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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신병 오시리스 1권(8화)
chapter.3 반갑지 않은 재회, 세 개의 그림자(3)


기이잉―
쿠웅―! 쿠웅―!
두 기체는 두 사람을 발견한 듯 방향을 돌려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높이 발을 들어 올렸다.
“어……?”
쾅!
“윽! 콜록…… 콜록!”
고의로 그런 것이 분명했다.
거칠게 피어오른 흙먼지 때문에 쥬드와 제프는 콜록거리면서 눈물을 찔끔 쏟아야 했다.
푸쉬이이―
“이런 뭐야? 흙투성이잖아?”
“그러게 건방지게 왜 앞을 가로막아? 벌레인 줄 알고 밟을 뻔했잖아?”
두 사람은 거신병에서 내리자마자 낄낄거리면서 웃기 시작했다.
그제야 기침이 좀 가라앉은 쥬드는 여전히 따끔따끔한 눈을 비볐다. 모멸감과 분노가 한꺼번에 끓어올랐다.
‘어디서 저런 것들이…… 어?!’
뭐라고 한마디 해 주려던 쥬드는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놀랍게도 두 명의 기사는 모두 호루스 출신의 아는 얼굴이었던 것이다.
“라울…….”
이곳으로 오기 직전까지 그에게 시비를 걸던 빼빼 마르고 날카로운 인상의 라울.
“……토트.”
그리고 도저히 이름을 잊을 수 없는 한 남자.
“여어! 우리 호루스 기사단 최고의 기대주 ‘였던’ 쥬드 펠릭시아? 하하, 이곳에 있었나?”
“그만해 라울. 우린 기사로서 온 거야. 일꾼들이랑 말 섞을 필요 없어.”
“아아, 그렇군. 하긴 그렇지! 일꾼들하고 말 섞을 필요 없지!”
토트는 타냐와 있을 때처럼 사람 좋게 허허거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살기를 뿜어내는 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라울처럼 대놓고 적대감을 뿜어내면 나으련만 토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가장한 채 라울보다 더 차가운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리로 왔군, 쥬드.”
“……그래.”
“흐음, 너는 도시 생활을 좋아하지 않았나? 이런 곳에 오면 힘들겠군.”
“별일이군. 나를 신경 쓰다니. 애인이랑 잘 안 되나?”
“……!”
비아냥거리려던 토트는 순간 울컥한 것처럼 눈빛이 번뜩였다.
“무슨 소린가? 모두 잘 되고 있지. 자네를 신경 쓰는 것도 타냐가 걱정해서 그런 거야.”
움찔―
옆에 있던 제프는 그 순간 쥬드의 손끝이 조금 흔들리는 것을 놓치지 않고 물끄러미 쳐다봤다.
“아, 참! 타냐는 지난번에 소개했던 미스 하트호르를 말하네. 이제 서로 이름을 부르기로 했거든.”
“…….”
“참 착한 여자야. 몇 번 보지도 않았는데 자네가 이런 시골로 파견되었다니까 걱정하더군.”
“큭!”
쥬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려 버렸다. 낮은 목소리로 마치 비웃듯이.
“큭큭큭!”
“뭐가 웃기지?”
“큭큭……. 아니, 아니다. 그냥 조금 웃겨서 말이야.”
“그러니까, 뭐가!”
토트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별거 아니니 신경 쓸 필요 없어.”
“너!!”
뜨겁게 숨을 씨근거리던 토트는 순간 입을 꾹 다물더니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듯이 말했다.
“난 그녀와 결혼할 생각이야. 이미 부모님께는 말씀드렸고, 조만간 약혼 날짜를 잡을 걸세.”
“그래?”
“나도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도 나를 사랑해. 그래, 자네한테도 초대장을 한 장 보내는 게 좋겠군. 반길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예전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야. 되도록이면 참석해 주게나.”
“…….”
쥬드는 대답하지 않고 속을 꿰뚫어 보는 것처럼 차갑고 투명한 눈동자로 토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입꼬리가 싸늘한 호선을 그렸다.
“그것 때문에 왔나?”
“뭐?”
“일부러 자원해서 이곳까지 온 이유가 겨우 그것 때문인가? 결혼 소식을 전하려고?”
