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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질주 1권(9화)
3장 산적 토벌(4)
“댁들 중에 가장 높으신 분이 누구십니까?”
주니의 질문에도 다섯 명의 산적은 밀려오는 통증으로 낑낑거리며 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도 덜 맞으셨나 보군요. 이 새끼들 더 족쳐요.”
주니의 명령에 몇 명이 다시금 몽둥이를 들고 달려들자, 지레 겁먹은 산적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이 사람이 젤로 높습니다! 두목 동생입니다!”
주니는 이 말을 듣고 왼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에르고에게 두목 동생을 제외한 4명을 발가벗겨서 묶으라고 하고는, 지목당한 두목 동생을 마을의 젊은 남정네 두 명과 함께 창고로 끌고 갔다.
창고로 끌려온 산적 두목의 동생은 의자에 묶인 채 주니에게 신문을 당하기 시작했다.
“나는 주니라고 합니다. 이 마을에서는 저를 현자라고들 하지요. 들어는 보았을 겁니다. 엘빈 마을의 현자, 많은 이들을 치료하는 바보.”
두목 동생은 들어봤다는 표정으로 고개만 연신 끄덕였다.
“한데 제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저희 엘빈 마을은 백작님이 아주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마을인데 아무리 무식한 산적이라도 함부로 토벌당하기 싫으면 우리에게 이렇게 마주 막장까지 요구하지는 않을 텐데, 여러분은 아주 대담하게 막장까지 요구하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영주성에 누군가가 댁들을 비호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누군지 말해 주시죠?”
“저는 모릅니다! 진짜 모릅니다!”
주니는 자신의 질문에 산적이 모른다고 대답하자 또다시 협박을 가하며 신문을 다시 시작했다.
“아, 모르시는 게 있는데, 마을 분들도 모르는 사항이지만, 전 아주 많은 전쟁을 겪어 본 사람입니다. 동료 하나 죽어 나가는 것은 눈 하나 깜짝 안 합니다. 당신 하나 여기서 제가 죽이는 것은 아주 쉬운 일입니다. 다시 한 번 질문합니다. 여기서 제대로 대답 안 하시면 지옥을 경험하게 해 드리죠. 영주성에서 당신들을 비호하는 인물이 누구입니까?”
다시 질문하는 주니의 질문에 연신 두목 동생은 모른다고만 대답했다.
그러자 주니가 같이 따라 들어온 젊은 남정네인 미로와 코리니에게 명령했다.
“이 새끼 입 벌려. 아주 지옥을 맛보게 해 줘야 입을 열 거 같으니.”
미로와 코리니는 현자라 불리는 주니의 이런 돌변한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무서워서 아무 소리도 못한 채 따르기만 했다.
주니는 미로와 코리니가 자신의 명령대로 두목 동생의 입을 벌리자, ‘펜치’를 들고 두목 동생에게 다가가 다시 신문을 하기 시작했다.
“충치를 건들면 아주 아프죠? 그건 치아에도 신경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생니를 뽑으면 어찌 될까요? 한 번 경험해 보세요. 히히히.”
두목 동생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주니가 두려워졌다.
그리고 잠시 후 창고에서는 두목 동생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악! 아악! 억! 윽! 아!”
미로와 코리니는 주니가 입을 벌리라 했을 때까지 주니가 두목 동생의 생니를 뽑을 것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주니가 보여 준 마을에서의 모습은 순박하고, 착하며, 인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주니의 모습은 그냥 악마, 아니, 악마보다 더 악랄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보는 미로와 코리니는 갑자기 두목 동생이 안쓰러워 보였다.
“이 새끼야! 말해. 영주성에서 너희를 비호하는 인물이 누구냐고?”
“아! 윽!”
잠시 후 두목 동생은 손을 휘저으며 말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고, 미로와 코리니가 산적을 풀어 주었다.
입이 풀린 두목 동생은 허겁지겁 자신이 아는 모든 사항들을 불기 시작했다.
산적 두목과 영주성 대리인 기스노와의 암묵적인 합의 사항까지 모든 것을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무조건 살려달라고 빌었다.
“역시 내 예감이 맞았군.”
“작전을 약간 수정해야겠군.”
주니는 이렇게 말하고는 마을 공터로 나갔다.
마을 공터로 나온 주니는 싸울 준비를 하고 있는 마을의 젊은 남정네들에게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는 촌장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촌장과 대화를 마친 주니는 다시금 싸울 준비를 하고 있는 마을의 젊은 남정네들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자! 갑시다. 저 산적들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 줍시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좀 더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마을을 만듭시다. 신은 우리와 함께하실 겁니다.”
