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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안전보장 사무소 1(4화)
1. 청소년 갱생 선도 위원회(3)
챙.
한 소년은 벽돌을 들었고 다른 소년은 먹던 맥주병을 깼다.
이건 좀 위험하다.
소년들은 술까지 마셔 이성을 상실한 상태였다. 또한 친한 친구가 바닥에 쓰러졌다.
지금은 무슨 짓이든 저지를 것만 같았다.
소년이 벽돌을 던졌다.
두현은 몸을 옆으로 피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몸은 훨씬 빠르게 반응한다.
젊음이란 이렇게 좋은 것이다. 이런 젊음을 그냥 그렇게 흘려보낸 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의 인생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시고 오직 혼자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했다. 대학은커녕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다.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된다.
그저 남들처럼 살고 싶었던 것뿐인데.
그것조차 하지 못했다.
다행히도 좋은 여자를 만났다. 그녀와의 인생은 행복했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 일찍 그를 놔두고 가고 말았다. 그 이후로는 제대로 풀린 것이 하나도 없었다.
전생의 과거가 두현의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그렇기에 지금 이렇게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는 학생들이 답답했다.
두현은 벽돌을 피한 후 소년의 배에 주먹을 한 대 먹였다. 두터운 쇠망치가 얇은 스펀지를 파고들어 가는 것처럼 보였다.
퍽!
소년의 두 눈동자가 똑똑히 보였다. 맞는 순간 공포에 휩싸였다.
그리고 표정이 천천히 일그러졌다. 소년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는 지금까지 먹었던 모든 것을 게워냈다.
“우에에엑!”
그리고 배가 아프다며 뒹굴었다.
조금도 소년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자업자득이다.
“씨발! 뒈져!”
‘아차’ 싶었다.
다른 소년도 같이 덤비는 것을 소홀히 했다. 전체적인 신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좋아졌지만 예전에 감각은 아직 찾지 못했다.
소년이 휘두른 맥주병이 다가왔다.
배나 가슴에 찔리면 큰일이었다.
기껏 젊어진 몸이 이대로 죽는다면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그때였다.
빠직.
소년의 맥주병이 갑자기 깨지는 것이 아닌가.
병을 다른 곳에 부딪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저절로 깨진 것이다.
당황스러운 일에 소년은 깨진 병의 주둥이만 들고 멍하니 서 있었다.
조금은 이상한 일이지만 운이 좋다고 생각한 두현이었다. 방금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경로 우대!”
그는 손바닥을 펴고 소년의 뺨을 후려쳤다.
빡!
소년의 몸도 몇 바퀴나 구른 후에 뻗어 버렸다.
모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여자아이들은 두려움에 덜덜 떨며 두현을 바라봤다. 마치 괴물을 본 듯한 표정이었다.
“오지 마! 소리 지를 거야! 오지 말라고!”
괴물이 아니라 연쇄 살인범이나 강간범을 본 듯한 표정이었다. 머리만 감추고 몸을 그대로 내버려 둔 것을 보면 이상하게 꿩이 떠올랐다.
웃긴 것은 자신들이 남에게 피해를 준 것을 생각 안 하고 피해를 당한 것만 본다는 것이다.
도대체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모르겠다.
물론 제대로 배웠으면 청소년들이 빈집에 와서 본드 불고, 술 마시고, 담배 피는 일 따위는 하지 않겠지만.
“모두 일어서거라.”
두현은 그녀들을 상관하지 않고 쓰러져서 콜록거리고 있는 사내아이들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본래 두현의 목소리는 낮고 힘이 있었다. 거기에 젊어지다 보니 위압감도 상당했다.
정신이 번쩍 든 아이들은 그제야 두현이 제대로 보이는 듯했다.
190cm이 넘는 장신에 단 한 방에 사람을 수 미터나 날려 버릴 엄청난 힘.
그리고 악귀를 연상시키는 무시무시한 얼굴.
