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헬 블레이드 1권(20화)
Chapter8 작은 음모(3)
마법사는 어찌하면 될 수 있는 것일까? 아니, 마법사의 재능이란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마법사의 재능!
그것은 다음의 세 가지로 나눌 수가 있었다.
첫 번째로 가장 중요한 마나 친화력이 있다.
이것은 세상을 이루고 있는 근본인 마나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마나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마나 친화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했고 곧 그 사람은 마법을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 자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인 마나 지배력.
마나를 느꼈으면 그 다음은 마나를 지배해서 끌어 모아야 한다. 마법은 그냥 발휘되는 게 아니니 당연히 마나를 끌어 모아야 하는 것이고 이것을 마법학에서는 개더링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마나 지배력의 능력이 극도로 뛰어난 마법사라면 상대가 발휘하려는 마법을 조금은 방해할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그 같은 마법사는 거의 존재치 않은 일이지만 말이다.
다음 세 번째로는 뛰어난 머리가 필요하다.
3써클 이하의 마법사로 만족할 게 아니라면 뛰어난 머리는 필수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4써클 이상의 마법부터는 상당히 복잡한 수식과 마법의 이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법사의 재능은 모두 세 가지를 필요로 했다.
마나 친화력, 마나 지배력, 그리고 뛰어난 머리.
각설하고 수인족의 하나인 폭스족. 그중에서도 골드 폭스족은 이 세 가지의 재능 중 첫 번째인 마나 친화력과 마지막인 뛰어난 머리를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다.
물론 마나 지배력도 좋은 편이긴 하지만 다른 두 가지에 비해서는 떨어지는 것이었다.
사락사락.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조용한 실내를 깨우고 있었다.
그리 크지 않은 실내에 가득 차 있는 서적들.
리렌시아는 지금 백작가의 영주 전용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중이었다.
그것도 그냥 책이 아닌 6써클의 마법이론과 수식을 담고 있는 귀중한 마법서적을 말이다.
그녀는 현재 6써클 비기너의 경지에 있기 때문에 배우고 연구하고 익혀 내야 할 마법이 산적해 있었다.
“으음, 이 텔레포트 마법이란 것은 정말 어려운 거로구나. 이걸 빨리 익혀야 주인님이 계신 곳을 어디든 한 번에 갈 수 있을 텐데…….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리겠어. 공간 계열의 마법은 다른 마법에 비해 확실히 어려우니 말이야.”
리렌시아의 맑은 두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마법의 재능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골드 폭스족.
리렌시아는 바로 그 골드 폭스족의 일원이었지만 6써클의 마법에서부터는 확실히 그 진도가 조금 더딤을 스스로 느낄 수가 있었다. 물론 다른 인간의 마법사에 비하자면 대단히 빠른 성취 속도로 익혀 내고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마법 재능이 많이 부족하다 생각하고 있었다.
“이 텔레포트 마법하고 활성화마법인 액터배이션은 못해도 두 달 안으로 익혀 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래야 주인님께 큰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거잖아.”
사락사락.
그녀는 계속해서 책장을 넘기며 공부에 열중해 들어갔다.
6써클의 마법은 그 아래 단계인 5써클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복잡하고 또한 대단한 경지라 할 수 있었다.
일단 명칭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5써클의 경지에 든 자는 그냥 마법사이고, 6써클의 경지에 든 자는 마도사라 부른다.
50페르(km) 정도 떨어진 거리는 단숨에 이동할 수 있는 텔레포트 마법에, 마도사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마법 물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 그 능력은 바로 ‘액터배이션’이라는 활성화마법에서 나온다.
6써클의 다른 공격 계열의 마법이나 기타 보조 마법들도 상당히 훌륭하다고 할 수 있지만 텔레포트 마법과 액터배이션 마법만큼 유용한 것은 없다고 봐야 하는 것이었다.
