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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1(22화)
제9장 유명세(3)
핸드폰 가게를 나온 철호는 이제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 있는 백금 반지 아티팩트를 손가락에 끼고 있었기에 은행에서 현금을 찾아 넣어 놓으려고 근처 은행으로 들어갔다.
“꺄아악, 철호다.”
“너무 멋있어.”
갑자기 은행에서 돈을 찾던 여자들이 난리였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은행으로 들어서는 철호를 보고는 몰려들자 당황했다.
‘이 사람들 뭐야?’
은행의 청원 경찰이 몰려드는 사람들 앞을 가로 막았다. 그제야 사람들이 진정했다.
철호는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다.
사람들은 철호를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쳐다보았다. 짜증이 치밀 정도였지만 그렇다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화를 낼 수도 없었기에 참았다.
여자들은 핸드폰으로 철호의 모습을 마구 찍었다.
대리가 철호에게 다가오더니 말했다.
“사람들 때문에 불편하신 거 같은데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는 상담실로 가시죠.”
“예, 고맙습니다.”
철호가 은행 대리를 따라 상담실로 들어갔다.
“어떻게 도와 드릴까요?”
“예, 5천만 원을 모두 현금으로 찾았으면 하는데요.”
“예, 알겠습니다. 즉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은행 여직원이 녹차를 가지고 들어와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이거 마시세요.”
“감사합니다.”
여직원이 나가고 대리라는 남자가 다시 들어왔다.
철호가 요청한 대로 만 원권으로 5천만 원이었다.
“더 필요하신 건 없으십니까?”
“예, 없습니다.”
“그러시다면 사진한 장 찍어도 되겠습니까?”
“예, 그러죠.”
대리가 손짓하자 밖에서 기다리던 여직원들이 재빨리 우루루 들어오더니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청원경찰은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혹시 사인도 필요한 겁니까?”
“예? 사인도 해 주시면 저희들이야 고맙죠.”
철호는 사인을 열 장 해 주고 현금이 들어 있는 쇼핑백을 손에 들고 은행을 나섰다.
이미 은행 주위에는 여자들이 수십 명이나 모여 있었는데 철호를 따라왔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철호를 따라가자 사람들이 점점 많이 모여들었다.
도저히 걸어서 다닐 수가 없게 된 철호는 빈 택시를 타면서 쇼핑백에 들어 있는 현금은 마법의 공간에 집어넣었다. 쇼핑백은 텅 비어 있었지만 형식적으로 들고서 택시에 탔다.
‘젠장, 유명해지는 것도 이렇게 피곤한지 몰랐군?’
철호는 인기 연예인들이 밖으로 함부로 나돌아 다니지 못하는 게 이해가 되었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하니까 정신적으로 피로했다.
철호는 택시를 타고 개나리 빌라로 향하다가 길가에 냉면집이 보이자 택시에서 내려 그곳으로 들어갔다.
시원한 냉면이라도 먹고 들어가려는 생각이었다. 맛 집으로 소문난 곳이기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냉면을 먹고 있었다.
철호는 빈 쇼핑백은 휴지통에 버리고 빈자리에 앉았다.
물냉면 곱빼기와 김치 만두를 주문했고 음식은 금방 나왔다. 물냉면을 먹어 보니 평소 먹던 대로 시원하고 맛있었고 김치 만두도 그랬다. 그런데 김치만두가 평소보다 6개나 더 있었다. 직원이 철호를 알아보고 더 담아 준 모양이었다. 어쨌든 철호가 물냉면과 김치 만두를 맛있게 먹었다.
개나리 빌라까지는 수백 미터밖에 안 되기에 인도를 걸었다.
개나리 빌라 주위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철호를 발견하고는 몰려왔다.
연예부 기자들은 철호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고 방송국 카메라맨들은 철호의 모습을 촬영했다.
철호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개나리 빌라의 입구로 들어왔다.
기자들이 뒤따라오고 싶었지만 경비원들이 앞을 가로막았기에 더 이상 접근하지는 못하였다.
