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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제7장. 시작! 죽음의 4차 관문!(2)


“일반 동굴 같지는 않은데……?”
그나마 있을 곳을 찾았다는 생각에 안도하던 바로크가 문득 어둠만이 가득히 깔린 동굴 내부로 시선을 돌렸다.
흐릿하게 보이고 있지만, 일반 동굴과는 조금 달라 보였다.
“들어가 보면 알겠지.”
그에게는 5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넉넉한 시간이었고, 어떻게 보면 부족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시간 동안 바로크는 자신이 정착해 있을 만한 곳을 찾아야만 했다.
때문에 이 동굴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곧 그의 몸이 서서히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역시 바로크는 라벨혼 산맥으로 갔군요.”
크론과 마주앉은 브록이 차를 입으로 가져가며 그의 이야기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책으로 저자되어 있기를 아레스라는 인물은 자연이라고 했네. 그리고 그 자연인 아레스는 라벨혼 산맥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였지.”
크론이 피식하고 웃어 보이며 찻잔을 들었다.
“현재까지 아무도 라벨혼 산맥에서 아레스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 찾은 이는 없네. 하지만 그의 무덤은 존재한다고 이야기가 돌고 있네. 과연 그의 존재 여부에 대해 바로크가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나중에 알 수 있겠지.”
크론이 입안으로 부드러운 차 맛이 느껴지자 작게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내려놨다.

“내 생각이 틀렸던 건가?”
어두운 동굴 안으로 바로크가 가죽 배낭에서 꺼낸 랜턴만이 환하게 빛을 비추고 있었다.
바로크가 미간을 찌푸렸다. 무언가 이 동굴에는 알 수 없는 특별함이 숨겨져 있을 줄만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안으로 들어올수록 일반 동굴과 다를 바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뭐 상관없겠지.”
그가 곧 잡념을 떨쳐 버렸다. 어차피 자신은 이곳에 모험을 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이곳 라벨혼 산맥에서 아레스 검술을 익히기 위해 온 것이었다.
덥석.
“이것이 아레스의 검술…….”
바로크의 손이 곧, 가죽 배낭으로 향했다. 그리고 하나의 책을 빼 들었다.
책은 상당히 낡아 있었고, 전체적으로 상당히 너덜너덜하였다. 솔직하게 말해서 그럴 만도 하였다.
이 책이 원본일 확률은 거의 없겠지만, 복사본이라고 하여도 꽤 오랜 시간을 세상에 떠돌았을 것이다.
더 이상 세상에 아레스의 검술을 베끼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검술이 절대 인간이 이룰 수 없는 것임을 사람들은 알았기 때문이다.
차락.
바로크의 손이 책의 가장 앞부분을 넘겼다.