소년들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자아이들도 주춤거리며 소년들의 옆에 섰다.
“똑바로 서.”
“씨발, 지가 뭔데.”
아직 기가 죽지 않았는지 처음에 맞았던 소년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두현은 한 손으로 소년의 멱살을 잡았다. 천천히 그의 몸이 떠올랐다.
엄청난 힘이었다.
“뭐, 뭐야?”
소년은 팔과 다리를 휘저으며 두현에게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아귀힘에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얼굴이 파랗게 변해갔다. 심줄이 툭툭 튀어나오며 피가 통하지 않는다. 눈동자도 충혈이 되었다.
“입 함부로 놀리지 말거라. 알겠나?”
소년은 대답을 하기 힘들었다. 목구멍이 막혀 이대로 죽을 것만 같았다.
“다시 한 번 묻겠다. 입 함부로 놀리지 마라. 알았나?”
소년은 마구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한때 이대로 죽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런 생각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죽음이란 정말 두려웠다.
두현은 손아귀의 힘을 풀었다.
소년은 서 있지 못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는 입을 벌린 채 두현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나타난 이 괴물 같은 사내가 두려워서 미칠 것만 같았다.
‘죽여 버린다.’ 란 말은 꽤나 많이 쓰던 말이다. 하지만 진짜로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눈앞에 서 있는 이 거구의 사내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반말하지 마.”
“네. 네.”
소년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저 덩치 큰 놈에게 덤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뇌리에서 경고를 울렸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부동자세로 굳어 버렸다.
“이름이 무엇이냐?”
두현은 그들을 쓱 훑어보고는 물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고.”
“저는 일몽, 한일몽입니다.”
“김선국입니다.”
“이종민입니다.”
남자아이들이 차례로 대답했다.
더 이상의 반항은 없었다.
“너희는?”
“저희도요?”
여자아이들이 쭈뼛거리며 되물었다.
“그래.”
“나타샤에요.”
“전 최은희입니다.”
“나타샤? 교포야?”
“아니요. 그냥 친구들이 그렇게 불러서요.”
“이름 물었잖아.”
정말 가지가지 한다.
나타샤는 이름을 밝히기 싫은 모양이었다. 얼굴에서 싫은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름!”
두현이 목소리를 높이자 나타샤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순덕입니다.”
“풉! 나타샤 이름이 순덕이었어? 오늘 처음 알았다.”
사내아이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나타샤는 그런 아이들을 째려보았다.
오히려 두현은 헛웃음을 지었다.
이것들은 지금 상황이 어떤지 모르나 보다. 아니, 아직 어리기에 저런 여유가 있는 것일까.
“웃지 마라. 이름 괜찮다. 덕이 있게 살라고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 같은데 그런 걸로 놀리면 쓰나.”
“네.”
두현의 낮은 목소리에 아이들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다시금 두현의 무지막지한 따귀가 떠오른 모양이었다. 차라리 야구 방망이로 맞는 것이 낫지 두현의 따귀를 두 번 맞기는 정말로 싫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주먹을 쓰지 않았다. 따귀만으로도 그런 위력을 발휘하는데 주먹을 쓰면 그 파괴력이 얼마나 될까 무서웠다.
핵펀치로 유명한 타이슨의 주먹이 1톤 트럭이 부딪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들었다.
맞으면 트럭에 부딪치는 충격을 받는 셈이다. 아마 저 사내의 주먹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학교는?”
“저는 대영고입니다.”
“저는 영산고요.”
“저도요.”
셋은 중학교 친구들이라고 했다. 그들은 학교가 끝나면 이렇게 자주 어울리는 모양이었다.
“윤일 여상이에요. 은희랑 저는 같은 반이고요.”
“좋아. 그럼 내가 하나 제안을 하도록 하지.”
두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일몽과 김선국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170cm 정도밖에 되지 않는 그들은 두현의 품에 잠긴 것만 같았다.
