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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안전보장 사무소 1(13화)
4. 전 고등학생입니다(3)


교무실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모든 선생들이 모여 두현에 대한 일을 두고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쫓아내야 하지만 명분이 없었다.
기도훈이 탁자를 탕탕 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장 선생님. 그 학생을 보지 못하셔셔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지켜보자니요? 절대로 아니 될 말씀입니다. 그자는 교복만 입은 조폭입니다. 주민등록증도 위조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변머리만 조금 남아 있고 머리가 모두 벗겨진 교장은 골머리가 아팠다.
전학생으로 인해 학교에서는 하루 종일 난리가 났다.
간이 작은 몇몇 여선생은 수업을 마치지 못하고 뛰어나왔고 반 아이들도 얼음처럼 굳어 버렸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정부의 시스템을 무시하는 겁니까. 어떤 미친놈이 주민등록증을 위조해서 편입을 합니까. 아무런 이득도 없잖아요.”
“아닙니다. 요즘 조폭들이 얼마나 약습니까. 분명 저희 아이들을 꾀기 위해 위장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기 선생, 영화를 너무 많이 봤습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할려구요.”
“참 답답하네요. 그냥 그자를 내버려 두면 9시 뉴스에 나옵니다. 곧 학교에 기자들이 들이닥쳐 전국적으로 유명해질 거라고요. 아마 그자가 학교를 집어삼키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일진회를 자기 손안에 넣겠지요. 약하고 순진한 학생들은 그놈의 먹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괴롭힘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는 학생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때가 되면 이미 후회해도 늦습니다.”
“음.”
집단 괴롭힘을 이기지 못한 자살이라.
죽더라도 막고 싶은 일이다.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이곳에서 목이 남아날 선생은 없었다.
교장과 교감은 물론이거니와 학생 선도를 맡은 기 선생도 매일같이 경찰에 출두하여 조사를 받다 있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쓸 가능성이 높았다.
다행히 책임을 피한다고 하더라도 진급은 물 건너간다.
“음. 그렇게 되면 큰일이지요.”
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불명예 퇴직하는 것은 절대로 막고 싶었다.
“그래도 오늘 하루는 그 반 아이들이 조용하지 않았습니까. 좀 무섭기는 하더라도 전 수업하기 편하던데요.”
차두현의 담임을 맡은 수학 선생인 김평남이 식은 녹차를 마시며 말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김 선생님. 지금 그자를 두둔하시는 겁니까.”
기도훈은 김평남을 노려보며 가슴을 탁탁 쳤다. 자신의 말이 너무 먹히지 않다 보니 답답한 모양이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수업하기는 편하지 않습니까. 저는 수학을 가르칩니다. 보통 때는 35명 반 아이들 중에 15명 이상이 잠을 잡니다. 하지만 오늘은 모두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수업을 듣더라니까요. 물론 조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그 정도야 애교지요. 개인적으로 저는 그 학생이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김 선생. 당신은 지금 선생의 직분을 망각하고 있어요.”
기도훈은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그런 기도훈을 향해 김평남은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저자는 너무 다혈질이다.
이제 전학 첫날이다.
차두현이 비록 조폭들과 연관이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오바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부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만에 하나 그 학생이 열심히 공부를 한다면 어쩌려고 저럴 것인가.
과거를 청산하고 이제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이라도 간다면 선생으로서 기뻐해야 할 일이지 않은가.
한숨을 내쉰 김평남은 기도훈의 말을 받았다.
“독은 독으로 치료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정말 차두현 학생이 엄청난 악당이라면 일진회 학생들은 모두 그의 밑으로 들어가지 않겠습니까. 그럼 저희는 차두현 학생만 감시하면 됩니다. 전보다 훨씬 편해지지요. 차두현 학생을 구슬려서 학교에서 만큼은 사고를 치지 않게 하면 더 좋구요.”
김평남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 선생들이 다수였다.
굳이 풀을 들쑤셔 사나운 동물을 놀라게 할 필요는 없었다.
“좋아요. 그럼 결론을 내립시다. 지금은 경각심을 가지고 그 학생을 지켜봅시다. 먼저 우리가 놀랄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정말 큰일 날 겁니다.”
교장은 손을 들어 기도훈을 제지했다.
그가 전학을 온 첫날이다.
수십 년간 별의별 학생들을 다 만나보았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나쁜 아이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런 아이들은 주변 환경으로 인해 물든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선생들의 노력으로 개화가 된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공교육이 썩었다 썩었다 하지만 완전히 폭삭 주저앉을 만큼 그렇게 썩은 것은 아니었다.
“모두 정신을 바짝 차립시다. 그 학생을 유심히 살펴보고요. 기 선생은 지도부 학생들에게 말을 잘해놓으세요. 그래도 지도부 학생들은 믿을 만하지 않습니까.”
“걱정 마십시오.”
기 선생은 자신만 믿으라며 큰소리를 땅땅 쳤다.
차두현이 전학 온 첫날 작은 소동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온 학교가 난리가 났다는 것을 차두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5. 초괴수 전설(1)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던 페르민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소장님. 그런데 잘한 일일까요. 어딜 봐서 두현 씨가 고등학생입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수 같은데요.”
