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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안전보장 사무소 1(18화)
7. 야수들의 밤(1)
이시이 시로는 도망치는 두현을 건물 옥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사냥이다.
그는 한국의 인간들을 사냥하는 것이 좋았다. 아니, 대일본제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등 민족이기에 천황 폐하를 위해서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는 과거 731부대에서 많은 신체 실험을 행하였다. 기본적으로 마취를 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녀노소 구분을 하지 않고 실험했다.
당시에 마취제는 꽤나 비쌌기에 실험체에게 그것을 쓸 이유는 없었다.
질병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보기 위해 산 채로 장기를 적출하였고, 출혈의 연구를 위해 수용자의 팔다리를 절단한 후 반대쪽끼리 붙이기도 하였다.
팔다리를 얼린 뒤 녹여서 치료받지 않은 괴저 및 부패에 대해서도 연구하였고 뇌와 폐, 간을 제거한 후 살아 있는 시간을 측정하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무기 성능 실험부터 세균전에 대한 실험까지 모두 산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하지만 그는 전쟁 이후 전범으로 처리되지 않은 채 계속 군복무를 하고 있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731부대 시절부터 자신을 따르던 부하 군의관들을 이끌고 한국전쟁에 군의관의 자격으로 참전하기도 했다.
그는 모든 천수를 누렸고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기소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강렬한 집념으로 되살아났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대일본제국을 꿈꾼다.
일본이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점령이 필수였다.
이시이 시로가 하고 싶은 실험은 한국인들과 일본의 혼령들이 합쳐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저 영혼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하나가 되는 것을 뜻한다.
만약 성공한다면 일본인들은 무한한 삶을 연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을 점령하고 가축처럼 인간들을 키운 후 수명이 다한 일본인의 혼령을 옮겨 심는다.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국을 보호하고 있는 수많은 신들을 먼저 없애야 했다.
그의 계획은 차근차근 행해지고 있었다.
벌써 다섯 명의 신을 소멸시켰다. 한국의 신들은 참으로 무능하다.
왜 그렇게나 많은 제약이 걸려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힘없이 죽어갔다.
그리고 저자도 마찬가지다.
몸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기는 사방 1km 남짓까지 뻗어 나오고 있었다.
이제껏 본 신중에 가장 강력하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 능력을 쓰지도 못했고 도망치기에만 바빴다.
저자를 산 채로 잡아 해부해 보고 싶었다.
그가 깨어나서 한 가장 기본적인 실험은 성공했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없거나 타국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자들은 세뇌가 쉬웠다.
모든 한국인들에게 붙어 있는 수호령들도 그들에게는 접근하지 못했다.
본인 자신이 거부하는데 수호령들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영혼을 봉인에서 불려난 원령들도 채웠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하급 원령들의 지적 능력과 전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을 상대로는 충분했다.
그리고 지적 능력이 떨어지기에 컨트롤하기에도 편했다.
이시이 시로가 움직이고 있는 원령들은 모두 12명. 두 명이 멍청하게 죽어 버렸지만 상관없었다.
그들은 모두 코스프레 축제에서 만난 한국 젊은이들이었다.
끼이이익.
승용차 한 대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섰다. 중년 여성이었는데 얼마나 놀랐는지 토끼눈이 되어 있었다.
두현은 운전자를 향해 손을 한 번 흔들고는 계속해서 뛰었다.
끼이이익.
뒤에서도 차들이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들렸다. ‘쿵’하는 소리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한 명도 다치지 않은 모양이었다.
“제기랄!”
두현은 중앙선을 넘었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차들의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를 스치듯이 지나친다. 바로 옆에서 들리는 굉음은 두현의 심장을 오그라들게 만들었다.
발 한 발자국만 잘못 디디면 끝장이 난다.
목숨이 몇 개가 있지 않는 이상 이 도로를 건너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건널 수밖에 없었다.
바로 뒤에서 미친 살인마들이 떼거지로 쫓아오고 있으니 말이다.
차가 지나치자 ‘슝슝’ 소리를 낸다.
달리는 속도로 인해 두현의 몸이 좌우로 흔들렸다.
“카카카카. 잡았다.”
한 사내가 두현의 뒤를 잡았다. 그는 들고 있던 낫을 찍었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두현은 숨을 멈추며 수많은 차가 달리는 도로로 뛰어들었다.
1초의 차이였다.
그의 등으로 승용차 한 대가 지나쳤다. 사이드미러에 옷이 스치는 느낌이 확실하게 들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어떤 몰골이 되었을지 짐작이 갔다.
끼이이익!
쾅!
두현을 쫓아오던 사내는 승용차를 피하지 못했다. 그의 몸이 둥실 뜨며 족히 30m는 튕겨져 나갔다.
