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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 엠페러 1(21화)
8장 다이니 경기(3)
바르자크는 잠시도 그 입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스웨인 팀은 이제 끝이야. 메디세 혼자 잘난 척하는 팀이었는데, 그가 없으니까 볼 장 다 본 거지.”
나는 방금 전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서 그를 어깨로 밀어냈다. 그러나 그는 곧 몇 피트나 뒤로 뛰어 쓰러졌고, 심판은 내게 다시 경고를 주면서 마지막 경고라고 무겁게 말했다.
아크바스 왕국에는 대단한 책사가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반칙을 통해 메디세를 제거한 뒤, 껄끄러운 내게 바르자크라는 혹을 붙였다.
스웨인 왕국의 장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모두 제거한 뒤에 큰 점수 차로 앞서 우쭐해 있는 스웨인 팀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이제 경기는 중반전으로 접어들었다. 아직 근소한 스웨인 왕국의 우세였다.
아돈이 잇달아 실수를 했지만, 상대방도 추격에 너무 힘을 뺐는지 쉽게 역전하지 못했다. 경기는 마지막까지 접전으로 흘렀다.
스코어는…….
27 : 26
아직까지는 스웨인 왕국의 리드였다.
그러나 우리는 두 번의 작전시간을 모두 사용했고, 방금 전 부주장인 아돈마저 상대의 반칙에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아돈이 이마의 땀을 닦으면서 말했다.
“이 경기…… 이길 수 없겠어.”
“아크바스 녀석들 비겁한 수를 쓰다니.”
나는 남은 팀원들에게 말했다.
“다들 내게 패스를 해 줘. 내가 반드시 득점을 하겠어.”
아돈에게 주장의 띠를 이어받은 소년이 고개를 저었다.
“녀석들도 남은 점수가 4점밖에 안 돼. 이번 공격을 실패한 후, 녀석들에게 큰 걸 허용하면 경기 끝이야. 루비오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건 너무 위험해. 게다가 루비오 옆에는 바르자크라는 녀석이 있잖아. 그 녀석의 수비는 유명해.”
나는 강한 어조로 말했다.
“위험하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그리고 바르자크는 어떻게 해서든 내가 뚫어 낼 거야.”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부탁이야. 나를 믿어 줘.”
이때 주장인 메디세가 나섰다. 그가 나를 향해 말했다.
“루비오, 자신 있어?”
그는 부상 이후 줄곧 벤치에서 작전을 마지막 작전을 지시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눈을 응시하면서 대답했다.
“물론.”
메디세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좋아. 다들 루비오에게 패스해. 어떻게 되든지 루비오에게 맡기는 거야.”
다른 소년들이 고개를 저었다.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루비오에게 공을 맡겨서 뭘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장…….”
“주장, 난 반대야. 루비오는 초보잖아.”
“그래, 초보에게 마지막 공격을 맡길 수는 없어. 이건 결정적인 기회라고.”
그러나 메디세는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다들…… 알고 있잖아. 루비오가 있었기 때문에 저 난폭한 녀석들이 공격 때 주먹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한 것을. 만약 루비오가 없었다면 나와 아돈만으로 끝나지 않았을 거야. 녀석들은 그만큼 질이 안 좋은 녀석들이야. 우린 지금까지 루비오에게 의지해 왔어. 그러니 루비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자. 좋은 기회잖아? 루비오의 진짜 실력을 볼 수 있는. 안 그래?”
“주장…….”
아돈이 미간을 좁히면서 말했다.
“그래, 지더라도 루비오가 마지막 공격을 해서 이렇게 되었다고 변명할 수 있고. 좋아, 나도 찬성이야.”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메디세와 아돈이 결정을 내렸다. 이제 내가 해야 하는 것은 말이 아닌 행동이었다..
메디세가 내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했다.
“루비오, 부탁한다. 녀석들에게 진짜 실력자가 누구인지 보여 줘.”
그는 내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하긴 바르자크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으니 메디세가 모를 리 없었다.
내가 소드 익스퍼트라는 소문은 대체 어디서 퍼진 걸까?
나는 그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
“메디세, 절 믿고 있습니까?”
“루비오 군이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지. 물론이야, 나는 처음부터 널 믿고 있었어.”
나는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였다.
“여기서 경기를 끝내겠습니다.”
메디세가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거면 됐어. 자! 다들 구호와 함께 나간다!”
함성과 함께 경기가 재개되고 우리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경기 재개!”
이윽고 공이 허공을 날았다. 주장 완장을 찬 소년이 허공을 가로지르며 떨어진 공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내게 패스를 하기도 전에 공을 흘리고 말았다.
이건 대체……. 패스를 하기 싫은 것도 아니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저지르다니…….
아차! 저 소년은 초보자였지.
구르고 있는 공에 가장 가까운 선수는 우리 쪽이 아니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 상대편이 공을 잡는 걸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 순간 웃고 있는 아자크의 얼굴이 보였다.
그의 웃는 얼굴이 더할 수 없이 추악하게 느껴졌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녀석이 이기게 할 수는 없지.”
할 수 없다. 무공을 써서라도 승리를 지켜야 한다.
나는 내력을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공을 향해 일장을 날렸다. 나는 공이 터지지 않을 정도로 힘 조절을 했다.
퍽! 얕은 타격음과 함께 공이 상대 선수를 향해 날아갔다.
그가 공에 맞아 멈칫하는 사이, 공이 내게 굴러 왔다.
