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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제3장. 아레스를 닮은 소년(2)
그의 의사를 거부하려던 바로크의 몸이 절로 움직이며 검을 집어 들어, 자신의 목을 공격하는 단도를 막아 냈다.
“역시 빨라, 대단하군. 그 나이에 이 정도 움직임이라니.”
“그만하시죠.”
“미안하지만 그만할 생각 따위는 없다. 너는 분명 초감각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오점이 존재한다.”
검을 서로 붙인 상태에서 크론이 말했다.
“그것을 아는가, 바로크? 너같이 모든 초감각을 지니고 있는 인간이 존재하는 것에 비해, 나는 보통 사람보다 감각이 조금 우월한 정도이다. 하지만, 사람의 경험에서 오는 것과 그것을 느끼는 것은 감각을 뛰어넘을 때도 있다.”
스우웅.
챙! 챙챙!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은 크론의 단도가 그대로 솟구쳐 오기 시작했다.
‘피할 수가 없다……! 막기도 힘들어.’
단도를 받아치며 바로크가 느낀 것이었다. 크론의 검을 피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몸이 반응해 내지 못하고 있었다.
막는 것도 버거웠다.
그에 한참을 매섭게 몰아치던 크론이 거리를 벌렸다.
“내 5할 정도의 힘도 따라오지 못하다니, 3할로 줄여 주지.”
대놓고 무시하는 말투였다.
그리고 바로 다시 단도가 휘둘러졌다.
챙! 챙챙!
바로크는 어느 정도 검을 막는 것이 수월해진 것을 느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흘려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흘려보내려고 할 때면 크론의 검이 곧바로 궤도를 자신의 감각이 따라가지도 못하게 바꿔 버렸다.
스우웅.
“크으윽.”
아래에서 위로 턱을 노리고 올라오는 검을 겨우 피해 낸 바로크의 입에서 낮은 신음을 흘렸다.
1년 동안 익힌 모든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네가 단 한 번이라도 날 공격할 기회를 얻는다면 그만해 주지.”
‘대놓고 무시하는군!’
챙!
바로크가 그의 말에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쳐냈다. 하나, 크론을 공격할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바로크가 검을 막거나, 피해 내며 기회를 엿보았다.
그렇게 10분 정도가 소요되었을까. 바로크의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하아하아.”
챙! 챙챙!
바로크는 초감각을 지니고 있었으며 또한, 태극검으로 인하여 몸을 지치지 않게 하고,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긴다는 것을 얻은 사람이었기에 웬만해서는 지치지 않았다.
하지만 앞의 사내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제길… 감각이 통하지 않는다면, 생각이다.’
한참 검을 막아 내던 바로크가 내린 결정이었다. 몸의 감각이 반응 못한다면 생각이었다.
크론의 검의 동작과 움직임을 토대로, 다음 동작을 생각해 내고 미리 막아 내며 그대로 공격을 가한다.
그것이 바로크의 생각이었다.
‘허리를 공격한 뒤, 곧 바로 목을 노리고 올 것이다.’
바로크의 머릿속에 시뮬레이션이 그려졌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생각대로 검이 움직였다.
‘아래!’
챙!
‘목! 그리고 공격!’
챙!
목을 막아 낸 바로크의 양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이제까지 내보이지 못했던 부드러움이 몸을 타고 흐르며 그대로 크론의 허리를 노리고 들어갔다.
‘들어간다!’
바로크는 자신을 농락한 크론을 정말 공격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검이 먹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지금 크론이 피할 시간과 여유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이내 크론의 단도가 자신의 검을 그대로 강하게 내려쳤다.
쾅!
“크으윽!”
풀썩.
바로크의 뻗어졌던 양손과 몸이 그대로 강하게 내리치는 크론으로 인해 넘어졌다.
크론이 그런 그를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봤다.
“공격을 했으니 그만하도록 하지. 넌 방금 전 머릿속으로 내가 다음에 할 행동을 그렸을 것이다. 성공했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나 또한 그러리라고는 여기지 못한 것이냐?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말해 주자면, 너의 그 초감각은 지금으로서는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 넌 그 감각을 믿고 있다. 하지만 그 감각은 그 감각을 뛰어넘는 것을 지니고 있는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러니 감각을 더 특화시키려면 더욱 수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넌 언젠가는 자만심에 죽을 것이다.”
