생각 있어요? 내가 보기엔 좋은 경험이 될 거 같은데 말이에요.”
“제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명품 잡지에 실릴 사진인데 내가 찍을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요. 나와 같이 한 번 해 봐요.”
“예, 알겠습니다. 하겠습니다.”
“잘 결정했어요. 세부적인 사항은 P사의 담당자가 계약서를 들고 와서 해야겠지만 특별한 일이 없다면 내가 추천하는 철호 씨가 남자 모델이 될 거예요. 남자 메인 모델이 될 것이니 5천만 원 정도 받을 거예요.”
“예? 그렇게나 많이 받습니까?”
“원래 이름난 모델이었다면 1억은 넘게 받았을 테지만 아직 철호 씨는 신인이기에 5천만 원 정도 수준이 될 거예요. 자세한 건 계약을 해야 알 거예요. 3일 후 정오에 스튜디오로 나오세요. 그때 P사 담당자와 계약하면 될 거예요.”
“예, 대표님. 잘 알겠습니다.”
“오늘 모델비니 받아요.”
“감사합니다.”
“그럼 3일 후 정오에 스튜디오에서 봐요. 그만 나가 보세요.”
철호는 그레이스 최에게 인사하고는 사무실을 나와 최 부장과 스탭들에게 인사했다.
부르르르!
진동으로 해 놓은 핸드폰이 심하게 떨렸다.
‘이 번호는 정아네?’
스튜디오를 나오면서 핸드폰을 받았다.
“여보세요?”
―오빠, 나 정아예요.
“어, 반가워요.”
―어디에요?
“청담동의 그레이스 최 스튜디오.”
―화보 촬영했어요?
“조선 그룹 사보에 실릴 화보를 찍었어요.”
―어머, 오빠 대단해요. 조선 그룹 사보에 실릴 화보는 아무나 찍는 게 아니라고 하던데?
“그런 건가요?”
―예, 나 오늘 스케줄 끝났는데 청담동으로 갈까요?
“괜찮겠어요?”
―뭐가요?
“날 만나다가 자칫 기자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라고요?”
―조심하면 돼요. 그리고 내가 자주 가는 레스토랑의 룸으로 들어가면 안전해요.
“그래? 그럼 청담동으로 와요. 기다릴게요.”
―지금 여의도이니까 커피 전문점에라도 들어가서 커피마시고 있어요. 청담동에 도착하면 연락할게요.
“알았습니다.”
정아가 올 때까지 남는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철호는 잠시 고민하다가 근처에 있는 커피 전문점으로 들어가 시원한 냉커피를 한 잔을 시켜 마셨다.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자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예전에는 외모가 폭탄이기에 주목을 받았지만 지금은 킹카라서 주시를 받았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이렇게 많은 변화가 있어서 신기하게 느껴졌다.
‘후후후, 참 사람의 외모가 이렇게 중요하다니까.’
그냥 창밖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머릿속은 마법을 떠올리고 있었다.
3서클이 되면 실생활에 유용한 마법을 많이 펼칠 수 있고 아티팩트도 제작할 수 있었다.
현재의 2서클로서는 아티팩트에 마법진을 새기고 활성화시키기엔 마나력이 크게 부족했다.
철호가 생각하는 아티팩트는 반지였다. 작은 반지에 공간 확장 마법진을 새기면 짐마차 한 대 분량의 물건을 보관할 수 있다고 알고 있었다.
그럼 귀중품이나 발리에서 입수한 돌들도 넣어서 보관할 수 있었다.
매일 돌 속에 들어 있는 마나를 흡수하고 있기에 멀지 않아서 3서클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핸드폰이 진동하자 생각에서 깨어난 철호는 번호를 확인했더니 정아였다.
“여보세요?”
―오빠, 나 청담동에 왔어요. 어디에요?
“청담동 쇼핑 거리의 스트리트 커피 전문점인데 알아요?”
―네, 거기 알아요. 10분이면 그곳에 도착할 거예요. 벤이 도착하면 오빠가 문을 열고 타세요.
