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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1(23화)
제9장 유명세(4)
촤르르르!
철호는 한창 안경나라의 안경 광고를 촬영하고 있었다.
이미 최고 커피의 텔레비전 광고 촬영과 화보 촬영을 시작으로 다음 날 오전에 농민라면의 광고를 찍었고 오후에는 월드 핸드폰 광고와 남성 화장품 바르니 로션광고 촬영을 했다. 다음날에도 최고 카드 광고와 쿨 맥주 광고를 촬영했다.
보통 이정도로 광고 촬영을 강행하면 모델이 쓰러질 수도 있었는데 철호는 넘치는 체력으로 이겨내었다.
줄지어 잡혀 있는 광고 12개를 모두 다 촬영했고 새로 계약한 광고 7개는 광고모델료가 올라 3억에 계약한 것이었다.
단기간에 철호는 광고 수익으로 45억을 올렸고 세금을 제하더라도 40억이 넘는 돈을 벌어 들였다.
어쨌든 철호는 새로 계약한 7개의 광고 중에 6개의 촬영은 끝이 났고 이제 촬영 중인 안경나라의 광고만 끝이 나면 모든 계약된 광고 촬영은 끝이었다.
철호가 감독이 요구하는 대로 멋진 포즈를 취해 주었고 그렇게 촬영은 끝이 났다.
“철호 씨, 수고 했습니다.”
“감독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철호는 감독을 비롯하여 스탭들에게 전부 인사하고는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휴우… 광고를 촬영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이었어.’
부르르르!
철호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발신자 번호를 확인해 보니 장미였다.
최근 철호가 광고 촬영 등으로 바빠서 제대로 연락조차 못하고 있었다.
“여보세요?”
―나야, 장미.
“알아, 어쩐 일이야?”
―이젠 만나는 건 고사하고 연락하는 것조차 어렵네?
“광고 촬영이 계속 예정되어 있어서 그랬어. 이젠 계약한 광고를 전부 촬영했어.”
―그래? 그럼 여기로 올 수 있어?
“그곳이 어디인데?”
―여긴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의 맛 집으로 알려진 최고 곱창집이야. 알아?
“어, 거기 알아.”
―그럼 이곳으로 와.
“알았어, 20분이면 될 거야.”
철호는 돈은 있었지만 아직 자가용은 없었다.
그래서 외출할 때 쓰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는 택시를 타고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로 향했다.
택시에서 내린 철호는 최고 곱창집으로 걸어가는데 사람들이 알아보고는 모여들었다. 모자를 눌러 쓰고 있었지만 키가 크고 근육질의 몸이었기에 철호를 바로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조금만 지나면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 것인데 다행히 최고 곱창집이 20미터 앞에 있었기에 그곳으로 들어갔다.
곱창을 구워 먹던 손님들이 철호를 쳐다보았지만 신경 쓰지 않고 바로 안쪽으로 들어갔다.
칸막이가 되어 있는 곳이었는데 장미가 앉아서 곱창을 구워 먹고 있었다.
“철호 씨, 빨리 왔네?”
“어, 청담동에 있었기에 가까워서 빨리 올 수 있었어.”
“요즘 바쁘다며?”
“밀려드는 광고를 찍느라 그동안 정신없었어.”
장미는 사람을 통하여 철호에 관한 일정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철호 씨는 광고 촬영이 적성에 맞는가 봐?”
“어, 그런 거 같아. 이젠 얼굴이 알려져서 수익도 좋아.”
“내 술 한 잔 받아.”
“미안하지만 술을 안 마셔.”
“내손이 미안하게 이럴 거야?”
장미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철호는 어쩔 수 없이 소주잔을 내밀어 한 잔했다.
장미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소주를 마셨고 곱창을 먹었다.
어느새 빈 소주병이 2병으로 늘어나 장미가 한 병 조금 넘게 마셨고 나머지는 철호가 마셨다.
로렌스 마나심법을 수련하기에 이 정도 술에는 약간 취하는 정도였다. 설사 술에 취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해독 마법으로 취기를 깨끗하게 해독할 수 있었다.
철호는 그레이스 최에게서 장미가 대기업인 한반도 그룹의 회장 딸이라는 걸 알고는 만나는 것과 연락하는 것을 그동안 자제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피하지 못하고 이렇게 장미와 같이 술과 곱창을 구워 먹고 있었다.
