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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제6장. 전설로 남은 검술(1)


크론은 아레스의 관리 위원회에 자신이 직접 진행시키고 싶은 4차 관문이 있음을 표했다. 본래는 관리 위원회 측에서 반대하고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크론이라는 인물이 하는 말은 달랐다. 관리 위원회의 이들에게 상당한 기대감을 품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크론은 관리 위원회에 한 가지 사실을 숨겼다.
자신이 4차 관문을 치루기 전에 앞서 남은 세 사람을 데리고 또 다른 시험을 준비한다는 것을 말이다.
화려한 샹들리에가 천장에 붙어 있고, 그 아래로는 호화스러운 탁자와 의자들.
그리고 탁자 위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즐비하게 나열하여 있었다.
그리고 그 탁자의 중앙에는 크론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깍지 낀 채 턱에 대고 있었다.
끼이익.
“어서들 와라.”
얼마 후, 브록을 따라 아이들이 들어왔다. 크론이 환하게 웃으며 그들을 반겨 주었다.
“이건 뭡니까.”
일론이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물었다.
“너희들을 위한 만찬이다. 오늘만큼은 푹 쉬어도 된다.”
“헤헤, 정말이요?”
에르웬이 그의 말에 혀를 배시시 내밀며 웃어 보였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곳에서 주는 음식은 먹을 만하지 못했다.
아니, 마치 감옥에 갇힌 죄수들이 먹는 음식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때문에 꽤 오랜 시간 음식다운 음식을 보지 못했던 그들이었기에 조금은 군침이 도는 것이 사실이었다.
“모두들 앉아라.”
끼이익.
크론의 말에 일론을 시작으로 에르웬과 바로크가 앉았다.
그리고 잠시, 탁자 위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감돌았다.
“들어라, 마음껏. 후후.”
크론은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붉은색 와인이 가득 따라져 있는 잔을 집어 들어 한 모금 음미하였다.
덥석.
에르웬이 잠시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가장 앞에 있는 빵을 집어 들었다.
집는 것 자체가 이곳에서 본래 주는 빵과는 질이 틀렸다. 살짝 뜯어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부드러움과 달콤함이 한꺼번에 배어 나왔다.
우물우물.
에르웬의 입놀림이 빨라졌다. 그리고 곧 일론도 앞에 놓여 있는 통돼지 바비큐를 먹을 만큼만 잘라 접시 위에 올려놓고는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해 먹기 시작했고, 바로크가 가장 먼저 집어 든 것은 앞의 와인이었다.
와인을 잔에 가득 따른 그가 음식과 함께 먹기 시작했다.
“후후후후.”
크론이 그런 아이들을 보며 짙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곧 크론이 계획한 일의 반응은 금방 나타났다.
“뭐, 뭐지……? 갑자기 졸려졌어…….”
“당신… 음식에 수면제를 탔군.”
에르웬이 자신의 눈을 비비며 말했고, 일론이 눈을 날카롭게 뜨며 크론을 쏘아보았다.
크론은 그 둘의 반응에 아무런 말도 없이 계속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곧 바로크도 눈의 깜빡임이 많아지는 것이 보였다.
“특별히 바로크 너를 위해서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수면제를 이용했다. 네 녀석이라면 충분히 후각으로 음식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테니.”
“의도한 바가 무엇입니까.”
바로크는 눈이 감겨 오는 와중에도 침착하게 물었다.
“후후, 단지 4차 관문을 거치기 전 너희들의 한계를 알아보고 싶어졌지. 육체적 한계와 정신적 한계를.”
풀썩.
크론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가장 먼저 에르웬이 고개를 파묻었다.
“만약 허튼짓한다면 가만두지 않…….”
풀썩.
일론이 쓰러지지 않게 버티며 말하다가 결국 이겨 내지 못하고 고개를 파묻었다.
그리고 곧 바로크는 조용히 눈이 감겼다.

“으윽.”
낮은 신음 소리와 함께 바로크가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머리에 손을 짚으려고 했다. 하지만 손을 옭아맨 무언가 때문에 팔 자체가 움직이지가 않았다.
“뭐지?”
스으윽.
“크으윽…….”
바로크가 의아함을 느끼며 몸을 억지로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무언가는 더욱 조여 오는 느낌이었다.
