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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1(21화)
제9장 유명세(2)


우우웅!
공명음이 일어나고 있었다.
철호는 그동안 집중적으로 농축된 마나를 몸속으로 흡수하면서 포화 상태에 이르러 있었다.
심장을 휘도는 2개의 서클을 제외하고 또 하나의 서클이 형성되려고 하고 있었다. 뭉쳐진 마나가 심장을 휘돌면서 점점 짙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잘하면 오늘 서클을 하나 더 생성해 3서클에 오를 수도 있겠어.”
마음이 자꾸만 흥분되었지만 이럴 때 일수록 더 냉정해져야 한다는 걸 알고 있기에 침착해 지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좀 더 흐르자 새로 생겨나 심장을 휘돌고 있는 뭉쳐진 마나에서 순간 기이한 빛이 환하게 내뿜어졌다.
파파팟!
철호가 그토록 고대하던 서클이 드디어 생성되었다.
이로써 3개의 서클을 보유한 3서클 마법사가 되었다. 마나의 축복으로 인하여 절정의 환희를 맛보고 있었다.
“후후후, 드디어 3서클이 되었어.”
아직은 새로 생겨난 서클이 안정되지 않았기에 침착하게 서클을 안정시키는데 집중했다.
두 시간 동안 서클을 안정시키자 이젠 걱정 없었다.
“매직 미사일!”
빛의 매직 미사일이 15발이나 생성되었다.
2서클 일 때에는 5발이 생성되더니 3서클에 오르면서 매직 미사일이 15발로 더 많이 생성되고 힘도 덜 들었다.
거실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매직 미사일을 소멸시키고는 이번에는 3서클 마법을 펼치려고 시동어를 외쳤다.
“플라이!”
두둥실!
철호의 몸이 거실 바닥에서 공중으로 떠오르자 기분이 새로웠다.
거실의 천장이 그렇게 높지 않아서 높이 떠오르지는 못하였지만 이것만으로도 성공이었다.
나중에 밖에 나가서 시험해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거실 바닥으로 다시 내려선 철호는 이번에는 다른 마법을 펼쳤다.
“블링크!”
스스슷!
거실에서 침실로 순간이동했다.
철호는 초능력으로 순간이동을 펼칠 수 있었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르게 이건 마법으로 펼치는 것이었다.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효과적인 마법이었다.
침실의 문을 열고 거실로 나온 철호는 씨익 웃었다.
2서클 일 때와는 다르게 그다지 힘이 들지 않았다.
이밖에도 3서클 마법은 실생활에 활용하기 좋은 마법이 많았다.
또한 철호의 이마와 단전에 모여 있는 마나도 이젠 움직여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같은 마법사가 펼치는 것이라고 가정하면 이마와 단전의 마나를 지원받게 되면 좀 더 마법의 유효 시간이 늘어나고 수도 더 늘어난다. 이걸 자동차로 비교한다면 터보 엔진이 두 개가 더 있어서 힘이 부족할 때 언제든지 힘을 지원해 줄 수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푸르스름한 돌과 오렌지색 돌에 들어 있던 농축된 마나를 철호가 너무 많이 흡수해 버렸기에 당분간은 자동으로 충전되도록 그대로 두어야 했다.
“이제 3서클에 올랐으니 아티팩트를 하나 만들어야겠군.”
철호는 침실로 들어가 수납장에 넣어 놓았던 백금 반지를 꺼내었다. 이 반지는 철호가 3서클에 오르면 아티팩트를 만들려고 준비해 두었던 것이었다.
겉은 아무런 무늬가 없는 밋밋한 그런 백금 반지였지만 안쪽에는 기이한 문양과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철호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보았다면 알 수도 없고 그냥 조금 특이한 것을 새겨 놓았구나 생각할 것이었다.
철호는 백금 반지에 공간 확장 마법진을 새겨 놓았지만 마법적인 각인을 할 수 없어서 지금껏 보관만 해 두었던 거였다.
츠츠츠츠!
백금 반지에 마나력과 의지를 불어넣었다.
동시에 공간 확장 마법 주문도 중얼거렸다.
마법적인 각인을 시키는데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전생의 로렌스가 아티팩트를 제작해 본 경험이 있었기에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백금 반지가 스펀지처럼 엄청난 마나력을 흡수하고 있었다. 어떻게 작은 백금 반지가 이렇게까지 많은 마나력을 흡수하는지 불가사의했다.
철호는 단전에 있는 마나력을 끌어내어 사용했다.
번쩍!
느닷없이 백금 반지에서 눈부신 빛이 일어나더니 순간 사라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해 보이지 않는 백금 반지였지만 철호의 감각에는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다.
“서…성공이야!”
