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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제6장. 전설로 남은 검술(3)


바로크와 일론, 에르웬까지 셋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다. 바로크가 크론에게 4차 관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듯이, 일론과 에르웬도 마찬가지로 브록에게 들은 바가 있었다.
때문에 둥그런 탁자에 앉아 있는 셋 모두 상당히 심각한 표정이었다.
“발카스 던전이라…….”
생각을 하던 일론의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말이 흘러나왔다.
발카스 던전이라는 말에 에르웬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너 설마 발카스 던전으로 가는 거야?”
“아마도 그럴 것 같군.”
일론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미쳤어?! 가지마. 너 그곳에 가면 죽게 된다고!”
“크큭, 그러면 넌 어디로 가는데?”
“나……? 나야, 뭐… 거울의 방으로.”
일론의 물음에 에르웬이 우물쭈물 대답하였다. 그에 일론이 더욱더 짙은 웃음소리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발카스 던전이나, 거울의 방이나 위험하기는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에르웬이나, 일론 둘 모두 속마음으로 가려고 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하였다.
그에 잠시 생각하던 일론이 입을 열었다.
“아직 네 녀석이 가는 곳은 알지 못하지만, 우리가 하는 것, 얻으려는 것 모두 죽음으로 가는 길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리 모두가 지금 가려고 하는 마음일 것이다.”
일론이 바로크를 한번 흘겨보고는 에르웬을 보며 말했다. 그에 에르웬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죽을지도 몰랐지만, 이미 마음속으로는 가겠다고 결심을 지었다.
“나는 갈 것이다. 에르웬. 너 역시겠지?”
“응… 가겠어. 꼭 가야만 하겠어.”
에르웬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 에르웬과 일론의 시선이 바로크에게 향했다.
“당연하다. 나 또한 간다. 힘을 얻기 위해서라면.”
“역시 그렇군.”
일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론은 그때 자신이 그를 ‘괴물’이라고 부른 후 호되게 당한 뒤, 어느 정도 바로크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그가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그가 짊어지고 있는 것과 아픔이 자신들보다 더욱 무겁고 힘든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그를 다르게 생각하기로 하였다. 불쌍한 소년으로 말이다.
“우리 셋 모두가 만약 그곳을 무사하게 일을 끝내고 돌아온다면, 우리 셋은 대륙의 어디를 가도 ‘최고’라 불릴 것이다.”
일론이 먼 허공을 매섭게 응시하며 말했다. 그에 바로크와 에르웬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륙 최고. 그것을 향해서 달려 나간다.
그것이 세 아이들의 목표였고, 해야 할 일이었다.
“듣기로는 우리 셋 모두가 그곳에서 있어야 할 시간은 5년이다. 5년 안에 목표량을 얻지 못하면, 살아온다고 하여도 아레스 측에서 우리를 죽이기 위해 쫓을 것이라고 하였다.”
씰룩.
‘크론. 그 작자 다른 부분은 빼먹고 요점만 말했군.’
에르웬이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 반면, 바로크는 처음 듣는 이야기에 눈썹을 씰룩였다. 크론이 자신에게 다른 자잘한 것은 알려주지 않고, 중요한 요점만 말한 것이다.
“그리고 만약의 이야기지만, 우리는 자칫 잘못하면 무사하게 졸업한다고 하여도, 서로가 서로의 적이 될 수도 있다. 같은 제국의 국민이라고는 하지만, 혹시나라는 것이 존재한다. 제국의 음지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니.”
“그때는 서로가 서로를 무참히 베면 되는 것인가?”
흠칫
에르웬이 바로크의 무덤덤한 말에 흠칫 놀라며 바로크와 일론을 한번 번갈아 보았다.
“그렇다. 적이 된다면 우리는 서로를 죽여야 한다.”
일론이 피식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우리는 적이 될 수도 있고, 오랜 시간 함께할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적이 된다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한 파장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친구가 된다면 세상은 그 누구도 우리를 건드리지 못하겠지.”
일론이 확신하듯 말했다.
일론이 꿈꾸는 것. 기사로서 최고의 자리에 서는 것.
에르웬이 꿈꾸는 것. 대륙 최고의 마법사가 되는 것.
바로크가 꿈꾸는 것. 인정을 받는 것.
이 셋이 뭉친다면 세상은 그들의 이름에 떨 것이고, 이 셋이 적이 된다면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었다.
“그래! 우리 모두 꼭 하나가 되어, 이 세상에 이름을 떨치자고. 헤헤!”
에르웬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는 가식 따위는 없어 보였다. 지금의 그녀는 이 앞의 두 남자가 좋았다. 한 명은 차갑고 거칠었지만, 속은 따뜻해 보였고, 또 한 명은 무뚝뚝하고, 냉정했으며, 다가가기 쉽지 않았지만 무언가 끌림을 가지고 있었다.
에르웬의 말에 일론이 피식하고 웃어 보였다. 그리고 바로크는 표정 변화가 없었지만 속으로 웃었다.



