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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질주 1권(4화)
2장 이상한 사람들과의 요상한 만남(3)


“천이 있긴 한데 상당히 지저분하군. 일단 삶아야겠어.”
그리고는 혹시나 해서 소피아는 자기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소피아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저기, 혹시 이 천 삶아야겠는데, 아니, 펄펄, 보글보글 끓일 만한 장소가 어디니? 아니 쇠 대야, 쇠 양동이, 영어 단어로 양동이가 뭐지? 아, 내 머리가 돌 머리인가?”
‘표정을 보아하니 이 꼬마도 상황이 똑같군. 일단 부엌에 가 보자.’
아이를 침대에 살포시 눕힌 후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긴 준희는 또 불평불만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뭐야? 화덕이 있군. 가스렌지 같은 것도 없나? 정말 촌동넨가 보네. 에라이 모르겠다. 일단 이 천을 아무 데나 넣고 일단 삶고 보자.”
그리고는 아무 양동이에 물을 채워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린 후 천을 삶기 시작했다.
이런 준희의 행동을 유심히 살피던 소피아가 준희에게 손짓, 발짓을 섞어 가며 말을 걸어 왔다.
‘내 행동을 이해한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고는 준희는 일단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소피아는 잠시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타나더니만, 아주 깨끗한 천을 가지고 나타난 것이다.
준희가 미소로 응답하니, 소피아도 기분이 좋은듯 미소를 띠었다.
이런 소피아를 뒤로하고 준희는 다시금 아이에게로 다가갔다.
이런 준희의 행동을 살핀 소피아와 에고르의 부인도 뒤따라 준희를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천은 찾았고, 그리고는 천을 접어 아이 눈을 가릴 만큼 접은 다음 끈으로 묶자.’
아이를 감싸고 있는 보자기를 꺼내어 아이를 알몸으로 만든 후 천으로 아이의 눈을 가려서 집 밖으로 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아이를 안고 집 밖으로 나선 준희는 이제야 보게 된 마을 풍경에 놀라고 말았다.
‘헉! 이건 완전히 깡촌이잖아. 유럽의 민속촌 같구만. 도대체 내가 왜 이딴 동네에 있는 거지?’
마을 풍경 감상 덕분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준희는 일단 정신을 가다듬고 아이를 눕힐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하나 이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아이를 일단 엄마로 보이는 여인에게 잠시 안기고 안으로 들어가서, 또 다른 천과 양동이를 들고 나와 양동이에 천을 깔고 아이를 그 위에 눕혔다.
‘한 이삼 일만 햇빛을 쏘이고,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엄마의 젖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올해 15살인 소피아는 마을 또래 여자아이들과 밖에서 자기 집안에 있는 사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소피아 들었어? 너희 집에 있는 사내가 사제일지 모른데, 그것도 신력이 아주 높은 사제일지 모른데.”
“정말, 진짜야? 너는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어?”
“아, 우리 할아버지가 그러시던데? 신의 언어를 쓴다고. 그런 사제는 신력이 아주 높아서 많이 아픈 환자도 잘 치료한데.”
친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피아는 집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소피아는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어머니로부터 사제를 옆에서 잘 보살펴 드려야만 자신의 귀여운 동생의 병을 제대로 고쳐 줄지 모른다는 당부를 듣게 되었다.
엄마의 뜻을 알아들은 소피아는 사제가 있는 쪽으로 갔다.
그런데 사제가 자신의 동생을 팔에 안고서는 무언가를 계속 찾는 것이다.
‘무엇을 저렇게 찾는 거지?’
그러다 사제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혼자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저게 신의 언어인가?’
소피아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시 잠겨 있을 때 사제가 자신에게 다가와 갑자스럽게 손짓, 발짓을 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이지?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네.’
소피아가 사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당황해 하고 있을 때, 사제가 주변에 있던 천 쪼가리를 하나 발견하더니만, 자신의 동생을 침대에 조심스레 두고는 어디로 쪼로록 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래서 소피아도 급한 마음과 호기심에 사제의 뒤를 따라가 보았다.
‘뭐하려는 거지?’
사제를 뒤따라가 본 소피아는 사제가 부엌에서 신의 언어로 떠들고는 양동이에 물을 담고는 천을 삶는 것이다.
이런 사제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던 소피아는 그제서야 삶은 천을 찾는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사제에게 물어보려 했다.
‘참 말을 못 알아들으시지.’
사제가 말을 못 알아듣는다는 것을 깨달은 소피아는 사제의 어깨를 찔러 보았다.
그리고 사제가 자신을 쳐다보자 삶고 있는 천을 가리켜 보았다.
