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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 인종 1권(17화)
7. 산업 기술 개발의 기초를 다지다(2)
인종 1년 8월 25일.
해안군에게서 장계가 올라왔다. 저수지를 만들고 며칠간 날씨가 좋지 않아 제대로 된 소금 생산을 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모든 확인이 끝났다며 인종의 말대로 천일염이 생산된다는 것이다. 하여 다음 조치에 대해 답을 구해 왔다.
인종은 그 장계를 받고 즉시 호조판서를 불러들여 지난날 조사했던 염한들의 명단을 재차 확인하라고 명했다.
그리고 염전업을 국가에서 허가해야만 할 수 있게 조치하고 기존의 업자들은 모두 허가를 받아 염전업자로 등록하도록 조치했다. 본격적으로 전매를 실시하기 위해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 일을 처리하고 인종은 직접 군기시를 방문했다. 실로 오랜만의 외출이었다. 말을 타고 예고 없이 군기시를 들른 인종은 군기시의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조악했다. 병기들을 만드는 곳과 꽹과리, 징, 북 등을 만드는 곳도 있으며 화포를 다루는 곳도 있다.
물경 100년 가까이 발전이 없이 현상 유지만을 해 오던 곳이었다. 중요하다 못해 없어서 제대로 활용도 못하는 화약은 한쪽 구석에 고이 모셔져 있기만 하고 사용 흔적이 없었다.
천지현황의 포들은 그나마 중요 병기로 관리가 잘된 듯했으나 꾸준히 훈련하고 개선해야 될 포들이 세종대 이후로 변화 없이 창고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세총통이었다. 계속 연구 개발을 했다면 지금쯤 조총보다 몇 배는 뛰어난 총통이 되었을 텐데 아쉬워도 너무 아쉬운 무기였다. 여자들과 소년들도 훈련만 받으면 쏠 수 있는 총통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총통을 창고에 진열만 해 놓고 있는 것이다.
꼼꼼하게 하나씩 둘러보며 개선해야 할 사항을 불러 주며 기록하게 했다. 당장은 할 수 없지만 재정 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즉시 지원을 시작할 것이다.
“신기전은 없는가?”
“화차는 있사오나 신기전은 필요할 시 제조하도록 되어 있어 보유한 것은 없사옵니다.”
“그래?”
생각해 보니 그럴 법도 했다. 일반 화살처럼 창고에 넣어 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쓰기 용이한 물건은 아니다. 화약은 나름대로 보관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세총통을 가져와 보라.”
제조가 직접 세총통 한 정을 들고 와 인종의 손에 넘겼다. 한참을 세총통 곳곳을 살피던 인종은 다시 제조에게 건네주었다.
비록 이것이 말위에서 쏠 수도 있으며 여자나 어린아이들까지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았지만, 사용이 너무 불편했다. 쇠 집게로 들고 쏴야 하는 방식이었다.
“이것을 과인이 그려 주는 대로 만들어 보라.”
하고는 그 자리에서 지필묵을 준비하게 하여 그림을 한 장 그려 주었다. 세총통은 철환을 넣고 쏠 수도 있으며 화살을 넣고 쏠 수도 있다. 개량에 성공한다면 매우 유용한 무기가 될 것이다.
인종이 그려 준 그림에는 손잡이가 달려 있는 총통의 모습이었다. 더불어 가늠자까지 달려 있었다. 그림을 다 그리고 길이와 크기까지 지정해 줬다.
작으면 편하긴 하지만 화력이 약하고 사용이 불편했기 때문에 일부러 크기를 조금 키우고 손잡이를 나무를 깎아 붙이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손잡이 위에 끈을 묶어 이동 시에는 어깨에 둘러메고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만들면 집게로 집어서 쏘지 않아도 되며 나무로 손잡이를 만들었기에 화상당할 염려도 없다. 또한 가늠자를 보고 직접 쏘기 때문에 정확성이 더욱 발전할 것이야.”
인종의 말에 공인들은 과연 이라는 표정으로 열심히 경청하고 있었다.
