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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제4장. 마법 소녀 에르웬(3)


숲 속에 남은 아이들은 제각기의 행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서로의 눈치를 보며, 가장 힘이 세고, 덩치가 크며, 검술 실력도 꽤 좋은 편에 속하는 외적으로만 보면 마치 산적의 우두머리같이 생긴 녀석의 편에 붙는 녀석들도 있는 반면, 서로를 믿지 못해 구석으로 이동해 불안한 눈빛으로 경계를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카리로스. 저기 저 세 사람 괜찮을까?”
산적 두목같이 생긴 카리로스에게 일론과 바로크, 에르웬을 불안한 눈빛으로 한 번 본 소년이 물었다.
그에 카리로스가 콧방귀를 꼈다.
“헹! 분위기 좀 잡는다고 강한지 알아? 자고로 남자란 힘이다. 힘!”
그가 방금 내뱉은 말로 하여금 그가 얼마나 힘만 믿고 까부는 무식한 남자인지를 보여 주는 것과 같았다.
‘나도 저 세 녀석 상당히 신경 쓰이는걸! 저번에 그 움직임. 눈이 따라가는 것조차 힘들었어. 더군다나, 바로크라는 녀석. 일론 녀석의 공격을 모두 피해 냈어. 절대 저 녀석과는 맞붙어서는 안 돼.’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카리로스도 속으로는 상당히 불안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에게 일론이나 바로크는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인물이라고 인식되었다.
“라랄라랄∼ 라라라랄∼”
카리로스 편에 붙은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경계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에 반면,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은 에르웬은 식량을 풀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현재 살아남은 아이들 중 에르웬은 유일한 여자였다.
때문에 실상으로 아직 어린아이들이었기에 에르웬의 경지를 알지 못하는 것이 사실일 것이고, 에르웬은 그런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먹잇감으로 보였다.
“이봐.”
“응?”
그때, 허리춤에 자신의 키만 한 검을 찬 소년이 에르웬의 앞으로 다가와 그녀를 불렀다.
“나와 함께 있을 생각 없어? 그러면 내가 지켜 주도록 하지.”
분명 말을 하는 소년의 얼굴은 여자를 지키려는 남자다운 카리스마와 든든함이 엿보였다. 하나, 붉어진 그의 얼굴은 에르웬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표하는 것과 같았다.
에르웬은 상당한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이 정도이니, 크면 성숙한 미를 뽐낼 것이었다.
“음∼ 좋아∼”
에르웬은 소년의 말에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너무나도 쉽게 수락해 버렸다.
소년이 당황할 정도로 말이다.
“자, 여기 앉아∼”
에르웬이 소년에게 앉을 것을 권했고, 쭈뼛쭈뼛 소년이 그녀의 옆에 앉았다.
‘저런 아이였나?’
먼 곳에서 연초를 입에 문 채 바라보던 바로크가 미간을 찌푸렸다. 저렇게 아무 남자에게나 의지하는 아이인 줄은 몰랐던 것이다.
바로크는 아까 전, 에르웬이 일론에게 찰나의 순간 마법을 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 반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일론은 에르웬의 행동을 보고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요망한 계집 같으니, 필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야. 저런 나약한 자식한테 보호나 받을 계집이 아니야.’
일론은 그녀가 노리는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박사박.
“무언가… 오고 있다.”
아이들이 서로를 경계하고 있는 시점에, 연초 연기를 뿜던 바로크가 들려오는 거친 낙엽을 밞는 소리와 함께 진득하게 풍겨지는 피 냄새에 시선을 그곳으로 돌리며 일어났다.
그리고는 이내 다시 앉았다.
‘내가 신경 쓸 필요의 녀석은 아닌 것 같군.’
바로크는 자신의 뛰어난 시각으로 피 냄새를 풍기며 오는 녀석을 확인하였다. 수풀 속에 가려져 있기는 하였지만, 초록색 피부에, 돼지코를 가지고 입에 산짐승의 피를 묻히고 있는 녀석은 필히 오크라는 녀석일 것으로 추정되었다.
현재 이 살아남아 있는 아이들이 어리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2천 명의 지원자 중 우수한 아이들이었다.
때문에 무기를 들고 있는 시점에 오크 하나 못 이길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촤아악.
“취이익, 취이익, 맛있겠다. 취이익.”
“오, 오크다!”
“이, 이런! 오크다!”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자, 수풀 속에서 오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입 주위로 피를 묻히고 있는 오크의 등장에 아이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린 인간. 취이익. 맛있겠다. 취이익.”
오크는 어린아이들의 고기를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돋는 듯했다.
하지만 오크는 알지 못하는 사실이 있었다. 이 아이들은 평범한 아이들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처리하지. 저런 오크쯤이야.”
