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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질주 1권(24화)
8장 이 녀석의 혀 놀림은 왕을 움직인다(2)


주니가 국왕의 표정과 답을 듣고는 세 번째 조건에 대해 국왕이 많이 난처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한 가지 비책을 알려 줄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전하 옛말에 이런 말이 한 가지 있습니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다.”
국왕은 주니가 갑작스럽게 꺼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으이구, 이 한심한 작자야. 이런 명언도 모르다니.’
“전하, 외람되오나 왕비 마마께서 따로 즐기는 남정네가 있습니까?”
쾅!
“뭣이라? 네놈이 내가 호의를 베푼다고 마구 지껄이는 것이냐?”
“그럼 무얼 그리도 걱정하십니까? 왕비 마마께 진정한 사내는 전하 하나이실 텐데요. 다시 전하의 순한 고양이로 만드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띵∼
주니의 말이 끝나자 국왕은 문뜩 자신의 머릿속에서 큰 깨달음이 다가왔다는 것을 느끼고 주니가 자신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쑥덕 쑥덕 쑥덕.
잠시 후 주니와 대화를 마친 국왕은 친필로 서한을 작성하고 직인을 찍고는 주니에게 전달했다.
이때 시종장의 말이 들렸다.
“전하, 왕비 마마께서 전하를 뵙기를 청하옵니다.”
“내 지금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잠시 후 다시 들르게 하라.”
쾅!
문을 거칠게 연 왕비는 눈에 핏발을 세우고 국왕의 집무실에 들어섰다가 국왕과 주니가 독대를 하는 모습을 보고는 분노가 서려 있는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전하! 어찌 사지를 찢어 죽여도 모자랄 저 천한 것과 독대를 하고 계신 것입니까?”
“조용히 하시오, 왕비.”
“전하!”
국왕은 서한들을 주니에게 전달하고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는 왕비에게 다가갔다.
“내 분명 조용히 하라 했거늘…….”
국왕이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자신을 쳐다보며 말하자 왕비는 말을 하지 못했다. 아니, 기가 막혀서 말을 이어 가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국왕이 자신의 손목을 붙잡고는 어디론가 끌고 가자 앙칼지게 저항을 했다.
“전하!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이옵니까?”
“아무 말 말고 따라오시오!”
“전하, 전하!”
시종장이 시녀들을 이끌고 이들을 따라나서려 하자 국왕이 이들에게 큰소리로 명을 내렸다.
“침전에 갈 것이니 내 명이 있기 전까지는 아무도 오지 마라.”
잠시 후 국왕과 왕비가 사라지자 주니는 서한을 들고 일어나 자신의 볼일을 보기 위해 자리를 뜨려고 했다. 이때 시종장이 주니를 째려보며 다가왔다.
“네 이놈! 전하께 어떻게 혀를 놀렸길래!”
“지금 전하는 왕비 마마와 셋째를 만들려고 가신 겁니다.”
“뭣이라?”
“못 들으셨어요? 침전으로 가신다고 하셨잖아요.”
이 말을 마치고 주니는 기가 차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시종장을 뒤로한 채 국왕의 사무실을 나섰다.

카리우스 왕성 내 감옥.
“형님은 왜 안 오시지?”
“혹시 먼저 처형당하신 것은 아니겠죠?”
꼴통 5인방이 감방 안에서 주니를 걱정하고 있을 때 여러 명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뚜벅뚜벅. 삐익∼
“너희 내가 진짜 죽을 거라 생각했냐?”
“형님!”
“형님…….”
5꼴통들은 주니가 들어서자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희망과 안도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내비치며 주니를 반겼다.
“국왕 폐하의 명이시다. 모두를 꺼내라.”
주니를 따라온 기사가 간수에게 명하자 간수가 5꼴통들을 꺼내 주었다.

카리우스 왕성 감옥 밖.
“가자, 얘들아.”
“어딜 말입니까?”
“따라오면 알아. 그리고 지금부터 무조건 쫄지마 알았냐? 지금 우리 사자 소굴로 가는 거니까.”
“네?”
감옥에서 꼴통들을 끌고 나온 주니는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를 5꼴통이 졸졸졸 따라가기 시작했다.