“상관하지 마시죠.”
바로크가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그를 차갑게 바라봤다. 그에 크론의 입가에 조소가 생겨났다.
“내가 인간이 지니고 있는, 다른 이들은 모르는 감각을 하나 알려주지. 그것은 바로 느낌이다.”
바로크는 입을 다물고 여전히 노려볼 뿐이었다.
“사람을 만지는 느낌이나 이런 것 따위가 아니다. 네가 무슨 행동을 할지에 아는 느낌. 방금 전 너는 차분했던 때와는 다르게 공격을 한 번이라도 하기 위해 몸의 움직임이 다급해지고, 불안정해졌다. 과연 그때 내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물론 다른 이들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는 너의 행동이 불안정해진 것을 느낌으로 알아챈 것이다. 어쩌면 무언가를 파악하는 느낌이라는 것도 초감각이 될지 모른다.”
“후우…….”
바로크의 눈빛이 거둬졌다. 저것은 가르침이었다. 가르침을 주겠다는데, 여전히 매서운 눈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었다.
그에 크론이 피식 웃었다.
“그래, 그 눈빛이다. 나는 한 달 동안 너를 지휘하고, 부족한 것을 채워 줄 것이다.”
“어째서 저를 맡으신 겁니까. 당신은 이러고 있을 한가할 사람이 아니지 않습니까.”
“단지, 흥미로워서이다. 네가 가진 감각이.”
‘그리고 아레스를 닮은 것이.’
크론은 아레스 부분에서는 속으로 이야기를 했다. 그에 바로크는 검을 내밀었다. 검을 받아 든 크론이 허리춤의 검집에 집어넣고는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나였기에 감각이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브록도 지금의 너로서는 상대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와 브록을 제외한 현재 이 안의 이들 중 네가 피하지 못하고, 이기지 못할 상대는 없을 것이다. 하나, 너는 근력이 부족하다. 비록 내 검은 일반 검보다 특별하게 제작된 검이기에 가볍다고 하지만, 일반 검은 이것보다 두 배는 무겁지. 명심하도록 해라.”
끼이익.
쿵.
그대로 크론이 밖으로 나섰다.
그가 나서고, 바로크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느낌이라… 느낌… 확실히 그것도 초감각 중 일부가 될 수도 있지.”
바로크는 그가 있던 자리를 보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끼이익.
쿵.
“아무리 3할의 힘만을 썼다고 하지만, 녀석이 익힌 검술이 이 정도일 줄이야.”
방을 나선 크론의 얼굴이 감탄으로 변하며, 이내 자신의 배 쪽을 손으로 훑었다.
피가 묻어나왔다.
분명 바로크가 공격할 때 자신의 단도가 그것을 강하게 내리쳤다. 하지만 무언가, 그의 검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자신의 배를 공격했다.
“이거 완전 아레스와 판박이이군. 분명 그것은 마나의 힘이다. 마나는 즉 자연. 검에서 방출된 마나가 타격을 주다니, 일심동체가 되고 있는 건가?”
분명 배에서 피가 나고 있었지만, 크론의 얼굴은 더욱더 흥미로움으로 변했다.
그때 그의 앞에서 브록이 걸어왔다.
“크론 님.”
“그래, 일론이라는 아이는 어떠하나, 그 사실을 말했나.”
“예. 바로크가 아레스를 닮았다는 사실을 말했습니다.”
“그렇군.”
“한데,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아도 되겠습니까?”
브록이 의문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에 크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레스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가.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던가. 또 일론이라는 아이는 신분도 알 수도 없고, 이름 있는 귀족 집 아이 같지도 않은 바로크라는 아이가 아레스를 닮았다는 이야기에 가만히 있지 않을 걸세. 더욱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겠지. 때로는 질투와 경멸감이 사람을 강하게 만들지. 어쩌면 일론이라는 아이가 바로크를 뛰어넘을지도. 또 어쩌면 바로크는 계속해서 성장할지도 아무도 모르는 일일세. 확실한 것은 일론이라는 아이가 바로크에 대해서 알았기에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거지.”
“그렇군요.”
브록은 뜻을 이해하고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맞는 말이었다. 때로는 질투와 경멸감이 사람을 강하게 만들었다.
