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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제5장. 괴물(4)
바로크는 아레스라는 인물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였다.
“제길…….”
일론이 욕설을 내뱉었다. 바로크는 더 이상 나눌 이야기가 없다고 여겼다. 때문에, 몸을 움직여 아이들이 떨어뜨린 목걸이를 주우려고 했다.
그때, 뒤에서 자신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는 소리가 들렸다.
“괴물… 네 녀석은 괴물이다. 추악하고, 더러운 괴물.”
“……!”
스우웅.
번뜩.
순간 괴물이라는 말에, 바로크의 주위로 거친 바람이 부는 듯했다. 공기가 동요를 일으키는 듯했다.
“크크큭, 네 녀석 아비도 너와 같이 그런 괴물이었나? 네 녀석 어미도 그렇다면 괴물이었겠어. 크크큭.”
일론은 지금 현재로서 자신이 바로크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흐트러진 듯 아무 말이나 모두 내뱉었다.
그 순간, 묵묵히 등을 보이고 있던 바로크가 몸을 돌렸다.
“죽이겠다.”
바로크는 참을 수 없었다. 언제나 자신이 가장 듣기 싫어하였던 말 괴물.
모두가 자신을 피하게 만든 그 말. 모두가 자신을 추악하게 보게 만든 그 말 괴물. 자신이 가장 증오하던 말이 그 말이었다.
그 말이 앞의 이에게서 흘러나왔다. 마치 자신을 조롱하듯, 더군다나 자신의 부모까지 욕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자신의 아버지는 자신과 같은 초감각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었기에 초감각이라는 허물 좋은 것에 쌓여져 있는 능력으로 인해 자살을 택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 자살한 사람을 뒤따라 함께 사라진 바람과 같은 사람이었다.
자신을 홀로 남겨두고.
후우우웅.
아직 미완성이기는 했지만, 바로크가 태극검 자세를 취했다. 그 순간 주위로 알 수 없는 기가 순간 폭발하듯 흩어져 나갔다.
“크크큭.”
일론이 짙게 웃으며 검으로 몸을 지탱시키며 웃어 보였다.
“덤벼라 괴물아.”
스우웅.
채채챙!
덥석.
“억!”
순간적으로 바로크의 몸이 앞으로 뛰쳐나가며, 자신을 제지하기 위해 휘둘러져 오는 검을 쳐내고는 그대로 남은 한 손이 일론의 목을 움켜잡았다.
탱그랑.
목을 압박하는 손의 힘에 일론의 검이 저절로 바닥에 떨어졌다.
“네가 나에게 물었지? 내가 이곳에 온 목적. 괴물이라고 불리는 내 자신을! 세상에 떳떳하게 보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네 녀석이 나를 그런 식으로 칭하다니!”
우두둑.
“크어억.”
일론의 목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서서히 일론의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그만! 그만해!”
에르웬이 바로크를 말리려고 했다. 자신이 원하던 상황은 단지 바로크와 일론이 검을 겨루고, 그 둘의 실력을 전보다도 더욱더 확실히 평가하기 위함이었다.
한데, 지금의 상황은 바로크가 일론을 죽일 것만 같았다.
“그만하라고! 라이트닝!”
에르웬이 제지하기 위해 자신이 깎아 만든 완드를 꺼내 들어 라이트닝을 시전했다. 그녀의 지팡이에서 스파크가 튀더니, 이내 그 스파크는 하나의 구가 되어 날아갔다.
파지지직.
후우웅.
하지만 곧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바로크의 주위로 날아갔던 구가 그대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태극검이 시전된 바로크의 주위를 자연의 힘이 막아 내고 있는 것이었다.
“스턴!”
놀란 표정이 되었던 에르웬이 마음을 추스르고는 스턴을 시전했다.
그 순간 바로크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쿨럭쿨럭!”
일론은 멈춰 버린 바로크의 손을 풀어내고는 바닥에 주저앉아 목을 잡고 기침을 내뱉었다.
“네가 한 짓이냐?”
바로크가 스턴 상태에서 입만을 움직였다.
“그래, 내가 한 짓이야! 더 이상 그만해! 그만하면 됐잖아!”
“멈출 수 없다. 으아아아!”
“미, 미친! 네가 아무리 강하다지만, 난 4서클의 후반부에 이르렀어. 그런 내가 건 마법을 네가 풀 수 있을…….”
우뚝우뚝.
에르웬이 그의 행동에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곧 그녀의 눈이 보았다.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려는 바로크의 몸을.