철호가 계단으로 올라가는데 보라가 내려오다가 마주쳤다.
“아주 유명해져서 좋겠네요?”
“……!”
철호는 보라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계단을 올라가자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보라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철호는 무시하고 빌라의 문을 열고 들어가 버렸다.
빌라 안으로 들어오고서야 마음이 좀 편해졌지만 피곤한 외출이었다.
“으음… 유명세 때문에 앞으로 외출하기 힘들겠어.”
철호가 빌라에서 쉬고 있을 때 철호의 외출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 인터넷이나 블로그에 올라와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우와, 일상적인 모습도 화보네, 화보.”
“정말 멋있어.”
여자들은 인터넷에 올라온 철호의 사진들을 복사해 자신들의 미니홈피에 저장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철호의 인기와 관심은 더 높아졌다.
부르르르!
철호의 새 핸드폰이 진동했다.
오늘 새로 구입한 핸드폰이고 개통한 번호이기에 이 번호를 알고 있는 건 정아뿐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고 낯선 전화가 온 것인지 궁금했지만 일단 받아 보았다.
―여보세요?
“누구십니까?”
―김철호 씨 핸드폰 아닙니까?
“맞습니다만 누구시죠?”
―최동국입니다.
“누구신지 잘 모르겠는데요?”
―얼마 전에 정아와 함께 피자 광고를 찍은 촬영감독 최동국입니다.
“아… 이제야 기억납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저에게 무슨 일로 전화를 하신 겁니까?”
―철호 씨에게 좋은 조건의 광고가 들어와서 의견을 물어보기 위해 전화했습니다.
“예? 저에게 광고를요?”
―그렇습니다. 최고 커피 회사에서 하는 커피 광고인데 해 보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3개월 단발에 2억입니다.
“예? 그렇게나 많습니까?”
―철호 씨의 인기가 좋아서 광고 모델료가 높은 겁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조건이 좋으니 하겠습니다.”
―잘 생각했습니다. 그럼 내일 압구정동의 아트 스튜디오로 오후 4시 어떻습니까?
“저는 좋습니다.”
―그럼 최고 커피 회사의 담당자와 그렇게 약속을 잡아 놓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오후 4시에 아트 스튜디오에서 뵙겠습니다.”
철호는 광고 모델료가 2억이라는 말에 멍한 표정이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잘 믿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름난 촬영감독이 자신에게 이런 농담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으음… 명품 P사의 화보 촬영에도 신인이지만 파격적으로 5천만 원을 받았는데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2억이라니 놀랍군? 설마 농담은 아니겠지?”
철호의 새 핸드폰에 또 전화가 왔다.
이번에도 역시 모르는 낯선 번호였지만 받아 보았다.
―김철호 씨 핸드폰입니까?
“그런데요? 누구십니까?”
―전 농민라면의 팀장을 맡고 있는 유현식이라 합니다.
“예? 농민라면이라고요?”
철호가 알기로는 농민라면은 한국에서 라면 회사로는 2위에 올라 있는 큰 회사였다. 이름난 연예인치고 농민라면 광고를 찍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습니다. 이번에 저희 회사에서 새로 개발한 라면의 모델로 철호 씨를 써 보려고 하는데 시간 좀 내 주시겠습니까? 내일 시간이 어떻습니까?
“내일 오후에는 최고 커피와 광고 계약을 해야 하는데요.”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커피와 라면은 분야가 다르기에 전속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계약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시다면 내일 오후 4시에 아트 스튜디오로 오시겠습니까?”
―아트 스튜디오라면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라면 광고도 그곳에서 찍곤 하거든요.
“그렇습니까? 그럼 잘되었네요. 내일 그곳에서 만났으면 합니다.”
―좋습니다. 그럼 내일 그곳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다음날 오후에 철호가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게 아트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그런데 최고 커피 회사의 광고 담당자와 농민라면의 담당자가 먼저 와서 촬영감독 최동국과 차를 마시고 있었다.
“최 감독님, 안녕하십니까?”
“아… 철호 씨, 어서 오십시오.”
