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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 블레이드 1권(6화)
Chapter2 계속되는 다이어트(4)


쾅! 콰앙!
귀청을 때리는 듯한 굉음.
오러가 주입된 검들이다. 비록 소드 오러(검기)를 내보이고 있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수준의 검사들끼리 대련을 펼치는 것이니 남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현재 라이언 기사단의 부단장으로 있는 에돈 페튜스와 로가드 저윈은 둘 다 소드 익스퍼트 상급의 경지에 이른 대단한 검사들이었다.
그리고 베스렐의 경우는 믿을 수 없겠지만 열네 살의 나이로 소드 익스퍼트 중급에 이른 실력자였다.
피나는 수련이, 지옥 같은 수련이 그를 그처럼 빠른 상승의 경지로 이끌어 준 것이었다.
콰앙! 콰콰쾅!
2개의 바스타드 소드와 하나의 그레이트 소드는 계속해서 커다란 굉음 소리를 내며 부딪쳐 갔다.
사실 소드 익스퍼트 상급에 이른 두 사람과 그 아래 단계인 중급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 대련을 펼치고 있으니 결과는 금방 나와야 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검술이나 마법이나 단지 한 단계뿐인 실력 차이라 해도 그건 어마어마한 간격이 있었다. 특히나 전장에서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싸움에서는 한 단계의 실력 차이는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어 차가운 고혼이 되기 일쑤인 것이었다.
콰앙! 콰쾅!
하지만 지금 연무장에서 대련을 하고 있는 세 사람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상위의 두 사람이 하위의 사람을 상대로 유리하게 대련을 이끌어 가고 있는 듯했지만 확실한 승기를 잡지는 못하고 있었다.
‘제기랄, 지지 않는다. 나는 절대로 지지 않아!’
베스렐은 자신이 조금씩 뒤로 밀리자 마음속으로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기 시작했다.
절대로 지지 않겠다고.
여기서 자신이 질 수는 없는 일이라고.
그가 떼를 써서 하자고 한 대결이다.
다른 단원들과의 대련은 아무 소용이 없다 생각한 베스렐은 자신이 보다 높은 경지로 나아가려면 당연히 그 위의 단계에 있는 사람과 대련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그 상대로는 자신보다 윗줄인 두 부단장이 적격이었다.
“하아앗!”
베스렐은 기합 소리와 함께 자신이 익힌 최고의 검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기사단장이 자랑하는 파우러 검법이었다.
후아아아악.
쾅! 콰앙! 콰앙!
폭음 소리는 쉬지 않고 계속해서 들려왔다.
“이런, 너무 격해지는데…….”
“맞아, 에돈. 휴우우, 정말 엄청나군. 단장님의 검법인 파우러 검법은 원래 속도를 중요시하는 쾌검인데 어찌 된 게 소영주님은 그보다는 무거운 중검으로 사용하시니 이거 상대하기가 너무나 까다롭군.”
그랬다. 블레스 기사단장의 최강검법인 파우러 검법은 쾌검이이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쾌검이라고 해서 파괴력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쾌의 비결이 파우러 검법의 중요 요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한데 지금 베스렐은 그러한 파우러 검법을 자신의 힘과 그레이트 소드가 가진 무기의 성격답게 쾌검을 무거운 중검으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콰앙! 콰앙!
귀청을 때리는 폭음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하아앗―!”
두 부단장은 소영주가 살기를 크게 일으키며 공격을 가해 오자 조금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전장의 상황이라면 그들 두 사람이 당연히 이길 터이지만 상대는 소영주였다. 그들 두 사람의 현 실력으로는 상대를 다치지 않게 이길 방법은 없었던 것이다. 아니, 지금의 상황을 보자면 잘못하면 그들 두 사람의 목숨도 위태로울 수도 있었다.
그들은 할 수 없는지 자신들의 바스타드 소드를 연신 휘두르며 조금씩 소영주의 양옆으로 물러섰다.
휘이익. 콰앙! 콰앙!
“제기랄…….”
베스렐은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래서는 그 무엇도 안 되었다.
새벽에 홀로 수련하며 녀석은 묘한 기분을 느꼈었다.
전신이 간질거리는 느낌이라고 할까?
뭔가 되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회였다. 지금 같은 때에 상승의 길로 들어서야 했다.
