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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1(15화)
제7장 공공의 적(2)
우우웅!
박사가 기기를 조작하자 기계음이 나기 시작했다.
단장은 온몸에서 경련이 일어났고 땀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끄으으…이 고통은 정말이지 적응이 안 되는군?”
“단장님, 그래도 참으셔야 합니다.”
“알고 있어. 강도를 더 높여.”
“아…알겠습니다.”
박사가 기기를 조작하자 로봇 팔이 움직이더니 단장의 뒷목으로 주사 바늘을 찔렀다.
푸욱!
듣기에도 섬뜩한 소리가 났다.
붉은색 액체가 단장의 뒷목으로 주입되었고 완료되자 로봇 팔이 원상태로 돌아갔다.
잠시 후, 얼마나 고통이 심한지 단장의 두 눈동자가 풀리면서 부들부들 떨었다.
팔자 콧수염은 단장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지만 박사는 태연하게 모니터를 확인하고 있었다.
“박사, 단장님이 평소보다 고통이 심하신 거 같은데 괜찮은 거요?”
“예, 지금 정상적인 상태입니다. 군사님은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15분 정도 몸을 심하게 떨던 단장이 점점 안정되는지 떨림이 줄어들더니 잠잠해졌다.
“으…언제 받아도 지독한 고통이야.”
“단장님, 시술은 성공이니 잠시 휴식을 취하시면 괜찮을 겁니다.”
군사라는 팔자 콧수염이 단장에게 말했다.
“단장님, 괜찮으십니까?”
“으…아직도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몸에 활력이 넘쳐서 좋아.”
“그렇습니까?”
“군사도 이번 기회에 나처럼 강도를 높여 보는 건 어때?”
“저는 지금 상태로 만족합니다. 서둘지 말고 천천히 단계대로 하겠습니다.”
“으음… 어쩌면 큰 고통 없이 긴 시간을 두고 시술 받는 것도 좋을 수도 있겠어.”
“단장님, 이제 멍청한 경비병 3명을 데려올까요?”
“당장 데려와서 시술하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군사가 실험실의 철문을 열자 밖에 30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서 있었는데 수갑을 차고 있는 3명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제대로 경비를 서지 못한 놈들은 들어와라.”
수갑을 차고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3명이 스스로 알아서 실험실로 들어왔다.
박사는 그들에게 한쪽에 설치되어 있는 5개의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의 의자에 앉아라!”
“아…알겠습니다.”
3명의 남자들이 각자 의자에 앉자 박사는 의자에 설치되어 있는 수갑과 발찌를 채우고는 머리에도 금속으로 된 것을 씌웠다. 심하게 요동치더라도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단단히 몸을 고정시킨 후에 기기를 작동시켰다.
“끄아악!”
“아악!”
“으아악!”
3명의 남자들은 지독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각자 고통을 참아보려고 입술을 깨물었지만 그래도 고통은 여전했다.
로봇 팔이 노란색 액체가 든 주사기를 뒷목에 찔렀다. 노란색 액체가 다 주입되자 로봇 팔이 물러났다.
3명의 남자들은 고통이 줄어든 것인지 심하게 몸을 떨던 것이 크게 줄어들었다.
박사가 기기를 다시 조작하자 남자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고통스러워했다.
30분 정도 시간이 지나자 남자들은 지쳤는지 축 늘어졌는데 이때 다시 로봇 팔이 붉은색 액체가 든 주사기를 뒷목에 찔렀다.
“끄아아악!”
간질 환자처럼 심하게 몸을 떨어 대면서 입에서는 거품이 흘러나왔다.
5분 정도 심하게 몸을 떨던 남자들이 축 늘어졌다. 지독한 고통을 참지 못하고 기절한 것이었다.
이 모습을 박사와 단장, 군사는 태연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박사가 기기를 조작하자 남자들을 고정시키던 머리의 금속과 수갑, 발찌가 풀어졌다.
바닥에 쓰러진 남자들의 몸에서 갑자기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호리한 체격이었는데 근육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였다. 마치 보디빌더처럼 근육질의 남자로 변신한 것이었다.
호기심에 단장이 박사에게 말했다.
“박사, 어찌 된 것인가? 성공인가?”
“성공 같아 보입니다만 잠시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기절했던 남자들이 깨어나면서 눈을 떴다.
눈을 몇 번 깜빡거리다가 정신이 드는지 모두 일어났다. 두 눈동자가 모두 심하게 충혈되어 있었지만 빠르게 사라지면서 심하게 부풀었던 근육들도 바람이 빠지듯이 절반으로 줄어들더니 멈추었다.
이것만으로도 수년간 운동한 사람처럼 멋진 근육질의 몸이었다.
호기심에 단장이 그들에게 말했다.
“모두들 괜찮나?”
“예, 단장님. 오히려 몸에서 활력이 느껴집니다.”