그가 곧 자신을 묶고 있는 이것에서 풀려나는 것을 포기하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의 바로 앞에는 투명 유리창이 있었다. 딱 보기에도 안에서는 바깥이 보이지 않았지만 밖에서는 안쪽이 보일 것이다.
취조실.
마치 취조실같이 생긴 방이었다. 바로크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후우욱후우욱.”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눈을 빼고 하얀 모든 것을 온몸을 덮고 있었다. 하의와 상의도 하얀색 옷이었고, 안면은 마스크와 머리를 감싸는 흰 모자 같은 것이었다.
“누구십니까?”
“후욱후욱.”
바로크의 물음에 의문의 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마스크를 착용함으로써 숨쉬기가 불편한 탓인지, 호흡 소리만 거칠게 들릴 뿐이었다.
덜컹덜컹.
곧 구석으로 이동했던 사내는 위쪽에 주사기와 추정할 수 없는 액체가 출렁이는 조그마한 병이 여러 개 놓여 있는 것을 끌고 왔다.
그리고는 주사기 하나를 꺼내 들어, 병 하나의 마개를 열고는 주사기 안으로 넣었다.
찌이익.
그리고는 액체를 조금 빼낸 뒤 그대로 바로크의 앞으로 다가왔다.
“흐흐흐.”
사내의 입에서 알 수 없는 음흉한 소리가 들렸다. 바로크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 순간 자신의 팔뚝에 따끔하는 느낌과 함께 뜨거운 무언가가 주입되기 시작했다.
“하아하아.”
바로크는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액체가 몸속 깊은 곳으로 들어오자, 뜨거운 입김을 내뱉었다.
그리고 곧 사내는 자신에게서 두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웁!”
사내가 알 수 없는 액체를 몸에 주입시키고 30초 정도가 흘렀을까. 바로크는 뜨거웠던 액체가 마치 몸을 모두 태워 버리듯 한 강렬한 고통이 느꼈다.
“끄아아악!”
덜컹!덜컹!
이미 팔을 옭아매는 것의 고통은 잊어버렸다. 그의 몸이 너무나도 강렬한 고통에 벗어나기 위해 저항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자신을 묶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단단하고 질겼다.
절대 자신을 풀어 주지 않았다.
“끄아아아악!”
방 안으로 바로크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끄아아악!”
“꺄아아악!”
“크으윽!”
바로크가 보았던 투명한 유리의 맞은편에는 크론과 브록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세 사람을 보고 있었다.
일론, 바로크, 에르웬.
셋 모두는 지금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브록은 그에 조금은 불안한 표정이 되었다.
현재 저들에게 주입한 것은 상당히 위험한 약이었다. 아마 저 약이 주입된다면 주입당한 사람은 아마도 몸이 타오르는 듯한 고통을 받게 될 것이었다.
때문에 이 격렬한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죽거나 혹은 정신이상자가 되는 사람이 상당수였다. 그러한 이유로 아이들에게 투입된 약은 중죄인들에게만 투약하는 것이 허락된 아스란트 제국의 제조 약물이었다.
꾹.
틱.
“아이들에게 한 병씩 더 주입해.”
“크, 크론 님!”
잠시 묵묵히 지켜보던 크론이 앞에 놓여 있는 마법 통신구의 버튼을 누르고 말했다.
그에 브록이 놀라며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뭔가. 브록.”
크론은 마법 통신구에서 손을 떼고는 자신을 제지하려는 브록을 얼굴을 찌푸리며 바라봤다.
“아이들에게는 저만큼의 주입도 힘이 부칠 것입니다. 한데…….”
“무슨 말이 하고 싶은가, 브록. 저 아이들이 지금 이 과정도 견뎌 내지 못하면 내가 준비하는 4차 관문에서 필히 죽게 될 것이네.”
“하, 하지만…….”
“잠자코 지켜보게. 그렇지 않으면 내가 자네를 어떻게 할지 모르겠군.”
“…….”
브록이 입을 다물었다. 크론의 주위에서 흘러나오는 압박감이 자신을 억눌렀다. 크론은 천재 검사이기도 했지만, 차가운 사람으로도 유명하였다.
때문에 방금 그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곧 투명 유리 안으로 아이들에게 다시 한 번 약을 주입하는 광경이 보였다.
그에 브록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에 반면, 크론은 양 팔짱을 낀 채 여전히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다.
“끄, 끄아아악!”
“꺄아아악!”
“크으윽! 비, 빌어먹을… 대체 뭐냔 말이다!!”