공에 맞은 선수가 허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 공이…… 멋대로…….”
나는 재빨리 타원형 공을 들어 올렸다.
“이번 공격으로 끝낸다.”
뒤쪽에서 나를 향해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루비오! 패스해! 앞에 수비가 셋이야!”
“루비오! 패스!”
“이번에는 무리야! 루비오!”
그러나 나는 패스를 하지 않았다. 대신 상대방 진영을 향해 달렸다. 공을 뒤로 돌린다고 해도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미 무공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무공을 사용하면 어떤 상대도 물리칠 수 있었다. 내게는 열 명이든 백 명이든 막힘없이 뚫어 낼 힘이 있었다.
“세 명인가?”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루비오가 온다!”
내가 돌진하자 상대방도 물러서지 않고 달려들었다.
“이 녀석, 우습게 보지 마라!”
“물러서지 말고 막아!”
메디세를 상대할 때처럼 세 명이 사방에서 나를 둘러쌌다. 내가 패스를 한다고 해도 땅에 때려눕힐 기세였다.
“혼자서 뚫어 낼 수 있을 것 같으냐?”
“아자크 왕자님의 복수를 해 주마!”
나는 어깨에 내력을 끌어올렸다. 어깨로 포위망을 뚫어 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상대의 공격이 더 빨랐다. 한 소년이 내 옆구리를 향해 자신의 주먹을 내밀었다.
반칙을 해서라도 막겠다는 건가?
나는 왼손을 뻗어 재빨리 그의 어깨에 일장을 날렸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소년이 뒤로 넘어졌다.
장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방금 장면은 단순한 충돌로 보일 것이다.
나는 정면의 공격은 어깨로, 다른 소년의 공격은 팔꿈치로 막아 냈다.
잇달아 세 명의 수비수가 쓰러지자 사방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공을 가진 이상 상대의 엄살 따위는 두렵지 않았다. 내가 줄기차게 아돈에게 공을 요구했던 것도 사실은 바르자크에게 한 방 먹여 주기 위해서였다. 공을 가진 채 수비수에게 태클을 하는 것은 정당방위였다.
다시 말해 내가 반칙을 하지 않고 바르자크를 날려 버리기 위해서는 공이 필요했던 것이다.
“와!”
“루비오, 대단한데!”
나는 맹렬히 질주했다. 메디세에게 말한 대로 경기를 끝내기 위해서 뛰었다.
상대방 응원단에서도 함성이 터져 나왔다.
“루비오를 막아!”
“이번 공격만 막으면 된다!”
“루비오를 쓰러뜨려!”
이번 공격이 성공하면 경기가 끝난다는 것은 이곳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아크바스 왕국 선수 전원이 나를 막기 위해서 몰려들었다.
“어떻게든 막아.”
“길을 비켜 주지 마!”
멈출 수 없었다. 나는 다리에 내력을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있는 힘을 다해서 앞으로 뛰었다.
바르자크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내가 공을 잡자마자 내 곁에서 물러서서 내 공격을 피했다. 거친 태클이 들어올 것이라는 걸 눈치챈 것이다.
그가 날 향해 말했다.
“루비오, 힘을 쓸 작정이냐? 그건 반칙이야! 똑같은 방법을 두 번 사용하면 심판이 모를 것 같나?”
날카로운 한마디. 녀석의 한마디로 인해 난 두 팔과 어깨에 불어넣었던 내력을 거둬들여야 했다.
녀석의 말대로 같은 방법을 여러 번 쓰면 눈에 익기 마련이었다. 특히 소드 익스퍼트의 능력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나는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나는 그들을 때려눕히는 대신 뛰어넘기로 했다. 신체 접촉이 없다면 심판도 반칙을 불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무릎을 굽힌 뒤 있는 힘을 다해 위로 뛰었다. 그러자 몸이 새처럼 날았다. 내 발 아래로 아크바스 왕국의 선수들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날 잡을 수 없었다.
바르자크의 입이 떡 벌어진 것이 보였다. 그도 이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난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좀 아닌데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던 것이다.
나는 너무 높이 뛰어오른 것이었다. 너무 높이 뛰어올랐기 때문에 해냈다는 성취감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제운종의 비기 장운비행(長雲飛行)을 사용했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나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높이 뛰고 말았다.
단숨에 30피트(9m)를 뛰어넘었다.
털썩! 내가 땅에 착지하는 것과 동시에 공이 포인트 라인에 닿았다.
내 포인트 계산에 의하면 34점으로 경기가 끝난 것이다.
내가 공을 들고 고개를 돌리자 사방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우와! 루비오가 날았어!”
“루비오!”
“루비오!”
“루비오!”
사람들이 내 이름을 연호하고 있었다. 내 이름을 부르지 않는 사람들은 아크바스 왕국 사람들뿐이었다.
“저거 봤어?”
“하늘을 날았어.”
사람들은 루비오의 믿을 수 없는 몸동작을 반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은 그저 경기를 즐길 뿐이었다.
“루비오!”
“루비오!”
“루비오!”
동료들이 멍하게 서 있는 나를 향해 달려왔다. 그들은 날 껴안고 환호했다.
“루비오, 이겼어!”
“우리가 이겼어!”
“대단해, 루비오!”
“녀석! 그런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니.”
나는 환한 미소로 그들에게 화답했다.
이럴 때는 한마디의 말보다 웃는 것이 좋았다.
최종 스코어.
30 : 26
심판의 마지막 판정이 어쨌건 지금 순간에는 우리가 이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