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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제9장. 리더가 되다(2)
에르웬이 황제라는 말에 놀라며 되물었다. 그리고 바로크도 놀라기는 매한가지인 듯 보였다.
“믿기 힘들지만 사실이다. 아레스라는 단체 자체가 대륙적으로 상당한 영향력과 권력을 행사한다. 내가 추측해 보면 아마 웬만한 제국의 황제들도 아레스의 총지휘자 앞에서는 꼬리를 내릴 것이다. 그만큼 아레스라는 곳은 일반인의 생각보다 상상을 초월하는 곳이다.”
“그럴 수가…….”
“왠지 모르게 갑자기 구미가 당기는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에르웬과 반면 놀란 표정에서 흥미롭다는 표정이 된 바로크가 말했다.
일론이 그의 반응에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라면 그런 반응을 보일지 알았다, 바로크.”
“그렇다면 이럴 줄 알면서 이야기했다는 건가?”
“사실적으로 말하자면 그렇다. 나는 정상의 자리에 서고 싶다. 커라테스 후작가를 최고의 자리로 올리고 싶은 것이 나의 마음이다. 하지만 홀로 걷는 길은 조금은 쓸쓸할 것 같거든.”
일론은 의도적으로 바로크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에게 함께하자고 말하고 있는 것과 같았다.
그의 말에 바로크가 잠시 고민에 잠겼다. 솔직히 지금의 자신은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이 없었다.
힘은 얻었지만 어디에 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좋다, 함께하도록 하지.”
“좋은 선택이다. 바로크.”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일론이 활짝 웃어 보였다. 웃음 속에서 진심으로 기뻐한다는 것이 묻어나왔다.
“잠깐만! 그러면 너희 둘이 이 아레스에 남겠다는 소리야?”
“그래.”
일론이 그녀가 갑자기 끼어들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잠시 그녀가 뾰로통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그 아레스의 총지휘자라는 것.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는 거겠지?”
“아마 그럴 것이다. 내가 듣기로는 이제껏 아레스의 지휘자가 세 번 바뀌었고, 그중에 두 번째가 여자였다고 하니.”
“그렇다면 나도 이곳에 남겠어!”
“뭐?”
에르웬의 당돌하고 우렁찬 목소리에 일론이 조금 놀란 듯 되물었다.
“내 꿈은 최고의 마법사야, 그런 점을 감안하면 아레스라는 곳의 총지휘자가 되면 그것과 같은 것이 아니겠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들은 아레스가 가진 이런 방대한 힘을 알지 못한다. 때문에 총지휘가 된다고 해도 존재 여부를 알지 못하는 이들이 대다수이지.”
“그래도 하겠어! 꼭 하겠어!”
“제길… 경쟁자가 한 명 늘었군.”
일론이 그녀를 떼놓기 위해 한 말에도 불구하고 에르웬은 자신의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그에 일론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사실 일론은 바로크와 함께 아레스의 자리를 놓고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여 경쟁하고 싶었다.
그리고 다행히 바로크는 자신의 말에 승낙하였다. 한데, 어쩌다 혹이 하나 더 붙게 된 셈이다.
에르웬의 힘도 갈피를 잡지 못할 정도로 강하다.
실상으로 말하면, 현재 황궁을 이끄는 황실 마법사들 중 에르웬과 겨룰 수 있는 이들은 얼마 없을 것이다.
그만큼 그녀는 강한 것이다.
“좋다, 너 한 명 낀다고 해서 상관은 없으니.”
“헤헤, 당연히 그래야지! 참 그보다 우리가 이 아레스에 남게 되면 무슨 일을 하게 되는 거야?”
“제국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을 처리하게 될 것이다. 또한, 아까 말했던 ‘살인’도 하게 될 것이다.”
일론이 살인 부분에서 힘을 주어 말하며 강조하였다.
“하지만 우리가 하게 되는 살인은 합법적인 것이다. 아스란트 제국이나 타 제국에서 죽이는 것을 허락한 자. 그들을 죽이는 것이다.”
“헤. 재밌겠는데?”
에르웬이 혀를 내밀며 웃으며 말했다.
“후후, 다른 일반 사람들이 들으면 곡할 노릇이군.”
“응? 곡할 노릇이 뭐야, 바로크?”
“아무것도 아니다.”
어쩌면 살벌한 말을 너무 쉽게 하는 그녀의 말에 바로크가 말하자, 에르웬이 고개를 갸웃했다.
