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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월비화 1권 (10화)
제3장 등천관 (3)
반각 정도가 지나서야 좌세량은 검을 내리며 몸을 바로 했다.
“팔로세라 한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심이 되는 여덟 가지 검의 움직임이지. 여덟 개의 검로에 각각 서른여섯의 변식이 있다. 고작 이백팔십팔 개의 움직임을 가지고 있지만 가장 안정적이고 바르다. 또한 어떤 검법이라고 해도 팔로세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어떠한 검식이라도 팔로세의 틀에서 보면 팔로세의 변화일 뿐이다. 팔로세 자체가 대단한 검법은 아니지만 팔로세를 명확히 이해하고 시전할 수 있다면 어떠한 절세의 검법이라 해도 그 목적과 지향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다. 나도 추후에 네게 다른 검법을 가르치겠지만 곧 너는 다양한 검법이나 무공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어떤 검법을 배워도 좋다. 하지만 모든 검법을 팔로세의 기준에서 해석하며 익히도록 하여라. 그리하면 잘못된 길을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잠시 말을 멈추었던 좌세량이 웃음 띤 얼굴로 조운비에게 다가서며 말을 이었다.
“어떻더냐? 팔로와 이백팔십팔 식을 구분할 수 있겠더냐?”
“다행히 어느 정도는 구분이 가능했습니다.”
조운비의 대답에 좌세량의 눈이 가볍게 커졌다.
이백팔십팔 개의 복잡한 변식에서 그 중심이 되는 여덟 개의 검로를 구분해 낸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어렴풋이 몇 개만 짐작한다 해도 대단하다 할 것인데, 조운비는 모두를 구분할 수 있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그저 자질이 빼어나다고 할 정도가 아니었다.
하나 조운비가 빈말을 했을 리도 없었다.
좌세량은 감탄과 함께 문뜩 떠오르는 질시의 감정에 당혹감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럼 본 것을 행할 수도 있겠느냐?”
좌세량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반사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조운비는 좌세량의 말투가 조금 딱딱해진 것을 느꼈다.
다른 사람이라면 알기 어려울 정도의 아주 미묘한 차이였지만 어찌 된 일인지 조운비는 그러한 차이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고해심결의 효과로 감각이 예민해져서인지도 몰랐다.
‘한 번 보고 검로와 변식을 구분한다는 것이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구나. 나 또한 고해심결의 효과로 감각이 예민해지지 않았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인데 내가 생각이 짧았구나. 내가 그리 잘난 척을 했으니 형님의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조운비는 자신이 너무 생각이 없었다는 후회를 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저 어렴풋이 구분을 할 수는 있었으나 직접 할 정도로 기억하기는 어렵습니다.”
조운비의 대답에 좌세량은 아쉬움과 안도감이 뒤섞인 묘한 표정을 지었다.
‘굳이 너무 솔직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지나친 솔직함은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인데 내가 형님이 편히 대해 주시는 것에 잠시 가벼워졌구나.’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기억날 무렵부터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고 자신을 감추는 데 익숙하던 조운비였다.
어떤 경우에는 진실보다 약간의 거짓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조운비는 좌세량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에 그리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고해심결을 익히기 전이었다면 느끼기 힘들었을 정도의 미묘한 말투의 차이었지만, 조운비는 살문에 있던 시절 자신의 너무 빠른 발전을 보며 기분 상해 하던 사형들의 감정을 좌세량의 말투에서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조운비는 자신의 내공의 빠른 발전과 고해심결의 또 다른 효과에 대해서도 묻지 않는다면 굳이 먼저 말을 할 필요는 없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보여 줄 것은 풍운보라는 보법이다.”
좌세량은 조운비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확인하고 천천히 보법을 밟아 나가기 시작했다.
잠시 느릿한 움직임을 보이던 좌세량의 몸이 점점 빠른 움직임을 보이며 전후좌우 삼 장 정도의 범위를 번뜩이듯 움직여 갔다.
