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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 블레이드 1권(5화)
Chapter2 계속되는 다이어트(3)
성내에 자리한 영주관저.
아웬 백작은 자신의 집무실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들러 오래간만에 일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드래곤 산맥 근처의 코펜 마을. 그곳에 있는 마탑에서 마법연구를 하다가 1시간 전에 워프 마법진을 이용 단번에 이곳 집무실에 도착한 그였다.
한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이제 보니 그는 1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많이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결코 좋은 쪽이 아니었다.
삼중 턱은 기본이요, 팔다리를 비롯한 온몸이 기괴하게 변해 있었다.
560크롬(kg).
현재 그의 몸무게는 이렇듯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쪄 있는 상태였다.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른다면 그는 전대의 영주들처럼 몸무게가 육백을 넘어설 것이고 그러면 그도 어쩔 수 없이 죽음이란 생소한 경험을 가지게 될 터였다.
고룡이 내린 무한비만증이란 저주.
그것은 인간의 몸을 끝없이 살이 찌게 하는 것이었다.
비만은 온갖 만성적인 질병의 원인이라고 하지 않던가.
인간의 몸무게가 600크롬을 넘기는 그 순간, 죽음의 사신이 인세에 강림하여 그 초비만인을 세상과 결별시키는 것이었다.
“자아, 다 됐네.”
아웬 백작은 사무책상에 놓인 몇 가지의 중요 결재 서류에 사인을 하고는 앞에 있는 남색머리의 사내에게 건네주었다.
얼굴형이 기다란 말상을 하고 그자는 올해 마흔일곱으로 아길러 체이시란 자였다.
아길러는 10여 년 전에 아웬 백작을 대신해 이곳에 영지 대리로 온 남작 신분의 사내였다.
“더는 없는 거지?”
“헤헤. 예에, 다 됐습니다, 영주님.”
아길러는 자신의 세 가닥 난 기다란 수염을 매만지며 대답했다. 한데 웃는 모습이나 행동이 왠지 조금은 얍삽한 느낌이 들게 하는 영주 대리였다. 영주 대리라면 그래도 진중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했는데 조금은 뜻밖이었다.
“그럼 자네는 이만 나가 보고 밖에 있는 메드레스 마도사하고 블레스 기사단장을 들여보내게.”
“헤헤. 예에, 알겠습니다, 영주님.”
아길러는 아웬 백작에게서 받은 결재 서류를 들고는 곧 문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끼이익, 탁.
아웬 백작. 그는 밖으로 나간 아길러를 조금은 못마땅한 듯 속으로 중얼거렸다.
‘흐음, 사람이 하는 짓이 조금 경망스러운 데가 있단 말이야. 그래도 일 처리는 잘한다고 하니 뭐, 계속 일을 보게 하는 수밖에.’
사실 아웬 백작은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이 영지의 일을 모두 다 맡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몸이 2개라면 모를까.
갈루안스가는 특이하게도 기사 가문이 아닌 마법사의 가문이다. 그리고 마법사란 사람은 일반인들에 비해 무척이나 바쁜 사람들이다. 공부해야 할 것과 연구해야 할 것이 쌓여 있으니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이렇듯 워낙에 바쁘다 보니 갈루안스가는 100여 년 전부터 할 수 없이 능력 있는 하위 귀족을 영주 대리로 삼아 자신들은 편안히 마법의 연구에 매진해 왔던 것이다.
끼이익.
그때 또다시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이곳 영지의 두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메드레스 마도사와 블레스 기사단장이었다.
아웬 백작은 자신의 육중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마치 1마리의 작은 하마가 물에서 솟구쳐 오르는 느낌이 그에게서 풍겨 나왔다.
“자아, 둘 다 거기에 앉게.”
“예, 영주님.”
“알겠습니다, 영주님.”
아웬 백작은 갈루안스가의 양대 가신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을 커다란 테이블이 있는 곳에 가 앉게 하고는 자신도 특별히 제작된 의자에 몸을 뉘었다.
덩치가 하도 크다 보니 그가 사용하는 의자는 크면서도 매우 단단한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진짜 하마가 앉는다고 해도 절대로 부서지지 않을 나무로 말이다.
