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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기사들 1권(10화)
Chapter 3.(3)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인간이 용갑주를 당해 내지 못하는 이유를 굳이 분석하자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그 첫째는 강철로 만들어진 용갑주의 압도적인 방어력.
그 둘째는 7미터에 달하는 용갑주의 크기.
그 셋째는 인간이 결코 견딜 수 없는 용갑주의 공격력.
공성 병기급 공격이 아니면 용갑주의 두터운 장갑을 뚫고 타격을 입힐 수 없다.
인간이 제아무리 높게 뛰어오른다 할지라도 용갑주의 허리조차 가격하기 어렵다.
용갑주의 일격은 그야말로 공성 병기의 일격. 그 공격이 스치기만 해도 인간의 나약한 육신은 박살이 난다.
그렇기에 인간은 용갑주를 이길 수 없다.
그런데,
쾅― 쾅― 쾅―!
지축을 뒤흔들며 세 대의 용갑주가 티르에게 달려들었다. 티르 역시 그들을 향해 마주 달렸다.
최선두에 선 것은 멀톤 경이었다.
데비드 멀톤은 바이스 발렌시아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용갑주 세 대를 향해 무모한 돌진을 하고 있는 티르 아벤트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명령이니까.’
기사답게 적을 무찌르면 된다.
3급 용갑주의 기본 무장은 거대한 나이트실드와 헬버드였다. 멀톤 경은 자신의 정면에서 마주 달려오는 티르를 향해 헬버드를 종으로 휘둘렀다.
콰앙―!
땅이 크게 울리며 굉음이 일었다. 성문조차 박살 내는 용갑주의 일격이었다. 인간이 맞았다간 그 형상조차 알아볼 수 없을 타격이었다.
티르는 그 공격을 피했다. 급하게 컷을 꺾어 자신의 왼편 1미터 남짓한 거리를 두고 헬버드를 지나쳐 보냈다.
의외긴 했지만 멀톤 경도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어찌 되었건 저 티르란 놈은 바이스 발렌시아를 대경실색하게 만들 정도의 실력자였으니까. 다소 둔중한 용갑주의 일격을 한두 번 정도 피해 내는 것까진 충분히 예상 범위 안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티르가 지면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용갑주의 무릎관절이라도 노리려는 것일까? 멀톤 경은 여유 있게 시선을 돌렸다. 어설프게 뛰어오른 놈을 걷어찰 속셈으로 지켜보았다.
그런데 높았다.
지나치게 높았다.
무릎 높이 따위가 아니었다.
허리 높이도 아니었다.
용갑주의 머리 위, 그보다 조금 더 높은 곳.
“나, 날았어?!”
티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오른손에 거머쥔 검은 회중시계를 높이 들어 올렸다.

02시의 봉인해제, 천둥의 전투망치.