아이들의 비명 소리가 더욱 짙어졌다. 눈을 부릅뜬 채 비명을 지르는 아이들의 눈에는 흰자만이 가득히 보였다.
그렇게 20분이 지나도록 크론과 브록은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들을 지켜보기만 했다.
‘슬슬 시작해야겠군.’
서서히 약 효과가 어느 정도 사라지기 시작하려고 할 때쯤, 크론이 다시 한 번 마법통신구의 버튼을 눌렀다.
“모두들 들리나? 바로크, 일론, 에르웬.”
“크으윽…….”
“그, 그만… 제발 그만…….”
“으윽… 빌어먹을… 당신!”
바로크나 에르웬은 귓가에 들리는 소리에도 신음만을 흘렸고, 일론은 눈을 부릅뜬 채 투명 유리를 노려보았다.
“후후, 잘 들리나 보군.”
일론이 노려보자, 크론이 짙게 웃음을 지었다.
“내가 너희들에게 한 가지 전할 사실이 있다.”
크론이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들은 서서히 약 기운이 떨어져 가자, 지친 표정으로 눈의 초점을 잃은 채 투명 유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너희들은 이번 인재 양성 기관 아레스에서 졸업할 수 없게 되었다.”
“……!”
들려온 크론의 목소리에 아이들 모두가 놀란 표정이 되었다. 뜬금없이 졸업할 수 없게 되었다니?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이번에 아레스 측에서 뜻하지 않게, 너희들의 졸업을 허가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나는 극. 구. 반박했지만 안 된다고 하더군. 크큭.”
크론의 입가로 짙은 웃음이 떠올랐다. 그의 목소리가 아이들의 귓가에 들리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위에서는 너희 셋 모두를… 죽이라는 명령이다.”
“……!”
소름 끼친 목소리 뒤에 들린 그의 말에 아이들의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무슨 개소리야아아아!”
일론의 목소리가 방 안으로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후후, 정말이지 안타까운 일이다. 인재 양성 기관 아레스의 최고의 인재들이 될 너희들이 이곳에서 죽게 되다니. 너희들에게는 딱 두 가지의 선택권이 있다.”
크론이 일론의 말에 대수롭지 않게 웃어 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첫 번째, 지금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아레스의 졸업을 포기해라. 그렇다면 지금 너희를 고통스럽게 하는 그 액체의 주입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인정할 수 없다면 계속 버텨 내라. 계속 버텨서 원망 어린 눈과 증오감을 품은 마음으로 아레스를 욕해라. 크큭, 두 가지 선택 모두 너희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죽음이다. 하지만 하나만 알아 두었으면 하는군. 첫 번째를 선택할시 안락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이번에는 두 병을 주입하게.”
틱.
크론이 다시 마법 통신구에서 손을 뗐다. 두 병이라는 말에 브록이 놀란 표정이 되었다.
미친 짓이었다. 두 병이라니. 일반 아이들의 경우 한 병도 견디지 못해 죽어 나가는 녀석들이 태반이었다.
한데, 두 병을 주입하라니, 무리한 일이었다. 말려야 했다. 하지만 자신의 몸은 말리기 위해 움직이지를 못했다.
하나, 입은 움직였다. 자신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정말 아레스 측에서 그런 명령이 떨어진 것입니까?”
“당연히 내가 지어낸 말이네. 아레스 측에서 저런 인재들을 포기할 리가 없지. 아마 녀석들도 내 말이 거짓이라는 것은 알고 있을 걸세. 내가 지금 보려는 것은 녀석들의 의지와 신체적 부분이네. 과연 저들의 아레스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또 저 ‘죽음’이라고 불리는 액체를 신체가 얼마나 버텨내는지 말일세.”
말을 끝낸 크론은 다시 투명 유리로 시선을 돌렸다. 아이들에게 다시 약이 주입되고 있었다.
“끄아아악!”
“꺄아아아악!”
“크으으윽!”
다시금 아이들의 비명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전보다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강렬한 고통이었다.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지금 당장 이 아레스라는 기관에서 졸업을 포기하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끄으으윽!”
그리고 그중 바로크는 일론이나, 에르웬보다도 느끼는 고통이 훨씬 더 컸다. 모든 감각이 월등한 그였기에 몸속의 세포 하나하나도 우수하였으며, 모든 것을 더 잘 느끼고, 잘 감지한다.
때문에 몸속을 파고드는 고통의 느낌도 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