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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1(24화)
제10장 스캔들(2)
스스슷!
승합차 속에 세 명의 남자들이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초능력자들로 한 시간 동안 투명인간이 될 수 있었다.
“하하하… 성공했다.”
“그렇습니다. 조장님!”
“능력으로 투명인간이 되는데 누가 우릴 찾아내겠습니까?”
승용차와 승합차는 10분 정도를 달려 인천 중구청 부근의 허름한 창고 속으로 들어갔다.
창고 속에는 백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서 있었으며, 한쪽에는 승합차 7대와 승용차 5대가 각각 대기해 있었다.
창고의 가운데에는 원형 나무 탁자가 놓여 있었다.
승합차에서 5명의 남자들이 내렸는데 앞니가 약간 부러진 조장과 두 명의 조원들이 메고 있는 회색 배낭을 나무 탁자에 올려놓았다.
배가 심하게 튀어나온 비만의 남자가 시가를 입에 물고는 나무 탁자로 다가와 말했다.
“제9조장, 이번에도 임무를 성공했군?”
“예, 서방단주님!”
“제9조장이 배낭을 열어 봐.”
“예, 알겠습니다.”
앞니가 약간 부러진 제9조장이 배낭을 열어 그 속에 들어 있는 것을 꺼내었다. 투명한 큰 비닐 지퍼백이 11개나 되었다.
왼쪽의 지퍼백 하나를 열자 그 속에 작은 지퍼백 열 개가 들어 있었다. 작은 지퍼백 하나에는 놀랍게도 시가 천만 원짜리 1캐럿 다이아몬드가 백 개나 들어 있었다. 모두 열 개였으니 천 개였으며, 시가로 백억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10개의 지퍼백 속에는 모두 하얀 가루가 들어 있었다.
이 가루는 메스암페타민 일명 히로뽕이었다.
일 킬로그램짜리 열 개 즉, 10킬로그램의 마약이었는데 시가로 2백억이었다.
서방단주는 다이아몬드와 마약을 확인하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 아주 좋아!”
제9조장은 나머지 두 개의 배낭도 열어 그 속에 들어 있던 걸 꺼내어 놓았다. 일 킬로그램짜리 금괴 50개가 끈으로 잘 묶여 있는 거 두 개였다.
모두 백 킬로그램의 금괴로 국제 금시세가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킬로그램 당 시세 차가 백만 원이었기에 이걸 모두 처분하면 일억 원이나 되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와 마약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서방단주가 손짓하자 오른쪽 뺨에 세로로 칼자국이 있는 남자가 10명의 남자들을 이끌고 다가왔다.
“다이아몬드와 마약은 서울 지부로 가져가야 하니까 여행용 하드케이스 가방을 올려놓아라.”
“예, 서방단주님!”
칼자국 남자는 즉시 나무 탁자 위에 은색의 여행용 하드케이스 가방을 올려놓았다.
서방단주는 직접 다이아몬드와 마약을 안에 넣어 주고는 닫았다.
“경찰에 발각당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서 운반해야 한다.”
“잘 알고 있습니다.”
철컥!
서방단주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칼자국 남자의 팔목에 지피에스(GPS)가 장착된 팔찌를 채웠다.
서울 지부의 지부장이 열쇠를 가지고 있기에 그가 풀어줄 수 있었다. 만약 무리하게 장비로 팔찌를 파괴하거나 끊으면 폭발하여 팔목이 날아간다.
칼자국 남자가 대기해 있는 3대의 승용차 중에 가운데 차에 탔다. 나머지 10명은 3대의 승용차에 나누어 타고는 즉시 창고를 나갔다.
이들은 서울 지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
서방단주는 금괴를 배낭에 다시 넣고는 대기해 있는 승용차에 타고 창고를 떠났다.
창고 속에 남아 있던 자들도 신속하게 대기해 있는 승합차와 승용차에 나누어 타고는 떠났다.
종로 귀금속 거리.
한국의 금은방 1번지로 통하는 종로 일대의 귀금속 거리에는 2천 개가 넘는 귀금속 액세서리 제조 및 판매하는 상점이 있었다.
종로 귀금속 거리 입구가 바라보이는 곳에 종로 경찰서 소속 형사 9명이 승합차에서 잠복근무를 하고 있었다. 최근 금괴 밀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이었다.