주니가 이렇게 외치자 마을 주민들 전체가 같이 외치기 시작했다.
“와! 가서 싸웁시다! 신은 우리와 함께하실 겁니다. 와! 싸웁시다!”
그리고는 마을 젊은이들은 준비된 무기들을 들고는 함정이 준비된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마을 젊은이들이 모두 빠져나가는 것을 배웅한 촌장은 남아 있는 노인들과 아낙네들을 모았다.
그리고는 말하기 시작했다.
“현자님이 산적들과 싸우러 가시기 전에 저에게 한 가지 당부하셨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네? 현자님이요?”
갑자스런 촌장의 발언에 남아 있는 마을 주민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현자님이 모두 영주성으로 피난하셔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피난을 가면서 마을 공터에 검은 연기가 잘나는 장작을 모아서 불태우고 피난을 가라고 하십니다. 그러니 각자 준비하시고, 두 시간 이후에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갑자기 왜 그런 말씀을 하신 겁니까?”
촌장의 발언에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다고 따지는 마을 주민들에게 촌장은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영주성까지 피난을 가야 싸우러 간 남정네들을 도와줄 병사가 올 수 있다고, 우리가 꼭 영주성까지 가야 우리 마을을 구할 수 있다고 하십니다. 자세한 사항은 제가 지금부터 말씀드릴 테니 무조건 따라 주셔야 합니다. 아시겠죠?”
촌장은 발언을 마치고 마을의 젊은 아낙들과 약간 힘을 쓸 수 있는 노인들을 모아 놓고 주니가 주지시킨 사항을 말하기 시작했다.
산적 소굴과 엘빈 마을 사이의 외진 길.
주니의 계획대로 만든 함정에 어느덧 엘빈 마을 50명의 용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 다 왔습니다. 일단 목들 축이시죠. 그리고 에르고 형님, 저 5명 저한테 좀 데리고 와 주세요.”
주니의 말을 들은 에르고는 다른 몇 명과 함께 주니 앞으로 산적 5명을 끌고 갔다.
그러자 주니는 말을 이어 갔다.
“제노리, 유인조들 데리고 이리 와라.”
그러자 제노리가 유인조 4명과 함께 다가왔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라. 이제는 우리가 죽느냐 산적이 죽느냐다. 너희 유인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생존이 걸렸다. 그러니 내가 일러 준 대로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
주니의 말을 듣게 된 유인조 다섯 명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한 유인조들의 반응을 본 주니는 발가벗겨진 다섯 명의 산적 앞으로 갔다.
그런 후, 산적 두목 동생에게 말했다.
“난 네놈에게 아무런 원한이 없다. 그러나 내가 살자면 네놈이 죽어 줘야겠다. 나를 원망하지는 말아라.”
말을 마친 주니는 갑자기 다른 동료가 가지고 있던 큰 칼을 들고 오더니, 산적 두목 동생의 목을 가차 없이 내려쳤다.
철∼
“악!”
하나 주니도 사람을 처음 죽여 보는 것이라 조준도 잘못했고, 손이 떨려서 목이 반쯤 남아 있었다.
‘내가 이 짓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다. 이러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이미 일은 벌어졌다. 흥분하지 말자.’
마음을 다시금 가라앉히고 주니는 마저 목을 잘랐다.
주니가 사람의 목을 치는 모습을 보고 지금 있는 마을 사람 모두가 놀라고 있었다.
이런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니는 피를 뒤집어쓴 모습으로 유인조에게 다가갔다.
“잘 봐라. 너희가 실수하면 우리가 이렇게 된다. 알겠지?”
떨리는 음성으로 주니는 말을 계속 이어 갔다.
“산적 산채에 이 머리를 던져라.”
주니의 말이 끝나자 유인조들은 산적 산채로 가기 시작했다.
유인조가 사라지자 주니는 혼자 우두커니 서서 몸을 계속 떨기 시작했다.
산적 산채 앞.
땡∼ 땡∼ 땡∼ 땡∼
갑작스런 경고 종소리에 산채 마을이 부산해졌다.
산적들이 산채의 목책 위에서 내려다보니 웬 9명이 산채 앞에 있는 것이다. 한데 4명은 너무나도 눈에 익었다.
어제 엘빈 마을로 갔던 동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뒤에 있던 다섯 명의 외침이 들리기 시작했다.
“야, 이 산적 새끼들아! 싸우자! 우리는 엘빈 마을의 용사들이다! 한판 붙자! 쫄았냐 새끼들아? 왜 대답이 없냐?”