오른손에 형성된 것은 은색의 워해머였다. 망치 머리만 해도 1미터는 넘은 직한 거물을 휘둘렀다.
콰앙―!
굉음과 함께 멀톤 경의 용갑주가 무릎을 꿇었다. 왼쪽 어깨부가 공성 병기에 얻어맞은 마냥 크게 함몰되었다.
티르는 그런 멀톤 경의 용갑주에 착지했다. 그대로 멈추지 않고 재도약해 멀톤 경 뒤에 서 있던 용갑주를 향해 쏘아지듯 나아갔다.
콰앙!
제2격이 작렬했다. 기사 아율른은 가까스로 방패를 들어 막았지만 용갑주의 무릎이 꺾이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티르는 이번에도 기사 아율른의 용갑주 위에 착지했다. 방금 그러했듯이 재도약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쏴라!”
진지 내부에 있던 지휘관들의 명령에 따라 100여 명에 달하는 궁수들이 일제 사격을 실시했다. 순간적으로 형성된, 그야말로 화살의 비였다.
용갑주라면 화살을 몇 발을 맞든 상관없었지만 티르는 그렇지 않았으니까.
티르는 잇소리를 토하며 워해머를 대태도로 변신시켰다. 3번째 용갑주를 공격하는 대신 자신에게 날아드는 화살을 향해 대태도를 휘둘렀다.
카카카카카카캉―!
쏟아진 화살의 비가 용갑주들의 장갑을 때리며 쇳소리를 울렸다.
티르는 대태도를 휘둘러 화살 비를 쳐냄과 동시에 연속으로 지면을 박차 용갑주들과의 거리를 벌렸다.
“멀톤 경! 괜찮나?!”
최후미에 서 있던 기사 베인이 멀톤 경에게 외침과 동시에 티르를 향해 방향을 돌렸다. 멀톤 경은 망가진 왼팔을 아예 분리시켜 떨쳐 버린 뒤 헬버드를 고쳐 잡으며 용갑주의 자세를 바로 했다.
“괘, 괜찮소!”
어느새 20미터 이상 거리를 벌린 티르를 보며 멀톤 경은 마른침을 삼켰다. 바이스 발렌시아가 어째서 그렇게까지 경계했는지 이제 이해할 수 있었다. 방금 진지 측에서 일제 사격을 가하지 않았다면 기사 베인의 용갑주도 속절없이 일격을 허용할 뻔했다.
“어쩔 수 없소. 처음 작전대로 갑시다.”
기사 아율른의 외침에 멀톤 경과 기사 베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밀집하는 대신 거리를 크게 벌리는 한편 티르를 포위하듯 반원형으로 늘어섰다. 진지 역시 미리 약속된 바가 있었는지 일제히 재장전 자세를 취했다.
그 같은 베스크 군의 반응에 티르는 쓴웃음을 지었다.
겁을 준다는 것이 너무 줘 버렸던 것일까. 쉽지 않았다. 더욱이 용갑주를 조종하는 저 세 명은 이제 방심하지 않을 터였다.
티르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용갑주까지는 충분히 고려했지만 화살 공격이라니.
용갑주들을 끌고 화살이 닿지 않는 범위까지 이탈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것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
티르는 가만히 수를 헤아렸다.
이대로 베스크 백작군의 진지로 난입해 난전을 벌이는 것부터 시작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했다.
“쉽지 않아.”
쓰게 웃으며 대태도를 다시 워해머로 변신시켰다. 전야의 거창을 이용해 레스트 인 피스Rest in Peace를 갈긴다면 용갑주 한 대쯤은 일격에 무력화가 가능했지만, 그건 힘을 너무 소비하는 짓이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워해머를 쓰는 다소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할 필요가 있었다.
“쏴라!”
티르에게 더 이상 시간을 줄 생각이 없는 듯, 두 번째 화살 비가 쏟아졌다. 동시에 용갑주들이 움직였다.

전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언덕 위.
인간과 용갑주 간의 결전이라는, 상식을 넘어선 상황을 지켜보던 에이다 듀블레이드는 숨이 멎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티르는 게덴과 에이다에게 튀링겐에 돌아가 기다리라고 했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티르가 파울 튀링겐이 조종하는 용갑주를 일격에 격파하는 초월적인 광경을 두 눈으로 목격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으니까.
명령을 어기는 짓이었지만 말을 달릴 수밖에 없었다. 자기 혼자 티르를 쫓아가 봐야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마는 그렇다고 얌전히 튀링겐 령으로 돌아갈 수만도 없었다.
3대의 용갑주가 연격을 펼쳤다. 애당초 훈련이 잘된 듯 호흡이 잘 맞았다.
100여 개에 달하는 화살 비는 절묘한 순간마다 쏟아져 티르를 방해했다.
에이다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지켜보는 것 외에는 무엇도 할 수 없는 현실에 입술을 깨물었다.
멀톤 경의 일격, 다시 이어지는 아율른의 일격. 연속해서 두 번의 공격을 피한 티르는 지면을 박차고 도약했다.
그런 티르를 노리고 기사 베인이 공중을 향해 헬버드를 휘둘렀다. 육중하나 빠른 공격이었다. 티르는 이를 악물었다.
단순히 막거나 피하는 대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헬버드를 똑바로 지켜보았다. 헬버드가 자신에게 닿으려는 타점을 노려 몸을 앞으로 회전시켰다. 워해머를 쥐지 않은 왼팔로 헬버드를 한번 짚은 뒤 다시 회전했다. 그리하여 도착한 것은 기사 베인의 코앞. 진지 측에서 급히 화살 비를 쏘았지만 이번에는 용갑주의 거체가 티르의 방패나 다름없었다.
카카카카카카캉―!
화살 비가 용갑주를 때렸다. 날카로운 금속 소리를 들으며 티르는 워해머를 당겼다. 우렁찬 기합과 함께 있는 힘껏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강렬한 올려치기에 용갑주가 버티지 못하고 나자빠졌다. 실드를 세워 막아 내긴 했지만 왼팔의 관절이 비틀어졌고, 흉부의 장갑 역시 우그러들었다.
지금이 바로 기회였다. 다시 한 번 망치를 휘둘러 땅에 쓰러진 용갑주의 흉부를 박살 내야 했다.
티르는 도약했다. 멀톤 경과 기사 아율른은 무어라 소리치며 급히 용갑주를 움직였다.
진지에선 재장전을 촉구하는 지휘관의 호통이 바락바락 쏟아졌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마무리를 가하기 위해 워해머를 들어 올렸던 티르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오른편, 진지에서 쏘아지듯 튀어나온 무언가.
붉은색이었다.
거대했다.
3급 용갑주와는 비교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그것이 왼손에 쥐고 있던 무언가를 던졌다. 거의 사람만한 크기의 토마호크였다.
티르는 급히 워해머를 돌렸다. 워해머 자루로 아슬아슬하게 토마호크를 막아 냈다.
칼날에 의한 직접 타격은 막아 냈지만 충격을 견디지 못한 티르는 허공을 날았다. 그리고 토마호크를 던진 그것은 예견이라도 했다는 듯 지면을 박찼다. 거짓말 같은 도약으로 순식간에 티르와의 거리를 좁혔다.
3급 용갑주와 크기는 같으나 보다 더 날렵한 동체의 라인
독수리를 연상케 하는 흉부와 투구.
베스크 백작이 준비한 비장의 수.
내전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그간 축적한 부를 거의 모두 소진해 가면서까지 마련한 결전병기.
2급 용갑주,
적색의 힐데가르트.
바이스 발렌시아는 이를 악물었다. 있는 힘을 다해 허공에 뜬 티르를 향해 오른손에 쥔 적색의 거창을 내질렀다.
일격.
에이다는 비명을 토했다.
“영주님!”