당황한 토트가 허둥거렸다.
“아, 아니. 그건 덤일 뿐이야. 이곳에 온 건 야누스 대장군의 명령을…….”
“거짓말하지 마. 나한텐 안 통해.”
“……!”
“뭐가 그렇게 불안해서 왔나? 미스 하트호르가 만나 주질 않던가? 아, 혹시 서로 이름을 부르기로 했다는 것도 거짓말인가? 서로 이름을 부를 정도면 상당한 신뢰가 쌓였을 텐데 이상하군.”
토트의 눈 밑이 파르르 떨렸다.
인간이 화를 낼 때는 두 가지 이유뿐이었다.
첫 번째는 소중한 것이 공격당했을 때.
그리고 두 번째는 감추고 싶은 진실이 드러났을 때.
“다, 닥쳐!”
“화를 낸다?”
“네가 뭘 안다고! 네놈만 아니었으면……!”
“나만 아니었으면? 뭔가 달라질 거라 생각하나?”
“죽여 버리겠어!”
돌아가는 상황이 이상하다 싶었는지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라울이 토트를 말렸다.
“이봐, 토트. 진정해!”
“이 자식……!”
“진정하라니까!”
“오지에 좌천된 패배자 주제에! 우린 너희를 죽일지 말지 결정할 수 있어! 알아? 당장 네놈을 죽여도 아무 문제 없단 말이다!”
악을 쓰는 토트에게 쥬드는 비웃음을 날려 주었다.
“한심하군.”
“너……!”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우리가 죽으면? 어디서 녹색 거신병을 가진 자들을 구해 올 거지? 쓰고 버려도 되는 용병들 중에 녹색 거신병을 가진 자들이 흔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야누스 대장군이 직접 그렇게 말했나?”
“……!”
“만약 거짓말이면 그건 야누스 대장군의 이름을 팔아먹은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그, 그건…….”
야누스의 이름이 나오자 토트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 버렸다. 이름만으로도 그만한 위력이 있었다. 사신이라도 본 것처럼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타냐…….’
쥬드는 마음이 착잡해졌다.
‘나 다음으로 고른 게 겨우 저따위 녀석인가?’
화도 나지 않았다. 그저 허탈하고 짜증이 났다.
모든 걸 엉키게 만들어 놓은 신에게 한바탕 욕이라도 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왔으면 할 일이나 하고 돌아가라. 네 말대로 나는 오지에 좌천된 패배자일 뿐이니까.”
“…….”
말을 잃은 토트를 대신해 옆에 있던 라울이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이봐, 네 말은 맞다. 하지만 토트의 말도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 너무 자만하지 않는 게 좋아.”
“…….”
“이제 수도에서 천재 기사라고 하면 다음 의식에서 거신병을 소환하기로 결정된 아론을 뜻한다. 사람들이 네 이름은 이미 다 잊었을 걸? 넌 이제 천재 기사가 아니야.”
욱씬!
아론.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욱씬거렸다. 신전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던 웃음소리가 다시 들리는 듯했다. 그를 바라보던 싸늘한 눈동자, 비웃듯 차가운 미소, 망설임 없는 호쾌한 걸음걸이.
‘다 잊었다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가장 치욕스럽고 절망적인 순간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작업장은 저쪽이다.”
쥬드는 몸을 돌려 걸어갔다.

작업장에서부터는 아피스가 일행을 인솔해서 유적까지 안내했다. 유적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나무를 베어 내던 곳으로부터 불과 2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
하지만 울창한 수림(樹林)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안내자가 없다면 절대로 찾지 못할 것 같은 곳.
새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유적은 그곳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게 그 유적인가?’
쥬드는 눈을 크게 뜨고 유적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유적, 유적.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고대의 유적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하로 이어지는 입구만 있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웅장함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거인의 다리처럼 단단하게 버티고 서 있는 두 개의 대리석 기둥. 아치형으로 만들어진 천장과 그 위에 빼곡히 새겨진 알아볼 수 없는 고대의 글자들.
군데군데 초록색 이끼들이 잔뜩 끼어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세월을 느끼게 하기 위해 누군가가 일부러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심장이 쿵쾅거려서 머리가 멍해지는 것 같았다.