“그럼 간만에 자네들 두 사람을 보는 것이니 뭔가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사람씩 말들 해 보게나.”
아웬 백작은 한 달에 한 번씩 갈루안스 마탑에서 나와 영지의 일을 보고 있었다.
지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계속 그래 왔다.
자신이 하고 있는, 가문에 전해져 오고 있는 몇 가지의 연구를 완성하기 위해 그리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당연히 사람을 만나 볼 시간이 별로 없었다.
메드레스 마도사의 경우도 마탑에서 같이 마법연구를 하고 수련을 쌓고 있기는 하지만 서로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특별히 없습니다. 다만 영주님의 건강이 걱정될 뿐이지요. 부디 영지민을 생각해서라도 건강에 좀 더 신경 써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주님.”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는 영주의 체격.
블레스 기사단장은 자신의 주군이 소영주처럼 기사수련과 같은 다이어트를 열심히 해 왔다면 지금의 이런 모습으로까지는 오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게 너무나 안타까웠다.
“흐음, 건강이라……. 이미 나는 건강에 대해서는 포기했네. 다만 다음을 위해, 나의 후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
“영주님, 그 무슨 좋지 않으신 말씀을…….”
아웬 백작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그만 됐네. 처음부터라면 모를까, 지금은 너무 늦었어. 그래도 다행인 게 지금 진행하고 있는 연구가 거의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지.”
메드레스 마도사의 두 눈이 놀란 듯 커졌다.
“그게 정말이십니까, 탑주님?”
“그렇네.”
“그럼 이제 가문에 내려오고 있는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얻게 되신 거로군요?”
아웬 백작은 메드레스 마도사의 말에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후후후,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이라……. 그냥 제일 가능성이 높은 방법을 고안해 낸 것이라 생각해 주게. 고룡이 내린 저주를 인간의 힘으로 푼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니, 다만 해 보는 것이지. 그나마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을.”
메드레스 마도사와 블레스 기사단장.
그들은 주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고룡이 내린 저주다.
당연히 인간의 힘으로 그 저주를 푼다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일 터였다. 하지만 그게 인간들 중에서도 갈루안스가의 사람들이 생각하고 연구하고 있는 방법이라면 가능성이 수천 배로 뛸 것이다.
그들 갈루안스가 사람들은 마법에 있어서만큼은 천재 가문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었으니.
“어째든 그건 됐고. 그럼 이제부터는 다른 이야기들을 해 보세. 우선 영지의 일을…….”
아웬 백작과 두 사람은 잠시 동안 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영지의 일에서부터 개인적인 소소한 이야기까지. 그러다 어느 순간 이야기는 아웬 백작의 하나뿐인 아들인 베스렐 갈루안스에게까지 진행되었다.
아웬 백작은 갑자기 아들 녀석이 어떠한 수련을 하고 있는지 보고 싶어졌다.
‘으음, 그러고 보니 아들 녀석을 보지 못한 지도 벌써 석 달이 넘어가는구나. 휴우우…… 하나뿐인 자식이니 자주 보고 그래야 하는데. 그동안 저주를 깰 방도를 연구하느라 녀석에게 너무 무심했어.’
문득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아웬 백작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블레스 기사단장에게 물었다.
“지금 시간엔 녀석이 기사들의 연무장에 있을 거라고?”
“예, 영주님. 점심시간이 이제 1시간여 정도 남았으니 지금쯤은 아마 단원들과 대련을 하고 계실 것입니다.”
“으음, 좋아.”
아웬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여기 있지 말고 다들 녀석이 있는 연무장으로 가 보세. 잠시만 녀석이 하는 수련을 지켜보고 우리 오래간만에 점심식사를 같이 하도록 하세. 그때쯤이면 얼추 시간이 그리 될 터이니 말이야.”
“예, 좋습니다, 영주님.”
“그러는 게 좋겠군요, 탑주님.”
그들 세 사람은 곧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 세 사람의 신형은 환한 마법의 빛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
갈루안스 백작가에는 기사단이 하나 있었다.
바로 라이언 기사단.
블레스 라신이 단장으로 있는 이 기사단은 나름대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어 오고 있었다. 당연히 그 오랜 역사에 걸맞게 몇 가지의 뛰어난 마나 소드와 검법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완 발전되어져 왔다.