몸을 멈춘 좌세량이 조운비를 바라보았다.
“어떤 것을 느꼈느냐?”
“삼 장 내에서 움직일 수 있는 모든 위치를 점하는 듯 보입니다. 격렬한 움직임 속에서도 자세가 바르고 시선은 항상 정면을 주시합니다.”
조운비의 대답에 좌세량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보았구나. 풍운보는 사람의 몸에 요구할 수 있는 가장 격렬하고 다양한 움직임을 가지고 있으며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방위와 자세의 기본적인 형을 포함하고 있는 보법이다. 보법의 목적은 싸움에 있어 효과적인 공격과 방어의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고 그러한 모든 위치는 적의 움직임에 의해 발생하게 되니 당연히 시선은 적을 바라보아야 하고 제대로 된 공격과 방어를 하기 위해서는 바른 자세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풍운보는 보법의 목적에 가장 충실하며 가장 완성에 가까운 움직임을 가지고 있는 보법이다.”
좌세량의 이어지는 설명에 조운비가 고개를 갸웃하며 의문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형님의 말씀대로라면 풍운보가 어째서 기초에 가까운 보법인지 모르겠습니다.”
조운비의 말에 좌세량이 싱긋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풍운보는 무림의 모든 보법 중에 최상위에 속하는 보법이라 할 수 있다. 단, 그것은 완전한 풍운보인 경우이다. 내가 너에게 가르치려고 하는 풍운보는 전체가 아니라 입문을 위한 기초 과정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내가 아는 부분은 그것이 전부다. 풍운보의 운용 구결은 실전되었다. 재료만 있고 요리할 기술이 없는 셈이지. 완전한 풍운보는 이름 그대로 풍운이 이는 듯해 종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천도문이라는 백여 년 전에 멸문한 문파의 비전이다.”
조운비가 의아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런 대단한 절기를 가진 문파라면 그 명성 또한 적지 않았을 것인데, 천도문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 봅니다.”
조운비가 가진 지식이 많지는 않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무림의 문파나 무공에 대한 것을 알고 있어야 하는 살수 문파의 제자였으니 무림 문파에 대한 것이라면 아는 것이 그리 적다고 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그 문파가 천마신교의 이공자가 극찬을 할 정도의 절기를 가지고 있었던 문파라면 모르는 것이 더 이상한 것이다.
좌세량의 입 꼬리가 즐겁다는 듯이 말려 올라갔다.
마치 조운비가 궁금해 하지 않았으면 서운하기라도 했을 표정이었다.
“천도문이라……. 나도 들어 보기만 했지만 대단한 문파다.”
좌세량은 몸을 가볍게 틀며 뒷짐을 지고 생각에 잠긴 듯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 형이 몸담고 있는 천마신교는 단일 세력으로는 천하제일이라 할 만큼 강대한 문파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정파라 칭하는 자들의 담합과 견제로 인해 수백 년간 운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천마신교는 그동안 세 번에 걸쳐 중원 진출을 위한 시도를 했었다. 흔히 정사대전이라고들 하지.”
듣고 있던 조운비는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사대전이라면 두 번이지 않습니까?”
조운비가 알기로 천마신교의 중원 진출을 위한 시도는 두 번뿐이었다.
대략 이백칠십 년 전의 일차 정사대전과 백여 년 전에 있었던 이차 정사대전으로 천마신교는 두 번 모두 정파의 전부가 뭉쳐서 만들어 낸 무림맹에 의해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시기가 다르고 내용면에서 어느 정도 차이는 있으나 두 번의 정사대전은 거의 비슷한 모양새를 띠었다.
천마신교는 척박한 운남을 벗어나 세를 넓히기 위해 언제나 사천을 노렸다.
아미파와 청성파, 사천 당문 등 정파의 거대 세력 세 곳이 뭉쳐 있는 곳이기는 했지만 천마신교의 힘은 능히 세 문파를 감당할 만했고, 장악하기만 하면 중원의 다른 정파들로부터 사천을 지켜 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 사천에 있는 문파들이 그러한 천마신교의 생각을 모를 리 없었다.