기이잉―
라울의 거신병이 손에 들고 있던 동그란 수정 구슬을 앞으로 내밀자 공기가 잠시 출렁거린다 싶더니 사방에서 반딧불처럼 자그마한 빛무리가 그 구슬을 향해 빨려 들어갔다.
잘은 모르지만 그 빛들이 바로 이 유적을 감싸고 있다는 봉인일 것이다.
잠시 후 봉인이 모두 해제되었는지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푸쉬이이―
“쳇! 무단으로 침입한 적이 없군.”
결과를 알려 주는 라울의 얼굴엔 꼬투리 잡을 게 없어서 아쉽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상 없다. 들어가도 좋다.”
“…….”
아피스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뒤 팀원들을 바라봤다.
“각자 거신병에 탑승해서 다시 이곳으로 모이도록 하지.”
“예!”
모두가 몸을 돌리는데, 뒤에서 라울의 목소리가 들렸다.
“흥! 일꾼도 거신병이라고 할 수 있나?”
“…….”
“하여간 자존심도 없군.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대꾸도 못 한다니.”
비웃는 것처럼 느글거리는 말투였다.
팀원들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정말로 해 보자는 건가?’
이젠 대놓고 시비를 거는 듯한 분위기가 되니 잘 참고 있던 팀원들의 얼굴도 딱딱하게 굳었다.
당장이라도 싸움이 벌어질 것 같은 공기.
그중에서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선 것은 바니였다.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거기 너!”
“아니, 잠깐. 기다리십시오.”
“……?”
쥬드는 재빨리 바니의 어깨를 붙잡아 세우고 라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저벅― 저벅―
“라울.”
“……뭐지?”
“우리에게 할 말이라도 있나?”
“……!”
쥬드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라울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 힘이 문제가 아니었다. 생물은 본능적으로 천적을 알아보았다.
그때의 그 눈빛. 사나운 맹수를 만난 것처럼 온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차가운 눈빛.
아무리 오지에 처박혔다 해도 사람의 그릇은 변하지 않았다. 개가 사자를 이길 수 없는 것처럼. 참새가 독수리를 이길 수 없는 것처럼.
쥬드와 그는 그릇이 다른 것이다.
‘대체 이놈은!’
라울은 몸이 덜덜 떨리는 것을 숨기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흥!”
당장에라도 눈을 밑으로 내리깔고 싶었지만 애써 코웃음을 치며 몸을 휙 돌렸다.
“이젠 할 일도 없겠군. 작업장에 가 있겠다.”
“…….”
“크흠―! 끝나면…… 보고하도록.”
라울은 딱딱한 걸음걸이로 작업장을 향해 돌아갔다.

라울이 돌아가고 나자, 바니가 쥬드의 등을 와락 끌어안았다.
“쥬드∼ 내 대신 나서 준 거야?”
“그런 건 아닙니다만…….”
“꺄―! 고마워서 어쩌지? 상으로 뭘 줄까? 난 가진 게 별로 없는데∼?”
당장 키스라도 할 기세인 바니를 쥬드는 간신히 손바닥으로 밀어냈다.
누트의 얼굴이 잘생긴 것처럼 동생인 바니도 미인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예뻤다. 여자치곤 꽤 큰 키에 균형 있게 단련된 몸은 탄력 있고 늘씬해 보였다. 잘 꾸미기만 한다면 눈 높은 도시 남자들의 시선도 모조리 사로잡을 수 있는 미인.
“그만 떨어지십시오!”
“싫어∼!”
물론 미인의 구애를 받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겠지만 쥬드는 진지하지 않고 장난스러운 모든 것들을 싫어했다.
거의 힘겨루기나 다름없는 그 모습을 보며 일행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어이, 쥬드. 내 동생이랑 키스하면 책임져야 돼.”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뭐야?! 내 동생이 성에 안 찬다 이거냐?”
“……이야기가 어째서 그렇게 되는 겁니까?”
“어째서 그렇게 되긴? 당연히 그렇게 되는 거지!”
누트까지 합세하자 분위기는 곧바로 왁자지껄하게 변해 버렸다. 염세적인 쥬드마저 살짝 웃음 짓게 만드는 유쾌한 분위기.