“서, 설마. 그럴 리가 없어… 불가능이야…….”
“으아아아!”
후우웅.
마지막 바로크의 괴성에 그의 몸을 옭아매던 마법이 사라졌다. 에르웬이 뒷걸음질 쳤다. 말도 안 되었다.
자신은 곧 5서클에 들어선다. 그런 자신의 마법을 풀어 버리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후욱후욱. 네 녀석…….”
바로크가 손을 뒤로 젖혔다.
그의 손에는 검이 들려 있었다. 일론은 거친 호흡을 몰아쉬며 바라보았다.
그렇게 막 바로크가 검을 앞으로 내밀려던 때였다. 그의 몸이 우뚝 멈췄다.
“후우우… 빌어먹을…….”
그가 왼손으로 자신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방금 전 정신의 일부가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앞의 일론을 죽여 버리고 싶었다.
하나, 자신이 멈춘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지금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는 한 존재. 감각이 그것을 느낀 것이다.
“네 녀석은 나중으로 미루지.”
바로크가 몸을 돌렸다. 일론과 에르웬은 갑자기 그가 검을 거두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나무와 수풀에 가려진 곳으로 몬스터의 거친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쿠오오오!
“오, 오우거?”
에르웬이 단순 들려오는 소리만으로 다가오는 존재를 직감했다. 오우거였다.
그것도 일반 오우거 같지는 않았다.
쾅!
쿠오오!
그리고 곧, 수풀 속에서 오우거가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은 상당히 굶주린 듯 보였다.
녀석은 사실 전에 브록과 크론이 처리한 오우거의 아이였다. 때문에 그때의 녀석보다는 체구가 작고 힘도 없었지만, 오우거임은 변함없는 녀석이었다.
“네가 말했던 괴물. 그게 어떠한 존재인지를 보여 주마, 일론.”
앞으로 나선 바로크가 고개를 살짝 틀어 일론에게 말했다. 일론은 그의 표정에 자신도 모르게 흠칫했다. 살벌했다. 너무나도 무서웠다.
하지만 그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으아아아!”
바로크가 괴성을 지르며 앞에서 달려오는 오우거를 향해 달려 나갔다. 오우거는 자신의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전에 이미 바로크는 그 주먹을 피해 내며, 녀석의 옆으로 이동해 있었다.
스우웅.
탱!
“제길!”
바로크는 자신의 검이 녀석의 가죽을 뚫지 못하자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일론의 오러 소드였다면 충분히 뚫었겠지만 일반 검을 휘두르는 바로크의 경우는 틀렸던 것이다.
“그렇다면 목을 공격해야겠군.”
바로크의 두뇌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나마 목이라면 살이 연약하고 빈약하니, 어느 정도 수월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쾅!
오우거의 주먹이 바닥에 박혔다. 그 순간, 바로크가 그 팔을 디딤돌 삼아 밟고는 그대로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그대로 목을 베었다.
푸슈육!
오우거의 목에서 초록색 피가 거칠게 뿜어져 나왔다. 녀석이 비틀거렸다.
비틀! 비틀!
쿵!
하지만 죽을 정도는 아닌 듯 비틀거리던 그의 몸이 건장하게 버텨 냈다.
쿠오오!
녀석의 포효 소리가 더욱 커졌다. 눈도 광기를 머금어 바로크를 노려보았다.
스우웅!
스우웅!
오우거의 주먹이 바로크를 가격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하나, 오우거의 움직임을 바로크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수우웅!
타탓!
바로크가 다시 한 번 높게 도약했다. 이번에는 검을 연속으로 두 번 휘둘러 목을 베었다.
푸슈유육!
한곳을 세 번이나 베어 대자, 피가 더욱 거칠게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오우거는 그대로 쓰러지지 않았다.
그때, 뒤에서 에르웬의 목소리가 들렸다.
“비켜, 바로크!”
“……!”
바로크가 그녀의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반응하여 몸을 빼냈다.
지금까지 에르웬은 4서클의 꽤 높은 서클의 마법을 시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뜨거운 불길의 힘을 나에게 빌려 주소서. 파이어 필드!”
화아악!
에르웬의 완드에서 굵은 화염 줄기가 뻗어 나가는 듯했다. 그리고 오우거와 직격하는 순간. 오우거의 주위가 타오르며 하나의 필드를 형성해 냈다.
쿠오오오!
파이어 필드에 갇힌 오우거가 거친 괴성을 질렀다. 빠져나가고 싶었지만, 살을 녹이는 고통에 그럴 수가 없었다.