그의 검은 아무도 볼 수 없다.
그의 검은 아무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그의 검은 세상 그 무엇도 베었다.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글이군. 뭐, 이곳이 판타지 세상이니…….”
가장 앞부분의 장을 넘기고, 화려하게 적혀 있는 것을 본 바로크는 자신의 턱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흔히 판타지 소설에서 접할 수 있는 글 같아 보였다.
그렇게 첫 장을 넘겼던 바로크의 손이 계속해서 한 장 한 장을 넘겨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의 손이 책을 넘길수록 그의 얼굴은 굳어져만 갔다.
“하… 이러니 익히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지…….”
바로크의 얼굴이 잔뜩 찌푸려졌다.
실상으로 보았을 때, 이 검술 자체가 태극권과 많이 닮아 있다고 그는 느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엄연히 달랐다.
동작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무모했다. 인간이 취할 수 있는 동작이 아니었으며, 책에는 모든 것이 정확하고 완벽해야 제대로 된 검술을 펼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하나, 이 모든 동작이 완성될 시 바로크는 정말로 사람의 한계를 거침없이 뛰어넘는 것이 등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이 검술은 인간이 익힐 수 없는, 그러면서도 익힌다면 한계를 뛰어넘게 될 사람을 탄생시킬 알 수 없는 검술이었다.
“후우우.”
곧 바로크가 책을 한쪽에 내려놓으며 자세를 잡고는 앉았다. 태극검의 단전호흡을 하기 위함이었다.
무작정 검술을 익히려고 하는 것은 무식한 이들이나 하는 것이었다.
이렇듯 단전호흡으로 신체와 정신까지 다스리고 검을 잡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후우우.”
입김을 들이마시는 그의 입으로 푸른 무언가 스며들어 가는 착시 현상이 일었다.
그만큼 태극검의 단전호흡을 사용하는 그는 일반적으로 마나를 이용하는 이들보다 효율적으로 상당량을 몸속으로 들이밀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후우우.”
곧 그의 손에서 태극권의 음과 양을 뜻하는 무늬가 허공을 향해 그려졌다.
그리고 그걸로 끝으로 그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스우웅.
몸을 일으키는 순간 주위로 바람이 흩어져 나갔다. 그는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던 차가움이 사라진 것을 느꼈으며, 뻐근했던 몸 또한 따뜻한 아랫목에서 몸을 놓은 것처럼 부드러운 것을 느꼈다.
태극검의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자위적으로 사람의 신체를 강화시킨다는 것이었다.
곧 그의 손이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첫 번째 동작을 취해 보였다.
수우웅.
검이 앞으로 쭉 뻗어 나갔다.
한 치도 틀려서는 안 되었다. 책에는 그렇게 저자되어 있다. 동작을 한 치도 틀려서는 안 된다.
완벽한 동작을 이뤄내야 한다고 적혀 있는 것이다.
바로크는 이 완벽한 동작을 일반인들과는 조금은 다르게 해석했다.
아레스가 남긴 검술이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은, 즉 자신이 초감각 인간이었기에 자신과 같은 초감각 인간이 이 검술을 익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즉 초감각 인간인 자신에게 아레스가 동작의 완벽함을 추구한 것은, 손을 한번 뻗어도 촉각은 뻗어 나가면서 공기를 느끼고, 청각은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측정하며, 뛰어난 시각은 검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후각은 자연의 냄새를 맡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상으로 말해 세상에 완벽한 검술이나, 권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같은 검술이나 권법을 배운다고 해도, 사람마다 개개인의 특징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 검술은 달랐다.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완벽한 검술. 그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역시 쉽지 않겠어.”
바로크는 검을 뻗은 자신의 손이 떨리는 것을 보았다. 공기를 가르는 팔의 느낌도 부드럽지 못했으며, 시각이나 후각 또한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치를 발휘하지 못했다.
그는 이렇듯 검을 뻗는 방법을 완벽히 하는 것만으로도 족히 2년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나, 바로크는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혹여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2년간이라는 시간 동안 할 일이 생긴 것이다.
“그럼 시작해 볼까?”
검을 굳게 잡은 그의 눈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제8장. 무(無)의 검(1)