바로크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살인은 어쩌면 음지에서 키워져 살인을 위해 파견되는 이들보다 더욱 위험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째서 그들이 하는 일보다 더 위험하다는 거야?”
에르웬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들보다 자신들이 더 위험할 것이라는 게 이해가 안 되었다.
“말했지만 음지에서 키워진 이들은 각 제국의 중요 인사와 같은 아스란트 제국에 해가 되는 이들을 제거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과는 다르게 각 제국에서 처치하지 못한, 처리하지 못하는 이들과 싸우는 것이다. 그들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것대로 그것의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일론이 예리하게 콕 집어서 설명했다.
확실히 듣고 보니 그랬다. 제국이라는 방대한 곳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이들을 죽이는 일에 투입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음지의 이들보다 위험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아마도 그 때문에 이런 일에 투입되는 아레스의 직위는 ‘블랙’부터이다. 위험하니까 그런 것이겠지. 내가 듣기로는 브록 님도 본래는 살인을 도맡아 움직였다고 하더군.”
“그랬군. 어쩐지…….”
바로크가 그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바로크는 이제까지 브록이라는 인물 자체가 상당히 시원시원하고, 괜찮게 생긴 인물이기는 하였지만 무언가 미심쩍었다.
아마도 그것이 이것 때문일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크론 님이 오시는군.”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바로크가 발자국 소리를 듣고는 말했다.
“크론 님께서? 크론 님인 것을 어떻게 아는 거지?”
일론이 크론임을 확신하듯 말하는 그에 의문을 느껴 물었다.
“사람마다 미세하지만 발걸음에 차이가 있다. 크론 님은 상당한 숙련자이기 때문에 발자국 소리만으로도 상당한 위엄이 묻어나지.”
“어떻게 보면 피곤한 능력이지만, 어떨 때는 네가 가진 그 능력 편리하기는 한 것 같군.”
“후후, 그렇다면 네가 가져가지 그래.”
“그건 사양하겠어.”
일론이 장난스럽게 손을 저었다.
그리고 곧 문을 열고 크론이 들어왔다.
“내 이야기하고 있었나?”
“아니에요. 크론 님.”
크론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고 직감한 듯 말했고, 에르웬이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때, 일론. 바로크는 끌어들였나?”
“물론입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에르웬도 동참하게 되어 버렸군요.”
“그거라면 나는 환영이다.”
크론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 둘의 이야기에 바로크와 에르웬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 둘의 표정에 일론이 입을 열었다.
“사실 이 이야기는 크론 님께서 해 주신 이야기이거든.”
“후후, 내가 일론에게 해 준 이야기이다. 아무리 커라테스 후작가의 차기 가주라지만 이 녀석이 그렇게 모든 걸 세심하게 알고 있을 리는 없다고 생각 안 한 건가?”
“생각해 보니 그러네요.”
에르웬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일론은 수년 동안 이곳에 있었기에 외부의 소식을 접할 수 없었을 터인데, 세심하게 알고 있는 것이 의심이 가기는 했었다.
“크론 님은 ‘실버’라고 들었습니다. ‘실버’와 ‘골드’의 격차는 얼마나 되는 겁니까?”
바로크가 물었다. 상당히 궁금한 부분이었다.
“격차는 상당한 수준이다. 실버는 전 대륙적으로 서른 명이 존재한다. 그들 모두가 나와 같이 이름을 날리는 최고의 이들이다. 하지만 ‘골드’는 우리들마저도 위엄만으로 장악해 내는 인물이다.”
“그렇게 격차가 심한 겁니까?”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이 안의 나를 포함하여 우리 모두가 덤빈다고 해도, 승산은 없다. 그러한 사람이다, ‘골드’는. 그의 이름은 실버들인 우리밖에 알지 못하며, 상당히 베일에 감싸진 인물이다.”
“어떻냐, 바로크. 우리가 삼은 목표가 참으로 멋지지 않으냐?”
“그렇군. 멋진 목표야.”
일론의 말에 바로크가 동감했다. 아레스의 최정상의 자리에 서는 것. 그것이 이제는 이들의 목표가 되었다.
“참, 그리고 너희 셋은 졸업을 하는 순간. 이곳 아레스의 ‘블랙’이다.”
“블랙이요?”
“그래, 내가 힘을 썼다. 너희들 정도면 그 정도는 충분하지.”
크론이 그들을 인정한다는 식으로 말했다. 일론의 입에 짙은 웃음이 머금어졌다.
그리고 곧 크론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너희 셋은 함께 움직인다. 원래 3인 1조로 움직이는 것이 대다수이니, 상관없을 것이다.”
