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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제5장. 괴물(2)


아마도 경계를 하는 눈빛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노리고 있다고 자기 멋대로 판단한 듯싶었다.
“다, 닥쳐!”
스으응.
아이는 자신이 집어 든 무기인 레이피어를 꺼내 들었다. 그에 소년이 화들짝 놀라며 자신을 공격해 들어오는 레이피어를 몸을 돌려 피해 내고는, 단도를 집으며 그대로 아이의 목을 베었다.
푸슈유육.
“제, 제길…….”
아이를 죽인 소년이 낮은 욕설을 내뱉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해 있었다.
덜덜덜.
그리고 카리로스와 자신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멈출 수 없는 공포가 밀려왔다.
카리로스의 도끼에 머리가 쪼개지던 한스의 모습이 잊히지가 않았던 것이다.
“으으으… 난 여기를 나가겠어!”
카리로스는 자신에게서 소년이 눈을 떼지 않자, ‘한번 해보겠다는 거야?’라는 표정을 지으며 도끼를 잡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자, 몸을 떨던 아이는 그대로 외부 쪽으로 나가는 길목으로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본 카리로스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야, 저 녀석.”
그가 다시 일으키려던 몸을 앉혔다.
그리고 얼마 후, 소년이 사라진 쪽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으, 으아아아아!”
“……!”
들려온 비명 소리에 아이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비명 소리가 너무나도 처참하였다.
아이들은 몸을 떨었다.
서서히 죽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더군다나, 현재 이곳에 온 지 13일이 경과된 날이었다. 식량도 떨어지고 있었다.
13일째에 살인이 일어난 것은 꽤 오래 버텼다 말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 아이들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으으으… 카리로스 우리 살아 나갈 수 있을까?”
“걱정 마라. 내가 지켜 줄 테니까.”
“하, 하지만… 살아 나갈 수 있는 사람은 세 명뿐이라고…….”
카리로스의 말에, 소년이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살아 나갈 수 있는 아이는 세 명이었다.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목걸이 다섯 개가 필요했다.
‘빌어먹을…….’
아이의 지적에 카리로스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하는 수 없다는 듯 이내 도끼를 집어 들었다.
“사, 사냥 가려고?”
“응.”
카리로스가 도끼를 집자, 방금 그 아이가 물었고, 카리로스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이내 도끼를 젖혀 아이의 머리를 쪼갰다.
푸직.
푸슈유육.
“헉!”
“카, 카리로스!”
“……!”
갑작스러운 카리로스의 행동에 카리로스 측 무리의 아이들이 놀란 표정이 되었다.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들을 보며 카리로스가 얼굴에 피가 잔뜩 묻은 채로 히죽 웃었다.
“네깟 녀석들 애초에 살려둘 마음 따위는 없었다.”
“……!”
카리로스의 말에 아이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가장 눈치 빠른 아이가 자신의 무기를 집어 들었다.
“아, 아무리 카리로스 네가 강하다지만, 우리 네 명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우리도 힘을 기르고, 검을 배웠다고!”
덜덜덜.
“크큭, 말과 몸이 따로 노는군.”
자신의 무기로 앞의 카리로스를 경계하는 듯싶었지만 아이의 몸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제까지 카리로스가 보여 주었던 행동.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면 참으로 믿음직스러웠다.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죽이려고 든다고 생각하면 그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으아아아!”
아이가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달려들었다. 다른 아이들은 아직도 자신이 해야 할 행동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탱!
카리로스의 도끼와 아이의 검이 맞부딪치며 스파크를 튀겼다.
챙! 챙챙!
아이는 생각보다 실력이 꽤 좋은 편이었다. 확실히 이 아레스라는 단체에서 3차 관문까지 온 아이는 틀리다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실상으로 우승 후보 세 명을 제외하고 가장 강한 것이 카리로스였기에 이내, 힘에 밀려나 아이의 검이 튕겨 나갔다.
“으으으…….”
아이가 검과 도끼가 맞부딪치면서 온 충격으로 인해 손이 말을 듣지 않자, 머리가 하얘지며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그 순간 카리로스의 도끼가 움직였다.
“제, 제발 그만…….”
푸슈육.
아이의 간절한 목소리가 깃들었지만 곧 도끼가 아이의 옆구리를 후려치며 박혀 버렸다.
그대로 아이는 옆으로 풀썩 쓰러졌다.
“으아아아!”
푹.
“크윽, 빌어먹을.”