넘치면 흐르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천마신교가 가지고 있는 힘을 사용하지 않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으니 언제부터인가 사천의 문파들은 천마신교의 발호를 대비하고 있었고 그러한 대비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
첫 번째 천마신교의 발호에 사천의 문파들은 삼대거파를 중심으로 사천맹을 만들어 대응했고 천마신교가 그들의 체계적인 대응에 지체하는 동안 중원의 다른 정파들이 사천맹을 돕기 위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사천맹은 무림맹으로 바뀌었고 천마신교는 후일을 기약하며 운남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좌세량이 고개를 돌려 조운비에게 시선을 맞추며 싱긋 웃었다.
“맞다, 두 번이지. 원래는 세 번이었어야 할 것인데 두 번뿐이다. 그리된 이유가 그 천도문이라는 문파에 있다.”
조운비는 궁금함에 좌세량의 입술을 바라보며 이어지는 말을 기다렸으나 한참 동안 좌세량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지 않았다.
갑갑해진 조운비가 입을 열려는 순간, 좌세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궁금하냐? 푸하하핫!”
조운비는 당혹스런 기분에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한참을 웃던 좌세량은 곧 다시 말을 이어 갔다.
“대략 이백 년 전의 일이다. 들은 바에 의하면 그 당시는 천마신교가 역사상 가장 강성했던 시기였다고 한다. 중원에서 말하는 두 번의 정사대전이 사천까지 세력을 확장하겠다는 의도였던 것과는 달리 당시의 교주는 아예 중원을 정벌하겠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지. 그런 자신감을 가질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헌데 출진을 하려던 중에 천도문이라는 문파와 충돌이 생겼다. 사소한 시비로 천마신교의 일반 무사 십여 명이 죽었고 당시의 교주는 중원 정벌이라는 초유의 역사를 벌이려는 시기에 그러한 일이 생기자, 기분이 상해 이유를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천도문을 멸문시키라는 명을 내렸다. 인원이 이백 명 정도인 조그마한 문파였으니 천마신교에서 심사숙고까지 할 만한 이유가 없었지. 헌데 그 한 번의 성급한 결정으로 천마신교는 중원 정벌을 위해 준비했던 정예들과 수십 명의 원로 고수들을 포함하여 모든 세력의 사 할을 잃고 결국은 교주까지 목숨을 잃었다. 무엇 때문이었는지 알려지지도 않은 사소한 시비로 시작된 천도문과의 충돌로 천마신교는 중원 정벌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정파들이 천마신교의 상황을 알고 공격하기라도 할까 봐 수십 년간 전전긍긍하며 내실을 다져야 하는 신세가 되었지. 하하하하! 정말 대단한 문파가 아니냐.”
좌세량은 감동스럽기라도 한 듯이 불끈 쥔 주먹을 바르르 떨기까지 했다.
“게다가 당시 천도문의 문주는 단독으로 천마신교의 교주와 두 명의 장로를 격살했다고 한다. 정말 엄청난 자가 아니냐?”
좌세량은 열기가 피어오르는 눈빛으로 조운비에게 시선을 옮기며 강요라도 하는 듯 나직하고 끈끈한 목소리로 물었다.
조운비는 좌세량의 흥분한 분위기에 휩쓸린 탓인지, 천도문에 대한 이야기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왠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굳이 대답을 바랐던 물음은 아니었는지 좌세량은 곧 말을 이었다.
“당시에 천도문의 문도들이 사용했던 보법이 바로 풍운보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마치 존재하지 않는 유령과 싸우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 외에도 대단한 검법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그들이 사용했다는 다른 무공에 대해서는 거의 전해지는 바가 없다. 천마신교 내부에서도 최대한 은폐하려고 하는 일이기 때문이지.”
