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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천 1권(22화)
第六章 후예(6)


당금 무림에서 가장 강자로 꼽히는 무림맹주도 마존의 부친에게는 현저히 부족한 실력임을 감안했을 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태어나 이름밖에 들어 보지 못한 인물이었지만 그와 맞붙을 상상을 하니 온몸의 피가 주체를 하기가 힘이 들었다.
“설마 네가 여기저기서 주워 온 저 녀석들로 화월선자를 상대할 생각은 아니겠지.”
“…….”
솔직히 마존은 바로 대답하기를 꺼려했다.
저들은 자신들의 복수를 위해 모여들었다. 그리고 각자의 복수가 끝나면 어찌 될지는 미지수였다. 그 이후부터는 자신이 강제적으로 할 수가 없는 부분이었다.
마존은 그들에게 복수를 할 수 있는 힘을 주기로 했지, 자신을 도와 화월선자와의 싸움을 함께하자고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삼 년.”
“……?”
뜬금없는 사우의 말에 마존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저기 밖에 나뒹구는 놈들 삼 년 안에 지금의 두 배로 강하게 만들어 놓으마.”
“내가 아는 사우는 남을 가르치는 일에는 흥미가 없을 텐데.”
“사람은 좀 변하는 법이거든.”
“화월선자가 그 녀석을 죽였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아무것도 없어.”
“아니. 이풍 그자가 마인곡으로 가 보라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었을 거야. 그리고 이풍은 화월선자의 등장도 알고 있었겠지.”
“네 말대로 저들은 약해. 충분히 강해질 가능성은 있겠지만 너의 능력이라면 그들의 힘을 빌릴 수 있을 텐데.”
“그들도 그놈을 죽인 자들과 한통속일지도 모르지. 무서워서가 아니라 쉽게 그런 놈들에게 죽을 수는 없잖아. 그렇지? 개죽음은 당하기 싫거든. 주인을 물어 죽인 개들의 마지막 형벌은 내가 내려 줘야 하거든.”
마존은 사우가 표현하지 않아도 자신의 형을 얼마나 따르고 존경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그의 죽음은 사실 마존으로서도 충격이었다.
절대로 죽지 않을 것 같던 그였다. 이 세상 모든 무인들이 달려든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만큼 강했고 철저하게 냉정했던 사람이다. 그와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나눠 본 적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의 만남은 늘 마존에게는 꿈에서도 꾸고 싶지 않을 만큼 강한 인상을 남겨 주곤 했다.
사우의 모습을 보면 그와는 다르지만 같은 느낌을 받곤 한다. 엉뚱하고 돌발 행동을 잘하는 모습은 다르지만 무인으로서의 성장 과정, 그리고 적을 상대할 때의 철저한 계산과 계획으로 이루어지는 행동력.
물론 마존은 그에 대해서 아버지에게 전해 들었기에 실제로 몸으로 체험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딱 세 번의 만남 속에서 본 그는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우와 소름 끼치게 닮아 있었다.
몇 년 만에 만난 사우는 분명 예전과는 기도부터가 달라져 있었다. 엄청난 성장을 한 것이리라.
자신감에 차 있을 만도 했다.
“아버지께서 그러시더군. 받은 만큼 돌려주는 일이 당신께서 정하신 피의 율법이라고.”
“그리고 넌 그 대를 이어 받아 그 피의 율법을 집행할 생각이고.”
사우가 마존의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쳤다.
“삼 년이라고 했지? 기대하고 있으마. 그리고 내가 폐관에서 다시금 나왔을 때는 네놈하고도 맞먹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나오도록 하지.”
“후훗, 기대하지.”


第七章 세상으로(1)