소장인 미스터 킴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로서도 방도가 없었다.
이하현은 아직 중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이강철은 북에서 넘어왔다.
그리고 페르민은 누가 봐도 외국인이었다. 학교에 들여보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나마 신분 세탁을 하기 쉬운 존재가 두현이었다. 물론 그가 자신들의 일에 협력하리라 볼 수는 없지만 최소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미친 친일파놈들은 어린아이들의 사상부터 개조시키려고 한다.
만약 그 정보를 알지 못했다면 엄한 곳에서 헤매고 다녔을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습니다. 다른 조직과는 연계가 되지 않고 우리들만의 힘으로 해내야 합니다. 모두 기도합니다. 두현 씨를 제발 고등학생으로 봐주세요라고.”
페르민은 헛웃음이 나왔다.
소장이라는 작자가 제정신이 아니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두현이 조금은 걱정스러웠다.
최대한 빨리 그와 접촉하여 모든 사실을 알려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 * *

일몽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 아직도 꿈에 나와 아른거렸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일본인의 시체도 두현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헛것을 봤나라고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아무래도 현실감이 없었다.
하지만 몸이 아픈 것은 진짜였다. 머리가 깨지고 온몸이 멍투성이었다.
어쩔 수 없이 며칠 학교를 쉴 수밖에 없었다.
몸도 어느 정도 회복했고 아침에 일찍 등교를 하려고 했지만 늦잠을 잤다.
자도 자도 졸립다.
딩동디동.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있었다.
일몽은 하품을 하며 교문을 들어섰다. 배가 고프니 학생 식당으로 바로 가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다.
“일몽아, 일몽아.”
“응?”
같은 반 친구인 철수가 다가와 일몽이를 불렀다. 그는 그냥 노는 애다.
일진회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부도 하지 않는 한 반에 한두 명씩은 꼭 있는 그냥 노는 애다.
대학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꼭 가야겠다는 의지도 없기 때문에 모범생들과 불량 아이들 사이에서도 잘 놀았다.
그렇기에 대체로 그냥 노는 애들은 성격이 좋았다.
그런 노는 애들 중에 한 명인 철수의 얼굴이 심각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설마 재범이가 벌써 학교에 나왔나.
그럴 수도 있었다.
아마 재범은 자신에게 이를 갈고 있을 것이 확실할 테니.
“왜?”
“큰일 났다.”
“큰일? 뭐가?”
학교에 나오지 않는 동안 무슨 일이 터졌나 보다.
“학교에 조폭이 전학을 왔다. 아니, 소문으로는 미국에서 기관총을 난사해서 십 수 명을 죽이고 도망 왔다고 하더라.”
“뭐? 말이 되냐?”
그런 일이 벌어지면 뉴스에 나와도 진작 나왔다. 네이버만 찾아봐도 금방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세상에 그런 흉악범을 받아 줄 학교가 어디 있던가.
“정말이야. 그것 때문에 학교가 뒤숭숭해. 2학년 일진회는 재범이 돌아오는 즉시 그 인간을 깐다고 하더라.”
다행히 재범은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
조금은 안심이 되지만 곧 다시 그와 붙어야 할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형님을 만날 수가 있다면 상의라도 할 텐데 연락처를 모르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조금은 답답하지만 어쩔 수는 없었다.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형님을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놓였다.
인간답지 않은 그는 UFC에 진출해도 동양인 최초로 헤비급 챔피언을 따낼 것 같았다.
형님만 아니면 어지간한 인간과 붙어도 두렵지가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때도, 재범을 비롯한 일진회 멤버들을 단숨에 꺾는 것도 일몽의 머릿속에는 너무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네가 나서줬으면 좋겠어.”
“내가? 내가 왜?”
“반 아이들이 숨도 못 쉬고 있어. 공포 교실이 따로 없다. 너도 같은 반인데 숨도 쉬지 않고 살고 싶어? 자유를 찾자고. 그 살인마에게서.”
같은 반이라.
하긴 같은 반이면 언제 부딪쳐도 부딪칠 것이다. 아이들은 숨도 못 쉬게 할 정도라면 악질 중에 악질이 분명했다.
이럴 때 재범이 먼저 등교했다면 둘이서 붙었을 텐데.
그럼 일거양득이 아닌가.
조금 아쉬웠지만 할 수 없었다.
형님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것이다.
형님의 말을 믿고 힘내서 해보자.
“어디 있는데?”
“치게?”
“그래. 공포 교실이라니. 생각하기도 싫다. 일 년간 그 꼴로 학교를 다닐 수는 없잖아.”
“잘 생각했다.”
철수는 일몽의 어깨를 툭툭 쳤다.
“가자. 학생 식당에 있을 거야.”
철수가 앞장서자 일몽도 뒤를 쫓았다.
학교 식당에서 붙어야 하나? 따로 불러내서 손을 보는 것이 좋지만 철수의 말대로 그렇게 험악한 놈이라면 사람이 많은 학생 식당에서 붙는 것이 유리했다.
비록 정학을 당하겠지만 그의 코를 납작하게 할 자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