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현자의 질주 1권(23화)
7장 스스로 하는 자(2)
피에르 성으로 향하는 군사 행렬.
공노와 먀샤 공주와의 딥키스 사건으로 출정 파티는 엉망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바로 다음 날 국왕의 명으로 바로 출정하게 되었다.
“공주님,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시는지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공주는 막사 안에서 한 가지 생각에 골똘히 잠겨 있다가 볼브 기사의 질문에 말을 돌렸다. 하나 한 가지 생각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러지? 먀사와 그 공노의 키스에 왜 내가 화가 나냐고! 얼굴이 왜 이리 화끈거리는 거야? 아, 짜증나!’
이렇게 본인도 모르게 짜증이 나던 공주는 이런 기분을 잊기 위해 볼브 기사에게 행군에 관한 질문을 쏟아냈다.
“지금 행군은 어찌 진행되고 있습니까?”
“그게…….”
“뭐가 문제라도 있나요?”
“네, 공주님.”
“그 문제가 무엇이죠?”
“행군 속도가 너무나도 처지기 시작합니다. 또한 탈영병이 속출한다고 합니다.”
“뭐라고요? 탈영병이라니요?”
“그게… 지금 병사들을 통솔하고 있는 귀족가 자제들이 엘르 백작령 병사들과 농노병들을 혹독하게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네? 그건 또 무슨 소리죠?”
“그게 엘르 백작령 병사와 농노병들에게 먀샤 공주님의 사건을 빌미로 화풀이를 하는 듯합니다.”
“이런!”
짝! 짝! 짝!
“으∼ 나으리 살려 주십시오!”
“네 이놈들, 니깟것들이 귀족을 모욕하고도 살기를 바라느냐?”
짝! 짝! 짝!
지금 병사들을 통솔하고 있는 귀족가 자제들은 쉴 때마다 엘르 백작령 병사와 농노병들을 족족 잡아다 채찍질을 가하고 있었다.
이른 보다 못한 엘가 공주가 나섰다.
“지금 무슨 짓을 하시는 겁니까?”
공주가 약간 노기가 서린 얼굴을 한 채 귀족가 자제에게 물었다.
“지금 이 버릇없는 천한 것들에게 예절 교육을 시키는 것입니다, 공주님.”
“찰스 공자, 지금 당신의 영지병들이 이렇게 당하는데도, 말리지 않고 무엇을 하시는 겁니까?”
“공주님, 이 자리는 공주님이 끼실 자리가 아닌 듯합니다. 저희 영지 소속의 병사들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공주님은 공주님 볼일이나 보시죠?”
찰스의 대답을 들은 공주는 할 말을 잃고 막사로 돌아갔다. 이런 공주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스티브 기사는 서찰을 하나 써서 전령을 통해 왕국으로 보냈다.
카리우스 왕성 내 국왕의 집무실.
“끄응!”
집무실에 배치된 자신의 의자에 몸을 파묻고 있는 국왕은 지금의 상황을 잊어 보고자 무단한 애를 쓰고 있었다. 사실 공노인 주니가 자신의 딸인 먀샤와 딥키스를 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좋았다. 아니,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한데, 지금은 그 일로 인해 머리를 쥐어 싸매고 있는 처지가 되고만 것이다.
“시종장, 지금 성내 백성들의 분위기는 어떻소?”
“그게…….”
시종장은 국왕의 질문에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사실대로 말하게, 내 노하지 않을 터이니.”
“지금 성내 주민들을 통해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거기다 소문이 너무나도 와전되어 퍼지고 있습니다.”
“와전되었다니, 그것은 또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그것이 전하… 송구스럽게도 그 공노들에 대한 소문과 파티장에서의 소문들이 뒤엉켜 이상하게 와전되어 백성들 사이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그 와전된 소문에 대해 짐에게 소상히 고하라.”
시종장은 너무나 송구스러워 국왕이 와전된 소문에 대해 고하라 해도 입을 열지 못하였다.
“어서 고하라!”
꿀꺽!