“알겠습니다.”
철호가 냉커피를 비우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연예인들이 많이 탄다는 벤이 다가오기에 투시해 보니 정아가 타고 있었다.
철호는 옆문을 열고 벤에 타니 바로 출발하였다.
“오빠, 반가워요.”
“발리에서 보고 처음이지요?”
벤에는 정아의 코디가 뒤에 타고 있었으며, 매니저가 운전을 하고 있었다.
철호가 그들의 눈치를 보니 정아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오빠, 그렇게 눈치 보지 않아도 돼요. 코디와 매니저 오빠는 우리가 사귀는 걸 알고 있어요.”
“아직 정식으로 사귀는 건 아닙니다.”
“호호…오빠 참 귀엽다. 날 이렇게 만나면 그게 사귀는 거지 뭐예요? 매니저 오빠, 내가 자주 가는 레스토랑으로 가 주세요.”
“공주님, 알았습니다요.”
매니저는 평소 정아를 공주님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었다. 하긴 귀여운 외모에 섹시한 모습도 있으니 그런 별명도 잘 어울렸다.
어느새 정아의 단골집에 도착했다.
‘레드 카우’라는 레스토랑의 주차장에 벤을 주차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제7장 공공의 적(1)
그그긍!
두꺼운 철문이 열리면서 두 사람이 들어섰다.
앞선 사람은 얼굴의 왼쪽 뺨에 길게 칼자국이 있고 두 눈이 쭉 찢어져 있어서 날카롭고 험악한 인상의 소유자였고 그의 등 뒤에는 외소하고 팔자 콧수염이 있어서 모사꾼 같은 느낌이 나는 자가 서 있었다.
“박사!”
“예, 단장님!”
한창 기기를 점검하던 흰 가운의 남자가 고개를 돌려 대답하면서 다가왔다. 그리고 보니 이곳은 온통 각종 기기들로 가득한 이상한 곳이었다.
“박사, 어찌 되어가나?”
“78%까지 끌어올렸습니다. 90%까지 되려면 좀 더 시일이 걸리는 건 불가피 할 거 같습니다.”
“78%까지만 되어도 안정권 아닌가?”
“82%정도가 안정권입니다. 약간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저번처럼 69%에 비한다면 훨씬 끌어올린 수치입니다.”
“으음…그래도 3명을 우선 시험해 만들어 보도록 해. 놈이 탈출하여 설치는 바람에 나의 원대한 계획이 틀어지고 있어.”
“죄…죄송합니다. 제가 방심해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박사는 최선을 다한 거니 걱정하지 마. 경비를 허술하게 선 놈들이 문제이지. 그래서 이번에는 그 놈들로 하여금 시험하려는 거야.”
“아…그렇습니까? 그럼 놈들을 시험해 능력자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래. 성공하면 능력자가 되는 것이고 실패하더라도 약간의 정신적인 부작용만 있으니 써 먹는 것은 괜찮을 거야.”
“그건 맞습니다.”
“그건 그렇고 자고 일어났더니 왼팔이 심하게 떨리는데 약효가 떨어진 거 아닌가?”
“아직 약효가 떨어지려면 며칠 더 있어야 하는데 일단 검사를 해 보겠습니다.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실수하면 안 되는 거 알지?”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안정적으로 시술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좋아, 믿어 보지.”
단장이라는 자가 각종 기기들로 부착된 의자에 앉았다.
박사라는 자는 의자에 앉은 단장의 양팔과 두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수갑과 발찌를 채웠다.
박사가 기기를 조작하자 모니터에 각종 수치가 나타났다. 꼼꼼하게 살펴보던 박사가 말했다.
“단장님, 몸이 적응을 잘하는 바람에 약효가 떨어졌습니다. 오늘 시술하고 나서 앞으로 2번만 더 시술하면 3단계로 넘어가도 될 거 같습니다.”
“알고 있어. 시작하지.”
“예, 그럼 고통스럽더라도 참으십시오.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