사내의 팔과 다리, 목이 기형적으로 꺾이는 것이 똑똑하게 보였다.
죽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중상은 면하기 어려웠다. 그를 친 승용차는 두 바퀴를 회전하더니 가드레일을 들이박았다. 보닛에서 흰 연기가 피어올랐고 운전자는 엎어져서 일어나지 않았다.
에어백이 터졌으니 그리 큰 부상은 아닐 것이다.
사고가 나서인지 뒤이어 오던 차들은 비상등을 켜고 멈췄다.
“말로만 좀비들인가. 정말 말도 되지 않는 상황이군.”
쓰러졌던 낫을 든 사내가 목이 꺾인 채 일어났다. 팔과 다리의 뼈가 살을 뚫고 튀어나왔지만 그는 고통을 잊은 듯했다.
웃으면서 두현을 향해 절룩거리며 다가왔다.
두현은 다시 뛰었다.
도로 끝을 넘어도 도로다. 이곳은 인터체인지로 더욱 많은 차량이 속도를 내며 달리고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는 그냥 뛰었다.
분명 누군가가 도움을 줄 것이라 했다. 이렇게 멀리 뛰어서는 자신을 찾지 못할 것이라 여겼지만 그렇다고 멈춰 서서 그들을 기다릴 수도 없었다.
멈추면 죽는다.
두 명의 사내가 따라붙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지만 마치 철천지원수를 진 것처럼 끈질기게 쫓아오고 있었다.
좀 전의 도로와 다른 왕복 8차선이다.
이곳은 정말 위험했다.
두현은 미친 척하고 도로를 건넜다. 지나치는 차들이 ‘빵빵’거리며 클랙슨을 울려댄다. 몇몇 차들은 깜짝 놀라 급하게 차선을 변경했다.
“크헉!”
어깨에 불로 지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따라 붙은 사내 한 명이 낫으로 어깨를 찍었다. 그는 낫을 사정없이 당겼다.
“크아아악!”
살이 반으로 찢어지며 살점을 도려냈다.
정신이 나갈 만큼 아찔한 고통이었다.
조금 주저했던 것이 두려움을 잊어버린 저들에게 간격을 좁힐 시간을 주고 말았다.
두현은 허리를 회전시키며 어깨를 찍은 사내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빠각!
허리까지 돌리며 전신의 힘을 이용해 날린 주먹이다. 그것을 제대로 맞고 서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턱뼈가 완전히 박살이 난 사내가 10여 미터를 날아 도로 한복판에 떨어졌다.
끼이이익!
놀란 차량들이 그를 피하기 위해 핸들을 꺾었다.
앞 차량은 다행스럽게 피한 것 같지만 뒤따라오던 차량은 그렇지 못했다.
쓰러진 사내를 밟은 택시 한 대가 튀어 오르며 한 바퀴 뒤집혔다.
쿠쿠쿠쿠쿵.
택시는 30m 이상을 뒤집힌 채 밀려갔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차량들이 연쇄적으로 추돌하며 뒤엉킨다. 순식간에 십여 대의 차량이 충돌하며 아비규환이 되고 말았다.
“으으으.”
이곳저곳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들은 구하고 싶지만 저들은 그럴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오직 두현만을 노리며 시퍼런 안광을 뿌려댔다.
“아, 안 돼!”
큰일이다.
사고를 확인하지 못한 탱크 로리가 합류 차선에서 빠른 속도로 튀어나왔다.
만약 부딪치면 대참사가 벌어지고 만다.
두현은 닥치는 대로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은 끄집어냈다. 대다수는 혼자의 힘으로 차에서 나올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끼이이익!
사고를 발견한 탱크 로리에서 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밤하늘에 넓게 퍼져 나갔다.
“오! 신이여!”
갓길로 벗어난 사람들이 다가오는 탱크 로리를 보며 신을 찾았다.
그러나 그때만큼은 신은 그들을 봐주지 않았다.
콰콰콰콰쾅!
탱크 로리는 사고 차량과 부딪치며 튕겨져 올랐다. 트럭과 부속차의 연결 고리가 끊어졌다. 트럭은 앞으로 밀려 나갔지만 부속차는 허공을 떠올랐다 사고 차량 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콰콰콰콰쾅!
폭발과 함께 엄청난 불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사고 차량들은 한꺼번에 불타 올랐고 주변 건물들의 창문은 모조리 깨져 버렸다.
사람들은 바닥에 엎드려 대참사가 벌어진 그곳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이 손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어서 구조대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불길은 거세게, 더욱 거세게 어두운 밤하늘을 밝혔다.
“다, 당신들 뭐요!”
상처를 입은 한 운전자가 낫과 일본도를 들고 오는 사내들을 보며 외쳤다.
무기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조폭 같지만 차림새는 그렇지 않았다.
