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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질주 1권(22화)
6장 파티장에서…….(4)
주니의 명에 꼴통 5인방은 공주를 강제로 무릎 꿇렸다.
“네 이놈들!”
“네년이 공주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우리를 겁박하려 들어?”
“아니, 이 천한 것이…….”
“네년이 아무리 공주라 할지라도 지엄하신 국왕 폐하의 위엄을 넘을 수 없다. 한데 네년은 공주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국왕 폐하께서 본인의 이름을 걸고 약조하신 위대한 약속을 헌신짝 차 버리듯 차 버려? 국왕 폐하의 위엄에 손상을 입혔다. 이는 네년이 공주라 할지라도 목을 내놓아야 한다. 네년도 모르는 바는 아니겠지? 왕실에는 허언이 없다라는 것을.”
주니의 마지막 말에 공주도 이제 뭔가를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뜨며 자신의 아버지이자, 이 카리우스 왕국의 지존이신 매션 국왕을 쳐다봤다.
‘아버지!’
늦었지만 먀사 공주는 이제야 주니가 저리도 오만방자하게 굴고 있는 까닭을 깨달았다.
아버지이시기 전에 이 나라의 지존이신 아버지께서 공노이지만 왕실에 허언이 없다고 장담하면서 자신의 이름까지 걸고 공노들과 약조했는데 그분의 자식인 자신이 어이없게 그 약조를 깨 버려서, 왕가 전체를 망신살이 뻗치게 만들었다는 것을.
먀사가 뒤늦은 깨달음으로 후회를 하고 있을 때쯤 주니는 주변에 있던 칼을 주어 들고는 먀샤 공주 앞으로 다가섰다.
이때 왕비의 다급하면서도 앙칼진 목소리가 들렸다.
“기사들은 뭣들 하는가? 병사들은 뭣들 하는가? 저 오만 방자한 놈들을 쳐 넣지 않고!”
카리우스 왕성 내 파티장.
“기사들은 뭣들 하는가? 병사들은 뭣들 하는가 말이다! 저 오만 방자한 놈들을 쳐 넣지 않고!”
갑작스런 왕비의 외침에 파티장 내는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지만, 기사나 병사 누구 하나 왕비의 명을 이행하지 못하며 머뭇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왕비 뭐하는 짓이요?”
“전하! 전하께서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저런 무지렁뱅이들이 공주의 목숨을 거두려 하는데 지켜만 보시는 것입니까? 뭣들 하는가! 저 오만 방자한 놈들을 쳐 넣지 않고!”
왕비의 이 앙칼진 발언에 국왕의 얼굴은 돌덩이처럼 굳어지기 시작했고, 기사들과 병사들은 다시 주니 일행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이때 국왕은 주니와 눈이 마주쳐 버렸다. 그리고는 자신을 조롱하는 듯한 주니의 눈빛을 느끼고는 순간 눈을 감고 말았다.
그때 다시 주니의 외침이 들렸다.
“하하하! 딸년이 이렇게 오만 방자한 게 모두 왕비 마마 때문이었군요.”
주니는 지금 많은 병력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데도 전혀 겁도 안 먹고 오히려 당당히 외쳤다.
그러나 이미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했는지 꼴통 5인방은 포크와 수저를 꼭 쥐고는 주니를 둘러싸고는 결사 항전의 의지를 내비치며 병사들과 또다시 대치했다. 이때 주니가 병사들을 향해 말했다.
“자연의 이치로 보자면 하늘에는 태양이 두 개일 수 없다. 한데 네놈들은 우리를 둘러싸지 말라는 국왕 폐하의 명을 무시하고, 왕비의 명을 따른단 말이냐? 정녕 네놈들은 역적이 되고 싶은 것이냐?”
주니의 이 발언에 꼭지가 단단히 돈 왕비가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며 명을 내렸다.
“뭣들 하느냐? 저놈들의 사지를 가르지…….”
하나 왕비는 명을 마저 내리지 못했다.
“내 두 번 말하지 않겠다. 병사를 물려라.”
이렇게 국왕과 왕비의 명이 서로 엇갈리자 기사들과 병사들은 누구의 명을 따라야 하는지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뭣들…….”
짝!
왕비가 다시 명을 내리려 할 때 국왕이 왕비의 뺨을 때리는 소리가 파티장 내를 가득 울렸다.
“아바 마마…….”
“전하!”
이런 국왕의 행동에 모두가 국왕과 왕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뺨을 맞은 당사자인 왕비 또한 놀라서 맞은 뺨을 어루만지며 국왕을 쳐다보았다.