철호는 최 감독과 악수하자 그가 남자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철호 씨, 이쪽은 최고 커피 회사의 광고 담당자이신 이혁준 팀장님이시고, 이쪽은 농민라면의 유현식 팀장님이십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철호라 합니다.”
철호는 이 팀장과 유 팀장과 서로 악수하고는 소파에 앉았다.
최고 커피 회사의 이 팀장이 먼저 계약서를 꺼내면서 설명했는데 철호가 알고 있는 계약 조건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철호 씨, 3개월 단발에 2억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대로군요. 그런데 다른 광고를 계약해도 됩니까?”
“물론입니다. 다만 저희와 같은 커피 업종만 피해 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촬영은 언제 합니까?”
“준비를 해야 하니까 3일 정도면 될 겁니다.”
철호는 머리를 끄덕이고는 최고 커피 회사의 이 팀장이 내민 계약서를 읽어 보고는 도장을 찍어 한부씩 나누었다.
커피 회사와 광고 계약이 성사되자 이번에는 농민라면의 유 팀장이 계약서를 꺼내더니 설명했다.
역시나 농민라면도 3개월 단발에 광고모델료는 2억이었다.
“유 팀장님도 들으셨겠지만 최고 커피와 3일 후에 촬영을 하는데 농민라면은 언제가 좋겠습니까?”
“저희는 최고 커피 광고를 찍은 다음에 원하는 날 찍어도 됩니다.”
“저는 커피 광고를 찍은 다음날에 촬영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저희는 새로 출시되는 라면이 8월에 나가야 하는데 빨리 찍어서 광고가 나가면 그만큼 좋으니까 말입니다.”
“예, 그게 좋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철호는 3일 후에 커피 광고를 찍고 다음날 농민라면의 새로 출시되는 라면 광고를 찍기로 했다.
철호는 최 감독과 저녁을 먹고 택시를 타고 빌라 앞에서 내렸다.
여전히 개나리 빌라 주위에는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철호가 택시에서 내리자 우루루 몰려왔다.
철호는 기자들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섰다.
“무슨 일입니까?”
“철호 씨, 인터뷰 좀 합시다.”
“여기 계시는 분들이 전부 저와 인터뷰를 하려고 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소속된 회사는 다르지만 인터뷰 때문에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기자들의 집요함에 철호는 혀를 내둘렀다.
언제까지 피할 수만 없었기에 인터뷰에 응하기로 했다. 화단 앞에 간이 의자를 놓고 철호가 앉자 주위를 기자들이 둘러싸고는 인터뷰를 시작하였다.
기자들은 철호에 대하여 사소한 것들까지 물어보았고 성실하게 대답해 주었다. 워낙 철호가 인터뷰에 성실하게 임하자 어떤 기자는 철호의 근육을 보고 싶다는 말에 웃옷을 벗어 보여 주기까지 했다. 철호의 잘 발달된 근육질의 멋진 몸에 기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느새 주위에는 개나리 빌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길을 걸어가던 사람까지 수백 명이나 몰려들어 인터뷰를 구경했다.
한 시간 동안이나 이어진 인터뷰를 마치고서야 철호는 개나리 빌라로 들어갈 수 있었고, 기자들은 만족한 표정으로 각자 돌아갔다.
다음날 연예 프로와 스포츠 신문에서 철호의 인터뷰 기사가 실려 사람들의 궁금증을 일부 풀어 주었다.
오후에는 철호의 새 핸드폰으로 각 회사의 광고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월드 핸드폰 광고, 남성 화장품 바르니 로션 광고, 최고 카드 광고, 쿨 맥주 광고, 더블유 자동차 광고, 남성 정장 프리월 광고, 베스트 구두 광고, 레미 아파트 광고, 대형 텔레비전 블루문 광고까지 무려 열 편의 광고였다.
다음 날 철호는 청담동의 커피 전문점 비너스에서 그들을 만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3개월 단발 2억으로 계약해 무려 20억의 소득을 올리게 되었으며, 최고 커피와 농민라면까지 포함하면 24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