‘집중을 해야 해, 집중을……! 마음을 하나로 모아 신체에 잠재되어 있는 역량을 한순간에 끌어올려야 해. 그리하다 보면 지금보다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거야. 그래, 우선 마나 명상법을 하듯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서서히…….’
생각과 동시에 들끊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기 시작하는 베스렐.
대단한 녀석이었다. 극히 짧은 시간 동안에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알다니. 녀석은 차분해진 그 마음을 서서히 하나로 모아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마법수련 할 때의 그것처럼, 아니면 마나 소드를 행할 때의 그것처럼.
시간은 흘러갔다.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베스렐은 변해 갔다.
얼마 지나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녀석은 자신의 몸이 다시 근질근질거리며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려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넓은 연무장.
그것이 서서히 검게 변하며 오직 2개의 점만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그 점은 두 사람의 부단장임을 알 수 있었다.
고오오오오.
이상한 세계에 홀로 서 있는 듯한 느낌.
이것은…… 이것은 한 점의 사념도 없는 순수한 집중의 힘인 것일까? 아니면 지금의 때에 맞춰 잠재되어 있던 역량이 뿜어져 나오려 하는 것일까?
베스렐은 자신의 안에 있는 오러가 점점 그 크기를 키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같은 느낌은 전에도 몇 번 가진 적이 있음을 녀석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바로 상승의 경지로 나아가려 하고 있는 것임을……. 검술이 소드 익스퍼트의 중급 경지에서 상급의 경지로 나아가려 하고 있는 것임을…….
“이야핫!”
녀석은 몸 안에 충만해지고 있는 오러를 자신의 그레이트 소드에 담아 거칠게 휘둘러 가기 시작했다.
콰앙! 콰앙! 콰콰콰콰쾅!

연무장의 한쪽 구석에 있는 넓은 막사.
그 안에는 지금 세 사람이 모여 앉아 연무장의 한가운데에서 펼쳐지고 있는 대련을 구경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 블레스 기사단장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놀랍다는 듯이 베스렐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어, 저거, 저거! 저럴 수가…….”
아웬 백작은 아들이 하는 대련을 조마조마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가 기사단장이 놀랍다는 눈빛으로 말을 더듬거리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인가, 블레스 단장?”
“예에. 그게 지금 소영주님이 특이한, 아니 아주 대단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어서 말입니다.”
“뭐가 대단한 건데 그런가? 혹시 저렇게 두 사람과 대련하고 있는 게 대단하다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블레스 기사단장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당연히 아니지요, 영주님. 지금 제가 놀라고 있는 이유는 소영주님이 순식간에 소드 익스퍼트 상급의 경지로 올라섰기 때문입니다.”
“뭐라고? 그게 정말인가?”
“예, 정말입니다. 믿기 힘든 일이지만 대련을 하는 도중에 순식간에 올라섰군요.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 거지?”
아웬 백작을 비롯한 세 사람의 시선이 다시 연무장의 한가운데로 향했다.
콰앙! 콰앙! 콰콰쾅!
전보다 격렬해지고 있는 대련 상황.
베스렐의 역량이 상급의 경지로 급상승하다 보니 대련의 양상이 이제는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으로 갔다.
물론 실질적으로는 아직까지 당연히 두 부단장이 우위에 있었지만 그들은 소영주를 상대하는 것이라 자신들의 역량을 모두 발휘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메드레스 마도사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허어, 이거 참. 저래서는 안 되는 일인데. 차대의 탑주가 되실 분이 검술 실력이 저리도 뛰어나시다니. 혹시 소영주의 재능이 마법보다 검술에 더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군.”
“그게 무슨 말인가? 검술에 더 재능이 있는 것 같다니? 현재 저 녀석의 마법 경지가 4써클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지 않았는가.”
아웬 백작은 메드레스 마도사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열네 살에 마법이 4써클에 이르렀다는 것은 정말 엄청나다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웬 백작 그 자신도 역대 갈루안스가의 사람들 중 가장 뛰어난 마법 재능을 가졌다고 평가받았지만 열여섯에야 4써클의 경지에 이르지 않았던가.
“예에, 영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할 말이 없긴 합니다. 마법의 재능도 정말 무섭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시니 까요. 하지만 그래도 검술이 느는 속도가 결코 마법에 못지않으니 혹여나 나중에 마법에 소홀해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서 말입니다.”
“허허, 자네도 정말 쓸데없는 걱정을 다하는군. 마법사의 피가 어디 가겠는가? 더구나 마법이란 학문은 한 번 빠져 들면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걸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아웬 백작은 메드레스 마도사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흐음…….”
