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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Chapter.2 Master is Indolent Wizard(2)
“으으, 이봐요, 두목을 두목이라고 부르는 게 무슨 죄가 된…….”
“바게트에 맞아 죽은 최초의 마법사가 되고 싶은 모양이지?”
단설은 움찔했다. 그때 뭔가 위화감을 느낀 류드나르가 말했다.
“저기, 바게트에 맞아 죽은 최초의 사람이 아니라요?”
“그건 이미 다른 사람이 차지했거든.”
“…….”
류드나르는 또다시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단설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누굴 죽인 거냐!”
“아무도 안 죽였어!”
고함을 지르며 다시 한 번 바게트로 단설의 머리를 후려갈긴 그녀는 류드나르를 바라보며 밝게 말했다.
“나 원래는 이런 사람 아냐. 알지?”
‘내가 알긴 어떻게 알아.’
류드나르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생존 본능이 발현된 것이다.
“호호, 사람 볼 줄 아는구나.”
‘가, 가증스럽다.’
움찔한 류드나르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그녀의 모습에 연신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돌렸고, 그런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류드나르의 눈을 빤히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뭐 먹을래?”
“저기, 저 돈 없는데요.”
“외상도 받아.”
“…….”
류드나르는 그 말이 어느 것이건 먹으라는 뜻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들린 바게트는 그 말에 따라야 된다는 생각에 무게를 실어 주고 있었다.
당황한 표정을 지은 류드나르는 단설을 바라보았다. 타격이 컸는지 멍한 눈을 뜬 채 기절해 버린 단설의 모습에, 류드나르는 꿀꺽 침을 삼키곤 말했다.
“크로와상하고 레모네이드 한 잔만 주세요.”
“잠깐만 기다려. 아, 단설 넌 항상 먹는 거지?”
단설은 대답이 없었다.
당연했다. 기절한 사람은 말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단설을 잠시 바라본 그녀는 살짝 웃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단설이 깨어난 것은 한참 후였다.
“으으, 망할 놈의 두목. 좀 살살 때리면 어디가 덧나나.”
“……그런데 왜 두목이야?”
“나도 몰라. 그냥 다들 그렇게 부르더라구.”
금색 머리카락 사이에 낀 바게트 조각을 털어 낸 단설은 말했다.
“저 성격만 고치면 남자들이 줄줄이 붙을 얼굴인데 말야.”
“그렇겠네.”
류드나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저 성격만 아니라면 그럴 법했다. 허리춤에 약간 못 미치는 흑발은 꽤나 인상적이었고, 얼굴형도 이상적인 미인상에 가까운 형태였다. 일부러 그런 건지 살짝 졸린 듯한 눈매가 날카로워 보일 얼굴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고, 약간 높은 듯한 콧대는 그런 얼굴을 완성시켜 주고 있었다.
하지만 성격은…….
잠시 동안 조금 전의 상황을 생각하며 고개를 젓던 류드나르는 단설을 보며 말했다.
“애인 있어?”
“누구? 스티아 씨?”
“저 누나 이름이 스티아야?”
“응.”
단설은 고개를 끄덕이곤 입을 열었다.
“제명대로 살고 싶으면 포기해.”
그렇게 말한 단설은 흠칫하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다행히도 스티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단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정말 어쩌다 내가 이런 신세가 된 거지.”
계속해서 금발에 낀 빵 조각을 털어 낸 단설은 푸른 눈동자를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연신 푸념을 늘어놓았다.
“마스터라는 사람은 허구한 날 원고 독촉에 시달리다 도망가지 않나, 선배라는 사람들은 모조리 출장 나가서 그 뒤처리를 혼자 다 해야 되지 않나, 게다가 쓸 만한 마법서라고는 아무리 찾아봐도 나오지도 않아! 도대체 이게 뭐냐고!”
“아, 맞다.”
류드나르는 그제야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 마법도 배울 수 있는 거야?”
“응? 뭐, 일단은.”
단설은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잘됐…….”
“그런데 기대는 안 하는 게 좋아.”
“응?”
“아까 마스터 봤지?”
류드나르는 나이델의 모습을 떠올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나라 최고라고는 해도…….”
단설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떨구며 말을 이었다.
“그런 아저씨가 뭐 하나 제대로 가르쳐 주겠어?”
순간, 류드나르는 식은땀을 흘렸다. 편집장을 피해 숨어 있던 나이델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나이델에게 뭔가를 배우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나이델에게 누군가를 가르칠 의지가 있는지는 일단 제쳐 두더라도,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편집장들 때문에라도 나이델에게 마법을 배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던 류드나르는 단설을 향해 말했다.
“마법서는 있지?”
“몇 개 있어. 대부분 초급 마법서이긴 하지만.”
기대하지 말라는 투의 말이었지만, 류드나르의 표정은 한층 밝아졌다.
“다행이다.”
“왜?”
“난 쓸 줄 아는 마법이 없거든.”
단설은 의아한 기색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런 단설을 본 류드나르는 한숨을 푸욱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마법 쓸 수 있게 되자마자 끌려왔다니까.”
“아, 그랬지.”
단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삼 개월로는 마법을 쓸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던 단설은 다시 말을 꺼냈다.
“그럼 쓸 수 있는 마법이 아무것도 없다는 거야?”
“라이팅(Lighting)은 쓸 줄 알아.”
“그거 말고는 없어?”
류드나르의 고개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단설은 잠시 류드나르를 바라보다, 황당하다는 기색을 떠올리곤 다시 말했다.
