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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 블레이드 1권(18화)
Chapter7 닭고기 스튜(3)


스르릉, 스르릉.
기사단원들 모두가 수중에 있는 바스타드 소드를 빼 들었다.
‘으음, 오늘은 반드시…….’
블레스 기사단장이 두 눈에 힘을 주며 속으로 다짐의 말을 했다. 지금까지는 계속해서 패배했지만 오늘만큼은 반드시 이기겠다는 그런 다짐을 말이다.
‘하지만 정말 대단하시긴 해. 아니,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해야겠지. 마법의 경지만으로도 모자라 검술 실력도 한순간에 오러 블레이드를 발하는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셨으니.’
두 달 전 블레스 기사단장은 남들 모르게 영주와 대련을 펼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 그는 영주의 검에서 오러 블레이드가 발현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마델즈 왕국에 단 6명만이 존재한다는 소드 마스터였다. 그 소드 마스터가 이제는 블레스 단장이 있는 이곳 갈루안스 영지에도 존재하게 된 것이다.
“좋아. 그럼 이제 다들 죽을힘을 다해 덤벼 봐. 어설프게 공격했다간, 알지? 나는 인정이 없으니 그리 알라고.”
베스렐은 왼손에 들고 있던 180다르(cm)가 넘는 그레이트 소드를 양손으로 잡고는 옆으로 살짝 비켜 세웠다.
그리곤 40미르 밖에 있는 라이언 기사단원들을 향해 순식간에 돌진해 나갔다.
휘이익.
바람이었다.
베스렐은 한 줄기의 검은 바람이 되어 있었다.
“이, 이런……!”
오늘 처음으로 대련에 나선 기사 1명이 놀란 눈으로 재빨리 검을 치켜들어 올렸다.
대련 전에 들은 말이 있었다.
영주님은 바람이라고. 아니, 유령 같은 존재라고.
검은 바람이 보인다 싶으면 생각할 것도 없이 무조건 검을 휘두르라고 했었다.
콰앙!
폭음 소리가 귀청을 때려 울렸다.
“큭!”
기사의 입에서 고통의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늦어 버렸다. 검은 바람은 이미 기사의 몸통을 한 번 두들기고 지나간 뒤였다.
“다들 정신 차리지 못해!”
블레스 기사단장이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다들 긴장의 끈을 더욱 조이기 시작했다.
투지의 불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 같은 투지의 불길은 검은 태풍 앞에서는 아무 소용도 없는 것이었다.
“하아앗!”
콰앙! 쾅!
베스렐은 유령비(幽靈飛)라는 천고의 신법을 펼치며 동시에 기사단장의 최강 검법인 파우러 검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해 지금 베스렐이 펼치고 있는 검법은 파우러 검법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천하제일의 무공이라고 할 수 있는 지옥도법.
파우러 검법에는 그 지옥도법의 오의가 조금이나마 스며들어 가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다들 죽어랏―!”
슈아아아악.
성인 남자 키만 한 그레이트 소드가 맹렬히 휘둘렸다.
기사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들의 바스타드 소드를 들어 올려 그 거대 검을 막아야만 했다.
쾅! 콰지직!
소용이 없었다. 막을 수 없었다.
막아 봐야 그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기사들의 검은 베스렐이 휘두르는 강력한 경력(勁力)이 담긴 중검(重劍)에 하나 둘씩 부서지고 말았다.
쾅! 콰지직.
콰앙! 콰앙! 콰지지직.
“이런……!”
블레스 기사단장은 곁에 있던 두 부단장들과 함께 검은 바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자네들 둘이 뒤를 맡아! 영주님의 정면은 내가 막는다!”
“예, 알겠습니다, 단장님!”
“걱정 마세요. 뒤는 확실히 저희가 책임지겠습니다!”
그들 세 사람은 길을 방해하고 있는 기사들에게 옆으로 피하라 외치고는 검에 오러를 주입했다.
소드 익스퍼트의 기사는 검신에 소드 오러(검기)를 발할 수 있는 자를 말한다.
그리고 지금 영주에게 달려들고 있는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의 경지에 있었고 남은 두 사람은 상급의 경지에 있었다.
당연히 단원들에 비해 그들 세 사람의 실력은 월등할 수밖에 없었다.
“흐흐흐. 나를 그대들 세 사람이서 상대하겠다고? 하지만 나는 그러기 싫어. 나머지 녀석들과 좀 더 놀아야 하니까 말이야.”