카리우스 왕성 내 근위 기사단 집합소.
“구십.”
휘잉∼
“구십 하나.”
휘잉∼
“이 새끼들아, 똑바로 안 해?”
코리니와 코모에게 근위 기사 둘이 ‘포크’로 당한 일로, 왕성 내에서는 물론이요, 왕성 밖까지 소문이 자자하게 퍼지자 기사 단장은 수치심에 못 이겨 기사 단원들을 모아 놓고 웃통들을 까게 하고, 틈 만나면 필사적으로 훈련시키고 있었다. 물론 단장인 본인도 똑같이 웃통을 까고 말이다.
“이 자식들이 똑바로 안 해? 니들이 그러고도 기사야? 고작 ‘포크’에 찔려서 빌빌대는 것들이 기사냐고! 입들이 있으면 말해 봐!”
뿌드득!
기사 단장의 냉기 가득한 질책을 듣자 근위 기사단 단원들은 이를 갈으며 속으로 주니와 5꼴통을 수만 번 갈아 먹고 있었다.
이때 집합소 정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삐익∼
“계십니까?”
정문에서 너무나 정겨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모두가 정문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들이 그렇게도 수만 번씩 갈아 먹었던 주니와 5꼴통이 눈에 보였고, 이때 기사 단장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단원들의 표정까지 냉기가 드리워졌다.
“아니, 이 천한 것들이 어떻게 여길 온 것이냐? 감옥에 갇혀 있어야 할 이 천것들이!”
“잘 지내셨습니까?”
“뭣이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알아서들 찾아오는 게냐? 죽을 자리인 줄은 알고 찾아… 컥! 아!”
꽈악!
기사 단장이 주니와 꼴통5인방에게 노발대발하며 소리를 지를 때, 주니는 귀찮다는 듯이 웃통을 까고 있었던 단장한테 다가가 그의 젖꼭지를 비틀어 버렸다.
“암튼 이놈의 나라 기사들은 주둥아리들만 살았어! 고작 ‘포크’에 찔려서 빌빌거리는 것들이. 안 그래, 동생들아?”
쌩∼ 쏴아∼
[포크=3, 포크=3, 포크=3, !!!!!!!!]
주니의 말에 꼴통들은 주변의 분위기를 느꼈는지 완전히 침묵했고, 기사 단원들은 머릿속에 오직 포크라는 그 지긋지긋한 단어를 생각하며 주니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뭘 봐? 꼴리면 니네도 포크로 우리 애들 이겨 보던지.”
그놈의 포크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멸시와 곤욕을 치르고 있었는데 떠올리기도 싫은 포크 사건을 만든 장본인이 나타나 또다시 포크, 포크 하면서 약을 바짝 올리니 그들은 더욱더 약이 바짝바짝 오르기 시작했다.
“으∼ 뭐해? 이 천것들을 잡지들 않고!”
단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단원들은 들고 있던 웃통을 깐 채 훈련용 검들을 들고 주니와 5꼴통에게 서서히 다가왔다.
“형님!”
“우린 어쩐답니까, 다 죽은 거 아닙니까?”
자신들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반나체의 기사들에게서 느껴지는 살기가 두려웠는지 5꼴통은 애가 타 주니를 부르짖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말했지, 내가 쫄지 말라구. 형 말 들으면 자다가도 뭐가 생긴다고 했지?”
“식사요.”
꼴통들이 일제히 말하자 주니가 피식 웃으며 반나체의 기사들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나서 허리에 차고 있던 것을 들고는 기사들에 외치기 시작했다.
“이 새끼들아! 이게 뭔지는 알지? 알면 가만히들 있어라. 깝치지들 말고.”
“충!”
주니가 허리에 차고 있던 것은 국왕의 보검으로 그것을 가지고 있는 자는 국왕의 대리인이라는 뜻이다.
‘저 천것이 어찌 저것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지금 기사 단원들과 같이 국왕의 보검 앞에 충을 외치며 예를 갖추고 있는 기사 단장은 지금의 상황이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었다. 아니, 알 수가 없었다. 이때 주니의 짜랑짜랑한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지금부터 대카리우스 왕국의 국왕 폐하의 명을 전할 터이니, 똑바로 들어라.”
“충!”
이렇게 일시에 기사 단원들을 정리한 주니는 국왕의 명이라 칭하고는 준비해야 할 품목들을 준비하게 했다. 그리고는 기사단 집합소를 나섰다.
“형님, 준비할 것들이 많은데 왜 여기부터 온 겁니까?”
‘으이구∼’
코모가 질문하자 샹구는 답답하다는 듯이 대답해 줬다.
“지금 저 기사들이 다 해 주잖어. 너, 핍박받는 국왕 폐하를 포크로 삼지창 만들어 구한 그 제자 맞냐?”
코모는 이제야 알겠다는 듯 환한 미소를 띠었다.
사실 그보다는 자신의 소문 이야기를 해 주자 미소를 보인 것이다. 그리고 뒤에서는 코리니도 덩달아 웃고 있었다.

