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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1(17화)
제7장 공공의 적(4)
글로리아 의상실에 도착하여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고급 파티복들이 많았다. 여러 벌의 턱시도가 있었는데 입어 보니 역시나 철호에게 다 잘 어울렸다.
여직원들은 멋진 철호의 모습에 하던 일을 멈추고 구경한다고 정신없었다.
너무 튀지 않는 턱시도로 결정했다. 벨트와 구두까지 다 있었기에 그것들도 턱시도와 잘 맞는 것으로 했다.
“철호 씨, 이정도면 된 거 같은데 머리도 약간 손질해야겠다.”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아시는 미용실 있습니까?”
“대표님이 가시는 곳으로 가면 돼.”
“그곳이 어디인데요?”
“차로 5분 정도만 가면 돼. 가자!”
최 부장이 철호를 데리고 블루 스카이 헤어로 갔다.
청담동에 위치한 블루 스카이 헤어는 인기 연예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건물의 외관이 고급스러웠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실내 인테리어는 더 좋았다. 헤어 스타일리스트와 팀장, 실장, 보조까지 수십 명이나 되었다.
철호도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는 여자 탤런트도 두 명이나 머리 손질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모두의 시선이 철호에게 집중되었다. 어디에 있어도 존재감이 들어나는 철호의 외모이기에 여기서도 통하고 있었다.
헤어 스타일리스트 하나가 철호에게 다가왔다.
“최 부장님, 어서 오세요.”
“윤 팀장님, 오랜 만입니다.”
“머리 손질하러 오셨어요?”
“오늘은 아닙니다. 이 친구가 오늘 손님입니다.”
“그래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철호가 빈자리에 앉자 최 부장이 말했다.
“오늘 대표님과 파티에 참석할 것인데 턱시도와 잘 어울리도록 해 주십시오.”
“어머, 그레이스 최 대표님과 말인가요?”
“예, 중요한 파티라서 말입니다.”
“예, 알겠어요. 신경 써서 해 드릴게요. 워낙 준수하셔서 멋진 작품이 나올 거 같네요.”
윤 팀장이라는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철호의 머리를 손질하게 되었다.
한쪽에서 머리 손질을 받고 있던 두 명의 여자 탤런트들이 나직하게 대화했다.
“영미야, 저 남자 누구니?”
“지영 언니, 나도 처음 보는데 키 크고 잘 생겼네요?”
“그렇지? 그레이스 최 스튜디오의 최 부장님이 같이 데려온 걸 보니 신인 모델인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얼굴이지만 잘생겼네요.”
“난 저런 멋진 남자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지영 언니, 나도 그래요.”
철호의 머리손질이 끝이 나자 탈의실로 들어가 턱시도로 갈아입고 나왔다.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에서도 멋져 보이는 철호였는데 턱시도를 입으니 빛이 나는 거 같았다.
모두들 철호를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국에서 가장 잘생기고 인기가 많다는 특급 연예인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았다. 오히려 유명세만 아니라면 철호의 외모가 더 뛰어났다.
철호는 윤 팀장에게 인사하고는 최 부장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여자 손님들 대부분이 윤 팀장에게 철호가 누구인지 물어보았다. 윤 팀장도 아는 게 많이 없었기에 아는 것만 알려 주었다.
그레이스 최 스튜디오 앞에 도착하니 흰색 리무진이 대기해 있었으며, 드레스로 갈아입은 그레이스 최가 타고 있었다. 최 부장이 철호와 함께 리무진으로 다가갔다.
“최 부장, 수고했어요. 스튜디오 뒷정리 좀 부탁해.”
“예, 대표님. 잘 다녀오십시오.”
“알았어요. 수고해요. 철호 씨 타요.”
“예, 대표님!”
철호가 리무진에 타자 파티장으로 출발했다.
멀어지는 리무진을 바라보던 최 부장이 한마디 했다.
“축복받은 녀석, 좋겠다.”
최 부장은 스튜디오로 들어가 스탭들과 뒷정리를 시작했다.
강남 드림월드 특급 호텔.
리무진이 정문 앞에 멈추자 도어맨이 차문을 열어 주었다.
그레이스 최와 철호가 내리더니 로비를 가로질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대연회장에서 내렸다.
웅성웅성!
3백 명이 넘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그런지 제법 시끄러웠다.
그런데 급격하게 소리가 줄어들다가 조용해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고 그곳에는 빨간 드레스를 입은 그레이스 최와 턱시도를 입은 철호가 서 있었다.
그레이스 최가 미인이긴 하지만 대연회장에 모인 여자들 중에는 그레이스 최 보다 미녀들이 수십 명은 되었다. 그러나 턱시도를 입은 철호와 견줄 만한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철호가 그레이스 최의 손을 잡고 입장하였고 그녀가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인사하면서 철호를 소개시켜 주었다.