후욱후욱!
쿵!
고통에 몸부림치던 녀석이 곧 한쪽 무릎을 꿇었다. 여전히 눈은 바로크를 증오감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곧 녀석의 고개가 바닥에 파묻혀졌다.
“하아하아… 제길… 정말 대단한 녀석이기는 하다…….”
이 모습을 이제까지의 피곤함과 방금 전 바로크가 잡았던 목으로 인해 흐릿해지는 기억으로 바라보던 일론의 몸이 쓰러져 내렸다.
그리고 곧 그의 눈꺼풀이 감기며 잠에 빠져들었다.
“신속하고 빠르게 아이들의 시체를 처리하도록!”
“예!”
일론이 눈을 떴을 때는 시끄러운 소리가 귓가를 때려,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게 만들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위를 바라보자, 병사들과 기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정신이 들어?”
근처에 있었던 에르웬이 그가 몸을 일으키자 그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되었지?”
“후후, 보면 모르겠어? 너와 나. 그리고 바로크가 예상대로 마지막까지 살아남았어.”
“하지만 목걸이 하나는…….”
일론은 목걸이 하나가 떠올랐다. 한 아이가 이곳을 이탈하는 바람에 목걸이 하나도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그의 말에 에르웬이 피식하고 웃어 보였다.
“다행스럽게도 저 오우거가 집어 삼킨 건지, 녀석의 몸에서 나오더라고. 헤헤.”
에르웬이 혀를 내밀며 배시시 웃었다. 일론의 시선이 절로 그녀가 가리킨 곳으로 향했다.
오우거는 파이어 필드로 인해 몸이 완전히 녹아 버린 듯 보였고, 그중에서 녀석이 삼킨 목걸이만이 남은 듯싶었다.
“정신이 드나?”
그때 바로크가 다가왔다. 일론이 얼굴을 찌푸렸다. 아까 전 일만 생각하면 아직까지도 치욕스러움과 창피함이 솟아올랐다.
하지만 곧 그의 눈빛이 사그라졌다.
아까 전, 바로크는 괴물이라는 말에 심각한 과민 반응을 보였다. 자신은 그가 아무것도 짊어지지 않고, 아무것도 힘들어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나, 아니었다.
초감각을 지니고 있어도 결국에는 같은 사람이었다. 어쩌면 바로크는 초감각이라는 것을 경멸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때문에 문득 자신이 그 초감각이라는 것을 짊어지게 된 것이 아니라는 걸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아까의 일은 없었던 걸로 하지, 너도 나도 서로 간에 해서는 안 되는 짓을 범하였으니.”
“알았다.”
바로크는 오히려 앞의 일론이 순순히 수긍하자, 조금은 놀란 표정이 되었다.
“축하한다. 3차 관문까지 살아남다니, 예상대로이기는 했지만.”
기사들과 병사들을 지휘하던 브록이 아이들에게 다가왔다. 아이들 모두가 꾀죄죄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게 보였다.
하지만 절로 이 세 사람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그보다 저 오우거… 너희가 저렇게 한 건가?”
브록의 시선이 흔적도 남지 않은 오우거로 향했다. 에르웬이 그의 말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저하고 바로크가 했죠. 헤헤!”
‘정말 상상의 범위를 넘어서는군… 저 오우거를 상대했음에도 녀석들 몸에 상처 하나 없다니…….’
브록은 세 사람 모두가 다친 흔적 따위는 찾아볼 수 없자 속으로 내심 놀랐다.
아무리 이 앞의 아이들이 인재 양성 기관 역사상 최고의 졸업생으로 불리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일반 오우거보다도 강한 오우거를 상처 하나 없이 잡았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모두들 돌아가자, 너희들에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다.
“해야 할 일? 훈련을 말하는 겁니까?”
일론이 해야 할 일이라는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아니, 훈련이 아니다. 4차 관문이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요. 아레스의 관문은 이번 3차 관문이 끝이라고 들었습니다.”
일론이 반박했다.
“더 강해지고 싶지 않은가? 물론 훈련으로도 강해질 수 있겠지. 하지만 4차 관문까지 넘어선다면 너희는 지금까지 얻었던 그 어떤 힘보다 거대한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잘 모르지만, 그렇게 될 것 같군. 후후.”
브록이 재밌다는 듯 웃어 보였다. 크론이 하려는 일은 알지는 못했지만 그 일은 필히 쓸데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이 아이들에게 큰 힘을 실어 줄 것이라고 브록은 단정 지었다.
그렇게 3차 관문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