오러를 쌓게 해 주는 마나 소드를 예로 들자면 우선 가장 기본이 되는 ‘이안 마나 소드’에서부터 상당한 수준의 ‘라이언 마나 소드’에 이르기까지 서너 가지 정도의 뛰어난 마나 소드가 존재하고 있었다.
거기다 기사단장의 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파우러 마나 소드’ 같은 경우는 극의에 이르도록 수련하면 오러 블레이드를 발하는 소드 마스터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지금 연무장에서 대련을 펼치려 하고 있는 베스렐.
녀석의 경우는 2년 전부터 이미 마나 소드 중 최고의 것이라 할 수 있는 그 파우러 마나 소드를 익히고 있었다.
“으음…….”
베스렐은 눈앞의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기사단의 부단장인 두 사람.
베스렐과 같은 갈색머리의 로가드 저윈과 검은 머리의 에돈 페튜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지.”
“예, 좋습니다, 소영주님. 그럼 아머스를 장착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두 사람은 소영주에게 허리를 숙이고는 곧 등 뒤에 매어져 있는 아머스에 오러를 주입했다.
지이이잉.
그러자 배갑의 형태로 있던 하얀 그것이 순간 환한 빛 속에서 빠르게 변화를 일으키며 전신갑주의 형태로 변하는 게 아닌가?
아머스!
이것은 마법 무구였다. 그것도 보통의 마법 무구가 아닌 기사들을 한층 강하게 만들어 주는 최고의 방어 마법 무구.
아머스는 보통 아래의 B급에서부터 위의 A급, 그리고 최고의 S급으로 나눌 수가 있었는데 당연히 이것들은 6써클의 마도사 이상이 되어야지만 만들 수가 있는 것이었다.
“좋았어.”
베스렐은 두 사람이 아머스를 장착하자 자신도 오러를 주입해 아머스를 전신에 둘렀다.
지이이잉.
그러자 순간 하얀빛이 아머스에서 일어났다.
녀석의 아머스 또한 두 부단장처럼 하얀 빛깔을 띠우는 것이었는데 원래부터 크기를 크게 맞추어 제작된 건지 그것은 베스렐의 큰 체격을 무리 없이 감싸 안았다. 얼굴 부위 중 눈의 아래 부분만 살을 내보인 그것이 완전무결한 형태로 전신을 감싸 안은 것이다.
스르릉. 스르릉.
기사단의 부단장 두 사람이 자신들의 검을 빼 들었다.
커다란 크기를 지닌 바스타드 소드. 그것은 중단세의 자세를 취하며 베스렐을 향해 겨누어졌다.
베스렐 또한 자신의 등 뒤에 매어져 있는 검을 뽑아 들었는데 그것은 바스타드 소드보다도 훨씬 큰 투헨드 소드 또는 그레이트 소드라고도 하는 괴물 검이었다.
사실 이런 검은 보통 사람이 사용하기는 상당한 무리가 있었지만 베스렐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180크롬이 넘는 무게를 매일같이 짊어지고 생활을 하는 그로서는 그레이트 소드가 무겁다거나 혹은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가볍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럼 내가 먼저 들어가지. 다들 조심해!”
“걱정 마시지요, 소영주님.”
“좋아. 그렇다면…….”
베스렐은 말을 끝마치기가 무섭게 두 부단장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리곤 그 묵직한 검을 휘둘렀다.
후아아아악!
거대 그레이트 소드가 무서운 기세와 함께 좌에서 우로 나아갔다. 진정 살벌해 보이는 광경이었다. 스치기만 해도 상대를 다져 버릴 것만 같은 무지막지한 기세.
“이런……!”
두 부단장은 재빨리 세 걸음 정도씩을 뒤로 물리며 피해 냈다. 그리곤 검이 지나간 그 순간에 맞추어 다시 신형을 앞으로 돌진하며 자신들의 바스타드 소드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쳤다.
쇄에에엑.
쉬이익.
깔끔하게 떨어져 내리는 2개의 칼날.
베스렐은 처음부터 위기감을 느껴야만 했다.
“제길……!”
재빨리 검을 끌어당기며 위에서 다가오는 2개의 날카로운 칼날을 막아섰다. 그러자 커다란 굉음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