“구경이 커졌기 때문에 철환을 한 번에 여러 개 넣고 쏠 수도 있다. 이것은 화살을 넣고 쏘는 것이 아니다. 철환만을 사용할 것이다. 그러니 만들어 실험을 해 보고 최대 사거리와 철환이 퍼지는 넓이들을 확인해 가며 계량해 보도록 하여라.”
“네, 전하!”
이때는 세상에 수석 총도 나오지 않을 때였다. 수십 년 후가 되어야 세상에 나오는 것이다. 하나 인종은 급하게 서두르지 않으려 했다. 하나씩 해결해 가면서 변화를 유도하다 보면 인종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조선의 백성들은 능히 스스로 만들어 낼 것이다.
어쩌면 수석총보다 더 뛰어난 기물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토대만 만들어 주면 된다. 또한 왜나 명을 통해 조총을 들여와 복제할 수도 있으나 그것은 당장 실행하기가 힘들었다. 왜와는 모든 무역을 중지한 상태였고 명을 통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많았다.
“계량에 성공해 공을 세운 자는 그에 따르는 포상이 주어질 것이다. 하니 성심을 다해 노력해 주길 바란다.”
인종의 당부에 군기시 관원들과 공인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다. 세총통은 본래 사거리가 200보였으나 후에 500보까지 늘어난다. 그것은 총통의 계량도 한몫했겠지만, 화약 기술이 발전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당시 흑색 화약의 질은 조선도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이 시기 왜는 전국시대로 조총을 전쟁에 막 이용하는 시기이나 철 제련 기술이 떨어져 조총이 폭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여 조총 부대를 타 부대와 떨어트려 운영했다. 나중에(임진란 전에) 포르투갈을 통해 철 제련 기술을 받아들여 겨우 문제를 해결했다.
조총과 비견될 만한 화기가 조선에서도 개발되는데 그것은 승자총통으로 1575―8년경 김 지가 만들어 낸다.
아직 승자총통은 나오지 않은 시점이며 철 제련 기술이 뛰어났던 조선이기에 조총과 같은 문제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견된다.
인종 1년 8월 28일.
상선이 궐 밖에 나갔다 들어왔다. 근래 들어 내관 중 몇몇이 외부 출입이 잦았는데 그것은 인종이 새롭게 만든 비선 때문이었다.
비선이란 비밀 정보를 주고받는 연결선을 말한다. 인종은 궐밖에 안가를 마련하고 그곳을 통해 자신에게 직접 정보를 보고할 수 있는 비선을 가동했다.
지방이나 국경 지역, 해외 등에 나가 있는 정보원들이 그곳에 정보를 전하면 내관이나 상선 등이 가져다 인종에게 직접 전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비선에 대해 대신들이나 무관의 장수들에게 철저히 비밀로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국왕도 자신만의 정보선이 있어야 함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장계를 올리게 되면 역사에 기록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기록을 남기지 않아야 하는 일은 이런 비선을 통해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했다.
어찌 되었든 나라의 임금은 도덕적, 윤리적으로 매우 고매하며 하나의 오점도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하!”
상선은 말없이 서찰 한 통을 건넸다. 일부러 대전에서가 아닌 경회루에서 비밀스럽게 전해 주는 상선이었다.
올라온 내용은 전 달에 왜로 들어간 남치근 장군이 보내 온 것이었다. 경상도 수군절도사를 통해 올려 보낸 것이다.
이런 비선은 실직에 있는 무관 중에 군영을 책임지는 장군들과 인종의 명으로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인물들이 활용하게 되어 있다. 해서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모두가 아는, 이를테면 공공연한 비밀인 셈이다.
“이제야 규슈로 들어간 것인가?”
서찰의 내용은 간단했다. 부산에 있는 왜인들을 포섭하여 대마도를 거치지 않고 규슈로 바로 들어가게 되었다는 내용과 성심을 다해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겠다는 내용이었다. 한양과 부산의 거리를 생각하면 대략 보름 전쯤에는 규수로 떠났을 것이다.
경회루에서 서찰을 읽고 그것을 소각하고는 바로 호판을 불러들였다.
“전하! 찾아 계시옵니까?”