넓고 화려한 내실에서는 하제량이 침중한 표정으로 누군가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방립을 옆구리에 안착시킨 중년인이 무릎을 꿇은 채 그를 올려다봤다.
“독마궁(毒魔宮) 궁주가 죽었다?”
하제량은 어이가 없다는 듯 아니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중년인의 보고를 다시금 확인하려 했다.
“그렇습니다, 원주.”
“하!”
어이가 없었다.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내가 거짓 보고를 할 리는 없었다. 그는 천기원이 배출해 낸 최고의 정보통이었으니까.
“믿을 수가 없군요.”
“저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리고 사흘 전 비밀리에 진행된 독마궁주의 장례식을 제 눈으로 지켜보고 오는 길입니다.”
워낙 중대한 일이라 직접 보고하는 게 옳을 것 같았다는 말을 일부러 삼킨다. 쓸데없는 사설을 좋아하지 않는 하제량을 알기 때문이다.
하제량은 싸늘한 얼굴로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중년인은 한참을 그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누구일 것 같습니까.”
“…….”
“천하에 어느 누가 독마궁의 주인을 독으로 살해할 수가 있는 겁니까. 말씀해 보십시오.”
중년인은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지금 자신의 주인은 터지려는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 그가 천기원의 주인이라는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벌써 그 화를 터트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자리에 있었다. 그게 천기원의 주인으로서 가장 처음으로 갖춰야 하는 덕목이었으니까 말이다.
독마궁은 감숙성에서는 물론 무림에서 독물과 암기로는 따라올 곳이 없었다. 그런 단체의 수장이 독으로 살해당했다는 건 충격적이고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독마궁에서도 궁주의 죽음을 비밀에 부치고 있는 것이리라.
“후우. 사마련주도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그쪽도 자신들의 정보망을 구축해 놓았을 테니까요.”
“…….”
하제량은 다시금 입을 다물었다.
“남북천맹에서 손을 쓴 걸까요.”
중년인이 물었다.
“배신자를 처단했다?”
“독마궁주는 남북천맹에서도 스무 명 안에 드는 강자입니다. 그런 자를 독으로 죽일 인물은 그 안에 있는 자들이라고밖에 생각하기 힘듭니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말이었지만 하제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남북천맹은 그리 호락호락한 단체가 아닙니다. 명실상부 당금 무림을 지배하는 곳입니다. 그런 단체가 사마련의 성장을 모르고 있었을까요? 이미 삼 년 전 천기원이 사마련과 손을 잡을 무렵 아니면 그 이전부터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제가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그겁니다. 차라리 남북천맹에서 손을 쓴 것이라면 이리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번 일에 최악의 경우 제삼자의 세력이 개입이 되어 있다면 천기원과 사마련은 바짝 긴장을 해야 할 처지가 될 것입니다.”
독마궁은 남북천맹 소속인 문파였다. 그리고 삼 년 전부터 사마련과 천기원이 합심하여 독마궁과 몇몇 문파들을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 모으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독마궁주의 독살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하제량으로서는 그동안의 결실이 물거품이 되어 버린 셈이다.
하지만 그의 죽음이 달갑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어마어마한 손실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다만 중요하게 생각할 점은 그를 누가 죽였냐는 것이다.
독천자(毒天子) 유장룡(劉長龍)은 약관의 나이에 독마궁주에 오른 인물이었다. 그리고 역대 궁주들 중 가장 뛰어난 기재로 추앙받던 자이기도 했다. 그런 자를 죽이는 일은 남북천맹에서는 맹주와 부맹주 외에는 가능한 인물이 없었다.
분명 그들은 아니다. 그들이 독마궁주의 배신을 알았다 하더라도 유장룡을 죽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제량은 그들이 사마련을 깔보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천하를 지배하는 단체 남북천맹은 하늘 위에 올라앉아 땅 아래를 내려다보는 무리들이다. 그들에게 사천성의 사마련은 우스워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확실치 않은 이유로 인해 중요한 위치에 있는 유장룡을 죽이지는 않았을 게다.
단언하건대 분명 그를 죽인 건 제삼의 세력임에 틀림없었다.
“전종(全種).”
중년인의 이름을 조용히 불렀다.
“천기원의 모든 인원을 사용해서라도 그자를 죽인 놈을 알아오세요.”
“알겠습니다, 원주.”
분명 쉬운 명령은 아니겠지만 하제량은 그를 믿었다. 자신의 조부를 모셨던 사내, 천기원의 총관 전종을 말이다.

***

그 시각 사마련의 수장인 지청화는 홀로 자신의 집무실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는 예전보다 훨씬 더 빛나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빛을 발하는 건 외모뿐이 아니었다. 풍기는 기도는 훨씬 더 날카로워졌다. 눈빛에서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오자 그녀는 들어 올리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곤 실내로 들어서는 이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어서들 오세요.”
그녀가 맞이한 인물들은 모두 중년인 세 명이었다. 그들은 자신보다 젊은 여인 지청화를 보자마자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갖췄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련주.”
칠 척, 장신인데다 기골이 장대한 중년인이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으며 안부를 물었다.
철혈대제(鐵血大帝) 철대악(鐵大岳)이 바로 그의 이름이자 별호였다.
그가 바로 패천문의 문주이기도 했다.
“철 문주는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많이 바쁘셨나 보아요.”
“하하! 죄송할 따름입니다. 련주도 알다시피 비밀리에 몇몇 애들을 키우느라 한동안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농을 했을 뿐입니다. 철 문주의 노고는 누구보다 제가 더 잘 알지요. 그래 성과는 있으셨나요?”
“기대하셔도 좋으실 겁니다.”
철대악의 자신감에 지청화는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철대악은 호탕하게 웃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지금 그의 모습은 패천문 무인들이 봤다면 엄청난 이질감을 안겨 주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그는 철혈대제 철대악이었다.
강함의 상징이었고 한 문파의 수장이었다. 그리고 사천에서도 가장 거칠다는 패천문의 문주였기에 문도들 앞에서는 항시 근엄하고 차가운 얼굴을 유지하곤 했다.
그런 그가 지청화를 대하는 모습은 꽤나 의외였다.
“련주, 그동안 잘 지내시었소?”
혈의 장포를 입은 중년인의 인상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지청화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따스함이 묻어나 있었다.
“그럼요. 북 문주께서도 얼굴이 많이 좋아 보이시네요.”
지청화는 혈천문(血天門)의 문주 혈월마성(血鉞魔星) 북천휘(北天輝)와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이내 갈색 빛의 무복을 입고 코 밑까지 복면으로 가린 인물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음살문(陰殺門) 문주 살천객(殺千客) 사가훈(史架勳)이 바로 그의 정체였다.
이로써 실내에는 당금 무림에 새로운 반항을 일으킬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인 셈이었다.
바로 사마련의 핵심 세력인 네 개 문파의 수장들이 모두 모였다.
이들은 공통점은 모두가 사천성 출신들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남북천맹이라는 단체에 머물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을 무너트리고 자신들의 세상을 구축하려는 자들이기도 했다.
“소식은 들으셨겠지요.”
세 명의 중년인들과 한 번씩 눈을 마주친 지청화가 입을 열었다.
“꽤나 충격적인 일이더군요.”
철대악이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조금 전 웃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근심이 가득했다.
“독마궁주는 그리 쉽게 죽을 인물이 아니지.”
평소 말이 없고 과묵한 사가훈의 말이었다. 스산하기까지 한 그의 음성은 듣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당금 무림에서 독마궁주를 살해할, 그것도 살수를 흉내 내어 죽을 인물이 몇이나 될까요.”
지청화가 최고의 살수 집단이라는 음살문의 문주 사가훈에게 물었다.
그녀가 그렇게 묻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