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헬 블레이드 1권(14화)
Chapter6 무엇을 익힐 것인가(1)


황제의 호기심 어린 한마디 말로 인해 탄생하게 된 천하제일의 무공.
그것은 모두 네 가지로 나눌 수가 있었다.
첫 번째는 신공이었다.
내공을 쌓고 강기무공을 발휘하게 해 주는 무공에 있어서 시작이자 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신공
그것의 이름은 황제신공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의 무공은 도법이었다.
도법의 이름은 황제도법이었고 그것은 전 삼식과 후 일식의 네 가지의 초식으로 나뉘어 있었다.
세 번째는 황제수라고 해서 파괴적인 기운을 품고 있는 수공(手功)이었다. 이것은 또한 수비용의 초식 한 가지와 공격용의 초식이 한 가지씩 존재하고 있었다.
마지막 네 번째는 신법이었다.
이름은 당연히 황제를 위한 무공이니 황제신법이라 지었다. 그것은 빠르고 은밀했으며 또한 황제가 원하던 하늘을 날 수 있게 해 주는 천고의 신법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동창의 숨겨진 고수들도 미처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황제신공을 비롯한 네 가지 천하제일의 무공에 사실은 숨겨진 다른 이름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말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전해진 것은 불완전한 것이라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면 반드시 주화입마에 빠져 좋게 흘러가면 반신불수요, 나쁘게 흘러가면 즉사임을 그들은 미처 알 수가 없었다.
네 가지 무공의 본래 이름과 그리고 그들이 가져간 무공이 불완전한 것이란 걸 알고 있던 사람은 오직 단 한 사람뿐이었다. 바로 황실총무학사란 직위를 가진 여국현 혼자뿐인 것이다.

“흐흐흐. 멍청한 놈들이지. 그걸 정종(正宗)의 무공인 줄 알고 있었으니, 흐흐. 사실은 마중마(魔中魔)의 무공인데 말이야.”
베스렐은 기억 속의 한 가지 일을 떠올리며 음침한 웃음을 흘렸다.
생각할수록 고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자신의 전생이었던 여국현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놈들에게 납치를 당한 그 순간부터 빠져나갈 구멍을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놈들에게 복수를 할 수 있는 방도도 생각했으니 정말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황제신공은 사실 극악한 마공인 고루공과 강시공, 그 두 가지를 모태로 해서 만든 것이잖아. 거기다 정종의 무공처럼 느껴지게 하기 위해 일부러 도가(道家)의 무공 중 하나를 조합해 버렸고. 흐흐흐. 멍청한 놈들. 그걸 그대로 익히면 나중엔 죽는 수밖에 없는 것일진대. 바른 구결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말이야. 흐흐흐흐.”
수많은 연구와 인체실험 끝에 만들어진 황제신공.
사실 이것의 진짜 이름은 고루불사마공(?뀜不死魔功)이란 것이었다.
마공인 고루공(?뀜功)과 강시공(f屍功), 거기다 도가의 현청심법(玄淸心法)을 섞어서 만든 게 바로 그 고루불사마공인 것이다.
황제는 빠르게 고수가 되기를 원했고 그런 방식은 정파의 무공 중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당연히 속성으로 익힐 수 있는 사파의 무공들 중에서 황제가 원하는 무공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황제나 동창에서 원하는 것은 정종의 무공이었으니 그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도가의 한 가지 무공을 섞어 일정한 경지에 이르지 않는 이상은 정종의 무공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흐흐흐. 다른 세 가지의 무공도 마찬가지지. 빠르게 익힐 수 있으면서도 그것이 천하제일의 무공이어야 한다면 그건 당연히 사파 쪽의 무공을 보다 많이 참고해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야.”
황제신공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가지의 무공.
도법인 황제도법과 수공인 황제수, 그리고 신법인 황제신법.
황실총무학사인 여국현이 지은 그 무공들의 원래 이름은 다음과 같았다.
지옥도법(地獄刀法), 염라수(閻羅手), 유령비(幽靈飛).
무공의 명칭만 들어 봐도 알 수 있는 것이지만 이것들은 전부 사파 쪽의 무공들이 팔 할가량 참고가 되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나머지 이 할은 위의 녀석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정파의 무공을 참고한 것이었고.
따라서 황제에게 바쳐진 무공은 마공 중의 마공인 고루불사마공과 지옥도법, 염라수, 유령비, 이렇게 네 가지로 황제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무공이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주화입마에 빠지도록 일부러 고쳐 만든 불완전한 무공 말이다.