카리우스 왕궁 내 국왕의 침전.
“전하, 전하, 전하!”
쾅!
매션 국왕은 앙칼지게 저항하는 왕비의 손목을 붙잡고 자신의 침전으로 들어와 침전의 문을 거칠게 닫았다. 그런 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왕비를 노려보다가 왕비의 입술을 거칠게 탐하기 시작했다.
“전하! 지금, 아니, 아, 아, 전… 하 왜… 이… 러… 웁!”
사실 국왕이 이렇게 행동할 수 있게 된 것은 주니와의 대화로 인해 깨달은 바도 있었고, 주니의 속성 교육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왕은 왕비의 입술을 거칠게 탐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주니가 일러 준 속성 교육 내용들을 찬찬히 생각하느라 나름 진땀을 빼고 있었다.

“전하, 사람은 신경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있어서 뜨겁고, 차갑고, 아프고 등을 느끼지요. 그런 신경이 가장 잘 발달된 곳이 손과 입술입니다. 왕비 전하가 아무리 전하를 경멸한다고 해도 어차피 전하의 여자. 계속 손을 어루만져 주고, 입술을 훔쳐 준다면 마음이 열릴 것입니다.”

주니가 일러 준 말을 속으로 다시 생각하고는 왕비의 입술에서 자신의 입술을 떼고는 왕비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그리고 말을 이어 갔다.
“왕비, 내 요즘 이상한 일이 생기고 있소. 꿈에도 왕비가 나타나고, 걸어 다닐 때도 왕비가 생각나고, 자나 깨나 왕비 생각이요. 내 진정 이제야 당신이 여자로 보이기 시작하오. 정말로∼ 요즘 들어 당신이 너무 예뻐 보이오. 아니, 아름다워 보이오. 그리고 사랑하오!”
국왕의 이 갑작스런 허무맹랑한 소리와 이글거리는 눈빛에 왕비는 말을 이어 가지 못했다.
‘갑자기 전하께서 왜 이러시는가?’
왕비가 이렇게 놀라서 어리둥절해 있을 동안 국왕은 다시 주니의 속성 교육 내용을 되짚어보고 있었다.

“전하 세상에 여자는 모두가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 아니면 사랑 받고 싶은 사람한테 확인받고 싶어 하고, 또 확인을 받음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분만의 애칭을 만드십시오. 보통 여자들은 우리 아기, 우리 강아지 이런 표현들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국왕이 돌변하여 자신을 이글거리는 승냥이 눈빛마냥 쳐다보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왕비는 국왕에게 말을 건네어 이 화끈거리는 순간을 모면하려 했다.
“전하, 소첩은 지그… 웁!”
하나 이런 모면의 순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또다시 왕비의 입술을 훔친 국왕은 왕비의 입술을 원 없이 훔친 후 사랑스런 눈빛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왕비의 이성의 끈을 놓게 만들 결정적 언어를 왕비의 왼쪽 귓볼에 자신의 입술을 대고는 속삭이기 시작했다.
“왕비, 당신의 입술을 보니 너무나 깨물어 주고 싶구려, 꼭 귀여운 강아지나 아기를 보면 깨물어 주고 싶듯이 말이오. 그래서 우리 단둘이만 있을 때는 앞으로 왕비를 ‘아기’라고 애칭을 붙이겠소. 알겠죠? 우리 애기.”
국왕의 결정적 언어를 들은 왕비의 눈이 거의 왕방울만 해지고 눈물이 글썽글썽거리며 국왕을 쳐다보았다. 얼마나 국왕에게 여자로써 사랑받고 싶었는가? 왜? 이제야 자신을 여자로 봐 주는지 이해는 안 가지만, 지금 왕비는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그리고는 국왕의 손에 이끌려 침실로 갔다.
“전하… 웁!”

잠시 후 벌겋게 얼굴이 상기되어 새색시처럼 국왕에 품에 안겨 있는 왕비를 보며, 국왕은 주니가 마지막으로 일러 준 사항을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자 저하에 대한 국왕 폐하의 전폭적 지지를 침실에서 말씀해 주십시오. 대전이나 공적인 장소에서 말고 두 분의 침실에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