그때, 카리로스가 옆구리에 박힌 도끼를 뽑아 들려고 할 때, 한 아이가 자신의 단도로 카리로스의 복부를 찔렀다.
그나마 그에게 다행인 점은 복부를 찌른 검이 한참 옆으로 빗나갔다는 점이다.
히죽.
덥석.
“으, 으아아!”
쾅!
“끄으윽…….”
자신의 복부를 찌른 아이를 보며 히죽 웃은 카리로스는 그대로 양팔을 잡아 들어 올려 반대편 바닥으로 내리찍어 버렸다.
“그, 그만해… 그만해, 카리로스…….”
아이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스윽.
카리로스는 아이를 무심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더니, 아이가 자신의 배를 찌른 검을 집어 들어 아이의 배에 내리꽂았다.
푹.
“꺽…….”
푸슈육.
그가 검을 뽑아 들자 거칠게 피가 뿜어져 나왔다.
“히이익…….”
“아아아…….”
남은 두 아이는 싸울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만큼 카리로스라는 아이가 짙은 공포감으로 남아 버린 것이다. 더군다나, 앞의 두 아이를 순식간에 해치웠으니 이길 수 없다고 스스로 판단한 것이다.
덥석.
푹.
“으윽…….”
한 아이의 배를 카리로스의 검이 뚫고 지나갔다.
퍽.
와직.
카리로스의 도끼가 남은 아이의 머리를 쪼갰다.
그렇게 카리로스의 무리는 무너졌다. 아니, 애초에 만들어 낸 당사자가 무너뜨려 버렸다.
“후우…….”
그의 입에서 낮은 한숨이 흘러나오며, 곧 아이들의 목걸이를 회수하기 시작했다. 목걸이의 수는 총 다섯 개. 그리고 그중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목걸이.
총 여섯 개를 모았다.
자신은 살아 나갈 수 있었다. 조금만 버티면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리석은 녀석들. 겁에 질려 자신이 할 일을 잊다니, 한꺼번에 덤볐다면 충분히 이겼을 거야.’
그 모습을 멀리서 본 일론이 내린 판단이다.
카리로스가 꽤 강하긴 하지만, 네 아이가 모두 침착하게 덤볐으면 지금 황천길을 걷고 있는 것은 카리로스였을 것이다.
‘에르웬…….’
혀를 차던 일론이 곧 한쪽에서 카리로스에게 다가가는 에르웬을 발견하였다.
그리고는 곧 시선을 돌렸다. 더 이상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여겼다. 에르웬도 자신도 같은 처지라고 생각했다.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괜찮아, 카리로스?”
번뜩.
흠칫!
에르웬이 카리로스를 뒤에서 부르며 묻자, 순간 몸을 돌린 카리로스의 눈이 광기로 번뜩였다.
그에 자칫 에르웬이 반사적으로 공격 마법을 시전할 뻔하였다.
“에르웬.”
자신을 부른 이가 에르웬이라는 것을 안 카리로스의 눈빛이 한껏 사그라졌다.
“어머, 다쳤어? 기다려 봐.”
배에서 옷을 적시는 피를 발견한 에르웬은 마치 몰랐던 것처럼 말하며, 자신이 입고 있는 치마의 밑자락을 꽤 넉넉하게 찢었다.
그리고는 카리로스의 배에 감싸 주었다.
“…….”
“이렇게 하고 있으면 그나마 더 나을 거야.”
그녀의 행동에 카리로스가 묵묵히 그녀를 내려다봤다.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참지 못하고 그녀를 껴안았다.
“내가 너만은 지켜 줄게, 에르웬.”
“응.”
‘바보.’
에르웬은 방금 전의 행동으로 카리로스의 남아 있던 모든 마음을 빼앗았다. 자신에 대한 의구심과 자신 또한 본인을 좋아한다고 믿게 만드는 마음까지도.
“이거 받아, 에르웬.”
“응?”
어느새 구석지고, 조용한 곳으로 몸을 옮긴 카리로스가 에르웬에게 목걸이 두 개를 건네주었다.
“저번에 얻은 두 개하고, 네가 본래 가지고 있던 것. 그리고 이 나머지 두개를 합치면 다섯 개가 되는 거야.”
“그러면… 너는?”
마치 정말 에르웬의 표정은 카리로스를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정반대로 속은 여우같이 웃고 있었다.
에르웬 본인도 이런 쓸데없는 죽고 죽이는 싸움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때문에 오히려 카리로스의 행동은 고마운 것이었다.
“걱정 마, 난 앞으로 하나만 더 얻으면 되니까.”