“전하, 와전된 소문의 내용은 엘르 백장령에서 엘가 공주님을 따라온 현자와 그의 제자 5명이 있었는데, 이들은 공명심이나 허영심이 없이 진정으로 이 왕국을 위하는 인물들이라 공노로 신분을 위장한 채 엘가 공주님을 도와 병사를 잘 모았는데, 그 공을 높이 평가한 폐하께서 친히 그들을 파티에 초대하여 그들의 공을 치하하자, 시기심에 눈이 먼 파티장 내의 다른 귀족들이 폐하를 핍박하자, 이들은 차마 그 모습을 볼 수 없어 분개하여 결연히 일어나 폐하를 핍박하는 기사 두 명을 포크로 만든 삼지창을 휘두르며 기사와 맞서 싸워 폐하의 위엄을 세우고, 폐하가 그 모습에 감동하여 포상하려고 들자, 그들은 한사코 자신들은 폐하의 백성이라고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고는 단, 소원이 있다면 먀사 공주가 악령이 깃들어 고쳐야 한다고, 자신들이 고칠 수 있으니 치료를 할 수 있게 해달라 간언하자, 폐하께서 다시 한 번 그들의 충심에 감동하시어 치료를 허락해 현자가 공주와 입맛춤을 하여 악령을 자신의 몸으로 옮기어 병을 치료하였으나, 폐하께서 귀족들의 힘에 눌리어 현자와 다섯 제자를 옥에 가둘 수밖에 없었다고…….”
시종장으로부터 와전된 소문의 내용을 듣게 된 국왕의 표정을 정말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허허! 현자와 다섯 제자? 도대체 이런 황당무계한 소문은 또 무엇인 것이야?’
국왕이 이렇듯 황당한 소문에 말을 잃고 넋을 잃어 가고 있을 때쯤 누군가 서찰을 전달하여 주었다.
똑똑똑.
“전하, 엘가 공주님과 함께 출정한 스티브 기사가 서찰을 보내 왔습니다.”
“이리 가져와 보게.”
국왕은 공주를 따라나선 스티브 기사의 서찰을 읽어 내려가던 중 순간 한 문장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그자 스스로 해결하도록 만들라?”
8장 이 녀석의 혀 놀림은 왕을 움직인다(1)
카리우스 왕성 내 감옥.
“아우, 맛없어서 못 먹겠어요.”
“이제 이것들이 아주 배때기들이 불렀나 보군. 킥킥킥.”
“헤∼”
꼴통 5인방은 잠시였지만 파티장의 음식들에 입맛이 길들여졌는지, 감옥에서 주는 걸쭉한 개죽으로는 성이 안 찼다. 이런 모습을 본 주니가 꼴통 5인방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을 때 누군가 주니 일행이 갇혀 있는 감옥의 문을 열었다.
뚜벅뚜벅. 끼익∼
“공노 주니는 나를 따르라.”
“풋∼”
왠 기사의 부름에 주니는 살짝 웃고는 기사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우리 살 수 있긴 있나 보다.”
샹구가 말하자 나머지 4꼴통들이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샹구를 쳐다보았다.
“형님의 저 야릇한 표정, 형님은 저 표정을 지으면 항상 해결책을 만들었어.”
“맞아. 그랬던 것 같아.”
“나도 그래.”
미로와 제노리도 샹구의 말에 동의했다.
하나 포크로 삼지창을 만들어 국왕을 겁박하는 나쁜 기사 둘을 물리친 코리니와 코모는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머리만 긁적이고 있었다.
카리우스 왕성 내 국왕의 사무실.
“전하, 주니라는 공노를 데리고 왔습니다.”
“들라 하라.”
시종장이 주니를 데리고 왔다는 소리에 국왕은 주니를 안으로 들였고, 안으로 들어선 주니는 국왕께 바짝 엎드려 예를 갖추었다.
“천한 공노 주니, 국왕 폐하를 뵈옵니다.”
“내 이자와 독대를 하고 싶으니 잠시 자리를 피해 주게.”
“전하, 어찌 이런 천한 자와 독대를!”
국왕이 주니와 독대를 하겠다 하니 시종장은 안 된다고 간언을 하다가 국왕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고는 자리를 피했다.
“이리로 앉게.”
국왕의 눈치를 보는 척하던 주니는 국왕이 권하는 자리에 앉았다.
“이제 어찌할 생각인가?”
국왕의 뜬금없는 질문에 주니는 국왕의 표정을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전하! 제가 아는 유명한 장수가 남긴 말이 한 가지 있는데 들어보시겠습니까? 풋∼”
국왕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생기발랄하고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는 주니가 너무나도 흥미로워서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전쟁에 임할 때 장수가 살고자 전쟁에 임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전쟁에 임하면 산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저와 제 동생들의 상황은 지금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왕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주니의 말을 듣고는 한참을 생각한 후 다시 물었다.
“그럼 자네는 어떤 마음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인가?”