“왕비! 나의 권위에 도전하지 마시오! 이 나라의 지존은 이 몸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란 말이요! 한 번만 더 나의 권위에 도전하여 병사를 움직일시 당신부터 내가 친히 벨 것이요. 경고요! 나의 권위에 도전하지 마시오!”
국왕의 이런 행동에 왕비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국왕은 단장에게 명을 내렸다.
“단장, 지금 즉시 병사를 물려라. 만약 물리지 않으면 단장 네놈부터 역적으로 처단할 것이다.”
“네? 네, 전하!”
단장은 잠시 머뭇거린 후 병사를 물렸다.
그리고 난 후 국왕의 발언이 이어졌다.
“그대들은 하던 일을 계속하라!”
국왕의 명이 떨어지자 주니와 꼴통 5인방은 다시 공주에게 다가가 다시 공주의 무릎을 꿇렸다.
그리고 난 후 주니는 칼을 머리 위로 들고는 공주에게로 다가갔다.
“마지막으로 유언이라도 남길 게 있으면 남겨라. 그래도 공주였던 신분을 인정하여 유언은 받아 주겠다.”
먀사 공주는 지금의 상황이 절망스러웠다. 또한 아무리 아버지 얼굴에 먹칠을 한 것이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아버지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살고 싶어요! 아바 마마, 살려 주세요!”
마샤 공주가 말을 마치자 주니는 공주의 머리 위에서 칼을 내려치려는 흉내를 내면서 국왕을 쳐다보았다.
이때 국왕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 형을 멈춰라!”
국왕의 목소리가 들리자 주니가 칼을 내렸다.
“먀사 공주의 저 오만 방자함을 그대들만큼이나 나 또한 용서할 수 없다. 하나, 아비로써 딸아이의 죽음을 볼 수는 없다. 그대들은 딸아이의 목숨 대신 다른 형벌로 그대들의 명예를 취할 생각은 없는가?”
국왕의 이런 발언에 세자가 나서서 말했다.
“아바 마마, 어찌 저런 천한 자들에게 명예를 논하십니까?”
세자가 발언하자 국왕은 노기를 띠며 세자에게 훈계하였다.
“세자인 네놈마저 나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냐? 저런 천한 것들도 국왕인 본인의 명예를 지켜 주기 위해 저렇게 노력하는데, 세자라는 네 녀석이 이 아비에게 도전을 하는 것이야?!”
국왕의 이 발언에 세자는 말을 잇지 못하였고, 국왕은 다시 주니를 쳐다보고는 그의 답을 기다렸다.
“전하! 전하는 이 나라의 지존이시고 저희의 주인이십니다. 저희는 전하께서 명하시면 따를 뿐입니다. 그러면 전하의 명에 따라 저희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정도의 형벌로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주니의 말이 끝나자 국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주니는 꼴통 5인방에게 천을 가지고 먀샤 공주의 눈을 가리게 했다.
사실 국왕은 지금의 상황들 때문에 너무나도 흥분과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권력에 대한 갈망과 희열을 이제야 제대로 맛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국왕은 국왕 자리에 오르고 나서 왕비 가문과 왕비 가문을 따르는 귀족파 귀족들의 기세에 눌려 왕권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한데 저 주니라는 꽤나 영특한 공노가 지금 왕권을 운운하며 본인이 제대로 세우지 못한 왕권을 일순간 세워 주는 것이 아닌가?
자신은 공노지만 왕의 명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니 공노라고 자신을 무시하면 지엄하신 국왕의 명을 어기는 것이니, 역적이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왕의 말이 곧 법이다. 귀족 너희들이 날고 기어 봤자 왕 앞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주니의 행동은 귀족들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영특하군. 아주 기발해! 하하하!’
국왕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주니는 눈이 가려진 채 꿇어 앉아 있는 먀사 공주 앞으로 다가갔다.
이를 본 국왕을 비롯한 파티장 내 있는 모두가 주니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궁금했다.
‘머리는 되도록 너무 짧게는 자르지 말아야 할 텐데.’
국왕이 이렇게 생각할 때 주니는 먀사 공주의 양 볼을 잡고는 수백 년 굶은 승냥이처럼 먀사 공주의 입술을 탐하며 혀 놀림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쩝∼ 쪼옥, 쪼옥.
“웁∼ 으으…….”
쪼옥. 쩝쩝쩝∼ 후루∼
“웁! 웅웅∼”
주니가 먀사 공주의 입술을 열심히 탐하는 모습을 본 국왕은 너무나 어이가 없어 그 자리에 벌떡 일어났다가 그만 맥없이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카리우스 왕국 1,000년 역사, 아니, 대륙 역사 최초로 공노와 공주와의 파티장에서의 딥키스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국왕의 분노 어린 외침이 파티장 내를 가득 채웠다.