겨우 3서클에 불과한 자신이 처음으로 아티팩트 제작에 성공했기에 감회가 남달랐다.
왼손 검지에 백금 반지를 껴 보았더니 잘 맞았다.
10미터 이내의 거리에 있는 물건은 의지만으로 마법의 공간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 마법으로 공간을 비틀어 생성한 마법의 공간이기에 가장 안전한 금고나 마찬가지였다. 일 톤 트럭의 짐칸 두 개 용량이며, 무게는 2톤까지 집어넣는 게 가능했다.
철호는 텔레비전을 노려보며 의지를 일으켰다. 그러자 텔레비전이 순간 사라졌고 백금 반지의 마법의 공간 속으로 들어간 모습이 철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신기한 경험이지만 기분은 좋았다.
다시 의지를 일으켜 텔레비전을 꺼낸다고 생각했더니 원래의 자리에 텔레비전이 놓여졌다. 마법의 공간에 집어넣는 것과 꺼내는 것이 자연스럽게 잘되었다.
철호는 침실로 들어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은행 통장과 인감도장을 마법의 공간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푸르스름한 돌과 오렌지색 돌도 거실에 그냥 놓아두기엔 불안해서 마법의 공간에 넣었다.
“여행이나 수련하기 위하여 산에 들어가면 사용할 수 있도록 등산 배낭과 취사도구도 챙겨 놓아야겠어.”
여행용 하드 케이스 가방에 필요한 것들을 넣었고 등산 배낭과 취사도구도 준비해 전부 마법의 공간에 넣었다.

철호가 개나리 빌라에 틀어박혀 수련만 하고 있을 때 인터넷과 방송에서는 철호가 핫이슈로 급부상하고 있었다.
신인 인기 탤런트 정아와 함께 찍은 피자 광고 때문이었다. 철호와 정아는 다정한 연인으로 광고를 찍었던 것이 너무 멋있어서 인기 광고가 되었다.
정아는 귀엽지만 철호는 귀공자처럼 잘생겼기에 여성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여자들은 2명만 모여도 철호가 누구인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각 방송국에서는 철호에 대해서 문의해 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기에 난감해했다.
그런데 2일 전부터 각종 잡지에 철호가 찍은 명품 P사의 신상 고급 시계 화보가 나왔다. 화보가 너무 멋있어서 철호가 나온 잡지들은 품절이 되는 일이 일어났다.
이렇게 되자 연예부 기자들은 발 빠르게 철호에 대하여 조사를 시작하였다. 철호의 핸드폰 번호를 알아낸 기자들은 연락을 해 보았지만 전원이 꺼져 있어서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 기자는 철호의 개나리 빌라 근처에 잠복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일체 밖으로 나가지 않았던 철호는 자신이 유명해졌다는 걸 아직 모르고 있었다.
갑자기 철호가 핫이슈의 인물이 되자 우먼파워의 편집장 소라는 8월호에 나갈 발리에서 찍은 철호의 화보 사진에 신상정보도 담아서 예정보다 10일이나 일찍 8월호를 발간했다.
아직 7월 중순이지만 8월호가 나오는 기이한 일이 일어났지만 우먼파워는 초판이 품절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우먼파워에서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면서 재판을 서둘러서 찍었다.

철호는 해골을 죽이고 개나리 빌라에서 수련하면서 열흘간 밖으로 외출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정아의 얼굴도 볼 겸 해서 외출하려고 옷을 갈아입고는 핸드폰의 전원을 넣었다.
놀랍게도 수백 통의 낯선 전화가 왔었고 발신자 번호를 보니 처음 보는 번호가 대부분이었다.
“왜 이렇게 모르는 번호가 많이 들어 왔지?”
정아와 장미도 전화나 문자가 여러 통 들어와 있었다. 또한 그레이스 최와 우먼파워의 편집장 소라에게서도 전화가 왔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기에 불안해졌다.
부르르르!
갑자기 핸드폰이 진동했다. 발신자 번호를 보니 모르는 번호였기에 받지 않았다.
철호가 받지 않아서 끊어졌지만 곧 다른 번호로 전화가 왔다.
짜증이 치밀었지만 참고 전화를 강제로 끊은 다음에 정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정아의 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철호 오빠?
“예, 정아 씨!”
―그동안 왜 연락이 안 되었어요? 나 걱정했어요.
“미안해요. 정아 씨와 만나고 집으로 돌아와서 그동안 집 안에서 수련하느라 핸드폰을 꺼놓았어요.”
―그랬었구나. 오빠, 그동안 텔레비전도 안 보았죠?
“예, 무슨 일 있었나요?”