리렌시아는 현재 6써클의 마법 중 공격 계열의 마법 두 가지를 익힌 상태였고 그 두 가지를 익혀 내자마자 지금은 이렇게 먼저 텔레포트 마법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었다.
사락사락.
시간은 흘러갔다.
리렌시아는 심력을 모아 마법서적을 빠르게 삼분지 일까지 읽어 내려갔다. 물론 그것은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닌 이해를 겸한 것이었다.
스윽, 탁.
리렌시아는 읽고 있던 6써클의 마법서적을 내려놓았다.
이제는 쉬어야 할 시간이었다.
새벽 네 시 정도부터 시작한 공부였고 그것이 벌써 3시간이나 지난 후이니 이제는 아침식사를 해야 했다.
“지금쯤이면 주인님이 오그란 산에서의 새벽수련을 마치고 돌아오셨겠지. 그럼 내가 시중을 들어야 하니 얼른 일어나자.”
드르륵.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책상 밑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곤 뭔가 놓고 가는 것은 없는지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더니 곧 서둘러 도서관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
넓은 실내였다.
실내에는 삼인용의 커다란 침상이 창가의 옆 자리에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불그스름한 색채의 장식장이 있었다.
또한 실내의 오른쪽 벽으로는 기다란 테이블이 놓여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그 테이블 위에는 이상한 그림이 하나 걸려 있었다. 아니, 그것은 걸려 있는 게 아니라 상단 부분에 압정 하나가 꽂혀 있는 그림이었다.
그림은 다른 게 아닌 드래곤의 초상화였다. 그것도 블랙 드래곤이 범죄자인 양 심술 맞은 모습으로 대충 그려져 있는 몽타주 같은 그림.
바로 그때였다.
아침 햇살이 창가를 통해 비쳐지고 있는 실내에 순간 환한 빛이 생겨났다.
화아아아아악.
빛과 함께 나타난 자.
그는 바로 베스렐이었다. 녀석은 지금 텔레포트 마법으로 단번에 오그란 산에서 이곳으로 공간이동을 해 온 것이다.
두리번두리번.
베스렐은 공간이동을 해 오자마자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자신의 방을 살펴보았다.
탁한 공기가 방 안에 아직 남아 있었다.
녀석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뭐야? 시간이 됐으면 창문을 열어 놓고 환기를 시켜야 하는 거 아니야? 오늘 내 방을 담당하는 녀석이 누구지?”
베스렐은 새벽에 수련을 떠나기에 앞서 항상 운기행공을 몇 차례에 걸쳐 하고는 나간다.
고루불사마공은 죽음의 기운이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운기행공을 하고 나면 그 주위에는 약간은 텁텁하다고 해야 할지, 어떤 찝찝한 기운들이 남게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베스렐이 새벽수련을 하러 떠나면 저택의 시녀들이 일주일 단위로 돌아가며 방을 깨끗이 정리를 하러 들어오고는 했었다. 한데 오늘은 웬일인지 창가의 문이 새벽수련을 떠나기 전 그대로 닫혀 있었고 또한 방 청소도 되어 있지 않았다.
“이거, 이거. 케이시는 밑의 애들을 어찌 가르치는 거야? 이런 일은 시녀장이 알아서 해야 되는 거 아니야?”
저벅저벅.
녀석은 미간을 계속해서 찌푸린 채 창가로 다가갔다. 그리곤 거친 손길로 창문을 열었다.
드르륵. 탁!
“에잉, 하여간 이런 간단한 일도 제대로 하질 못하니. 케이시도 나이가 들더니 이제는 다 됐어.”
때는 무더운 여름이다.
실내에 있으니 시큼한 땀 냄새가 났다.
베스렐은 수련으로 인해 땀 냄새가 심하게 배어 있는 웃옷을 벗어서는 침상 옆에 있는 옷걸이 위에 걸었다. 그리곤 시선을 돌려 테이블 위로 고정시켰다.
“응? 뭐야?”
조그마한 물병이 그곳에 있었다.