***

금속이 살을 파고든다.
차갑고 예리한 감각이 신경을 짓찢는다.
뼈가 부서진다.
통증이 타점을 중심으로 퍼진다. 그리고 이내 통증조차 날려 버리는 강렬한 충격이 전신을 뒤덮는다.
입에서 피내음이 난다.
혈향이 코끝을 찌른다.
티르는 고개를 들었다.
녹색 눈동자에 붉은 용갑주가 보였다.
장갑에 가려 보일 턱이 없건만 용갑주 안에서 전력을 다해 소리치는 바이스 발렌시아가 보였다.
에이다.
에이다가 절규했다. 자신을 소리쳐 부르고 있었다.
멀톤 경은 순간적으로 미소를 그렸다. 기사 아율른은 이를 악물었고, 기사 베인은 조금 전의 충격으로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보이고 느껴진 모든 것들.
티르 자신의 육신을 파괴하고 있는 적색의 거창.
쇠사슬 소리가 들렸다.
검고 긴 쇠사슬 더미가 철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눈에 보이는 것은 어떤 남자.
새카만 쇠사슬 더미에 온몸이 휘감긴 상태로 순백의 날개를 땅에 꺾고 쓰러진 남자.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검고 검은 눈동자로 티르의 녹색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영주님!”
에이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티르는 적색의 거창을 붙잡았다. 허리가 이미 반 이상 끊겨 나갔지만 어마어마한 힘으로 거창이 더 이상 파고드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이미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눈앞에 있는 것은 2급 용갑주.
주변에 자리한 것은 3급 용갑주 세 대.
거기다 티르 자신은 살아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의 치명상을 입은 상태였다.
티르는 쓰게 웃었다.
“역시 안 되겠어.”
이대로는 이길 수 없다.
지금 상태로는 당해 낼 수 없다.
티르는 검은 회중시계를 움켜쥐었다.
무언가를 눈치챈 바이스가 재차 거창을 휘두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
티르는 눈을 감았다.

07시의 봉인해제, 강철의 기사Full Metal Knight.
“아머드Armored.”

나직한 속삭임과 함께 빛이 일었다.
순백의 섬광이 쏟아짐과 동시에 칠흑의 쇠사슬이 티르의 전신을 에워쌌다.
바닥에 착지하는 것은 인간.
그 육신을 감싼 것은 칠흑의 성의, 순백의 마갑.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용갑주.
티르는 고개를 들었다.
강철의 거인들 사이에 홀로 선 채 차갑게 웃었다.

03시의 달을 베는 대태도.
04시의 죽음을 먹는 사슬낫.