“그렇다면 일단 받아 둘게. 고마워, 카리로스. 헤헤.”
에르웬이 혀를 배시시 내밀며 웃었다. 그에 카리로스가 에르웬도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25일이 지났다. 현재 남아 있는 아이들의 숫자는 총 7명이었다. 카리로스, 에르웬, 바로크, 일론, 그리고 에덴이라는 아이와 토미라는 아이가 있었으며 그 외에 한 아이가 남아있었다.
그때 카리로스가 무리를 무너뜨리고 아무런 살인도 일어나지 않았다. 음식은 제각기 수풀 속으로 들어가서 산짐승을 잡아 오거나 혹은, 열매를 따 왔다.
아마 에덴과 토미라는 아이도 꽤 실력 있는 아이들 같았다.
지금은 눈 밑에 자잘한 다크서클과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기는 했지만 그 두 아이도 15일이 될 때까지는 꽤 차분한 기색을 보였으니 말이다.
“카리로스. 바로크하고는 언제쯤 싸울 거야? 나 어서 너의 여자가 되고 싶어.”
에르웬이 씻지 못해 꾀죄죄해진 카리로스에게 말했다.
그에 열매를 입에 물고 씹던 카리로스가 그녀를 바라봤다.
“걱정 마, 저 두 녀석을 처리하고 저 녀석도 마저 처리할 테니까.”
카리로스의 눈이 토미와 에덴을 번갈아 봤다. 둘 모두 자신에게 상당한 경계심을 품고 있는 듯 보였다.
현재 남은 시간은 5일. 5일 내로 저 두 녀석을 끝장내고 바로크를 죽여야만 하였다.
그래야만 자신과 에르웬이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만약의 사태에는 일론과도 싸워야 할지도 몰랐다.
현재 목걸이 하나는 저번에 외부로 뛰쳐나간 녀석 때문에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
때문에 잘하면 이곳에서 살아남게 되는 이들은 3명이 아니라, 2명이 될 수도 있었다.
‘기필코 에르웬과 내가 나가겠어!’
카리로스가 굳은 마음으로 다짐하였다.
“짙은 어둠은 밝은 빛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역시 너였군.”
카리로스가 마음을 다지는 한편, 묵묵히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던 토미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돌려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에덴을 보고는 답했다.
“반갑다.”
“나 역시.”
에덴이 피식 미소를 지으며 토미의 옆에 앉았다.
사실 이 둘은, 크로우라는 비밀 암흑 단체에서 암살자로 키워지는 아이들이었다. 실력 또한 아이들이라는 것을 믿지 못할 정도로 상당하였으며, 사람도 몇몇 죽여 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었다.
“너와 나. 둘 모두 살아 나가야 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저 성가신 녀석들을 처리해야겠지.”
“날짜는?”
“앞으로 5일 후, 이 3차 관문이 끝나는 때에 가장 먼저 바로크라는 아이를 죽인다. 그리고 일론, 그다음에는 카리로스라는 녀석과 에르웬이라는 계집.”
“그러지.”
현재 이 둘이 숨어들어 온 것을 크로우는 철저히 숨기고 있었다. 신분이나, 나이도 이 둘은 모두 숨기고 있었다.
만약 이 둘이 빠져나간다면 이 두 아이는 기나긴 훈련을 거친 후, 제국의 인재가 되는 한편, 어둠 속의 암살자가 될 것이었다.

5일이 지났다. 마지막 날.
마지막 날이 되자, 모두의 눈빛이 그 어떤 때보다도 날카로워졌다.
‘오늘 저 두 녀석을 죽이고, 바로크를 처리한다.’
점심 무렵이 되자, 카리로스가 자신이 잡아 온 짐승의 고기를 뜯으며 생각했다.
이것을 모두 먹고 나면, 에덴과 토미를 죽이고, 바로크마저 공격할 생각이었다.
“바로크.”
한편, 눈을 감고 나무에 기대어 연초를 입에 문 바로크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그는 다름 아닌, 일론이었다.
“무슨 용무지?”
“네 녀석은 어째서 이곳에 참가한 것이냐?”
바로크가 천천히 눈을 뜨며 말하자, 일론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그 물음에 답해 줘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알고 싶군. 네 녀석이 이 인재 양성 기관에 들어온 이유가.”
“단지 우연이다.”
“우연… 이라고?”
우연이라는 말에 일론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자신은 이 인재 양성 기관에 대륙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위해 큰 짐을 짊어지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