새벽에 수련을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저 물병은 보이지 않았었다.
“이거 어떻게 된 거지? 저게 내 방에 놓여 있는 걸로 봐서는 시녀 중 누구 하나가 아침에 왔다 갔었다는 얘기잖아?”
고개를 갸웃거리는 베스렐.
“이상하네? 저거만 놓고 창문도 열어 놓지 않고 나가다니? 배탈이 나서 화장실에 처박혀 있는 건가?”
녀석은 아무래도 시녀가 참을 수 없는 볼일이 생겨 미처 방 정리를 하지 못하고 나갔다고 생각했다. 다른 이유는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영주가 머무는 곳의 방 정리는 시녀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저벅저벅.
베스렐은 물병이 놓인 테이블로 걸음을 옮겼다.
지금은 새벽수련을 막 끝마치고 온 상태였다. 당연히 목이 마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수련을 하고 오면 항상 물주전자나 물병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기에 베스렐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덥석.
베스렐은 바로 물병을 들었다. 그리곤 물을 입속에 한입 가득 넣고는 평소의 습관대로 서른 번을 꼭꼭 씹어서 목구멍 속으로 흘려보냈다.
바로 그때였다.
“응?”
무슨 일일까? 한 모금 물을 들이켰던 베스렐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지기 시작했다.
양미간 사이에 자리한 불꽃 모양의 주름.
그것이 무섭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베스렐은 단단히 화가 났다. 녀석의 미간 사이에 자리한 불꽃 모양의 주름이 크게 이지러지고 있다는 것은 녀석이 보통 화가 난 게 아니란 소리였다.
곧 녀석의 입에서 천둥소리와도 같은 거친 음성이 터져 나왔다.
“어떤 개자식이야? 어떤 개잡종이 사람이 마시는 물에다가 장난을 쳐 놓은 거야? 앙?!”
우르르르릉.
순간 실내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거렸다. 녀석의 말소리에 숨길 수 없는 기파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Chapter9 반드시 잡아낸다(1)
“리렌시아 양, 오래간만입니다.”
“예에, 안녕하세요.”
저택의 지하에 있는 영주 전용 도서관. 그곳에서 지금 막 마법공부를 끝마치고 나온 리렌시아는 이제 걸음을 저택의 3층으로 옮기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따라 더 아름다워 보이시는군요.”
“호호, 별말씀을요.”
대저택이다 보니 일을 하는 사람은 많았고 그녀가 지하에서 나와 보게 된 사람만 해도 벌써 5명째였다.
30여 명의 시녀와 20여 명의 하인들, 그리고 오륙 명의 기사들과 2명의 마법사들은 항상 저택 내에 머무르고 있었다. 물론 요리장과 저택의 살림을 맡고 있는 집사도 당연히 이곳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들이 빠지면 저택이 제대로 돌아가지를 않으니 말이다.
“랄랄라라라……!”
즐거운 콧노래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영주를 보러 간다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 큰 즐거움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랄라라, 이제 다 왔구나.”
층계의 끝에 이르니 곧바로 넓은 복도가 나왔다.
그녀의 주인인 베스렐의 방은 제일 끝에 있었는데 그때 때 아닌 천둥소리가 리렌시아의 귓가를 울렸다.
“어떤 개자식이야? 어떤 개잡종이 사람이 마시는 물에다가 장난을 쳐 놓은 거야? 앙!”
우르르르릉.
“어머나, 깜짝이야!”
그녀는 화들짝 놀라서는 그만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마치 지진을 일으키기라도 할 듯 고함 소리는 너무도 우렁차게 들려왔다.
“무, 무슨 일이시지?”
리렌시아는 다시 일어나서는 서둘러 주인의 침소로 달려갔다. 아무래도 무슨 사단이 난 모양이었다.
가끔 화를 내시는 주인이기는 하지만 방금처럼 무서운 소리로 화를 내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급한 마음에 주인의 방에 노크도 하지 않고 바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