이런 자신의 뜻을 알아챘는지 사제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사제가 자신이 전달하고자 한 의미를 알아차렸다는 것을 느낀 소피아는 그동안 동생 때문에 삶아 놓았던 천 귀저기 몇 장을 사제에게 전달해 주었다.
자신이 전달해 준 천을 받아든 사제는 그것을 접기 시작하더니만 그 천으로 동생의 눈을 가리고는 동생을 맨몸뚱이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동생을 데리고 집밖에 나서는 순간 무언가 홀린 듯 멈칫거리더니만, 뒤따라 나온 어머니에게 동생을 맡기고는 양동이와 귀저기 천을 가지고 나왔다.
가지고 나온 양동이에 귀저기를 깔고는 동생을 그 위에 눕혔다.
그런 후 집 안에 다시 들어가서 의자 두 개를 들고 나와서는 한 개의 의자에는 아이를 눕힌 양동이를 놓고, 한 의자에는 자신이 앉는 것이다.
그리고는 그 사제는 다시금 혼자만의 생각에 빠지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사제의 모습을 지켜본 소피아는 생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뭐하는 짓이지? 동생을 고쳐 주는 행동이 맞긴 맞나?’

아기에게 광선 요법을 실시하던 준희는 본인도 모르게 졸기 시작했다.
이때쯤 촌장의 집 앞을 우연히 지나던 마을 주민들은 하나둘씩 졸고 있는 준희를 신기한 눈빛들로 쳐다보며 주변에 모여 들기 시작했다.
“진짜 사제가 맞을까? 참 희한하게도 생겼네.”
“그러게 머리도 까맣고 피부도 우리와 다르고, 생긴 것도 우리와 완전히 다르네.”
“그러게 근데 촌장네 막내 아기를 저렇게 벗겨 두고는 뭐하는 짓이지?”
“아까 소피아한테 물어보니 사제님이 치료를 한다고 하는구만.”
“정말인겨? 와! 그렇지 않아도 촌장님네 저 애 위에 세 명도 똑같은 병으로 죽었잖어.”
“집안의 흉흉한 병을 사제님이 고쳐 줄지 모르지.”
이렇게 준희 주변에서 마을 사람들이 웅성거리자 갑자기 준희가 깼다.
이렇게 깨어나는 준희를 본 마을 주민들은 혹시나 마을 어른분들께 사제님을 깨웠다고 혼날까 봐 일제히 각자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 외국인 완전히 처음 보나 보네. 하긴 완전 깡촌이니 동양인인 나를 보고 신기해 할 만도 하지. 그나저나 시간이 어느 정도 된 것 같으니 일단 아이를 집 안에 들여놓아야겠다.’
생각을 마친 준희는 집 안으로 아기를 데리고 들어가서는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던 여인을 찾았다. 잠시 후 여인을 발견한 준희는 여인에게 아이를 맡기고 보자기에 싸서 재우는 흉내를 냈다. 그러자 여인은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기를 데리고 들어갔다.
그리고 나서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갑작스럽게 남성이 다가와서는 준희의 손을 잡고는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이제는 또 무엇을 부탁하려는 것이지? 그래 나를 잡아먹어라.’
어차피 처량해진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던 준희는 남성의 의도대로 따라주었다.
‘헉, 고기다.’
준희는 개죽이 아닌 고기가 떡하니 차져진 식탁을 보고는 같이 식사를 하기로 마음을 굳히고는 체면이고 염치고 없이 일단 당당하게 식탁의 의자에 앉아 버렸다.

집 안의 식탁에는 촌장과 에르고가 앉아 있고, 에르고의 부인은 음식을 차리고 있었다.
“아버지, 저 사제 행동이 이상합니다. 신력을 쓰지 않고 그냥 저희 아기를 발가벗겨서 밖에 두고만 있습니다. 키노 어르신께서 오해를 하고 계신 건 아닐까요?”
“그건 아닐 것이다. 나는 저 사제가 아기의 병을 고쳐 줄 것이라 믿는다. 생각해 봐라, 너희가 자식을 3명이나 똑같은 병으로 잃지 않았느냐? 아마 주신의 힘을 빌어 아이를 정화시키는 걸지도 모르지.”
촌장의 말을 듣던 에고르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사제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에르고의 부인은 소피아에게 사제님께 가 보라고 지시했다.
“에르고야, 너도 가서 사제님을 이리로 모시고 오거라.”
에르고가 가 보니 사제가 소피아에게 뭔가를 지시하더니 소피아가 막내아들을 데리고 자신들의 방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은 머뭇거리는 사제의 손을 잡고 식탁으로 모시고 왔다.