좌세량의 목소리는 언제 흥분했냐는 듯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하하하! 내가 잠시 흥분했었구나. 열다섯에 사부님께 천도문에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 가슴이 끓어오르는 기분이 들더구나. 그 이후 백 년 전 천도문의 문주는 내 삶의 목표가 되었다. 무인이라면 그 정도의 강함은 꿈꾸어야 하지 않겠느냐?”
어느새 다가온 좌세량이 조운비의 양어깨를 힘주어 잡으며 시선을 맞췄다.
다시금 불타오르는 듯 강렬한 눈빛으로 조운비를 잠시 바라보던 좌세량이 묵직한 목소리를 냈다.
“이 형이 하지 못하거든 너라도 그런 자가 되어라. 천하를 눈 아래 두고 내려다볼 수 있는 절대의 강자! 복수나 당문 따위에 네 기준을 두지 말거라. 너 또한 사내라면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천도문의 문주와 같은 자를 꿈꾸어 보거라! 알겠느냐?”
단호하고 강렬하게 느껴지는 좌세량의 목소리에 조운비의 가슴은 쿵쾅거리고 있었다.
어떠한 느낌이라고 정의할 수 없는 울렁거림이 온몸을 맴돌았고, 머릿속에서는 ‘펑!’ 하며 무엇인가 터져 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조운비의 사고를 감싸고 있던 하나의 틀이 깨어져 나가고 있었다.
잠시 조운비의 조금은 멍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좌세량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시야가 좁으면 생각의 폭이 작아지고, 목표가 가까우면 쉽게 만족하게 된다.
먼 곳을 바라보는 자만이 그만큼의 준비를 하고 목표를 향해 자신을 채찍질하게 되는 것이다.
좌세량은 조운비가 쉽게 자신의 성취에 만족하는 자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이 좌세량에게 동생 소리를 들으려면 적어도 천하를 생각하는 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좌세량은 조운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이제 네가 배울 신법을 보여 주도록 하마.”
좌세량의 목소리에 조운비는 가볍게 몸을 움찔하고는 시선을 들었다.
좌세량은 벌써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조운비는 문뜩 좌세량의 뒷모습이 무척이나 크게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 장 정도 걸음을 옮긴 좌세량이 몸을 돌렸다.
“뇌전비라는 신법이다.”
말의 끝맺음과 함께 좌세량의 몸이 순간적으로 커지며 조운비를 덮쳐 왔다.
엄청난 속도로 조운비를 들이받을 듯하던 좌세량의 몸이 조운비와 한 뼘 정도의 거리에서 못이라도 박힌 듯 멈췄다.
좌세량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듯 눈을 깜박이는 조운비에게 뒤늦게 휘잉 하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덮쳐 와 머릿결을 헝클었다.
“푸하하핫! 놀란 모습이 두꺼비 같구나.”
조운비의 동그래진 눈을 보던 좌세량이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두 손으로 아랫배를 잡으며 대소를 터트렸다.
조운비는 당황스러움과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기분을 느끼며 슬그머니 고개를 숙였다.
“어떤 것을 보았느냐?”
좌세량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비딱하게 옆으로 돌려 고개를 숙인 조운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빠, 빠릅니다.”
“빠르다? 푸하하핫!”
당황이 가득 섞인 조운비의 대답에 좌세량이 고개를 젖히며 다시 대소를 터트렸다.
“빠르다? 맞기야 맞는 말이구나. 신법이라는 것이 빠르게 움직이려고 만들어진 것이니. 헌데 너무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되지 않느냐? 느린 신법도 있느냐? 느린 신법이 있어야 빠른 신법도 신법의 특징이 되지 않겠느냐? 느린 신법이라, 그런 것이 있다면 과연 그 신법의 용도는 무엇일 것인가? 참으로 의아한 일이로구나.”
한 손을 들어 턱을 짚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진지한 표정을 짓는 좌세량의 모습에 조운비의 얼굴은 눈에 보일 정도로 붉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