모두가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또한 나이도 가지각색이었다.
몇몇은 배가 나온 중년의 아저씨였고 몇몇은 중고등학생으로 보였다.
또 몇몇은 집에서나 틀어박혀 인터넷이나 두드리면서 악플을 다는 그런 얼굴로 보였다.
그들은 자신에게 말을 건 운전자를 향해 일본도를 들었다. 운전자는 너무 놀라 입만 벌리고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잘못하면 저들에게 난도질을 당하고 만다.
“미친 새끼들! 거기 서지 못해!”
두현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박살 난 승용차의 부품 하나를 주웠다.
다행히도 다친 곳은 왼팔이다. 오른팔에 영향이 미치기는 하지만 큰 무리는 없었다.
그는 원령에 잠식되어 있는 사내들을 향해 있는 힘껏 부품을 던졌다.
빡!
한 사내의 이마가 깨지며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주먹 크기의 쇳덩이다.
잘못 맞으면 죽을 수도 있는 흉기나 마찬가지였다. 그것을 정통으로 맞은 사내는 뒤로 쓰러져서 꿈틀거렸다. 나머지 사내들이 고개를 돌려 두현을 바라봤다.
“이리 오라고 개자식들아! 너희들이 노리는 것은 나잖아!”
“킥킥킥. 맞네. 우리의 먹이는 너지. 미안. 하도 짜증이 나서 말이야.”
사내들이 두현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두현은 뒤로 물러났다.
이곳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일반인들이 말려들 가능성도 배재할 수는 없었다.
벗어나야 한다.
촤르륵.
사슬낫이 바닥을 긁자 귀에 거슬렸다. 저들은 넓게 퍼지며 두현에게 접근했다. 저들은 겉모습과 다르다. 전형적인 사냥꾼들이었다.
그것도 인간 사냥꾼들.
“이히히. 이얏호.”
가장 먼저 접근했던 사내가 멈춰선 자동차의 보닛을 밟고 점프했다. 그는 단번에 두 조각을 내겠다는 기세로 두현을 향해 일본도를 내려쳤다.
정신 나간 새끼들.
귀신에 씌었는지 아닌지는 상관이 없었다.
일본색으로 떡칠을 하고 지들이 일본인처럼 행동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들만 아니면 상관없다는 저 말투도 짜증나게 만들었다.
두현은 날아오는 사내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움직일 때마다 어깨가 욱신거렸다.
어서 치료를 하지 않으면 팔을 못 쓰게 될 가능성도 있었다.
빨리 치료를 해야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 몸을 뺄 수 없는 것이 문제였다.
두현은 저들과 같은 무기가 없었다. 그가 가진 무기는 오직 두 주먹뿐이다.
사내의 배와 가슴을 움켜잡은 두현은 그대로 콘크리트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커어헉!”
꽤나 아플 것이다.
등허리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
두현은 그의 손목을 밟았다. 그가 들고 있던 일본도가 떨어져 나갔다. 일본도를 들고 멀리 던져 버렸다.
자신이 쓸까도 생각했지만 일본도를 굳이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일본도의 날카로움에서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생겨났다.
두현은 주먹을 들어 바닥에 쓰러진 사내의 안면을 내려쳤다.
빡!
두현의 주먹은 어지간한 아이의 머리통만 하다. 또한 그의 힘은 괴력이라 칭해도 손색이 없었다.
두현의 주먹은 인간 해머와도 비견되었다.
뒷머리를 바닥에 댄 채 그것을 안면으로 받았다. 살아 있다면 운이 좋은 것이다.
코가 움푹 들어가고 광대뼈가 함몰이 됐다. 이빨은 모조리 깨져 사방으로 튀었다.
‘너무 세게 쳤나.’
문득 걱정이 들었다.
미현과 두수가 죽는 것을 본 후로 사람이 죽는다는 것에 두려움이 생겨났다.
상대가 악인이던 그렇지 않던 죽음과는 직면하기가 싫었다.
자신도 모르게 트라우마가 생겨나는 것이다.
두현은 손가락을 들어 사내의 코에 가져다 대었다. 약하지만 호흡이 있다.
“어쭈, 정말 질기다. 곰같이 생겨서 정말 빨라.”
뒤편에서 다른 사내들이 낄낄거렸다.
동료가 죽어가지만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저 말투도 듣기 싫었다.
계속해서 놀림을 받는 것 같았다.
두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을 벗어났다. 순간적인 순발력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지구력은 자신이 있었다. 그는 뛰자 원령에 잠식된 사내들도 쉬지 않고 따라붙었다. 그들은 사고가 일어난 현장에서 조금씩 벗어났다.
애애애애앵!
멀리서 소방차가 다가오고 있는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다친 사람들이 많지만 모두 구조될 것이다.
조금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