연예계나 경제계에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기에 알아 두면 좋은 일이었다. 그레이스 최가 철호에게 소개해 주는 사람만 백 명이 넘었다.
‘으음…인맥이 상당하구나.’
철호는 그레이스 최의 파트너로 참석한 것이기에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했다.
아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그레이스 최는 철호에게 레드 와인이 들어 있는 잔을 내밀었다.
“철호 씨, 너무 긴장할 거 없어요.”
“안 그러려고 했지만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호호… 하긴 모두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니 그럴 거예요. 그건 그렇고 오늘 턱시도 참 멋있어요.”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정말 멋있어요.”
무대에 인기 가수가 올라가더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가수를 쳐다보며 무대 앞으로 모여 들었다.
그레이스 최 곁으로 다가온 중년의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철호 곁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철호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고는 눈이 커졌다.
놀랍게도 장미가 서 있었다. 은색의 여신 같은 파티 드레스를 차려 입고 있었다. 허벅지가 다 드러날 정도로 길이가 짧고 가슴이 절반이나 들어날 정도로 우아하면서도 섹시했다. 장미의 큰 키와 늘씬한 몸매를 잘 살려 주는 멋진 드레스였다.
“여긴 어떻게?”
“왜 나는 오면 안 되는 자리야?”
“그, 그건 아니지만 의외라서 말이야.”
“오늘 그레이스 최의 파트너가 철호 씨야?”
“어, 그렇게 되었어.”
“그랬구나. 오늘 철호 씨의 턱시도 정말 멋있다.”
“고마워, 장미의 드레스도 우아하고 아름다워.”
“정말?”
“응, 오늘 이곳에 모인 여자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워.”
“호호…고마워.”
중년 남자와 이야기를 마친 그레이스 최가 다가왔다.
“장미야, 반가워.”
“예, 언니. 오늘 파트너가 철호 씨인 줄은 몰랐어요.”
“그래? 내가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많아서 장미가 나의 파트너를 30분만 좀 맡아주지 않을래?”
“제가 그래도 될까요?”
“그럼 되지. 철호 씨, 그래도 되지?”
“예, 대표님!”
그레이스 최가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멀어지자 철호와 장미가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철호 씨, 그동안 잘 지냈어?”
“아니, 잘 지내지는 못했어.”
“왜? 못 지냈는데?”
“알잖아? 너 때문이라는 걸.”
“호호…난 신경 쓰지 않는 줄 알았거든.”
“장미야, 여기 있었어?”
철호와 장미가 뒤돌아보니 턱시도를 입은 남자가 다가왔다. 얼굴은 평범해 보이지만 부유한 느낌이 나고 고집스러움이 느껴지는 그런 남자였다.
“권이 오빠.”
“너의 파트너는 저쪽에서 와인만 마시고 있던데 그대로 둬도 되는 거야?”
“오빠가 저러는 거 처음 봐?”
“그래도 신경 써야지. 그런데 이분은 누구냐?”
“친구야.”
“친구? 내가 모르는 친구도 있었나? 어쨌든 내가 처음 보는 잘생기신 분이군요? 오성권이라 합니다.”
“김철호라 합니다.”
“나는 미래철강의 상무입니다만 뭐하시는 분이신가요?”
“케이대 휴학생입니다.”
“예? 휴학생이라고요?”
“그렇습니다. 문제 있습니까?”
“문제는 아니지만 난 모델인 줄 알았습니다.”
“잘 보셨습니다. 얼마 전부터 아르바이트로 화보 모델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레이스 최가 다가오는 걸 본 장미가 말했다.
“철호 씨, 파트너가 오시네?”
“장미야, 고마워.”
“언니, 아니에요. 그럼 난 가 볼게요. 권이 오빠, 가자!”
“철호 씨, 다음에도 보면 모른 체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예, 그러죠.”
장미와 성권이 멀어지자 철호가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성권이라는 녀석, 왠지 기분 나쁜데?’
“철호 씨, 미래철강의 오 상무를 소개 받았어요?”
“예, 장미가 소개를 해 줘서 인사 정도는 나누었습니다.”
“그랬군요. 미래철강에 대해 좀 아나요?”
“아니요. 잘 모릅니다.”
“그럴 줄 알았어요. 미래철강은 미래 그룹의 자회사 중에 하나예요. 미래 그룹은 알죠?”
“대기업이라는 것 정도만 알지 잘 모릅니다.”
“미래 그룹은 50대 기업에 들어가는 대기업이에요. 그리고 미래철강의 오 상무는 미래 그룹의 회장 5째 아들이고요.”
“그렇습니까? 전 몰랐습니다.”
“혹시 장미의 집안에 관해서도 모르는 거 아니에요?”
“예, 사실 장미가 부잣집 딸이라는 건 알겠는데 잘 모릅니다.”
“역시 그랬군요. 장미는 50대 기업에 들어가는 한반도 그룹의 딸이에요. 미래 그룹은 기업 순위 49위이지만 한반도 그룹은 42위에 있죠.”