그렇다. 이것이야말로 북서쪽 국경 지대 제1지부의 본래 모습이었다.
그들은 거신병이 있는 곳에 도착할 때까지도 여전히 툭탁거리며 즐겁게 떠들었다.
“탑승하면 곧장 유적 안으로 들어가는 겁니까?”
“그래. 곧바로 유적 안으로 직행이야.”
“제프 씨는요?”
“제프는 아피스 팀장님이 데려갈 거야. 가장 앞에서 유적의 고문(古文)들을 해석해야 하거든.”
“저는 걱정 마세요―!”
이야기가 들렸는지 아피스의 거신병 앞에 서 있던 제프가 라면서 손을 흔들었다.
“들어가서는 어떤 일을 하면 됩니까?”
“으음, 역시 모범생 타입은 이런 쪽에서 귀찮네.”
“미리 알아 두는 것이 당연한 겁니다.”
“큭! 하긴. 뭐 그래도 걱정할 것 없어. 제프가 잘 알려 줄 거야. 제프는 우리의 깃발병이자 관리자잖아.”
빙긋 웃는 누트의 눈에선 제프에 대한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다른 사람을 잘 안 믿는 누트가 저 정도로 맹목적인 신뢰를 보내다니…….
‘그러고 보니 작업의 핵심은 제프에게 달려 있구나. 원래 정체가 뭘까? 어째서 지금껏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지?’
궁금한 것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원래 거신병들이 있는 전투에선 깃발병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거신병에 탑승한 자들은 거신병 외부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그런 때에 전술의 변화를 알려 주는 것이 바로 이 깃발병의 역할이었다.
즉 거신병 탑승 기사를 이끄는 지휘관이자 입과 귀의 역할을 대신해 주는 전쟁의 핵심 인물인 것이다.
‘거신병 다섯의 깃발병이자 관리자. 게다가 유물과 고대 문자까지 해석.’
껍질을 까도 까도 계속해서 또 다른 껍질이 나오는 양파처럼 제프라는 인물도 알면 알수록 신기한 인물이었다.
“탑승하지.”
“예! 쥬드, 가자!”
“나중에 봐, 쥬드∼!”
“먼저 탑승합니다.”
기이잉―
아피스의 신호에 맞춰 누트, 바니, 세베크 세 사람도 각자 거신병에 탑승했다.
공기가 울리고 땅이 흔들렸다. 노란색 안광과 함께 거대한 병사들이 잠에서 깨어났다.
‘이젠 내 차례인가?’
그런데 탑승을 위해 몸을 돌리던 쥬드는 너무나 뜻밖의 광경을 보고 그 자리에서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스쳤다.
어색한 위화감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끈적끈적한 뭔가를 뒤집어쓴 것처럼 등 뒤로 소름이 오싹 끼쳤다.
“제프!”
“네?”
“저걸 봐요!”
기잉―
이상함을 느꼈는지 제프는 물론이고 다른 팀원들도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
소리 없는 외침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아무런 말도 없었지만 그곳에 있던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쿠웅― 쿠웅―
기이잉―
커다란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거대한 그림자 세 개.
중심에 서 있는 주황색 거신병 한 대와 양쪽에 늘어서 있는 노란색 거신병 두 대.
처음엔 순간적으로 라울과 토트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이내 그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작업장이 있는 곳은 이곳으로부터 남동쪽. 하지만 지금 거신병들이 나타난 방향은 북서쪽.
그렇다. 북서쪽!
그들이 소속된 멤피스 왕국이 다른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방향이었다.
“크로노스!”
등 뒤에 선 제프의 떨리는 목소리가 신음처럼 흘러나왔다.
쥬드의 두 눈에도 거신병의 어깨에 그려져 있는 검은색 독수리 문장이 똑똑히 보였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 문장은 크로노스 제국의 국기에만 그려져 있는 크로노스의 상징이었다.
“제프.”
“네…….”
“지금까지 적국이 쳐들어온 적이 있습니까?”
“아뇨. 제 기억엔 없었어요.”
꾸욱―
주먹을 너무 세게 쥐었는지 쥬드의 손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럼 추가하십시오.”
“…….”
“적국이 쳐들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