이 목소리를 듣게 된 산적 산채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러다 산적 두목이 목책 위로 나타났다.
“웬 놈들이냐?”
그러자 다섯 명 중에 한 명이 외쳤다.
“그런 넌 어떤 새끼냐?”
산적 두목은 순간 생각했다.
‘이건 도발이다. 저 무릅을 꿇고 있는 녀석들은 우리 산채 녀석들인데, 한데 한 명, 아니, 내 동생은 왜 안 보이지?’
산적 두목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무언가 산채 벽을 넘어서 툭 떨어졌다. 그리고 떨어진 물체를 확인한 산적 두목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산채를 쩌렁쩌렁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아! 이게 뭐야? 내 동생의 목이 아닌가? 아! 동생아!”
“뭐해! 저 새끼들 잡아 와! 다 나가! 다 나가란 말이야!”
그리고는 산채의 문이 열리고 산적 모두가 이 다섯 명을 잡기 위해 쫓아가기 시작했다.
물론 산적 두목도 쫓아가기 시작했다.
산적 소굴과 엘빈 마을 사이의 외진 길.
함정을 만들어 놓은 주변 곳곳에 마을 사람들은 주니가 일러 준 대로, 미리 파 놓은 땅속에 숨어 있거나, 온몸에 풀들을 꽂아서 나무들 사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물론 모두가 숨은 것은 아니다. 함정 주변 아름드리나무 위에도 몇 명이 있었다.
그런 와중 수많은 발소리와 고함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와!”
“저 새끼들 잡아! 잡아서 내 앞으로 데리고 오란 말이야!”
‘드디어 오는군. 유인조가 잘해 주었구나.’
그리고 잠시 뒤 유인조 다섯 명은 함정이 있는 장소에 도착해서는 함정을 파 놓은 길가에서 갑자기 언덕 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숨었다.
유인조가 숨자 유인조와 같은 옷을 입은 다섯 명이 함정 앞쪽에 나타나 뛰는 척을 했다.
잠시 후 200명 정도의 산적 무리가 엘빈 마을 전사들이 만들어 놓은 함정에 들어섰다.
“억! 이게 뭐야? 어?”
갑자기 앞쪽에서 뒤쫓던 20명 남짓의 산적들이 갑자기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다. 이를 감지한 산적 두목이 외쳤다.
“잠깐 멈춰!”
두목의 외침을 듣게 된 산적들은 그 자리에서 일제히 멈추어 섰다.
그러나 앞쪽에 20명은 언제 생겼는지 모를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뒤에서 병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쨍! 쨍! 쨍!
화∼
“아! 살려 줘!”
“뜨거워! 불이 붙었다!”
갑작스럽게 앞뒤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자 산적 두목은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으나, 잠시 후 갑자기 위에서 하얀 먼지가 대량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몇몇 동료가 고통스러워하며 뒹굴기 시작했다.
“아! 내 눈!”
“눈이 뜨거워!”
“아! 보이질 않아!”
사방이 비명으로 휩싸여 갈 때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산적 두목이 외쳤다.
“모두 길가 언덕으로 올라가!”
하나 그들에게는 이제부터가 고통의 시작이었다.
엘빈 마을 남정네들은 자신들이 땅을 파서 가죽으로 땅의 벽을 감싸고, 그곳에 고운 흙을 채우고, 물을 부어 만든 진흙 늪에 걸려든 산적들을 보고는 그제야 주니의 의도를 알아채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니가 후방에 마른 잎들을 깔아 놓은 곳에 도수 높은 술을 담아 놓은 토기들을 던지라 명령하자, 불을 붙힌 장작과 함께 던져 후방에서도 교란을 주기 시작했다.
이렇게 자신들이 만든 함정들에 의해 산적들이 혼란스러워할 때쯤 아름드리나무 위에 있던 마을 남정네들은 석회 가루를 뿌려 산적들의 시야마저 괴롭히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든 함정을 발동한 후 주니는 마지막으로 산적들에게 회심의 일격을 가하기로 마음을 먹고 명령을 내렸다.
“던져요. 딱 세 번만 던지고 돌격하세요.”
슝∼ 퍽!
슈웅∼ 퍼! 퍽! 퍽!
주니가 던지라고 한 것은 다름 아닌 돌덩이들이었다.
주니의 명령으로 던져진 돌덩이들을 맞고 다시 우왕좌왕하기 시작한 산적들을 본 엘빈 마을 50명의 용사들은 일제히 쇠 도리깨와 철퇴를 휘두르면서 산적들과 난타전을 벌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