“그렇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 박사가 보기에 어떤가?”
“실험은 성공적인 거 같은데 어떤 능력이 생겼는지는 확인을 해 봐야겠습니다.”
박사는 그들에게 몇 가지를 지시했고 어떤 능력이 생겼는지 알게 되었다.
“단장님, 세 명 모두 예전보다 10배 정도의 괴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각각 염력과 순간이동, 투시 능력이 생겼습니다.”
“이곳을 탈출한 그놈은 세 가지 능력을 다 가지고 있었는데 말이야.”
“그렇지만 이들의 능력이 그놈보다 배나 파워가 높습니다.”
“으음… 이정도로 일단 만족해야겠군. 박사, 수고했어. 군사는 저들을 며칠 이내로 출동시킬 것이니 그동안 능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
“예, 단장님!”
“난 피곤해서 쉬어야겠으니 군사가 맡아서 일들을 처리해.”
단장이 실험실을 나가자 박사와 군사가 서로 몇 마디 주고받더니 3명의 능력자들을 군사가 훈련장으로 데려갔다.
철호는 정아 일행과 레드 카우 레스토랑에서 식사한 후에 코디와 매니저를 먼저 돌려보내었다. 그러고는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쓰고는 철호와 함께 영화관으로 왔다.
철호는 미녀들에게는 이상하게 마음이 약해 소극적이었다. 영아는 철호의 그런 마음을 잘 파악하고는 영화가 보고 싶다고 하자 어쩔 수 없이 영화관으로 온 것이었다.
가장 뒤쪽의 구석진 자리로 표를 사서 앉았다. 평일이라는 그런지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는 않아 한산했다.
로맨스 영화라서 영상이 아름다웠지만 철호는 영화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정아가 야구 모자를 벗고는 철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었다.
정아의 머리에서 향긋한 샴푸냄새와 몸에 뿌린 향수 냄새가 철호의 기분을 좋게 했다. 귀엽고 섹시하기도 한 정아의 매력에 자꾸만 철호의 마음이 빠져들고 있었다.
철호는 정아의 옆구리를 팔로 감싸주었더니 품속으로 더 파고들어 왔다.
더 이상의 진척이 없어서인지 정아가 갑자기 철호의 허벅지에 앉더니 양팔로 목을 감았다. 철호가 당황하는 사이에 정아가 촉촉한 입술을 부딪쳐왔다. 정아의 적극적인 키스였지만 어쨌든 둘은 열정적인 키스를 했다.
철호는 여자와 키스는 처음이었다.
‘첫 키스를 영화관에서 하는구나. 하지만 정말 달콤해!’
사고 전만 하더라도 뚱뚱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기에 여자와 사귀는 것도 쉽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생각해도 큰 키에 잘생긴 외모, 복근과 멋진 근육질 몸을 가지고 있었기에 당당해졌고 자신감이 커졌다.
매일 로렌스 마나심법을 운용해서인지 피부가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하고 좋았다.
또한 사고 이후 근육질의 몸으로 변한 것처럼 얼굴도 살이 빠지고 코가 중심을 잡았으며, 턱도 들어가 제자리를 잡는 등 전체적으로 변하여 자신이 보아도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잘생겨졌다.
여자들이 좋아할 그런 멋진 꽃미남이기에 장미나 정아가 먼저 사귀자고 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긴 둘만의 첫 키스가 끝이 났다. 정아가 철호의 가슴에 푹 안기자 꼭 안아주었다.
영화가 어느새 끝날 때가 다 되었기에 정아는 야구 모자를 쓰더니 철호의 손을 잡아당겼다.
둘은 먼저 영화관을 나왔다.
“오빠, 오늘 즐거웠어요.”
“나도 즐거웠습니다.”
“오빠, 앞으로는 말을 놓아도 돼. 알았지?”
“아…알았습니다. 다음부터는 말을 놓을게요.”
빈 택시가 보이기에 정아를 태워 보내었다.
철호는 아직 정아와의 키스한 느낌이 남아 있어서 마음이 들떴다.
그때 핸드폰이 진동했다.
발신자 번호를 보니 장미였다.
“여보세요?”
―나 장미, 어디야?
“산책 나왔어.”
―나 압구정동인데 이곳으로 올래?
“압구정동?”
―응, 쇼핑 중인데 나와 술 한잔하자.
“음…알았어. 어디로 가면 돼?”
철호는 장미가 알려 주는 장소로 택시를 타고 갔다.
철호가 택시에서 내렸더니 길가에 장미의 벤츠가 보여서 그곳으로 걸어갔다.
운전석에는 장미가 앉아 있었다.
“어서 타!”
“어, 알았어.”
철호가 조수석에 타자 벤츠가 출발하여 인근에 있는 바의 주차장에 차를 멈추었다. 외부의 광고 간판만 보더라도 예사롭지 않은 곳이었다.