아마도 일론도 강해질 것이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일론이라는 소년이 바로크를 뛰어넘지는 못할 것이다. 바로크라는 아이도 방금 전의 일로 인해 더욱 분발할 테니, 후후 기대되는군. 아레스를 닮은 소년.’
제4장. 마법 소녀 에르웬(1)
“구십칠… 구십팔… 구십구… 백… 크윽.”
방 안에서 팔굽혀펴기를 하던 바로크의 팔의 힘이 풀리며 그대로 털썩 쓰러졌다.
“아무리 1년 동안 체력을 다졌어도, 어린 몸으로는 역시 한계치가 있군.”
바로크는 고작 팔굽혀펴기 100번에 힘이 다 빠져 버리는 몸에 얼굴을 찌푸렸다.
전생에서는 적어도 150개 정도까지는 거뜬히 해냈다. 하지만, 이 어린 바로크의 몸은 100개조차 힘겹게 해내고 있었다.
‘힘을 길러야 돼, 힘뿐만이 아니라. 신체를 강화시켜야 한다.’
바로크는 그때 크론과의 이야기 이후, 확실히 자신의 감각이 아무리 빠르게 반응한다고 한들, 몸이 따라가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요 근래에 몸을 다지는 운동을 가볍게라도 하고 있었으며, 태극검과 호흡법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었다.
“바로 내일인가? 3차 관문이 있는 날이. 이번에는 어떤 관문일지 기대되는군.”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은 바로크가 중얼거렸다. 내일이면 3차 관문이 시작된다.
어떤 관문인지, 무엇을 위한 관문일지 기대감이 한껏 커져 가고 있었다.
초인적 감각을 지니고 있는 소년 바로크.
커라테스 후작가의 차기 가주이며, 제국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일론 커라테스.
그리고 살아남은 15명의 아이 중, 아레스의 지휘권자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는 소녀가 있었다.
소녀의 이름은 에르웬 론 그레니.
에르웬 론 그레니라는 소녀의 아버지는, 본래 제국의 대마법사였다. 7서클의 고위급 대마법사 알톤 론 그레니하면, 대륙적으로도 알아주는 사내였다.
하지만 계략에 빠진 알톤 론 그레니는, 누명을 벗지 못하였다. 하나, 제국의 황제가 신임하고 아끼던 그였기에 죽음이라는 죗값에서 그를 벗어나게 해 주었다.
하나, 알톤은 황제의 자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거느리던 황실마법사의 수장에서 떠나, 세상을 정처 없이 돌던 중 숨을 거두었다.
그가 숨을 거두고, 알톤의 딸인 에르웬은 모든 이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처하여 이곳 아레스로 들어왔다.
차락.
에르웬의 조그맣고 가냘픈 손이 책장을 넘겼다. 현재 그녀는 4서클의 막바지에 다다른, 어린 나이에 믿기지 못할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때문에 알톤의 딸인 에르웬도 대륙적으로 수많은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후우우.”
책을 모두 읽은 그녀가 책을 덮으며 숨을 내뱉었다. 오늘 바로 3차 관문을 행한다고 하였다.
자신은 어떻게 해서든 무사히 이 아레스라는 단체를 졸업할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다.
이 이름 좋은 허물에 감춰진 아레스라는 단체에…….
끼이익.
쿵.
“준비는 모두 맞췄나.”
“네.”
자신을 담당하고 있는 기사가 들어와 말하자, 에르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곧 그를 따라나섰다.
밖으로 나서자 14명의 아이가 빙 둘러쌓은 채, 정렬하여 있는 병사들이 보였고 자신도 그 안에 들어갔다.
후두두.
철그랑.
철그랑.
땡그랑.
“너희들에게 지급된 것이다. 사용하고 싶은 것 하나씩을 고르면 된다.”
병사들이 나무 박스를 열어, 아이들의 앞으로 병장기들을 쏟아 내었다. 아이들은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날이 곤두서거나, 혹은 머리를 단번에 깨부술 것 같은 도끼들이 있으니 절로 주춤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유독 두 아이만은 그러지 않았고, 그중 한 아이가 먼저 움직였다.
‘역시 저 아이. 커라테스 후작가의 일론이랬지?’
에르웬이 가장 먼저 몸을 움직여, 검을 집어 든 일론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일론이 검을 집자, 아이들이 각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는 자신의 몸집만 한 도끼를 어떤 아이는 단도나, 혹은 레이피어를 집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