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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제10장. 마지막 시험(2)


그때, 다른 이가 뒤에서 일론을 공격하려고 했다. 그 순간 사내의 몸이 멈춰 버렸다.
“크윽, 이, 이건!”
“라이트닝.”
파지직!
“크으윽!”
에르웬의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사내의 몸으로 전류가 흐르며 몸을 부르르 떨더니, 바닥으로 쓰러졌다.
일론은 몸을 한 바퀴 굴리고는 재빨리 일어나 검을 하나 집어 들어 바로크에게 던졌다.
스우웅!
탱그랑!
바로크는 손을 움직여 검을 잡아채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의 감각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돌아 버리겠군.”
바로크의 입에서 터져 나온 말이었다. 이러한 상황이 될 줄은 꿈에도 알지 못하였다.
자신이 감각을 잃게 되다니, 무언가 문득 자신은 초감각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심해, 바로크!”
스우웅!
바로크가 그러한 생각을 할 때 옆에서 누군가 공격해 들어왔다. 이제까지 그것을 느끼지 못했던 그가 에르웬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엉거주춤 몸을 비틀어 가까스로 피해 냈다.
“빌어먹을…….”
바로크가 재빨리 검을 집어 들었다. 앞의 이가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에르웬이나 일론은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상당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으니까.
즉 앞의 이는 초감각을 잃은 자신이 어떻게 해서든 처리해야만 하였다.
“으라아압!”
사내가 곧 검을 휘둘러 왔다. 바로크가 흐릿하게 보이는 시각으로 검을 피해 내고는 몸으로 사내를 들이 받았다.
사내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쓰러진 사내에게 바로크가 검을 치켜올렸다. 하지만 흐릿한 시각은 검마저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만들었다.
탱!
복부를 찌르려던 검이 맨바닥을 찔렀다.
퍽!
“크윽.”
공격이 빗나가자 사내가 그의 복부를 발로 강하게 찼다. 바로크가 뒤로 몇 발자국 주춤 물러났다.
그리고 곧, 사내가 검을 휘둘렀다.
바로크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검은 그의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푸슈육!
“크으윽.”
“바로크!”
“……!”
바로크가 검에 상처를 입자, 에르웬과 일론이 놀란 표정과 함께 다급함을 보였다.
‘이렇게 짐이 될 수는 없다, 나는 리더다. 바로크의 리더.’
바로크는 자신을 걱정하는 에르웬과 일론의 목소리에 자신이 한심스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은 리더이다. 리더가 되었다. 앞으로 저 둘을 이끄는 리더가 된 것이다.
그러한 자신이 그들의 앞에서 이런 추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무슨 방법이 없는 것인가?’
바로크는 앞의 사내를 경계하면서 두뇌를 굴렸다. 최대한 빨리 무언가 묘책을 생각해야만 하였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서 몇 년 전 크론이 자신에게 해 주었던 말이 생각났다.
‘그때 크론 님은 나에게 느낌이라는 것도 하나의 감각이 될 수 있다고 말했지.’
바로크는 ‘느낌’을 떠올렸다. 크론이 알려준 첫 번째 가르침. 어쩌면 초감각을 뛰어넘을지도 모르는 그것.
바로크가 눈을 감았다.
분명 자신의 감각은 둔해져 있다.
하지만, 눈을 차분히 감고 주위를 느끼기 위해 애썼다. 자신이 지금 믿을 수 있는 것은 느낌뿐.
어떻게 공격할지, 어떤 패턴으로 올지 알아야 하는 느낌. 그것을 자신이 알아야 했다.
바로크의 눈이 슬며시 떠졌다.
앞의 사내가 흐릿하지만 보였다.
하지만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는 사내의 주위로 앞의 사내가 움직일 행로가 그려지는 것만 같았으며, 검의 움직임도 보이는 듯하였다.
“눈을 떴다…….”
“무슨 헛소리냐.”
사내가 갑작스러운 바로크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에 부드러운 눈빛으로 눈을 뜨던 바로크가 눈에 힘을 주었다.
“나의 두 번째 초감각. ‘느낌’이 눈을 떴다.”