“그래, 호판 명한 일은 마무리가 되어 가는가?”
“네, 전하 명단 확보는 끝났으며 가까운 곳은 호조관원이 직접 가서 염한과 소금 상인들의 신원과 규모 등을 조사하여 등록하고 허가증을 발급하여 가지고 있도록 했나이다.”
“허면 이제 각 지역 조창에 염을 보관할 창고를 확충하도록 하고 새로운 소금 생산법이 개발되어 소금의 값이 떨어질 것을 대비하여 소금을 전매한다는 공고를 하도록 해라. 또한 새로운 소금 생산법은 누구나 관에 신청하면 견식시켜 준다고도 하여라. 하여 원하는 자들은 호조관원과 동행하여 해안군이 머물고 있는 강화로 안내하여 견식하게 해 주고 허가받지 않은 자가 소금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단속을 강화하고 모든 소금은 조창에서 집산하여 동일한 가격에 관에 허가된 장사치들에게만 넘겨준다고 공포하라. 만약 필요한 인력이 부족하면 염간(鹽干―신량역천으로 소금을 굽는 것으로 병역을 대신하는 자들)하는 자들을 그 관리자로 임명하도록 하라.”
“알겠나이다.”
해안군의 장계를 받고 3일 만에 전격적으로 전매 실시를 공포했다. 그간 호조가 한 달 가까이 준비를 하였기에 일처리는 큰 문제없이 진행될 것이다.
알게 모르게 소문도 나 있는 상황이었다. 소금의 가격은 주화로 낮을 때는 한 섬에 2냥 높을 때는 4, 5냥까지 한다.
비가 많이 오면 가격이 오르고 내륙에 위치한 지역도 비싸다. 쌀의 가격이 한 섬에 4냥 정도이니 비쌀 때는 비슷하고 낮을 때는 반값 정도이다. 하나 쌀값 또한 등락이 심하다. 흉년이 들면 폭등하는 것이 쌀인 것이다.
주화가 통용되기는 하나 극히 제한적이고 대부분 면포와 쌀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해안가에서는 쌀 한 말 주고 소금 두 말하고 바꾸기도 하고 내륙에서는 같은 가격에 거래가 되거나 소금이 더 비싼 경우도 있다. 이런 차이를 이용하여 장사치들이 이문을 남기는 것이다.
인종 1년 8월 30일.
한양 거리가 소란스럽다. 서둘러 올라온 양반들이 일가친척을 만나기 위해 바삐 움직이기도 했고 이 기회에 한양 구경을 시켜 준다며 자식을 이끌고 올라온 양반들도 많았다. 더불어 각 양반가의 사랑채도 북적이기 시작했으며 이런 상황은 대신들의 집 또한 마찬가지였다.
인종은 보고를 받고 방이 남는 집은 의무적으로 지방에서 올라온 양반들에게 방을 내어 주라 명했다. 그것은 비단 신료들뿐만 아니라 왕자들이 사는 사저의 사랑채도 마찬가지였다.
“허면 자네는 용양위가 출정하는 것을 보았는가?”
지방에서 올라온 양반 김 진사가 일가의 사랑채에 앉아 먼저 올라와 자리를 잡고 있던 동무에게 질문을 했다.
“보았지, 세부대로 나뉘어 출정했는데 앞서 출발한 두 부대는 보지 못하였지만 마지막에 봉성군마마가 북방총병사가 되어 병사들을 이끌고 출발하는 것은 보았네.”
북방총병사는 매우 권한이 많았다. 함경도와 평안도의 군권을 전부 총괄하는 막강한 권한인 것이다. 그랬기에 사림이나 훈구파 가리지 않고 인종에게 상소를 빗발치도록 올린 것이다. 더구나 중앙을 지키는 용양위까지 수하로 딸려 보냈으니 조정 대신들이 들고일어난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것 때문에 조정이 발칵 뒤집혔다고 하는데 이제는 조용한 것 같으이?”
“한동안 시끄러웠지, 유생들을 빼고는 양반들이 전부 들고일어났는데. 벼슬아치 중에서는 무관을 빼고는 다 반대한 것 같았네.”