철호는 장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실내가 넓고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운 게 술값이 비싸 보이는 곳이었다. 바텐더들이 장미에게 인사를 하는 걸 보니 단골인 모양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 칸막이가 있는 자리에 앉았다.
바텐더들이 알아서 병맥주와 오징어와 땅콩, 과일 안주를 가져와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물러갔다.
“마셔!”
“응, 그래.”
병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으면서 오징어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장미는 철호의 얼굴과 상체를 살폈다.
“왜 그래?”
“여자의 향수 냄새가 나서 말이야.”
‘허엇, 정아에게서 묻은 냄새가 아직 남아 있었구나.’
여자의 직감은 이래서 무서운 것이었다.
철호는 사실대로 말을 할 수는 없었기에 모른 체하며 말했다.
“난 잘 모르겠는데 심하게 나?”
“그건 아닌데 약간 나는 거 같아.”
“그런가? 그레이스 최 스튜디오에서 촬영한다고 벗어 놓았었는데 그때 묻었나?”
“오늘도 화보 촬영을 했었어?”
“어, 조선 그룹 사보에 실릴 화보였어.”
“우와 대단하다. 얼마 전에는 발리까지 다녀오더니?”
“그러게? 그냥 적당한 곳에서 아르바이트나 하려고 했었는데 장미가 좋은 곳을 소개시켜 줘서 화보 촬영 모델이 되었어.”
“철호 씨가 화보 촬영에 적합한 모델이기에 잘 풀리는 것인데 뭐.”
“그래도 장미의 소개가 없었다면 어려웠을 거야. 정말 고마워.”
“철호 씨, 그건 그렇고 우리 사귄지 제법 되었는데 계속 이런 상태로 지낼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좀 더 철호 씨와 가까워지고 싶단 말이야.”
장미의 눈빛이 뭔가를 갈구하는 거 같고 눈동자가 이글거리자 철호는 당황스러웠다.
정아와 오늘 첫 키스를 했기 때문인지 장미가 부담스러웠다.
“장미야, 우리 그냥 알고 지내는 그런 친구로 지내자.”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넌 아름답고 늘씬하고 멋져. 하지만 난 그런 네가 부담스럽다.”
“철호 씨, 갑자기 나에게 왜 이러는 거지?”
“아니, 난 그저…….”
“사귀는 여자 있지?”
“……!”
장미의 직설적인 말에 철호는 대답하지 못하였다.
“어떤 여자야? 어쩐지 여자 향수 냄새가 난다고 했어. 말해 봐!”
철호는 장미가 다그치기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게 더 화가 나는 모양이었다.
“철호 씨가 어떻게 날 배신할 수 있어?”
“미안하다. 난 널 만나면서 부담스러웠어.”
“뭐가 그렇게 부담스러운지 다 말해 봐.”
“넌 잘사는 집 딸이고 난 부모도 없는 혼자 사는 평범한 남자야. 신분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야.”
“그것 때문에 날 버리려고 하는 거야?”
“버린다는 건 아니야. 난 그저 친구로 지내자는 거지.”
“흥, 그런 말이 나의 자존심을 짓밟는 거야.”
“그럴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정말 미안하다. 나 먼저 일어날게.”
철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고 하자 장미가 외쳤다.
“거기서. 한 발짝만 더 가면 나 여기에서 뛰어내려 죽어 버릴 거야.”
장미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기에 철호는 움직일 수 없었다. 장미는 그럴 줄 알았다면서 철호의 등을 안았다.
“철호 씨, 이러지마.”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미안하다 장미야.”
“좋아, 그럼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줘.”
“그래 알았어. 좀 더 생각해 봐. 어차피 너와 난 신분의 차이가 있어서 더 이상 가까워지면 안 돼.”
“철호 씨, 우리 그런 말은 이제 더 이상 하지 말고 맥주나 마시자.”
철호는 머리를 끄덕이고는 병맥주를 마셨다.
장미는 오늘 철호와 같이 술을 마시고 좀 더 사이가 가까워지려고 했었는데 느닷없이 친구로 지내자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떤 년이 나의 남자에게 꼬리를 친 거지? 알아봐야겠어.’
자존심이 강하고 남의 것을 빼앗으면 빼앗았지 자신의 것을 빼앗겨 본 적이 없는 장미였다.
화가 치밀고 속에서 열불이 나서 병맥주를 마셔도 취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철호와 같이 있는데 병맥주를 많이 마실 수도 없었다.
철호와 장미는 간단하게 병맥주를 한 병씩 마시고는 밖으로 나왔다.
대리운전사가 오자 장미는 벤츠를 타고 먼저 떠났고 철호는 그제야 택시를 타고 빌라로 돌아왔다.
철호는 잘 모르고 있었지만 이미 여난은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