“으음… 부잣집 딸인 것은 모습으로 알 수 있었는데 설마 한반도 그룹의 딸인 줄은 몰랐습니다.”
“한반도 그룹의 회장에게는 아들 둘과 딸이 하나 있는데 장미가 막내딸이라서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있죠.”
“장미는 늘씬하고 예쁘니까 그럴 만도 하겠군요.”
“파티가 한 시간 정도 더 남았지만 어떻게 하겠어요?”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난 피곤해서 그런지 그만 나갔으면 해요.”
“저도 그렇습니다.”
“그럼 우리 나가요.”
철호가 파티장을 둘러보니 장미가 와인을 마시면서 오 상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보였다.
‘역시 부담스러운 여자였어. 친구로 지내는 게 좋을 거 같아.’
철호가 그레이스 최와 함께 파티장을 나가는 모습을 장미가 힐끔거렸다.
제8장 연쇄살인범과의 혈투(1)
저벅저벅!
철호는 강남 드림월드 특급 호텔을 그레이스 최와 함께 나왔었다. 개나리 빌라까지 리무진으로 태워 준다는 걸 사양하고 택시를 탔다.
빌라와 약 일 킬로미터 거리를 남겨 두고 택시에서 내려 걸었다. 머릿속이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하여 복작해서 정리 좀 하려고 한 것이다.
끼이익, 콰쾅!
느닷없이 급브레이크소리와 차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뭐, 뭐지?”
철호가 사고가 난 곳을 쳐다보니 2차선에 은색 중형 승용차의 보닛에 정장을 입은 남자 하나가 등을 붙이고 누워 있었고, 승용차의 뒤 범퍼를 들이박은 두 대의 승용차가 보였다. 3중 충돌사고가 일어난 것이었다. 사고가 난 차들의 뒤로 십여 대의 차들이 멈추어 있었다.
보닛에 누워 있던 남자를 향해 느닷없이 공중에서 나타난 검은 반팔 티셔츠 차림의 남자가 주먹을 내리꽂았다.
쾅!
굉음이 나면서 승용차의 보닛이 심하게 찌그러지며 김이 피어올랐다. 주먹을 맞았으면 끝장났을 정장의 남자는 어느새 인도로 이동해 있었다.
순간이동을 한 것인데 철호는 그것을 보고는 눈이 커졌다.
“으음…그건 순간이동이었어.”
승용차의 보닛을 찌그러뜨린 티셔츠 남자도 순간이동을 펼쳐 인도로 이동해 주먹을 휘둘렀다.
먼저 인도로 순간이동한 정장의 남자는 175센티미터 정도에 호리한 체격이었지만 나중에 순간이동하여 공격하고 있는 티셔츠는 근육질의 건장한 남자였다.
사고 차량의 운전자들과 주위의 사람들은 멍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근육질의 티셔츠 남자가 내리치는 주먹에 보도블록이 깨졌다. 그만큼 무시무시한 공격이었다.
정장의 남자는 근육질의 티셔츠 남자 공격을 잘도 피하였다. 그때 검은 반팔 티셔츠 차림의 남자 두 명이 차선으로 뛰어들어 건너다가 한 명이 달려오던 1톤 트럭에 부딪쳐 12미터를 나가떨어져 아스팔트를 굴렀다.
그런데 놀라운 건 벌떡 일어나더니 차선을 건너는 것이었다.
공격을 받고 있는 정장의 남자는 안 그래도 밀리고 있었는데 두 명의 티셔츠 남자들이 가세하자 더욱 상황이 어려워졌다.
이들은 서로 한편인 모양이었다.
퍼억!
정장 남자의 발차기에 1톤 트럭에 부딪쳤던 티셔츠 남자가 가슴을 맞고 뒤로 5미터를 나가떨어졌다. 위력적인 발차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벌떡 일어나 가슴에 묻은 것을 털면서 달려왔다.
티셔츠 남자 하나가 순간이동으로 정장 남자의 등 뒤로 이동하더니 위력적인 발차기를 날렸다.
퍼억!
“우욱!”
6미터를 나가떨어진 정장 남자는 제법 충격을 받아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두 명의 남자들이 정장 남자를 향해 달려오고 순간이동을 펼칠 수 있는 티셔츠 남자는 공중으로 도약해 주먹을 내리꽂으려 했다.
백 미터 이상의 먼 거리에서 지켜본 철호의 눈에는 정장 남자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는 걸 보았다.
정장 남자가 공격해 오는 세 명의 티셔츠 남자들을 향해 손짓하자 놀랍게도 그들이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차도로 날아갔다.
달려오는 차들과 부딪쳐 나가 떨어졌다.
“허엇, 저건 염력인데?”
정장 남자는 놀랍게도 염력으로 공격해 오는 세 명의 남자들을 공격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