―역시 그랬구나. 오빠와 만난 다음날에 여자들을 강간하고 죽이는 해골이라는 범인이 한강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어요.
“예? 그게 정말입니까?”
―예,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오빠가 아주 유명해졌다는 거예요.
“내가 유명해져요? 왜요?”
―오빠가 나와 피자 광고 찍었잖아요.
“피자 광고? 아… 그랬었죠. 그것하고 내가 유명해진 거하고 연관이 있나요?”
―그 피자 광고 때문에 갑자기 오빠가 유명해졌는데 명품 P사의 신상 고급 시계 화보가 나와 더 난리가 났었어요. 너무 멋있다고요.
“으음… 그랬었군요.”
―인터넷에서 오빠에 관한 옛 사진들이 올라와 또 한 번 시끄러웠어요. 옛날 사진과 지금의 모습이 너무 다르다고요. 성형수술을 했다 안 했다 하면서 시끄러운데 우먼파워에서 8월호가 예정보다 10일이나 일찍 발간이 되었는데 품절이 되었어요.
“그거 잘되었네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문제는 우먼파워에 오빠의 화보가 나왔는데 기본적인 신상에 관한 정보도 있었어요. 지금 방송국과 연예계의 기자들은 오빠와 인터뷰를 하려고 난리예요. 어쩌면 오빠의 빌라 주변에 취재하려고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요.
“으음… 어쩐지 나의 핸드폰에 모르는 번호가 많이 들어와 있다 했어요. 그렇다고 설마 나의 집 앞까지 와 있을라고요?”
―오빠는 연예부 기자들을 잘 모라서 그래요. 얼마나 집요한데요.
“으음…그렇다면 앞으로 외출하는 것도 신경 쓰이겠는데요? 지금 뭐해요?”
―일일드라마 촬영하다가 잠시 휴식 시간이라서 전화 받은 거예요.
“그럼 오늘 만나긴 어렵겠네요?”
―새벽까지 촬영해야 하기에 그럴 거 같아요.
“그럼 오늘 외출해서 새 핸드폰 하나 구입하여 다시 전화할게요. 이 번호는 너무 알려져서 받기 어려워요.”
―오빠, 잘 생각했어요. 어쩌면 드라마 촬영 때문에 전화를 못 받을 수도 있으니 문자로 꼭 전화번호 넣어 주세요.
“그렇게 할게요.”
핸드폰을 내려놓은 철호는 다른 곳에 전화를 하기가 겁이 났다.
턱을 만지작거리면서 고민하다가 빌라 밖을 투시해 보았다.
역시나 낯선 사람들이 길가나 주차장, 화단 등, 곳곳에 2∼3명씩 모여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정장을 입은 사람도 보이고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사람도 있었다.
철호는 운동화를 신고 3백 미터 거리의 길가에 주차되어 있는 트럭 옆으로 순간이동했다.
사람들에게 들키면 안 되었기에 즉시 투명화 마법을 펼쳤다.
아직 실험은 해 보지 않았지만 한꺼번에 두 가지 마법을 펼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플라이 마법을 펼쳤다.
그런데 두 가지 마법이 성공적으로 펼쳐졌다.
공중을 가로질러 날아 핸드폰 가게가 보이자 옆의 골목에 내려섰다.
사람들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투명화 마법을 해제하고는 골목을 나와 핸드폰 가게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핸드폰을 하나 구입하려고 하는데 요즘 인기 있는 게 어떤 겁니까?”
“이 모델이 잘 나갑니다.”
직원이 권해 주는 핸드폰을 살펴보니 디자인과 성능이 마음에 들어 그것으로 선택했다.
직원은 철호의 요청에 따라 바로 개통을 해 주었다.
“혹시 김철호 씨 아니십니까?”
“예? 맞습니다만 어떻게 아셨습니까?”
“요즘 여성들에게 최고 인기 있는 분이신데 당연히 알죠.”
“그렇습니까? 전 그런 줄 처음 알았네요?”
“예? 요즘 난리인데 몰랐다고요?”
직원이 철호의 얼굴을 보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는지 약간의 설명을 해 주었다.
“요즘 연예 뉴스에서 철호 씨에 관한 기사가 가장 많이 나옵니다. 성형을 했네, 안 했네 하면서 난리입니다. 그런데 정말 성형하신 거 아니시죠?”
“예, 성형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하…전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워낙 잘생기셔서 그런 오해를 받는 걸 겁니다. 저희 가게에 들러 주셨는데 사진 한 장 찍고 사인 하나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예, 그러죠.”
철호와 직원이 다정하게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철호가 사인을 해 주자 직원이 핸드폰 액세서리를 내밀면서 말했다.
“이건 서비스입니다. 그리고 핸드폰을 20% 할인해 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