“흐흐, 하여간 전생의 황제나 지금의 국왕 같은 새끼들은 모두 쳐 죽여야 해. 은혜를 원수로 갚는 개잡종들이 바로 황제란 것들이니까 말이야.”
베스렐은 권력의 정점에 있는 것들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달면 삼키고 조금만 쓰면, 아니 다 먹었다 싶으면 그냥 뱉어 버리는 인간 말종들이 바로 권력의 정점에 있는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흐음…….”
그때 무슨 일인지 녀석의 불꽃 모양의 주름이 살짝 이지러졌다.
베스렐은 기억 속의 무공들을 떠올리며 고민했다.
“근데 어떤 것을 익히지? 마지막으로 연구하고 있던 그 오행진결이 나을지, 아니면 아무런 부작용도 없는 완성된 본래의 고루불사마공을 익혀야 할지 잘 모르겠네?”
이런 것을 행복한 고민이라고 해야 하는 것일까?
여기 드래곤의 저주를 풀 수 있는 두 가지의 무공이 있었다. 아니, 그것은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아니고 살이 빠지는 것을 가능케 해 주는 무공이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정말 믿어지지 않는 일인 것이다.
중간계의 절대자라고 할 수 있는 고룡이 내린 저주를 거스를 수 있는 무공이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존재하고 있다니 말이다.
어쨌든 그 대단한 드래곤의 권능을 억누를 수 있는 무공 중 하나가 바로 지금 베스렐이 생각하고 있는 고루불사마공이었다.
‘으음, 고루불사마공은 경지에 이를수록 사람의 신체를 뼈다귀만 남게 하는 마공이자 사공이야. 두터운 살들이 전부 사기화(邪氣化)되어 영성을 띠게 된 뼈마디들에게 흡수가 되는 것이지. 이것이라면 검은 도마뱀 새끼가 건 무한비만증을 완전히 치료는 못한다 하더라도 정상적인 사람의 모습으로 바꿀 수는 있을 거야. 그리고 또 하나의 무공인…….’
고루불사마공.
이것은 진정 사상 최강의 마공이자 사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마공의 명칭에 나와 있는 것처럼 이것은 불사를 꿈꾸며 만든 무공이었다.
마공이 극성에 이르면 그자는 전신의 살가죽은 사라지고 완전히 뼈다귀만을 남기게 된다.
한마디로 고루(?뀜)의 모습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지, 완전한 고루의 모습을 이루게 되면 그자는 더 이상 죽음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마공을 완성한 자는 죽음의 기운을 먹고살기 때문에 죽고 싶어도 죽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 고루불사마공은 십성 경지에 이르도록 연마하면 한 가지 엄청난 이능을 발휘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구시술(驅屍術)이었다.
죽은 시체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이능을 고루불사마공은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무공인 오행진결. 그중에서도 고목신공이라면 고루불사마공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살을 뺄 수는 있어.”
여국현.
그는 황제를 위한 무공을 창안하는 것과는 별개로 아무도 모르게 또 하나의 무공을 생각하고 있었다. 망가진 자신의 단전을 고칠 수 있고 또한 스스로 고루불사마공을 능가하는 더 대단한 것을 창안해 내고 싶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오행진결이었다.
고목신공(枯木神功), 금황신공(金黃神功), 수류신공(水流神功), 화령신공(火靈神功), 정토신공(淨土神功).
오행진결은 이 다섯 가지 무공을 합쳐서 부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다섯 가지 무공 중에서도 고목신공의 경우는 그걸 익히고 있는 사람을 비쩍 마르게 만든다. 한 그루의 고목나무처럼 그렇게 말이다.
당연히 드래곤이 내린 저주를 어느 정도는 해소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
“흐음…….”
고민이 되는 일이었다.
베스렐은 두 가지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신중히 생각해 보았다.
“오행진결의 경우는 다섯 가지의 무공을 동시에 같이 익혀야 하는 것인데. 그래야 상상도 못할 힘을 발휘할 수 있으니 말이야. 다섯 가지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 궁극에 이르면 만물을 지배할 수 있는 있는 절대자의 능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만들어 본 것인데……. 문제는 이 오행진결이 처음은 쉽지만 대성을 하는 데에는 고루불사마공보다도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게 문제야.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옳겠지.”
힘든 일이다. 정말 고민되는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전생의 황실총무학사인 여국현.