장미가 술에 취해 잠들었다.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철호는 이제 일어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손목시계를 보니 어느덧 자정이 넘어 있었다.
술값을 치른 철호는 장미를 업고 뒷문으로 나와 길 건너에 모텔들이 보였기에 그곳으로 향했다.
철호는 모텔 특실로 장미를 업고 들어가 침대에 눕혔다.
장미의 핸드백은 한쪽에 내려놓았다.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장미의 구두를 벗겨 주고 투피스도 벗기려고 하다가 멈추었다.
아직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미녀의 옷을 함부로 벗길 용기는 없었다.
장미에게 이불을 덮어 주고 잠시 머리를 만지작거리다가 일어났다. 그런데 장미가 철호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가지 마!”
“뭐라고?”
“가지 말라고, 오늘밤 나와 같이 있어.”
“그…그건 안 돼!”
철호가 거부하자 장미가 상체를 일으키더니 옷을 벗었다. 섹시한 장미의 몸매와 속옷이 들어났다.
장미의 치명적인 유혹에 철호의 마음도 흔들렸다.
일단 철호의 마음이 흔들리자 장미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하기 위하여 철호의 목을 잡고 키스했다.
장미의 기습적인 키스에 철호는 당황했다.
“이러지마, 장미야!”
“날 왜 거부하는 거지?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어?”
“그…그건 아니야. 난 단지 네가 부담스러워.”
철호는 재빨리 특실을 나와 모텔의 뒷문으로 나왔다. 그런데 불빛이 없는 곳에 서 있는 남자가 은밀하게 사진을 찍었다.
철호는 그것도 모른 채 택시를 타고 개나리 빌라로 돌아갔다.
남자는 철호가 택시를 타고 떠나는 걸 확인하고는 모텔 주위에서 장미를 기다렸다.
장미는 어느새 벗은 옷을 입고 모텔을 걸어 나왔고 그 남자가 다가와 말했다.
“아가씨, 말씀하신 대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한 비서, 잘했어요.”
“그런데 아가씨, 저는 이렇게까지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와서 후회한다는 말인가요?”
“그…그건 아닙니다.”
“그럼 찍은 사진이나 잘 현상해서 나에게 가져와요.”
“으음…알겠습니다.”
“나의 차는 가져왔나요?”
“예, 아가씨. 저쪽에 주차해 놓았습니다.”
한 비서라는 남자와 장미는 주차장으로 가서 벤츠를 타고 사라졌다.
음모의 냄새가 짙게 나는 밤이었다.
제10장 스캔들(1)
광복절 기념 마라톤 대회.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하고 있는데 풀, 하프, 10킬로미터, 5킬로미터로 되어 있는 대회였다.
잠실에서 출발하여 주변 도로를 돌아오는 코스였는데 국제대회는 아니었지만 국내 마라톤 대회에서는 제법 이름이 알려져 있어서 참여하는 선수들이 2천 명은 넘는 대회였다.
연예인들도 몇 명은 매년 참여하는데 올해는 10여 명이나 참여하게 되었고 그중 철호가 참여한다는 게 알려지면서 참가 신청을 하는 여성들이 대거 늘어나 5천 명 가까이 되었고 대회 주최측에서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는 후문이었다.
이례적으로 방송국에서 나온 취재진들이 중계를 하였다.
철호는 자신의 체력을 알아본다는 취지에서 하프코스에 도전했다. 처음부터 풀코스를 도전한다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거 같아서 하프코스로 선택했는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앙!
출발 소리가 울리자 마라톤 선수들이 우루루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철호는 선두로 치고 나오면서 빠르게 달려 나갔다.
마라톤 선수들은 빠르게 달려 나가는 철호를 보면서 비웃었다. 마라톤은 아무리 하프코스라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게 달리면 나중에는 완주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철호는 상상 그 이상의 놀라운 체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기록이 좋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거 같아서 손목시계를 힐끔거리면서 시간을 맞추었다.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면서 어떻게 달려야 할지 분석해 두었기에 지금 이 정도의 속도로 달리는 건 철호에게는 정상적이었다.
방송국 차량이 철호와 나란히 달리면서 카메라맨이 촬영에 신경 쓰고 있었다. 철호는 카메라맨에게 손을 흔드는 여유를 보이면서 활짝 웃어 주었다.