“허긴 서자라 하나 봉성군 또한 당당한 왕족인데. 그럴 만도 하지… 한데 전하께서는 밀어붙이신 모양이구만?”
“전하야 워낙 형제간에 우애가 깊기로 유명하지 않은가. 동생인 봉성군이 비범하기도 하거니와 무에 관심이 많으니 동생의 청을 들어준 것이겠지 하나 연치가 아직 약관이 안 되었으니 무슨 문제가 있겠나. 내년 봄까지 북방의 국경에서 바람이나 쐬다 오시겠지.”
“허긴 그러시겠구먼. 그건 그렇고 4조목에 대한 답서는 작성했나?”
군왕이 답을 구했으니 양반들이 입을 닫고 있을 수는 없다. 더불어 이번에 답서를 잘 작성하여 내는 이들은 정 4품부터 정 6품까지 무려 30명을 뽑아 수상을 도와 법을 개정하고 입법을 하는 벼슬을 준다니 필히 작성해야 했다. 이 의법부 의원직의 신설 때문에 이번 양반회합은 과시 아닌 과시가 되어 버렸다.
“아직 못했네… 이 조목들이 말은 쉬우나 답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네. 자네는 좀 작성했나?”
“나도 못했네. 한데 듣기로 내년부터는 의법부, 국무부, 국방부로 조정이 대폭 확장된다는데 그러면 벼슬자리가 늘어나는 것 아닌가?”
“그렇기야 하지만 우리 차례까지 오겠나? 실직을 받지 못한 대신들도 있고…….”
“허긴 그도 그러네.”
한양에 있는 양반가의 저택 사랑채 어디서나 비슷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었다.
사정전 뜰 앞에 전에 보았던 자전차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자전차가 놓여 있었다. 기본골격은 같았으나 한껏 모양을 낸 자전차로 뒷좌석을 개조했는데 타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푸른색 천으로 위장을 한 자전차였고 하나는 붉은색 천으로 위장을 한 자전차였다. 천에는 자수로 십장생을 그려 넣어 매우 고급스러워 보였다.
“이것 하나를 만드는데 얼마나 걸렸느냐?”
“장인 6여 명과 손재주 좋은 아낙들 5명이 달라붙어 7일이 걸렸나이다.”
“생각보다는 빠르구나.”
인종은 자전차를 대신들과 양반들에게 강매할 생각이었다. 하나 만드는데 대략 32냥이 들어간다고 하니 약 70냥 정도를 받을 생각이었다.
물론 강제로 사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은 군기시에서 만들어 파는 것으로 당상관은 푸른 천에 십장생을 당하관은 붉은 천에 공작을 그 외 양반들은 검은색 천에 해태나 기린, 코끼리, 연꽃 등 몇 가지 지정해 준 그림을 넣도록 규정을 만들고 공표할 뿐이다.
이 말은 양반이면 타야 한다는 말을 돌려서 하는 것과 다름없다. 물론 돈 없으면 못 타는 것이고 돈이 있다면 타라는 말이었다.
양반회합 기간 중에 10여 대를 가지고 나가 호조관원들과 군기시 관원들이 설명을 할 것이고 그 외에도 화물용 자전차와 일인용 자전차도 가지고 나가 시범을 보일 것이다.
그렇게 하여 판매가 이루어지면 재료비를 제하고 나머지는 전량 군기시의 재정으로 사용될 것이다.
화물용과 일인용은 일반 양인들도 구매를 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만약 일반 장사치들이 만들어 팔고 싶다고 하면 대당 10냥 정도씩 사용료를 내고 만들어 팔 수도 있게 규정을 만들었다.
“하온데 전하.”
“왜 그러느냐?”
“철의 수급이 어렵사옵니다.”
역시나 철이 항상 부족한 조선이었다. 철 제련 기술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광산이 없는 것도 아님에도 항상 철 부족에 시달렸다.
“당장은 어쩔 수 없지 되는 대로 만들도록 하여라.”
이런 말밖에 해 줄 수가 없다. 인종 또한 그 문제에 대해서 잘 인식하고 있어서 조만간 어떻게든 해결을 보려고 생각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