저녁 7시에 오토바이 한 대가 ‘골드왕국’ 앞에 멈추었다.
뒤에 타고 있던 자가 내리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자는 시동도 끄지 않고 그대로 대기해 있었다.
조수석에 앉아 담배를 피우던 한용진 반장이 말했다.
“저 오토바이 놈들이야!”
“맞습니다. 반장님!”
“어서 저놈들을 잡아!”
승합차의 옆문을 열고 형사들이 재빨리 달려 나갔다.
골드왕국으로 들어간 남자는 오토바이 안전모를 쓰고 있어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는 말없이 메고 있는 작은 가방에서 검은 비닐을 주인에게 내밀었고 주인은 검은 비닐을 한 번 살펴보고는 머리를 끄덕이면서 진열장 밑에 놓아두었던 검은 비닐을 꺼내어 남자에게 내밀었다.
남자도 골드왕국의 주인이 내민 검은 비닐 속에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머리를 끄덕이며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불과 일 분 만에 거래가 이루어졌다.
남자가 골드왕국을 나오는데 어느새 잠복해 있었던 형사들이 오토바이 운전사를 제압해서 수갑을 채우고 있었다.
형사들이 잠복해 있을 줄 몰랐던 남자는 순간 당황했다. 그렇다고 순순히 체포될 순 없었기에 양손을 가슴 앞으로 들어 올렸다.
형사들은 피식거렸다.
아무리 싸움에 자신이 있더라도 상대는 이런 일에 이골이 난 형사들이었다.
이경수 형사가 안전모를 쓰고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
“우리 잠복근무 하느라 피곤하니 순순히 붙잡혀라!”
“……!”
안전모의 남자는 도망가려고 하는지 주위를 살폈다.
형사 두 명은 오토바이 운전사를 제압해 붙잡고 있었고 5명의 형사들이 남자를 포위한 상태이기에 형사들은 방심하고 있었다.
퍼억!
“우욱!”
어느새 안전모 남자의 기습적인 스트레이트에 턱을 맞은 이 형사가 휘청거렸다.
형사들은 깜짝 놀랐다. 이 형사는 범인들과 많이 싸운 경험을 가진 노련한 형사였는데 기습 공격을 받고 휘청거릴 줄은 몰랐었다.
그런데 이게 시작이었다.
안전모 남자는 주먹과 발차기가 현란했다.
파파팡! 퍼퍽!
형사들은 안전모 남자의 공격을 받고는 뒤로 밀렸다.
“이익, 이놈!”
이 형사가 화가나 안전모 남자에게 육탄 돌격했지만 그는 어느새 이 형사의 어깨를 붙잡고는 던져 버렸다.
3미터를 나가떨어진 이 형사는 충격이 심한지 일어나지 못하였다.
승합차의 조수석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한 반장과 운전석의 박 형사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는지 승합차에서 내려 달려갔다.
퍼퍼퍽! 빠악!
“커억!”
“아아악!”
안전모 남자에게 얻어맞은 형사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모두 쓰러져 버렸다.
싸움 솜씨가 귀신같은 자였다.
한 반장이 안전모 남자에게 권총을 겨누면서 외쳤다.
“꼼짝 마!”
아무리 싸움 실력이 좋아도 권총에게는 이길 수 없는 게 상식이었다. 모두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순간 안전모 남자가 10미터의 거리를 순간이동하더니 어깨로 한 반장을 받아 버렸다.
한 반장은 뒤로 날아가면서 지금의 상황이 현실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한 반장은 5미터를 날아가 아스팔트에 떨어져 기절했다.
순간 멍한 표정이 된 박 형사가 권총을 꺼내려는데 안전모 남자의 스트레이트에 배를 맞고는 고꾸라졌다.
9명의 형사들을 쓰러뜨린 안전모 남자는 수갑이 채워진 오토바이 운전사에게 다가가더니 수갑을 손으로 뜯어 버렸다.
아무리 힘이 좋아도 수갑을 뜯어 버리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데 안전모 남자는 뜯어 버린 수갑을 보란 듯이 우그러뜨리더니 바닥에 내동댕이 쳐 버리고는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졌다.
이 모습을 우연히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은 남자가 인터넷에 한밤의 결투라는 제목으로 올렸고 종로 경찰서 소속 형사들은 또 한 번 치욕을 당했다.