아이들을 거느리는 카리로스가 이번에 대장으로서의 면모를 보여 줄 기회가 생겼다는 생각에 앞으로 나섰다.
카리로스가 선택한 무기는 무게가 상당히 나가 보이는 도끼였다.
“취이익, 취이익? 너도 오크인가? 피부색이 다른 것 같군. 취이익. 취이익.”
한데,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오크가 앞으로 나선 카리로스를 동족으로 생각한 것이다.
확실히 카리로스의 등치가 우락부락하고, 오크들이 자주 사용하는 비슷한 모양의 도끼에 생긴 것도 오크와 흡사하였기에 지능이 낮은 오크는 착각할 만도 하였다.
“크큭.”
“헤헤, 오크라∼”
그에 아이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카리로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런 빌어먹을 오크 녀석이 어디서 네깟 녀석과 같은 취급이더냐!”
“취이익, 헉! 취이익 취이익, 사, 사람?”
카리로스의 유창한 언어 구사력에 오크가 정말 놀란 표정을 지으며 한 걸음 물러났다.
그에 아이들의 얼굴은 더욱 웃음소리로 짙어졌고, 카리로스의 얼굴이 붉어지며 그의 다리가 움직였다.
타타탓.
스우웅.
“네 녀석 따위와 비교치 마라!”
“취이익, 취이익.”
오크가 자신의 머리를 쪼개기 위해 휘둘러져 오는 도끼에 본능적으로 도끼를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카리로스의 도끼가 오크의 도끼를 박살 내 버리며 그대로 머리를 직격했다.
콰아앙.
탱그랑.
푸덕.
푸쉬이익.
도끼가 머리에 박히는 소리와 함께 오크의 머리에서 초록색 피가 뿜어지며 카리로스의 얼굴을 적셨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강한 편이군.”
그 모습을 지켜본 일론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만약 이곳에서 살아남아 세상에 나간다면 그래도 작은 영지의 좋은 기사 자리 하나는 꿰찰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살아 나갈 수 없겠지. 후후.”
하나 문제는, 카리로스가 살아남을 실력은 안 된다는 것이 일론의 판단이었다.
“와아아!”
“대단하다! 오크를 단 한 번에!”
“어떻냐! 크크크”
오크 한 마리를 단숨에 보내 버린 카리로스가 자신의 편에 있는 아이들이 치켜세워 주자,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신의 근육을 뽐냈다.
그리고는 일론과 바로크, 에르웬을 차례대로 훑어봤다.
‘이제 나의 강함을 봤겠지?’
카리로스는 세 사람이 겁을 지레 먹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로크는 그런 그를 보며 생각했다.
‘내가 살았던 전생에서 태어났다면 역도 선수를 했으면 최고였겠군.’

아이들이 숲 속에서 생활한 지 3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아직까지도 아이들은 서로를 죽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불안감은 갈수록 쌓여 가고 있었다.
1주일 동안 먹어야 할 식량이 거의 반으로 줄었으며, 간간이 서로 경계하며 눈치를 보던 아이들과 눈이라도 마주칠 때면, 으르렁거리거나 혹은 먼저 한쪽이 눈을 피했다.
‘헤헤, 이런 녀석이 한 명쯤은 필요했는데, 먼저 와 줘서 정말 다행이란 말이지.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
밤이 되고, 풀이나 낙엽을 이용해 자리를 깔은 아이들의 대부분이 뜬눈으로 서로를 경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 카리로스 편의 아이들은 돌아가면서 보초를 보았고, 바로크는 태극권의 호흡법 자세를 취한 채 앉아 있었으며, 일론은 검술 연습에 한참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제외한 아이들은 벌게진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한 때에 작게 웃어 보인 에르웬이 자신의 옆에서 지켜 주겠다고 말하던 그 소년을 깨웠다.
“한스, 일어나 봐 한스.”
“왜 무슨 일이야?!”
모든 아이들의 신경이 곤두섰기에 부르는 것만으로도 한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검의 그립 부분에 손을 가져갔다.
“아니야, 아무 일도 없어. 헤헤.”
“후, 그래.”
한스는 혀를 배시시 내밀며 웃는 에르웬을 보며 안도의 한숨과 함께 미소를 짓고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에 에르웬이 말했다.
“한스. 미안한데… 부탁 좀 해도 될까?”
“뜸 들이지 않고 말해도 괜찮아, 에르웬.”
에르웬이 머리를 쓰다듬던 한스의 손을 내려놓고, 그의 무릎에 머리를 베자, 한스는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부탁하면 들어줄 거야?”
“내 힘이 닿는다면 들어줄게.”
한스는 정말이지 에르웬에게 빠진 듯하였다.
그에 에르웬이 활짝 웃었다.