“미친놈.”
바로크의 말에 사내는 그가 미쳤다고 생각한 듯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예상대로다.’
바로크는 휘둘러져 오는 검을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쳐냈다.
그리고 곧 사내의 다음 동작도 머릿속에 그려졌다.
챙! 챙챙챙!
바로크의 검이 마치 모든 감각이 살아 있는 것처럼 부드럽게 움직였다.
스우웅!
바로크는 자신의 머리를 노리고 들어오는 검을 최대한 뒤로 젖혀 피해 내고는 그대로 재빨리 일으킨 후 몸을 한 바퀴 돌려 사내의 복부를 찔렀다.
푹!
“끄으윽… 어, 어떻게……?”
사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복부를 부여잡고는 그대로 쓰러졌다.
그에 바로크가 검을 뽑아 들었다.
그 순간, 누군가 바로크의 등을 그었다.
스우웅!
“크으윽!”
바로크가 낮은 신음을 흘리며 앞으로 비틀거렸다. 느낌이라는 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 깨우친 것 같기는 하였지만, 완벽하지 못한 것이 당연하였다.
타타탓!
채채채챙!
“흐아압!”
스우웅!
푸슈육!
그 모습을 본 일론은 몸을 날려 바로크의 등을 공격한 이와 맹렬히 검을 튀기더니, 곧 사내를 베어 버리고는 바로크를 부축하였다.
“괜찮나?”
“후후, 괜찮다.”
“그것보다 방금 전 그건 대체 무엇인 거냐?”
일론이 이러한 상황에서 웃어 보이는 그를 보며 미간을 찌푸리더니, 의문 어린 시선으로 물었다.
“크론 님이 알려주신 하나의 가르침이지.”
“돌겠군, 지금 우리가 죽게 생긴 이유가 그 크론의 미친 짓 때문이다. 바로크.”
“후후후.”
일론이 잔뜩 인상을 쓰며 말하자 바로크는 여전히 웃어 보였다.
스우웅.
“실드!”
에르웬은 일론과 바로크를 둘러쌓은 사내들이 검을 다시 휘두르려고 하자, 그 주위로 실드를 시전하고는 재빨리 달려왔다.
그리고 다시 셋이 등을 마주 대며 경계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아직 남은 숫자가 상당하다. 힘든 싸움이 되겠어.”
일론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들은 여기에서 절대 이렇게 죽을 수 없다, 우리는 ‘바로크’라는 팀을 대륙 최고로 만들어야 하니까.”
“그래.”
“후후.”
일론의 말에 에르웬과 바로크의 입가로 웃음이 떠올랐다.
그리고 곧 다시 격돌하려는 순간이었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모두들 이제 그만 나가도 될 것 같군요.”
“알겠습니다.”
들어온 그 누군가는 다름 아닌, 크론이었다. 크론의 말에 복면을 쓴 이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이가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재빨리 시체를 수습하고 밖으로 나섰다.
이 허탈하고 어이없는 상황에 셋의 표정이 좋을 리가 없었다.
“무슨 짓입니까, 이게!”
덥석.
화를 참지 못한 일론이 그의 앞으로 성큼 다가가 멱살을 붙잡았다.
“그만둬라, 일론.”
일론을 말리기 위해 말을 내뱉은 것은 크론이 아니라, 뒤에서 그와 함께 온 브록이었다.
“당신 같으면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크론 님은 너희 셋에 대해서 더욱 알고 싶으셨을 뿐이다. 또, 너희 셋이 팀으로서 얼마나 적합한지, 또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부족한 것을 메워 주는지를 말이다. 그러니 그만 그 손 놔라. 일론.”
“크으윽… 제길!”
일론이 하는 수 없다는 듯 손을 거칠게 놓았다.
크론은 그에 조소를 머금고는 바로크와 에르웬의 앞으로 걸어갔다.
“어땠느냐, 너희 셋. 함께해도 괜찮겠나?”
“예, 이들이 있으면 어떤 것도 두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바로크는 일론과 다르게 화를 내지 않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에르웬과 일론을 한번씩 보고는 말하였다.