콰앙!
집무 책상을 내리친 종로 경찰서장은 한 반장과 형사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너희들, 나 옷 벗기려고 작정했어?”
“죄…죄송합니다.”
“이게 죄송하다고 끝날 일이야? 나 이번에 진급하지 못하면 옷 벗어야 돼.”
“……!”
“나 오늘 아무것도 모른 채 서장들 회의에 참석했다가 아주 개망신을 당했어. 9명의 형사들이 용의자 하나를 붙잡지 못해 오히려 당해? 이게 말이 돼?”
종로 경찰서장이 화가 나 흥분하는 것도 형사들은 이해했고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었다.
형사들 자신조차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너희들, 용의자를 붙잡지 못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동영상에는 왜 찍혔어? 전국적으로 종로 경찰서 형사들을 망신시키려고 작정했어?”
“서장님,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뭐라고? 한 반장, 방금 뭐라 했어?”
“서장님,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예, 서장님. 오토바이 안전모를 써서 정체를 알 수 없었던 놈은 초능력을 쓰는 그런 자인 거 같습니다.”
“한 반장, 그게 무슨 황당한 소리야?”
“저도 처음에는 이해를 하지 못하였는데 처음부터 분석해 보니 정말 이상했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10미터 이상의 거리를 두고 제가 권총을 겨누었는데 순간이동을 해 저를 날려 버렸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들은 말로는 그자가 수갑을 손으로 뜯어 버리더니 우그러뜨려 버렸다고 합니다. 또한 노련한 9명의 형사를 상대로 놈은 마치 무협 영화의 고수처럼 형사를 농락하면서 쓰러뜨렸습니다. 이게 과연 보통 사람으로 가능한 일입니까?”
“크흠…그건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군?”
“저도 처음에는 밀수한 금괴를 은밀하게 거래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는 잠복했던 것이었는데 문제는 그놈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 주길 바라는 거야?”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놈은 한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귀금속 상점과 거래하는 게 분명합니다. 처음이라 방심했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입니다.”
잠시 고민하던 서장은 머리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아, 한 반장과 동료 형사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한 번의 기회는 주지. 하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놈들을 사로잡아야 돼.”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좋아, 나가서 잠복을 하도록 해.”
“가…감사합니다. 서장님!”
한 반장과 형사들은 굳어져 있던 얼굴이 펴지면서 나갔다.
끼이익!
문제의 오토바이 한 대가 종로 귀금속 거리의 골드왕국 앞에 멈추었다.
이번에도 뒤에 타고 있던 오토바이 안전모를 쓴 자가 내리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종로 경찰서 소속 한 반장과 형사들은 3일간 잠복근무를 하면서 이들이 다시 나타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형사들은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자는 별 볼 일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전기충격기로 뒤에서 기습해 기절시켰다.
이번에도 안전모 남자는 주인과 신속하게 거래를 마치고는 밖으로 나왔는데 형사들이 포위했다.
아무리 형사들이 싸움 실력이 뛰어나도 자신의 상대가 아니기에 그는 자신 있었다.
형사들이 느닷없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이건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그는 붙잡는 형사들을 집어 던졌다. 80킬로그램 정도 나가는 남자를 한 손으로 집어 던진다는 것은 아무리 괴력을 가지고 있어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안전모 남자는 그걸 가능하게 했다.
5미터를 부웅 날아가 아스팔트에 떨어지면 큰 충격을 받기에 형사들은 낙법을 펼쳐 피해를 최소화했다.
마치 유치원생과 대학생이 서로 싸우는 거 같았다.
형사들은 안전모 남자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러나 형사들도 나름대로 준비하고 온 게 있었다.
전기충격기로 기습 공격을 했다.
파지직!
“끄으으…이런 비겁한?”
털썩!
안전모 남자가 아스팔트에 쓰러졌다. 그제야 형사들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네놈을 잡으려면 비겁해도 어쩔 수 없어.”
“이 형사, 잘했어.”
“반장님, 이제야 놈을 잡았습니다.”
“휴우… 무시무시한 괴력을 소유한 징그러운 놈이었어.”
형사들은 안전모 남자의 손과 발에 수갑을 채웠다.
그것도 부족했는지 끈으로 꽁꽁 묶어서 승합차에 태우더니 종로 경찰서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