오른손에 쥐어지는 것은 순백의 빛을 머금은 대태도였다.
왼손에 쥐어지는 것은 새카만 사기를 내뿜는 거대한 사슬낫이었다.
“으아아아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하는 대신 바이스 발렌시아는 돌격을 택했다. 2급 용갑주의 힘을 믿었다.
그야말로 쏜살같은 찌르기였다.
하지만 티르는 피하지 않았다.
하지만 티르는 막지 않았다.
정면으로 쇄도하는 거창을 향해 대태도를 휘둘렀다.
콰앙―!
대태도에 짓눌려 거창이 내리찍던 힘 그대로 지면에 처박혔다. 티르는 그대로 진각을 밟았다. 쏜살같이 거창을 타고 오르더니 바이스의 어깨에서 높이 도약했다. 공중에서 크게 회전하며 검은 사기로 화한 사슬낫을 흩뿌렸다. 죽음의 춤을 추었다.
시작은 하나였으나 그 끝은 일천일지니.
청동의 시대를 살아갔던 전마(戰魔) 갈천의 비기가 작렬했다.
흡사 그물망처럼 펼쳐진 쇠사슬 더미들이 범위 안에 들어온 모든 것들을 부수고 찢고 할퀴었다.
멀톤 경의 용갑주는 종잇장처럼 찢겨져 바닥을 나뒹굴었고 기사 아율른의 용갑주는 무릎 아래가 산산이 조각나 바닥에 널브러졌다.
기사 베인의 용갑주는 남아 있던 오른팔마저 완전히 분해되고 말았다.
티르는 바닥에 착지했다. 그나마 형상을 유지하고 선 바이스 발렌시아의 용갑주를 바라보았다.
“쏴, 쏴라!”
진지에서 다시 화살의 비가 쏟아졌다.
티르는 가만히 대태도를 당겼다. 은의 시대를 살아갔던 마녀 베아트리체의 비기를 재현했다.
그것은 하늘을 가르는 일섬.
순백의 섬광이 하늘을 가른 순간 화살의 비는 그 힘을 잃었다.
티르 주변 10여 미터에 달하는 공간 안에 들어온 모든 화살들은 그 허리가 잘려 힘없이 떨어졌다.
“크아아아!”
거의 비명에 가까운 괴성을 지르며 바이스가 티르에게 돌진했다.
2급 용갑주의 성능을 최대한 발휘해 현란한 연속 공격을 펼쳤다.
전후좌우 사방으로 휘둘러지는 창은 거의 일종의 막을 형성할 정도였다.
티르는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현란하나 저것은 결국 하나의 창이 만들어 내는 궤적이었다.
티르는 지면을 박참과 동시에 도리어 바이스에게 파고들었다.
머리를 노리고 내리찍는 거창을 한 발짝 차이로 스쳐 보냄과 동시에 바이스의 지척에 도달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일격이었다.
2급의 용갑주 조차 단 한 방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파멸적인 힘이었다.

05시의 봉인해제, 전야의 거창.

티르는 칠흑의 거창을 당겼다. 제대로 도약할 공간조차 없는 지척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을 행하려 했다.
그것은 제로 거리에서의 랜스 차징.
“레스트 인 피스Rest In Peace.”
콰앙―!
지축이 울림과 동시에 칠흑의 섬광이 펼쳐졌다.
거창이 2급 용갑주 힐데가르트의 복부를 꿰뚫는 순간 티르의 등 뒤로 순백의 섬광이 날개처럼 펼쳐졌다.
파공음이 울렸다. 칠흑과 순백이라는 서로 상반된 빛이 한데 어우러져 티르와 티르의 창끝에 걸린 힐데가르트를 탄환처럼 내쏘았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굉음이 일며 지면이 짓찢어졌다. 지면을 부수며 수십 미터 이상을 날아간 힐데가르트는 베스크 백작군 진지 한가운데까지 파고들었다.
초월적이라는 말조차 부족한 광경이었다.
힐데가르트의 위에 선 티르는 고개를 들었다. 순백의 마갑 너머로 녹색 눈동자를 빛냈다. 베스크 백작군 전체를 향해 포효하듯 외쳤다.
“베스크 백작에게 전해라! 나 티르 아벤트가 간다고!”
순간 멍해 있던 병사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무기를 버렸다. 지휘관쯤으로 보이는 인물들 몇은 진지 밖으로 미친 듯이 말을 달렸다.
홀멘까지의 거리는 이제 기껏해야 반나절.
베스크 백작 군을 내버려 둔 채 티르는 진지를 나섰다. 홀멘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