2년이라는 시간이 마치 물줄기가 흘러가듯 빠르게 흘러갔다. 하지만 라벨혼 산맥에는 차가운 냉기만 가득한 겨울만이 오는 것인지, 언제나 주위를 차가운 공기가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하아하아.”
하얀 입김을 짙게 내뿜으며 바로크는 자신의 한 손에 토끼 두 마리의 귀를 잡고 하얗게 쌓인 눈을 밟으며 자신이 생활하는 거처로 이동하고 있었다.
어느새 그의 키도 상당히 컸으며, 물씬 남자다움이 풍겨져 왔고, 눈은 한층 날카로움이 강해져 그 어떤 몬스터마저도 제압할 것만 같았다.
“아아, 아직 돌아가기는 이르지.”
바로크는 이내 피식하고 옆을 바라봤다. 그의 옆에는 하얀 털로 뒤덮인 2m의 크기의 몬스터가 입김을 거칠게 내뱉으며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쿠오오오!
쿵쿵쿵!
녀석은 설인이었다. 이 라벨혼 산맥의 몬스터 중 가장 숫자가 많은 듯 보였다.
설인이 자신의 가슴을 포효하며 때리더니, 바로크를 향해 달려왔다.
바로크가 순간적으로 검을 빼 들며 토끼를 놓았다. 그리고 이내 달려오는 설인을 바라봤다.
“흉폭하고 힘이 세다고 하여서 부드러움을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란다.”
그의 입가로 잔잔한 미소가 감돌았다.
설인은 꽤 상위 급에 속하는 몬스터였다. 하지만 그에 비해 바로크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는 너무나도 포근하고 여유로웠다.
쿠오오!
수우웅.
설인의 손이 뒤로 젖혀졌다. 그 순간, 바로크의 몸이 마치 바람과 같이 움직였다. 설인의 손이 채 움직이기도 전이었다.
바로크가 설인의 뒤로 이동하며 그대로 뒷목에 검을 꽂았다.
“오늘도 한 방이군.”
쿠웅!
목에 검이 꽂힌 설인은 아무런 소리도 내뱉지 못하고 그대로 즉사했다.
그 상태로 녀석은 쓰러졌다.
이것이 바로크가 2년 동안 얻은 것이었다. 촉각으로 공기를 부드럽게 가르고, 시각으로 검을 안정적으로 바라보며, 청각은 바람을 가르는 속도를 측정하며, 후각은 자연을 느낀다.
이것을 완벽히 해내는데 2년이 걸렸다.
이것의 효과는 엄청났다.
처음에 이 설인이라는 녀석을 만났을 때 상당히 고전했었다. 몸이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설인은 강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완벽한 정확도를 가지고 있는 바로크는 설인을 단 한 번에 즉사시키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후후, 나중에 내가 나갈 때는 이곳에 설인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군.”
장난 반 진심 어린 반의 말을 한 바로크가 다시 두 마리의 토끼의 귀를 잡았다.
동굴로 돌아온 바로크는 랜턴을 켰다.
랜턴을 키자 동굴의 벽으로 그가 이제까지 하루가 지날 때마다 그어 놓은 표시가 나타났다.
“딱 2년이군… 이제 본격적인 시작을 해도 되는 건가?”
바로크가 토끼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제는 시작 단계가 모두 완벽하다고 본인이 자부할 수 있었다.
검의 움직임도 속도도 자신이 모두가 측정 가능했으며 자신의 초감각이 모두 완벽함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확실히 내가 초감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절대적으로 불가능했겠지.’
바로크가 문득 생각했다. 자신의 초감각이 아니었다면 절대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는 것이 말이다.
스우웅.
곧 그가 허리춤의 검을 뽑았다. 오랜 시간을 사용했기에 상당히 낡고, 녹슬었지만 그에게는 충분한 무기였다.
곧 그가 검술서에 적혀 있는 대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현재 2년이란 시간 동안 그는 조금의 진도만을 나갔다.
총 215동작 중, 스무 동작을 익힌 것이다.
하지만 단 스무 동작뿐이었지만 그 스무 동작의 위력은 실로 놀라웠다.
“흐아압!”
동굴 안으로 그의 기합 소리가 짙게 울려 퍼지며 그의 몸이 움직였다. 마치 환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의 몸은 움직였다.
한 발 한 발 디딜 때마다 무척 빨랐다. 하지만 발로 땅을 밟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스우웅.
그의 몸이 번쩍 뛰어오를 때는 나는 것만 같았다. 하나, 허공에 떠 있는 그의 몸은 너무나도 안정적이었다.
스우웅.
채채채챙!
그의 검이 곧 동굴의 벽을 거칠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검은 이가 나갈 만도 하였지만, 그러지 않았다. 완벽함이 만들어 낸 하나의 불가사의였다.
“하아하아. 이제부터는 이 동작을 더욱더 나아갈 수 있다!”
자신이 익힌 스무 동작을 취해 보였던 바로크가 벽을 바라보며 환호 어린 괴성을 질렀다.
그동안은 완벽함을 위해 차근차근 조금씩 익히고 있었다지만 이제는 틀렸다. 준비 과정을 마쳤으니 제대로 배울 시기인 것이다.
더군다나, 아레스의 검술 자체가 태극검과 흡사하였기에 익히는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잘하면 5년 내로 충분히 익힐지도 모른다고 그는 호언장담했다.

다시 1년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현재 바로크의 온몸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스무 동작에서 백 동작까지 진도가 나갔다.
어떻게 보면, 아무도 익힐 수 없다던 그 검술을 바로크는 너무 쉽게 익히는 것 같았지만, 이 검술이 그에게 맞게 되어 있는 것인지, 검술 동작 하나하나를 몸에 익힐 때마다 그것은 바로크의 것처럼 스며들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