“헤헤, 우리 셋이라… 재밌겠는데?”
“그러겠군. 벌써부터 그 모습이 그려지는군.”
에르웬의 말에 일론이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셋이 함께 움직인다면 상당히 재밌을 것이었다.
“아마 셋 중 리더를 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야 아마 편할 것이다.”
“리더라… 알겠습니다.”
일론이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크와 에르웬을 둘러보았다.
셋 중 한 명은 리더고, 두 명은 그 아래가 되는 것과 같았다.
“후후, 나는 이제 자리를 비켜 주지.”
크론이 앞으로 일어날 일이 예상이 되었던 듯 웃음을 머금고는 밖으로 나섰다.
그가 나서고, 곧 일론이 허리춤으로 손을 움직였다.
“리더라… 리더…….”
“그래, 리더를 정해야 한다는 거군.”
바로크도 자신의 허리춤에 손을 가져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바로크, 저번에는 내 모든 힘을 보여 주지 않았으니.”
“나 역시.”
“잠깐!”
바로크의 말을 끝으로 좁디좁은 방 안에 막 검이 휘날리려던 때였다.
에르웬이 그들을 제지했다.
“뭐야?”
“뭐야?”
한참 중요한 때에 끼어드는 에르웬으로 인해 일론과 바로크가 동시에 미간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렸다.
“밖에서 하는 게 어때? 우리 셋이 여기서 붙는다면 이곳은 무너질걸?”
“그렇긴 하겠군.”
“흠.”
에르웬의 말에 하는 수 없다는 듯 막 검을 뽑아 들려던 일론과 바로크가 멈췄다.
그리고 이내 일론이 문을 열었다.
“나 먼저 나가마. 우리 셋 중. 리더는 나다. 겁먹지 말고 빨리 나오는 게 좋을 거야”
“헛소리.”
바로크가 그의 말에 조소를 머금으며 자신도 바로 나서려 했다.
그러다 문득 에르웬이 움직이지를 않자, 고개를 돌렸다.
“빨리 나와, 에르웬.”
“알았어. 먼저 나가 있어.”
“후후, 또 갑자기 나타나서 마법만 쏘지 말아 줬으면 좋겠군.”
바로크가 그녀에게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하고는 밖으로 나섰다.
그가 나서고, 에르웬이 일어나며 문고리를 잡았다.
그러다 순간 멈칫했다.
‘헤헤, 한 팀이라… 재밌겠네? 하지만 어쩌지? 나는 너희와 한 팀은 될 수 있지만, 뜻은 같이할 수 없어. 나는 이 아레스를 무너뜨려야 하니까.’
에르웬의 목표는 복수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이 아레스라는 단체에 의해서 죽게 되었으며, 에르웬은 일론이나 다른 이들이 모르는 이곳의 또 다른 비밀을 알고 있었다.
일론과 바로크의 목표는 아레스의 최정상. 그리고 에르웬의 목표는 이 아레스를 무너뜨리는 일.
그것이었다.
그렇게 엇갈렸지만, 그 셋은 팀이 되어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곧 에르웬이 밖으로 나섰다.
밖으로 나서자, 일론과 바로크가 거리를 벌린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에르웬도 마찬가지로 그들과 거리를 벌려 그 둘을 경계하였다.
스우웅.
일론이 가장 먼저 검을 빼 들었다. 검을 빼 드는 순간 빠르게 검은 변화하였다.
“볼 때마다 적응이 안 되는 검이군.”
“후후, 더 적응 안 되게 해 주지. 이번만큼은 내 모든 것을 보여 주겠다.”
일론이 바로크의 말에 조소를 머금으며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었다. 붉은 피가 몇 방울 손을 타고 흘렀고, 일론은 자신의 피를 검 위에 한 방울 떨어뜨렸다.
후우웅.
그 순간 검이 반응하기 시작하였다. 거친 요동을 치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곧 그 검은 붉게 변하며 괴기한 모습으로 변했다.
“검에서 방대한 마나가 느껴져…….”
그것을 본 에르웬이 중얼거렸다. 검이 피를 흡수하는 순간 엄청난 마나가 검에서 증폭된 것이다.
“자, 이제 너도 보여 봐라 바로크.”
“그렇다면 보여 주지.”
바로크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그는 호흡을 하였다. 따뜻한 공기를 느끼고, 주위의 미세한 모든 것들을 자신의 촉각과 청각, 모든 감각이 느끼고 있었다.
번쩍.
후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