그는 크론이 자신들을 괴롭히기 위함이 아니라, 더욱 강해지기 원하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이제 정말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제부터 나는 너희들을 가르치는 이가 아니라, 아레스의 상관이다.”
“예.”
“후후후, 아레스에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
크론이 빙그레 웃어 보였다.
자신이 더 이상 이들에게 가르칠 것은 없었다.
방금 전의 그 마지막 가르침이 끝인 것이다. 이제 자신은 그들의 상관이 되었다.
하지만 언제 자신이 그들의 밑에 설지는 알 수 없었다. 아레스라는 기관은 힘만이 높은 곳으로 오를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아아, 그보다 너무 많이 죽였군. 비싼 값을 들여서 최상급의 용병들만 고용하였더니. 돈이 예상보다 많이 들겠어.”
크론이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일론이 그에 독기를 품은 눈을 지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 죽여 버릴 걸 그랬군요.”
“크크큭.”
일론의 말에 크론은 짙은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내일 출발한다, 아레스의 본거지로.”
“아레스의 본거지는 이곳이 아니었습니까?”
일론이 의문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에 크론은 피식 웃었다.
“이곳은 단지 인재를 양성하는 인재 양성 기관으로 쓰이는 곳일 뿐이다. 아레스의 본거지는 따로 존재한다. 아니, 본거지라고 할 것도 아니지. 대륙적으로 그 수를 알 수 없을 만큼 존재하니, 너희들이 가는 곳은 이 아스란트 제국의 아레스의 본거지이다.”
“기대되는군.”
“나 역시.”
“그래.”
크론의 말에 셋의 얼굴로 기대감이 끓어올랐다. 아레스. 진실로 그곳에 그들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었다.



제11장. 블레이스 성(1)


덜컹덜컹.
마차를 타고 가는 세 사람의 얼굴은 묘한 흥분감을 가지고 있었다. 아레스라는 단체에 숨겨진 비밀 중 하나를 자신들이 알게 되는 것과 같았기에 당연한 것이었다.
과연 그곳에서는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어떠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가슴이 벅차지는 것만 같았다.
“대체 어디로 가는 거지?”
창밖을 바라보던 일론이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왜?”
바로크가 그에 고개를 갸웃하였다.
“황폐한 땅이다. 마차가 이동하는 길마다 무언가 휩쓸고 간 것처럼 생명이 존재하지 않아. 내가 알기로 이곳은 죽음의 영지로 불렸던 ‘레스토’ 영지로 가는 길 같아.”
“레스토 영지?”
“레스토 영지라면…….”
레스토 영지라는 말에 의문 어린 표정을 짓는 바로크에 비해, 에르웬은 말끝을 흐리며 상당히 심기가 불편해진 표정을 지었다.
“레스토 영지는 제국이 버린 영지야, 수백 년 전에는 그나마 살기 좋았다고는 하는데, 50년 전쯤인가부터 몬스터들의 잦은 습격과 자연재해 때문에 그 땅에서 살 수 없게 되었다고 해.”
에르웬이 바로크에게 설명해 주었다.
“설마 아레스의 본거지는 그곳에 있는 건가?”
일론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까지도 레스토 영지의 주변에는 안 좋은 이야기가 상당히 돌고 있었다.
때문에 그것을 알고 있는 일론이나 에르웬으로서는 마음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이동하던 마차가 곧 거칠게 멈추었다.
끼이익.
“크으윽. 운전 한 번 대단하게 하는군.”
일론이 의자를 꽉 잡으며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곧 마차의 문이 열렸다.
“도착했다, 모두들 내려라.”
크론이 입을 올리며 그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곧 일론이 내리고, 에르웬, 바로크가 차례대로 내렸다.
“이곳이 아스란트 대륙에 존재하는 블레이스의 본거지이다. 뭐, 실상으로는 이곳이 아레스의 본거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단지 대륙적으로 이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수십 군데 더 있을 뿐이지.”
크론이 앞에 보이는 거대한 성을 보며 말했다.
성을 본 일론과 에르웬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블레이스… 성?”
“말도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