그는 무림에서는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신의(神醫)로 소문이 났었지만 무공에 관해서도 천부적인 소질을 지니고 있었다. 무공을 직접적으로 익히지는 않았지만 그것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또한 나름대로 독특한 이론들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신의이니 인간의 신체에 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또한 무공에 관해서도 해박하니 그가 황실총무학사가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각설하고 당시의 그는 고루불사마공보다는 오행진결을 더욱 크게 염두에 두고 창안했다.
마공보다는 정공이 났고 또한 오행진결은 인간의 무공이라기보다는 우화등선(羽化登仙)을 한 신선의 무공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위력을 지니고 있기에 그의 관심은 그쪽으로 보다 많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베스렐의 최대 당면 과제는 살을 빼는 것이다.
보다 효과적인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것이다.
오행진결상의 고목신공을 익혀도 살을 빼는 데에는 그다지 큰 문제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한계는 있어 보였다.
멋진 체격이 아닌 조금은 뚱뚱해 보이는 체격으로 남을 확률이 높았다.
확실히 살을 빼는 방법은 역시 고루불사마공이 제격일 것 같았다.
“으음…….”
베스렐의 고민은 점점 깊어져 갔다.
무엇이든 처음이 가장 중요한 법이니 선택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깊은 생각과 함께 감겨져 있던 두 눈.
그것이 천천히 떠졌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녀석의 두 눈에서 질식할 것만 같은 무서운 신광이 쏟아져 나왔다.
번쩍!
“으드득. 그 검은 도마뱀 새끼를 생각한다면 아무래도 고루불사마공이 좋겠어. 빠르게 살을 뺄 수 있고 또한 이곳의 기사들은 상상도 못할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주니 그게 지금의 나에게는 적격이야.”
그렇게 결정은 내려졌다.
오행진결이 아닌, 고루불사마공이 이제 베스렐과 함께하게 되는 것이었다. 더불어 나머지 세 가지의 절대무공들도 마찬가지로 익힐 결심을 굳힌 베스렐이었다.
고루불사마공, 지옥도법, 염라수, 유령비.
그의 기억 속에는 황실총무학사로서 정사의 수많은 무공들이 담겨져 있었지만 이 네 가지보다 강한 무공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상 최강의 무공들.
물론 오행진결이 더욱 뛰어난 것이긴 하지만 그것을 제외한다면 최고의 무공이 그 네 가지인 것이다.
“좋아. 고루불사마공은 오늘 밤부터 시작한다. 오늘 밤부터 시작해 최대한 빠르게 십성 이상으로 익히는 거야.”
베스렐은 두 눈을 빛내며 생각했다.
고루불사마공과 나머지 세 가지 무공.
그것들이라면 틀림없이 원수 놈을 죽일 수 있을 거라고. 검은 도마뱀이 제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틀림없이 목을 따 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다려라, 카스트리온……!”
녀석을 생각하자 베스렐의 두 눈에 점점 강렬한 신광이 어렸다.

***

리렌시아는 바쁘게 돌아다녔다.
블레스 기사단장과 메드레스 마도사를 찾기 위해서였다.
메드레스 마도사는 주로 코펜 마을에 있는 갈루안스 마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보름에 한 번은 이곳 영주가 있는 성에서 하루 정도를 머물렀다. 다행히 그 보름 중의 한 번이 바로 오늘이었기 때문에 마탑에 연락을 넣을 필요가 없는 리렌시아였다.
그녀는 먼저 라이언 기사단이 있는 숙소를 찾아가 블레스 기사단장이 어디 있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거기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지금은 기사단장이 집무를 보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는 중이었다.
기사단원들에게 듣기로는 메드레스 마도사님이 블레스 기사단장님과 같이 계실 거라 했으니 그녀는 한 번의 수고로 그들 두 사람을 동시에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그녀가 그들 두 사람을 찾으러 지금처럼 이렇게 돌아다닐 필요는 없었다. 저택에 있는 집사에게 말하면 그가 알아서 다 연락을 넣을 테니 말이다.
저벅저벅.
빠른 걸음걸이로 앞을 향해 나아가는 리렌시아.
곧 한 채의 건물이 그녀의 두 눈에 띄었다.
“으응, 여기가 바로 블레스 기사단장님이 일을 보시는 곳이구나. 한데 생각한 것보다는 작은 건물이네.”
리렌시아의 시선에 잡힌 것은 2층으로 된 작은 건물이었는데 조금 오래된 건물인지 벽에 칠해진 황금색 페인트가 많이 벗겨져 있었다.
처음에 보았던 기사단원들의 숙소인 5층의 으리으리한 건물과 비교하면 매우 볼품없는 곳이라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