두현의 품에 들어가자 그들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힘을 주지 않지만 기운과 압력만으로 이런 압박감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무섭고 두려웠다.
한일몽은 지금 악몽을 꾸는 것이라 여겼다. 술은 이미 다 깼고 여기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재개발이 들어간 이곳이 일몽에게는 아지트였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잠을 잘 곳이 없으면 이곳에서 지낸다. 가끔 여학생들을 꾀어 이곳에 데리고 오기도 한다.
당연히 뉴스에나 벌어질 법한 일이 벌어지지만 경찰에 잡힌다고 하더라도 두렵지는 않았다.
차라리 경찰에 잡혀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면 모두가 경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건 학생 수준의 싸움이 아니었다. 종종 종합 격투기를 보며 연습을 하기는 했지만 통할 상대도 아니었다.
만약 이 괴물이 나쁜 마음만 먹는다면 이곳에서 도망을 칠 자신이 없었다.
“마, 말씀하세요.”
한일몽의 목소리는 기어들어 갔다.
그가 두현에게 겁을 먹었다고 해서 이 자리에 누구도 비난할 수는 없었다.
차라리 두현의 비위를 맞춰주고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그들의 작은 희망이었다.
“너희들이 소위 말하는 일진이지?”
눈치를 본다.
“말해. 안 때릴 테니까.”
한일몽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너희들 말고 이곳에서 시끄럽게 구는 학생들을 얼마나 되나?”
밤만 되면 시끄럽게 떠는 학생들 때문에 짜증이 났다. 오늘은 위층에서 떠들었지만 다른 날은 오토바이까지 끌고 올 때도 있었다.
경찰에 신고를 해도 그때뿐이었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그들에게 법은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끼리의 법이 더 통용이 된다.
“잘은 모르겠고요. 정기적으로 오는 애들은 대략 20∼30명 되는 것 같습니다. 각 학교의 일진마다 아지트가 있지만 요즘은 이곳을 이용합니다. 경찰 단속도 없고 놀기도 좋아서요.”
그렇게나 많았나?
“너희들은 이제 아무도 이곳에 오지 못하게 하거라. 내일부터 한 놈이라도 이곳에서 시끄럽게 군다면 너희들은 크게 경을 칠 것이야.”
“네? 저희가 왜?”
소년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내 잠을 방해한 죄이다.”
두현은 다섯 아이들의 전화번호를 적었다. 다섯 아이가 동시에 전화를 바꾸지 않는 이상 두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아니, 바꾼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들의 학교를 알고 있었다. 등하교 시간에 맞춰 기다리고 있으면 무슨 수로 도망을 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지만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겁을 집어먹었다.
아이들의 얼굴이 시커멓게 죽었다.
두현의 말대로 했다가는 일진에서 퇴출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왕따가 될 수 있었다.
자신들이 어떻게 왕따들을 괴롭혀 왔던가.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얼굴색이 죽는 것은 당연했다.
“모, 못합니다.”
“못해?”
“네. 그러다가 다른 일진들한테 맞아 죽습니다. 형은 싸움을 잘하니까 안 당해봐서 몰라요.”
어느새 형으로 격상되었다.
처음에 ‘씨발’이었는데 많이 좋아졌다.
“분명히 말했다. 시끄럽게 굴면 안 된다고. 모두 너희가 책임을 져야 하느니라. 대신 너희 힘으로 도저히 안 될 것 같으면 연락을 하거라. 그럼 해결해 주겠다.”
“정말입니까, 형님?”
형님?
점점 격상된다.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는 두현이었다.
“그래.”
“그럼 폰 번호를 가르쳐 주세요.”
폰 번호?
그러고 보니 남들 다 있는 핸드폰도 없었다. 남들은 빠르게 발전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었는데 본인만 뒤쳐진 곳에서 한탄하며 주저앉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가르쳐 주도록 하겠다.”
“왜요?”
“지금은 없느니라.”
“네.”
일몽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