“파이어 볼도 못 써?”
“응.”
“…….”
입을 쩍 벌린 단설은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뭘 어쩌자고 이런 녀석을 집어넣었단 말인가.
‘하긴 뭐, 지금은 거의 잡일이나 하니까.’
현재의 처지를 떠올린 단설은 다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50년 전까지만 해도 수없이 많은 마족들과 싸워 왔던 곳. 그러나 평화기에 접어든 지금은 왕궁 청소나 정원 손질, 혹은 빵 굽기 같은 잡일이나 하는 곳으로 변질된 것이 바로 자신이 소속된 집단이었다.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굳이 뛰어난 마법 실력을 가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단설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나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어느새 다가온 스티아가 먼저 말했다.
“자, 크로와상하고 레모네이드 맞지?”
“아, 예.”
“단설, 넌 이거.”
스티아가 내려놓은 것을 본 단설은 고개를 갸웃거린 후 눈을 비볐다. 아무래도 뭔가 잘못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것을 믿을 수 없었던 단설은 다시 한 번 눈을 비비고는 자신의 앞에 놓인 것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조금 전에 보았던 것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단설은 스티아를 향해 소리 질렀다.
“……왜 난 보리개떡이야!”
“그냥 먹어!”
“으아아! 난 원래 크림빵만 먹는 거 알잖아!”
“다 떨어졌어! 그냥 주는 대로 먹어!”
고함을 내지르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본 류드나르는 삐질삐질 식은땀을 흘렸다.
결론은 뻔했다. 단설이 보리개떡과 보리차를 집어 든 것이다.
“크윽. 말도 아닌데 왜 보리 따위를 먹어야 되는 거야.”
보리는 말이나 먹는 음식이라느니 어쩐다느니 한참을 투덜거리던 단설은 다섯 개나 되는 보리개떡을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단설은 잠시 숨을 돌리곤 마지막으로 남은 보리개떡을 크게 베어 물고는 보리차를 꿀꺽 삼키며 말했다.
“그런데 정말 안 오네. 무슨 일 있나?”
“누구 기다리는 거야?”
“응. 오늘쯤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 오네.”
단설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고는 손에 들고 있던 보리개떡을 입 안에 털어 넣으며 몸을 일으켰다.
“가자.”
“계산은?”
“어차피 우리 월급날 다 알아. 그때 받으러 오면 주면 돼.”
류드나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쯤 남은 크로와상을 집어 든 류드나르는 컵에 남아 있는 레모네이드를 단숨에 들이켰다.
“으윽.”
신맛이 혀를 찔렀다. 무의식적으로 신음을 흘린 류드나르를 본 단설은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막 문을 열어 밖을 내다보는 스티아의 모습이 단설의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스티아와 눈이 마주친 단설은 류드나르를 향해 말했다.
“튀어!”
“…….”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류드나르는 갑자기 내달리는 단설을 보곤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에 한 말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런 류드나르의 의문을 풀어 주려는 듯이, 스티아는 단설을 향해 소리 질렀다.
“야, 오늘 외상값 다 갚는다며!”
“에잇, 안 떼먹어! 언젠간 갚을 거야!”
“죽을래!”
이미 멀찌감치 도망간 단설을 본 스티아는 들고 있던 뭔가를 집어 던졌다. 그러나 그것을 예상하고 있던 단설은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동작으로 자신을 향해 날아온 물체를 입에 물었다.
“아앗!”
단설은 입에 물었던 빵을 왼손으로 옮기며 말했다.
“서비스 고마워.”
“너 죽어!”
어느새 단설은 골목 너머로 사라져 갔다.
멍한 표정으로 그 둘을 보던 류드나르는 식은땀을 흘렸다. 씩씩대며 골목을 노려보던 스티아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아, 아하하…….”
갑자기 찾아온 불길한 느낌에, 류드나르는 계속해서 식은땀을 흘렸다.
“으윽.”
무려 여섯 시간이나 반죽을 했더니 팔이 떨어질 것처럼 아팠다.
연신 팔을 주무르며 걷던 류드나르는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눈을 빛내며 이를 갈았다. 자신을 놓아두고 도망간 단설을 벼르고 있었던 것이다.
잡히기만 하면 가만 안 두겠다는 결의를 굳힐 때,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안녕하세요오.”
“에?”
류드나르는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짧은 은발 머리의 청년이 시야에 들어왔다.
“나이델 공 어디 가셨나요?”
“그, 글쎄요.”
보나마나 편집장을 피해 달아났을 나이델을 생각한 류드나르는 헛웃음을 지었다.
청년은 잠시 류드나르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그럼 단설 군이라도 있을 텐데.”
“응?”
류드나르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무슨 일이신데요?”
“어라, 련화 형?”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단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류드나르와 청년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막 샤워를 마쳤는지 온몸이 흠뻑 젖은 채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훔치고 있는 단설의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단설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붙잡은 류드나르는 팔에서 느껴진 통증에 신음을 흘리곤 바닥에 주저앉았다.
“으윽.”
“……당했구나.”
무슨 일을 겪었을지 뻔하다는 기색을 감추지 않은 단설은 류드나르의 어깨를 몇 차례 두드려 주고는 청년, 련화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 우리 신참이야. 그런데 왜 온 거야?”
“흐음.”
련화는 동정을 가득 담은 눈으로 류드나르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울컥한 류드나르는 입을 열려 했지만, 련화는 류드나르가 입을 열기 전에 단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