베스렐은 음침한 웃음을 흘리며 이제 오성의 경지에 든 유령비에 내력을 집중했다.
휘이이이잉.
다시 한 번 검은 바람을 일으키며 사라지는 베스렐.
“이, 이런. 기다리십시오!”
“막앗―!”
세 사람이 당황의 외침을 터트렸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베스렐은 기사단장을 비롯한 세 사람의 포위망을 별달리 힘들일 것도 없이 수월히 뚫어 버리고는 흩어져 있는 기사단원들을 찾아가 하나씩 중검의 힘을 보여 주었다.
콰콰쾅!
너무하다 싶은 일방적인 대련이었다.
어찌 된 게 열흘 전 그때의 대련보다 더욱 쉽게 무너지고 있는 기사단원들이었다.
콰앙!
“큭!”
베스렐은 하나씩 쓰러지고 있는 기사들의 수를 속으로 세어 보기 시작했다.
‘열다섯, 열여섯, 열일곱…….’
“이, 이익!”
열여덟 번째의 기사가 당황의 눈초리를 보였다.
하지만 그 또한 지독한 수련을 통해 기사가 된 자였다.
기사는 이를 악물고는 검은 바람을 향해 자신의 검을 사력을 다해 내려쳤다.
콰앙! 콰지직!
힘없이 부서져 버리는 바스타드 소드.
거기에 검을 타고 흘러 들어간 베스렐의 내력이 기사의 몸에 약간의 충격을 주었다.
“큭!”
녀석은 다리가 풀리는지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비겁합니다, 영주님!”
“맞아요. 저희랑 정정당당히 겨루어 보자구요!”
베스렐은 자신에게 다시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세 사람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던졌다.
“흐흐흐! 비겁하다고? 뭘 모르는군. 지금은 실전과 같은 대련이야. 당연히 쉬운 녀석들부터 솎아 내야지, 안 그래?”
“아니, 그래도 그게…….”
“흥! 됐어. 나는 단원들을 먼저 두들겨 줄 테니까 자네들 세 사람은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보라고.”
휘이익.
베스렐은 말을 끝마치자마자 바로 또다시 유령비의 신법을 펼쳐 이제는 서로 두 세람씩 뭉쳐 있는 기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제길! 영주님의 저 다리가 문제야. 헤이스트 마법을 펼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어떻게 저리 빨리 움직일 수 있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군. 저 다리를 잡아야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기랄……!”
검은 머리의 에돈 페튜스.
그는 점심을 비롯한 두 끼 식사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원래 그는 과묵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제 보니 먹는 것 앞에서는 상당히 약해지는 사내였나 보다.
“좋아, 영주님이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할 수 없지.”
로가드 저윈이 무언가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는지 큰 소리로 외쳤다.
“다들 이리로 와라! 기사들은 그렇게 흩어져 있지 말고 다들 우리 세 사람 근처로 모여라!”
“예,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부단장님.”
그의 말에 세 사람씩 뭉텅이로 당하고 있던 기사들이 재빨리 블레스 기사단장이 있는 곳으로 몰려갔다.
그리고 그때 스물한 번째의 기사가 쓰러졌다.
콰앙!
“큭!”
싱거운 대련이었다. 하지만 이들 이외에는 베스렐의 무공 실력을 확인시켜 줄 만한 존재들이 영지 내에는 없었다.
“쳇! 할 수 없군.”
베스렐은 주위에 있던 나머지 기사들이 다들 블레스 기사단장이 있는 곳으로 가자 할 수 없는지 느긋이 신형을 돌려세웠다.
아홉의 멀쩡한 기사들.
그들은 블레스 기사단장을 가운데에 두고 양옆으로 줄지어 서 있었다.
‘흐음, 저 인간들을 상대로 살기(殺氣)가 짙은 지옥도법을 쓸 수는 없는 일이고. 어쩔 수 없이 계속 파우러 검법을 사용해야겠군. 지옥도법은 나중에 몬스터들을 토벌할 때나 사용해 봐야겠어.’
베스렐은 현재 지옥도법의 전 삼식 중 첫 번째 초식인 지옥참살(地獄慘殺)만을 익힌 상태였다. 나머지 두 초식과 후 일식은 내공의 부족과 진기의 수발 능력이 부족해 아직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시간이 흐르면 차차 해결될 일이었다.