옆에 있던 블레스 기사단장. 그는 방금 메드레스 마도사가 한 말에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정말 메드레스 마도사님의 말씀대로 그럴지도 모르겠군. 나는 지금껏 소영주님은 당연히 마법사의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그게 아닐 수도 있겠어. 이제 며칠 지나면 열다섯의 나이가 되시는 소영주의 검술 실력이 벌써 소드 익스퍼트 상급이라니? 그것도 마나 소드를 수련하는 중에 경지에 이른 게 아니라 대련하는 중에 역량이 급상승을 해 버린 거잖아.’
그는 어쩌면 소영주가 자신이 이루지 못한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오래지 않아 이르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들었다.
무엇이든 베어 버릴 수 있다는 오러 블레이드.
소영주가 바로 그 오러 블레이드를 발할 수 있는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를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블레스 기사단장의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정말 그리 되면 어쩌면 우리 영지도 마법사의 힘보다는 기사의 힘이 더 강해질 날이 올지도 모르겠군.’
갈루안스가는 7써클이라는 대마도사를 한 세대마다 배출해 온 가문이다.
당연히 마법사의 힘이 기사의 힘보다 강할 수밖에 없었다. 영지에서 쓰여지는 금전도 대체적으로 기사보다는 마법사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다.
블레스 기사단장은 그 같은 일이 내심으로는 불만스러웠지만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소영주의 검술 실력을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어쩌면 머지않아 자신들 기사가 마법사보다도 더 대우를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영주의 검술 실력이 저리도 높으니 어쨌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마검사의 재능이지 않습니까? 알트라스 대륙 역사상 지금껏 마검사의 재능을 타고난 자는 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극히 희귀했는데 말이죠.”
메드레스 마도사의 말에 블레스 기사단장이 맞장구를 치며 대답했다.
“생각해 보니 그렇긴 하군요, 메드레스 마도사님. 소드 오러를 발할 수 있는 기사의 재능을 타고난다는 것도 어려운데 그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마법사의 재능을 동시에 타고나셨으니 이건 진정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소영주가 가진 마검사의 재능을 칭찬하는 두 사람.
하지만 아웬 백작은 그 두 사람이 하는 대화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 사람들, 그게 무슨 대단한 재능이라고. 검술이든 마법이든 하나만을 파야 해. 하나를 이루기도 힘든 일인데 두 가지를 동시에 행한다면 어느 세월에 궁극의 길에 들어설 수 있겠나. 지금은 단지 다이어트 때문에…….”
쾅! 콰앙! 콰앙!
그때 연무장의 한가운데에서 펼쳐지고 있던 대련이 서서히 마무리 상황으로 가는 게 보였다.
“카스트리온, 죽어랏!”
베스렐은 마지막 일격을 날리는 것과 동시에 고룡의 이름을 외쳤다. 녀석은 가끔씩 저도 모르게 그렇게 고룡의 이름이 입 밖으로 나오곤 하였다. 거기다 그 이름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악에 받쳐 올랐다.
“죽어, 이 새끼야―!”
베스렐은 자신을 상대하는 두 부단장을 고룡인 카스트리온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끊임없이 이어지는 폭음 소리.
그것은 잠시 후, 한순간에 사라져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침묵과도 같은 세계가 연무장 내에 연이어 펼쳐졌다.
“…….”
“…….”
연무장의 주변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40여 명의 기사단원들. 그들은 모두 멍한 표정을 지은 채 아무 말 없이 방금 전의 살벌했던 대련 상황을 떠올리고 있었다.
단순한 대련이 지금처럼 살벌하게 펼쳐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그들이었다.
“헉헉헉헉……. 아이구, 죽겠네. 소영주님, 진정 괴물이십니다. 헉헉.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역량이 급상승하실 수 있으십니까.”
로가드 저윈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소영주를 괴물 보듯이 쳐다보았다. 그것은 에돈 페튜스도 마찬가지였다.
“헉헉헉, 휴우, 휴우…….”
자신들은 숨을 ‘헉헉’대며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인데 소영주는 대련하는 와중에 믿을 수 없게도 검술이 상급의 경지로 올라서 버렸다. 거기다 지금 소영주의 모습은 자신들 두 사람과 대련을 끝낸 상황인데도 그다지 지쳐 보이지 않았으니 진정 괴물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