제7장. 시작! 죽음의 4차 관문!(1)


덜컹덜컹!
바로크의 시선이 바삐 움직이는 마차 밖의 풍경으로 향했다.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 건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하나 확실한 것은 아레스 다음으로 세상에 남을지도 모르는 것을 얻으러 가는 것임은 알 수 있었다.
덜덜덜.
오랜 시간을 달리고 어느새 마차가 서서히 느려지기 시작하자, 바로크가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곧 문으로 크론이 들어왔다.
“내려라.”
“예.”
크론의 짧고 강직한 말에 바로크가 그를 따라 내렸다. 그를 따라 내리자, 그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장대하게 펼쳐진 산맥이었다.
“너는 이곳에서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살면 되는 것이다. 이곳이 너의 집이고, 보금자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쿠오오오!
크론이 산맥을 턱짓으로 한번 가리키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산맥에서 몬스터의 거친 포효 소리가 울렸다.
“아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곳 라벨혼 산맥에 자리를 튼 몬스터일 뿐이니까.”
“단지 자리를 튼 몬스터가 상당히 거친 녀석인가 보군요. 이곳까지 녀석의 포효 소리가 진동할 정도면.”
“내 알바 아니지.”
크론이 신경 쓰기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곧 마부석으로 이동하더니, 무언가를 챙겨 가져와 자신의 앞으로 거칠게 던졌다. 그것은 바로 가죽 배낭이었다.
“그곳에 아레스의 검술서가 들어 있다.”
“아레스의 검술서라는 게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 건가요?”
바로크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에 크론이 조소를 머금었다.
“그가 남긴 검술서는 비록 단 하나뿐이지만, 세상에 그의 검술서를 똑같이 만들어 낸 것의 수는 무수히 많다. 단지, 익히지 못하기에 지금은 잊혀 갈 뿐이다. 아마 그 검술서도 그 만들어진 검술서 중 하나겠지. 하지만 내용은 같으니 상관없을 거다.”
“그렇군요.”
바로크가 이해가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전설로 남은 사람이 남긴 검술서라면 못해도 수십만 권은 복사본이 존재할 것이었다.
덥석.
바로크가 그가 던졌던 가죽으로 만들어진 배낭을 어깨에 짊어졌다.
“그리고 자네에게 참고로 한마디 더하지.”
배낭을 짊어진 바로크는 더 이상 그와의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때문에 몸을 돌리려고 했지만, 크론이 그를 붙잡았다.
“아레스 검술을 사람들은 익히지 못했지만, 그중 뛰어난 몇몇 기사들이 그의 검술의 초입 부분을 배운 적이 있었지. 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바로크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모두들 죽었지. 무슨 영문인지 모르지만, 모두들 죽었어.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그들 한 명 한 명이 각 제국의 뛰어난 기사들이었다는 점이다. 그런 그들이 단지, 검술의 초입 부분을 익힌 것만으로도 목숨을 다했다는 말이네.”
“차라리 말씀하지 마시지 그랬습니까.”
“……?”
크론은 자신의 말 다음에 더욱 차갑고 딱딱하게 말을 하는 바로크를 의아해하며 봤다.
그에 바로크는 피식하고 차갑게 조소를 흘렸다.
“어차피 제가 결정한 일입니다. 얻지 못할 것이라면 죽는 것이 더 나을 것 같군요. 후후.”
그대로 바로크는 거칠게 몸을 돌렸다.
‘역시 재밌어, 죽음이라는 굴레 속에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건가? 후후.’
크론이 뒤돌아 서서히 멀어지고 있는 그를 보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리고 곧, 마차는 다시 출발하였고, 바로크는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라벨혼 산맥이라는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으로.