에르고의 손에 이끌려 식탁 앞으로 오게 된 사제는 힐끔힐끔 눈치를 보더니만 식탁에 앉았다.

차려진 음식을 본 준희는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젖가락은 외국이라 없다 치고, 포크도 없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준희에게 연장자로 보이는 노인이 그릇에 손을 씻고는, 닭고기로 보이는 고기의 다리를 하나 뜯더니만 자신에게 건네는 것이다. 그리고는 먹어 보라고 시늉을 하는 것이다.
‘어라, 손을 씻고 먹는다? 이슬람을 믿는 지방인가? 아니, 인도 지방인가? 그런데 인도 지방이라면 언어적으로는 맞을 수 있겠는데 복장은 뭐지? 중세 유럽 전통 마을 복장인데. 아, 돌것네. 에라이, 모르것다. 일단 먹고 보자.’
닭 다리로 보이는 것을 받아 들고 준희는 한 입 베어 물었다.
‘이런 된장! 소금도 없나? 간이 하나도 안 배어 있잖아. 그래, 일단 먹고 보자.’
식사가 얼추 끝나자 준희는 다시 뻘쭘해져 어찌할지 몰랐다.
그러자 다시 남자가 자신의 손을 잡고 방으로 끌고 들어가서 침대를 가리키며 자는 흉내를 했다. 아마 여기서 자라고 하는 뜻인 듯했다.
준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아들었다고 표현하니 남자가 미소를 띠며 방을 나갔다.
‘이거 진짜 바디랭귀지 통하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아, 답답해. 참, 담배가 어디 있지?’
담배를 찾던 준희는 조끼에 한 대만 남은 담배를 보자 왠지 모를 서러움이 밀려왔다.
‘아 진짜 서럽네. 그래 요거만 피고 끊자, 끊어.’
그리고는 집 밖에 나와서 담배를 물었다.
그때 자신을 하루 종일 따라다니던 여인이 자신을 따라 나와서 본인을 빤히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
이런 것도 이제는 익숙해졌다는 듯 준희는 아무 생각 없이 물고 있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한 모금을 빨고 있는데 알 수 없는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니, 옆에 서 있던 여인의 눈이 왕방울처럼 커져서 신기하게 본인을 쳐다보는 것이다.
‘뭐야, 진짜 동양인 처음 보나? 행동 하나하나를 아주 다 신기하게 여기나 보네. 동양인이 담배 피는 것도 신기한가?’
이렇게 생각하며 담배를 한 모금 다시 빨고는 하늘을 향해 연기를 뿜다가 담배 연기가 목에 걸렸다. 아니, 너무 놀라서 걸릴 수밖에 없었다.
“콜록, 콜록, 콜록!”
‘뭐야? 내가 잘못 봤나? 잘못 보았겠지.’
방금 무언가를 본 준희는 다시 한 번 하늘을 쳐다보더니만 그만 바닥에 주저앉았다.
‘달이 에메럴드 빛이라니? 하양, 노랑, 약간 주황도 아닌 시퍼런 에메럴드. 아니, 진짜 에메럴드 같잖아? 뭐가 어찌 된 거야?’
준희가 주저앉아서 꿈쩍도 안 하고 넋을 빼놓고 있자 옆의 여인은 잽싸게 집에 들어가서는 자신의 부모를 모시고 나왔다.
그리고는 넋을 빼놓고 있는 준희를 남성이 들쳐 업고는 침대로 데리고 가 눕혔다.
이때, 준희는 계속 한 가지 말만 반복하여 말하고 있었다.
“여긴 어디야? 여긴 어디야? 여긴 어디야? 여긴 어디야?”
그러다 잠시 정신이 돌아왔는지 남성을 발견하고는 다시 말했다.
“당신들 누구야? 여긴 어디야? 당신들 누구냐고?!”
이렇게 한밤중에 준희의 목소리만 마을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소피아는 아까 자신이 본 사제 행동에 너무나도 놀라서 가슴이 마구마구 뛰고 있었다.
그 이유는 신성력의 실체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하늘의 달을 본 후부터 사제는 계속해서 신의 언어로 말하면서 넋을 빼놓고 있는 중이었다.
소피아는 일단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고 사제가 서 있던 장소로 가 보았다.
그리고 신성력을 발휘했던 물건을 집어 들고 식탁에 앉아서 할아버지와 아버지, 어머니가 사제님이 자야 하는 본인의 방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할아버지와 부모님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식탁으로 모셔서 말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