‘그리고 다음 대련부터는 마법사 녀석들도 끌어들여야겠어. 이들만으로는 나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에 한참 부족하니 말이야. 한데 조금 아쉽기는 하군. 모든 역량을 다 동원해서 대련해 보고 싶은데 말이야. 하지만 그랬다가는 정말 큰일 나 버리니…….’
차크란 수련으로 전생의 기억을 얻게 된 베스렐.
녀석은 자신이 익히고 있는 무공이 어떠한 것인지, 그리고 그 무공의 위력이 어떠한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곳과는 비교가 안 되게 뛰어난 초상승의 무공들을 무수히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이 중원 무림이다. 그리고 그 무공들 중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게 베스렐이 익히고 있는 네 가지 무공이었다.
인간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위력.
특히나 지옥도법과 같은 경우는 한번 시전이 되어 버리면 다시 거둬들일 수가 없었다.
무조건 상대를 죽여야만 하나의 초식이 끝나는 것이었다. 그러니 그 자신의 손발이라고 할 수 있는 기사단원들에게 모든 역량을 다 동원해 대련할 수는 없었다.
“그럼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영주님.”
블레스 기사단장이 걸음을 신중히 옮기며 베스렐을 향해 나아갔다.
모두의 눈빛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밥을 굶지 않으려면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비록 부질없는 것이라 해도 말이다.
“하앗!”
“이야핫―!”
선제공격을 하기로 마음먹은 기사단원들.
그들은 영주를 향해 전력으로 달려들었다.
“흐흐흐. 좋아. 그 패기, 아주 마음에 들었어.”
베스렐은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며 유령비를 다시 한 번 펼쳤다.
휘이이이잉.
검은 바람이 되어 날아가는 베스렐. 곧이어 장내에는 귀청을 아프게 하는 폭음 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 다들 쓰러져 버려―!”
콰앙! 콰콰콰콰콰콰쾅!
그것은 무자비한 소리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Chapter8 작은 음모(1)


마법사들은 고독한 존재들이다.
그들은 진리에 대한 목마름에 밤낮을 잊고 마법을 연구하고 수련에 힘쓴다.
그래서일까? 마법사들은 혼기가 차도 결혼을 생각하는 자들이 일반인들에 비해 매우 적었다.
마법의 재능이 그다지 썩 좋지가 않아 3써클이 한계인 마법사들은 그래도 제짝을 찾아 결혼을 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 되는 편이지만, 4써클이 넘어서면서부터는 그 비율이 현격히 감소한다.
이것은 경지가 올라갈수록 마법이란 늪에서 헤어 나오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마법을 생각하기도 바쁜데 가정을 어찌 돌볼 수가 있겠는가.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그들 마법사의 탑에서 평생을 보내게 된다. 일부의 자유마법사들과 황실에 소속되어 있는 마법사들도 마찬가지로 그들만의 세계에서 평생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보자면 갈루안스 백작가는 참으로 특이하다고 볼 수 있었다.
대륙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마법사의 가문.
그것도 7써클의 대마도사를 한 세대마다 배출하는 가문이라니. 그 정도의 경지에 이르자면 평생 마법연구를 하기도 바빴을 텐데 말이다. 한데 이런 마법사의 가문이 대륙에는 한 군데가 더 있었다.
알트라스 대륙의 동북쪽에 위치한 시그람 제국.
그곳엔 한 세대마다 6써클의 마도사를 배출해 온 아리우스 백작가가 있었다.
갈루안스 백작가와 아리우스 백작가.
이처럼 대륙엔 기사 가문이 아닌 마법사 가문이 두 군데 있었다.

코펜 마을에 있는 갈루안스 마탑.
“으음…….”
마법등이 희미하게 비쳐지고 있는 실내에 한 사람이 깊은 고민에 잠겨 있었다.
초록빛 머리에 약간은 좌우로 찢어져 있는 두 눈. 거기다 툭 불거져 나온 매부리코가 매우 인상적인 50대 중반의 사내였다.
그의 이름은 갈레빈.
이곳 갈루안스 마탑에 온 지는 6년이 조금 넘은 5써클 유저의 경지에 있는 마법사였다.
갈레빈, 그는 현재 자신의 연구실에서 1시간째 깊은 고민에 빠져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 고민은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닌지 그의 미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찌푸려져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