한편, 에르웬은 자신을 담당했던 기사인 레스를 따라 이동했다. 그리고 곧 그녀가 도착한 곳.
그곳은 마치 저주받은 요정들이 사는 땅과 같은 분위기가 음사하게 표출되었다.
“이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헤에, 이곳이 그 말로만 듣던 거울의 방?”
에르웬이 웃어 보이며 기사의 말에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했어도 그녀의 몸은 떨고 있었다. 이 거울의 방이라는 참혹한 곳에 말이다.
하나, 그녀는 곧 결심을 굳게 잡았다.
그리고는 빠르게 달려들어 갔다.
숲 안으로 한참을 들어온 그녀는 이내 자신을 둘러쌓고 있는 흙빛이 나는 나무들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문득,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그녀 앞으로 자신의 아버지인 알튼이 모함을 당해, 끝내는 자살하는 장면이 환상처럼 보여졌다.
거울의 방.
이곳은 들어온 이의 가장 아픈 기억을 보여 주며, 끝내는 정신을 파괴하는 곳이었다.

“이곳이다.”
“그렇군요.”
일론은 브록과 함께 4차 관문 장소로 이동했던 발카스 던전을 보며 숨을 한번 고른 뒤 고개를 끄덕였다.
“보는 것과 같이 입구의 폭이 상당히 좁다. 너 같은 어린아이들만 들어갈 수 있지.”
“이 소문의 발카스 던전에는 무엇이 있는 겁니까.”
“글쎄… 뭐라고 단정 짓지 못하겠군. 확실한 것은, 이곳은 마의 던전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너와 같은 체구의 아이들이 상당수가 강해지기 위해 이곳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살아 나오지 못했다. 또한, 드워프들의 전사 중, 정상에 서 있던 드워프가 한 명 존재하였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는 나오지 못했다. 죽은 것인지, 아니면 이 발카스 던전의 깊은 곳에서 살아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군요.”
일론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브록의 말은 즉, 지금까지 이곳에 들어가서 나온 사람은 없다는 말이었다.
스르릉.
“그럼 제가 최초의 생물이 되겠군요.”
“……?”
브록은 검을 빼 들며 앞으로 걸어가는 그를 보며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이곳에 들어가 유일하게 살아 나오는 존재. 후후후.”
타타타탓!
마지막 짙은 웃음을 흘린 일론이 빠르게 달렸다. 그리고 곧 그가 발카스 던전 안으로 들어갔고, 이내 브록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후후, 너는 꼭 이곳을 빠져나와야 한다. 그래야 아레스를 이끌 수 있을 테니까. 크큭.”
사라진 일론을 보며 브록의 얼굴에는 의문의 비릿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후우웅.
거세게 부는 바람은 바로크의 뜨겁게 뿜어져 나오는 입김마저 얼려 버릴 정도로 차가웠으며, 그는 자신의 몸을 최대한 웅크린 채 라벨혼 산맥을 오르고 있었다.
“하아하아.”
그의 시선이 하얗게 빗발치는 눈보라 속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 상태로는 아레스의 검술을 익히기도 전에 얼어서 동사할 것만 같은 상황이었다.
쿠오오!
흠칫.
더군다나, 잊을 만할 때면 들려오는 거친 몬스터들의 포효 소리는 그를 흠칫거리게 만들었다.
‘바람의 소리가 거세 청각이 반응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몸 또한 얼어 촉각도 반응하지 못하는군. 크론은 이걸 노린 건가?’
본래의 바로크라면 몬스터의 포효 따위에 흠칫하지 않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의 그의 상황은 달랐다. 청각이나 시각적인 면으로 몬스터의 움직임을 파악해, 몸을 숨길 수가 없었다.
청각은 거센 바람 소리로 인해 그 특별남을 내보이지 못하였으며, 시각은 눈보라의 영향으로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때문에 그는 크론이 이 상황을 노린 것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하였다.
“도, 동굴?”
그때, 바로크의 눈앞으로 그를 구원해 줄 하나의 동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몸이 빠르게 움직이며 거친 눈보라 속에서 움직였다.
“다행이다.”
바로크가 동굴 안으로 들어오며 몸에 한가득 쌓인 눈을 털어 냈다. 한시름 놓으니, 잠이 쏟아질 것만 같았지만 이곳에서 그냥 잔다면 필히 죽고 말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