5킬로미터를 달렸는데도 불구하고 철호는 전혀 지치지 않았다. 오히려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해 보니 예상 시간보다 약간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약간씩 속도를 줄이면서 달렸다.
정상급 마라톤 선수들이 철호와 30미터 거리까지 추격해 왔다.
철호는 비록 하프코스에 참여한 선수이지만 그들에게 질 생각은 없었기에 속도를 조금 올리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종전의 하프마라톤 세계신기록은 58분 대였는데 철호는 60분 안으로만 결승점으로 들어오자는 생각으로 달렸다.
마라톤 중계를 하던 아나운서는 철호의 놀라운 질주에 흥분했다.
마라톤 대회에 첫 출전하는 선수가 이렇게 놀라운 기량을 보여 주는 건 아주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철호는 59분 51초에 통과했는데 이 기록은 하프코스 한국 신기록이었다.
리포터가 철호에게 다가와 인터뷰를 했다.
“김철호 선수, 정말 놀라운 하프코스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했는데요. 소감 한마디 부탁합니다.”
“마라톤 대회는 첫 출전이고 풀코스는 어려울 거 같아서 하프코스에 출전했는데 좋은 성격으로 들어와서 기쁩니다.”
“하프코스 통과가 59분 51초는 세계적인 정상급 선수들이나 하는 기록인데 정말 대단합니다. 한국 신기록인 건 아시죠?”
“예, 알고는 있었지만 제가 기록을 세울 줄은 몰랐습니다.”
“김철호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이번 마라톤 대회를 위해 평소 달리기 훈련을 많이 하신 겁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자신감은 있었기에 출전한 것입니다.”
“김철호 선수, 팬들에게 멋진 복근을 한 번 보여 주실 수 있습니까?”
리포터의 다소 황당한 요구가 있었지만 철호는 씨익 웃으면서 복근을 보여 주었다.
선명하고 멋진 철호의 복근에 리포터가 더 좋아했다.
철호의 하프코스 1등이면서 한국 신기록 수립을 한 기념식이 열렸고 그걸 카메라맨이 촬영했다.
오늘의 최대 이슈는 철호의 하프코스 1등과 한국 신기록 수립이었다.
인천 제2국제여객터미널.
청도에서 출항한 한중 카페리가 16시간의 긴 항해로 인천 제2국제여객터미널로 들어오고 있었다.
승객 630명을 승선해 있었는데 선실 중에서 로얄실에는 공식적으로 2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묵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로얄실에는 5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모여 있었다.
세 명의 남자들은 각자 회색 배낭을 하나씩 메고 있었으며, 나머지 두 명의 남자들은 여행용 하드케이스 가방을 잡고 있었다.
회색 배낭을 메고 있는 세 명의 남자들 중에 앞니 하나가 약간 부러진 남자가 나직하게 말했다.
“이번에도 멋지게 성공하자.”
“예, 조장님!”
“좋아, 곧 카페리가 제2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할 것이다. 너희 2조 두 명은 평소 하던 대로 여행용 하드케이스 가방을 끌고 내리면 된다. 나와 1조는 조용히 입국장을 빠져나가기만 하면 된다. 절대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니 명심해라.”
“예, 알겠습니다.”
“좋아, 준비해라!”
5명의 남자들은 서로 손바닥을 한곳으로 모으더니 나직하게 말했다.
“성공을 위하여!”
“위하여!”
한중 카페리가 인천 제2국제여객터미널에 정박하자 승객들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로얄실에 있던 두 명의 남자들은 머리를 끄덕이자 배낭을 메고 있던 세 명의 남자들이 순간 흩어지듯이 사라졌다.
그제야 두 명의 남자들이 여행용 하드케이스 가방을 끌고 선실을 나갔다.
두 명의 남자들은 다른 승객들처럼 줄을 서서 입국 수속을 했다. 직원이 여행용 하드케이스 가방을 열어 보니 중국 술 한 병과 청도에서 구입한 약간의 기념품, 옷과 속옷이 들어 있었다. 불법적인 물건들이 없고 간단한 선물과 물건밖에 없었기에 금방 통과했다.
이들이 인천 제2국제여객터미널 건물을 나오자 길가에 12인승 은색 승합차 한 대와 승용차 한 대가 대기해 있었다.
승합차의 옆문이 열리자 두 명의 남자들이 탔는데 실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 명의 남자들도 탔다.
승용차와 승합차가 즉시 출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