“그럼 부탁 좀 할게∼”
“그래, 뭐든 부…….”
머엉.
한스가 걱정 말라는 표정으로 말하려는 찰나였다.
순간 한스가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을 느끼며 멍한 표정이 되었고, 에르웬이 마치 여우같이 웃어 보였다.
“나는 분명 너의 의사를 물었었어∼ 너는 가능하면 해 준다고 하였고∼ 후후.”
에르웬이 빙긋 웃어 보였다.
‘금지된 마법이기는 하지만, 이곳에서는 뭐 소용없겠지. 헤헤.’
에르웬의 눈이 요망스럽게 변했다. 그리고 그 순간, 한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멍한 표정이 되어 한 아이의 앞으로 걸어갔다.
“뭐야! 한번 해보겠다는 거야?!”
한스가 갑자기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자 아이가 허겁지겁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챙긴 단도를 내보이며 말했다.
그 순간이었다.
한스가 검을 빼 들며 아이를 향해 휘둘렀다.
스우웅.
타탓.
“기습을 하다니, 가만두지 않겠어!”
무기를 가까스로 피해 낸 아이가 단도로 한스의 복부를 노리고 들어가려고 했다.
‘헤헤, 그렇게는 안 되지.’
“어? 뭐, 뭐야. 내, 내 몸이 움직이지를… 으, 으아아악!”
아이가 자신의 몸이 갑자기 움직이지 않아 의아해하더니, 한스의 손이 젖혀지자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한스의 검이 그를 베고 지나갔다.
스우웅.
푸슈유육.
“어억…….”
풀썩.
아이가 쓰러졌다. 그에 소란스러움에 시선을 이곳으로 돌렸던 아이들의 눈이 부릅떠졌다.
첫 번째 살인. 그것이 일어났다.
“저런 미친 세끼…….”
카리로스가 욕설을 내뱉었다. 이것으로써 시작이었다.
암묵적인 평화협정은 깨졌다. 첫 번째 죽음이 일게 되는 순간부터 아이들은 붕괴된다. 유지하려고 하였던 침착함은 물거품이 되듯 사라질 것이며, 더욱더 불안감 속에서 결국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게 될 것이다.
‘과연 너희들이 계속 이렇게 있을 것 같아?’
“과연 너희들이 계속 이렇게 있을 것 같아?”
에르웬이 속으로 중얼거리는 말이 한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너희들은 곧 서로를 죽이며 미치게 될 거라고, 크크크크.’
“너희들은 곧 서로를 죽이며 미치게 될 거라고, 크크크크.”
한스가 비릿하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다른 목표물을 향해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움직이려고 했다.
그 순간, 카리로스가 뛰쳐나갔다.
“이렇게 된 상황에 이판사판이다!”
스우웅.
콰지직.
풀썩.
카리로스의 도끼가 한스의 머리를 쪼갰다. 머리에서 뇌수가 흘러나오며 잔인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하나, 아이들은 그런 잔인한 장면보다 카리로스의 개입으로 이제부터는 벗어날 수 없는 싸움이 시작됐음을 직감하였다.
쾅!
“혹여 우리 무리에 손대는 녀석은 이 녀석처럼 만들어 버릴 테니까, 그렇게들 알아!”
카리로스가 땅을 발로 온 힘을 다해 밞으며, 아이들과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치며 엄포를 놓았다.
“다, 다행이야… 우리에게는 카리로스가 있어서.”
카리로스 편 아이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들은 진실을 몰랐다. 서서히 한 달이 될 무렵. 카리로스는 직접 자신의 손으로 안도해 있는 무리의 아이들을 죽여 목걸이를 빼 갈 생각이었다.
방금 전 행동은 단지, 믿음을 얻기 위함이었다.
“헤헤∼ 이 목걸이는 내가 가져갈게∼”
그때, 에르웬이 빙긋 웃으며 죽은 아이와 한스의 목에서 목걸이를 빼갔다.
“멈춰!”
그에 카리로스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년, 뭔가 수상해.”
“뭐가 말이야?”
에르웬이 혀를 내밀며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
“계집 주제에 저런 장면을 보고도, 저곳에서 목걸이를 빼 와? 더군다나, 한스는 너를 지켜 주겠다고 했던 자식 아냐? 그런데 슬프지도 않냐?”
“흐흑, 너무 슬퍼.”
카리로스의 말에 에르웬이 우는 척을 했다. 그에 카리로스의 얼굴이 더욱 찌푸려졌다.
“네년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여기는 죽고 죽이는 곳 아냐? 그런 곳에서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있어? 나도 사실 한스가 의심이 갔어, 그런데 이런 일을 저지를 줄이야. 그런데 나한테 그걸 지금 해코지 하겠다는 거야? 정말 너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