“멈춰! 멈추지 못할까!”
7장 스스로 하는 자(1)
카리우스 왕성 내 대전.
지금 카리우스 왕국은 바로 5일 전 벌어진 주니와 먀사 공주의 딥키스 사건 때문에 발칵 뒤집혀 있는 상황이다. 그 때문에 지금 대전에서는 주니 일행에 대한 긴급 어전 회의가 진행 중에 있었다.
“전하! 그 발칙한 공노들을 지금 당장 목을 베어 왕실의 위험을 세우셔야 하옵니다!”
“그렇습니다, 전하! 목을 베셔야 합니다! 그 천한 것들의 목을 베어 위엄을 세우십시오!”
지금 귀족파 소속 귀족들은 주니와 꼴통 5인방의 목을 치라고 간언하고 있었다.
“전하! 아니 되옵니다! 이미 왕성 내는 물론이요, 왕국 내에는 전하의 명으로 공노와 먀샤 공주님이… 크음.”
개혁파 소속 귀족은 말을 하다 약간 망측하다고 느꼈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이것은 본인 집안의 일이요! 더 이상 경들이 왈가왈부 논하지들 마시오!”
“전하, 소신들의 충심을 헤아려 그 천한 것들의 목을 베십시오!”
“아니 되옵니다, 전하! 목을 베시면 아니 되옵니다!”
“자, 자! 오늘은 이만 회의를 마치도록 합시다.”
그렇지 않아도 너무나도 황당해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던 국왕은 대전에서 대신들까지 생각하기 싫은 일을 들추어 왈가왈부하며 의견 대립을 하고 있으니 만사가 귀찮아 진 국왕은 회의를 급하게 끝내고는 머리를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카리우스 왕성 내 먀사 공주의 방.
“흑흑∼ 흑흑!”
지금 먀샤 공주는 너무나 큰 충격에 빠져 5일째 식음을 전폐하고 눈물만 흘리며 울고 있다.
“조용히들 못해? 다들 나가!”
주니와의 달콤한 딥키스 사건 이후 먀사 공주는 주변 시녀나 시종들이 조금이라도 수근거리면 꼭 자신을 놀리는 것 같아서 아무도 자기 주변에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특히 이번 주니와의 키스가 사실 먀샤 공주에게는 첫 키스였기에 그 충격은 더욱더 컸다.
“꺄악!”
카리우스 왕성 내 왕비전.
“공주는 어찌하고 있는가?”
“방에서 일절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식사는?”
“음식을 입에도 대지 않고 계십니다.”
“흠, 어찌 이런 황망한 일이…….”
사실 지금 왕비 본인도 그 달콤한 딥키스 사건 때문에 넋을 반쯤 놓고 있었다. 하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뺨을 때린 왕의 위엄을 보인 국왕을 생각하니, 화가 나기도 하면서도 그런 국왕 모습을 처음 접해 봐서 그런지 뭔가 알 수 없는 색다른 감정이 느껴졌다.
“풋!”
왕비의 갑작스런 작은 웃음에 주변에 시중을 들던 시녀들은 황당하다는 듯 쳐다보았고, 이런 시녀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는지 왕비는 손짓으로 시중을 들던 이들을 다 내보냈다.
그러다 갑자기 주니와 꼴통 5인방이 생각났는지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며 두통이 일기 시작했다.
“사지를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들!”
뿌드득!
카리우스 왕성 내 감옥.
지금 주니와 꼴통 5인방은 왕성 내 감옥에 투옥되어 있었다.
“큭큭큭큭!”
“형님, 지금 웃음이 나오십니까?”
갑작스런 주니의 웃음에 이들은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주니가 공주와 딥키스를 한 후 바로 체포되어 이렇게 5일 동안 투옥되어 죄인이 되어 버렸는데, 그 사건의 주범인 주니가 저렇게 웃고 있으니 그 심정은 더욱더 미쳐 가며 속만 타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도 주니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는지, 주니에게 질문을 던졌다.
“형님, 뭔가 또 다른 생각이 있으신 거죠?”
샹구의 질문에 주니가 대답했다.
“없는데. 쩝, 근데 아쉽구나. 좀 더하면 좋았을 걸 공주가 생각보다 혀놀림을 잘하더구나. 하하하!”
주니가 이런 상황에서도 농을 하자 꼴통 5인방은 결국 절망 어린 눈빛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한데 여기가 우리의 무덤 자리는 아닌 듯하다.”
주니의 알 수 없는 알쏭달쏭한 말에 꼴통 5인방은 각자의 짱돌을 굴리며 생각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