국왕의 말에 주니는 또다시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이도저도 아닌 맘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일단 저희의 명줄을 폐하께서 쥐고 계시니까요. 하나 죽고자 하는 맘으로 전쟁에 임하게 해 주신다면 사는 방법은 이미 제 머리속에 있습니다.”
국왕은 주니의 대답이 너무나도 시원시원해서 한참을 웃다가 재차 주니에게 질문했다.
“하하하! 그래? 그럼 내 너의 생각을 들어보고, 옳다면 죽고자 하는 맘으로 전쟁에 임하게 해 주겠다. 너의 생각을 말해 보라.”
국왕의 말을 듣고 주니는 잠시 국왕의 얼굴을 보았다.
‘살길이 열리는군. 큭!’
주니는 국왕의 표정을 보고는 살 수 있는 희망을 느끼고는 말을 이어 갔다.
“전하는 현재 많이 난처하실 것입니다. 공노인 저와 공주님과의 쩝∼”
“끄응!”
국왕의 표정이 노기 있게 변하자 주니는 말을 다르게 표현했다.
“아니, 공주님과 저와의 사건, 그리고 제 동생 둘이 근위 기사를 포크로 쓰러뜨린 사건 때문에 아주 많이 난처한 입장이실 겁니다. 아마 대신들은 저와 제 동생들 목을 치라고 노발대발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 네놈의 말이 사실이다. 해결책이 있느냐?”
국왕의 재촉에 주니가 대답했다.
“폐하가 저희에게 작위를 내리시면 됩니다.”
띵∼
“뭐라, 작위?”
주니의 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되어지는 망발에 국왕은 마음 저편에서 이자의 말을 계속 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두고 갈등했다. 그러나 주니의 계속 이어진 다음 발언에 국왕은 말을 계속 들을 수밖에 없었다.
“네, 전하. 이미 일은 벌어졌고, 소문은 나기 시작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먀샤 공주님 혼갓길은 다 막힌 것이나 다름없겠지요? 공노와 그런 일이 있었던 공주를 누가 거들떠나 보겠습니까?”
“끄응.”
“하나 명분이 없으시겠지요, 전하?”
주니가 자신의 의중을 정확히 짚어내자 국왕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법은 한 가지입니다. 엘가 공주님의 영지전에 저희를 보내 주십시오. 그래서 피에르 영지에 영지전을 걸어온 피에르 왕국의 3왕자의 영지인 쏘라 영지를 갔다 바치면 누구도 저희에게 작위를 하사하는 것에 반대를 못할 것입니다.”
쏘라 영지에 대해 운운하는 주니의 발언에 국왕은 순간 자신의 머리에 돌덩이가 박히는 듯한 큰 충격을 받았다.
쿵!
‘쏘라 영지라니?’
“정말로 쏘라 영지를 얻을 수 있겠느냐?”
“다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단, 전하께서도 해 주실 게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가?”
대화의 주도권은 이미 주니에게로 넘어갔고 국왕은 주니의 대답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엘가 공주님의 군권을 모두 저에게 주십시오. 인사권까지 모두 말입니다.”
“또한 제가 부탁하는 물품들을 준비해 주십시오.”
“물품?”
“네, 전하.”
“그게 무엇인가?”
“수레 100대에 장창 1,000개를 실어 주십시오. 창은 길면 길수록 좋습니다. 그리고 밭을 갈 때 쓰는 곡괭이도 한 500개 실어 주십시오. 그리고 투석기를 제작할 수 있는 공노비도 제공해 주십시오. 제가 쏘라 영지에 도착하여 서찰을 보내면 거기에 따른 물자를 약간 보내주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뭔가 또 무엇을 제공하면 되는가?”
국왕은 이미 주니와의 대화에 푹 빠져들어 주니의 마지막 부탁을 말해 보라 재촉하였다.
“전하와 왕비 마마의 사이가 좋아지셔야 합니다.”
“이 3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지면 쏘라 영지를 바치지요, 전하.”
주니의 요구 사항을 모두 듣고 난 후 국왕은 턱을 괸 채 약간 사색을 즐기듯 미소를 지으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무엇인가를 생각했는지 침을 삼키며 표정이 변하더니, 주니에게 답을 하기 시작했다.
꿀꺽.
“사실 너의 첫 번째, 두 번째 조건들은 쉽게 들어줄 수 있다. 아니, 네놈이 진정 쏘라 영지를 취해 줄 수 있다면 무조건 들어주어야겠지. 하나 세 번째 왕비와의 사이가 좋아져야 한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