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거신병 오시리스 1권(22화)
chapter.8 고대의 유적, 살아 있는 열쇠(3)


지하유적은 바깥만큼이나 신비로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얼핏 자연 동굴처럼 보이지만 자연 동굴이 이렇게나 반듯한 사각형의 석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사방 벽면에는 알아볼 수 없는 고대 문자가 빼곡히 새겨져 있었고, 석실을 밝히는 은은한 녹색빛은 석실 정면의 반쯤 열려 있는 문틈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여기가…… 지하 유적이군요.”
감탄의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쥬드에게 옆에 달라붙어 있던 바니가 대답했다.
“그치만 여긴 입구일 뿐이야. 안에 들어가야 진짜가 나온다고.”
“안이라면 저 문의 안쪽 말입니까?”
“어. 저 안쪽이야말로 진짜 지하 유적이지. 여긴 아무것도 아니라고. 안에 들어가서 보면 깜짝 놀랄걸?”
바니는 자기 것을 자랑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가슴을 쭉 펴고 자랑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분명 쥬드보다 두 살이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보니 오히려 동생 같았다.
쥬드는 그 모습이 조금 귀엽다고 생각했다.
“펠릭시아 씨, 어때요?”
“……뭐가 말입니까?”
“이 유적이요. 일만 년 전에 만들어진 유적이 이렇게나 멀쩡한 게 대단하죠? 하하. 얼핏 보면 자연 동굴로 보이지 않아요? 그렇죠?”
또 한 명 있었다. 이 동굴이 자기 작품인 것처럼 자랑스럽게 말하는 인물. 나이에 걸맞지 않게 늙어 보이면서 행동은 정반대로 어린아이 같은 남자.
……물론 이쪽은 전혀 귀엽지 않았다.
“그건…… 그렇군요.”
하지만 그 말만큼은 진실이라 부정할 수가 없었다.
쥬드는 흥미로운 눈으로 석실의 구석구석을 바라봤다.
“수분이 많은 곳인데도 벽면에 금 하나 안 갔군요. 건물을 지을 때 자연과의 조화를 이끌어 냈다는 뜻이겠죠.”
“오오! 펠릭시아 씨, 뭘 좀 볼 줄 아시는데요? 고고학도 공부하셨어요?”
“예, 기사단에 있을 때 조금 했습니다.”
제프만큼은 아니지만 쥬드 또한 원래는 박학다식한 인물이었다.
제프는 박수를 치면서 좋아했다.
“역시! 다재다능한 호루스다운데요?”
“별로 대단한 건 아닙니다.”
“아니에요. 충분히 대단해요. 기사 수련을 하면서 그 정도나 알고 계시다는 게 놀라워요.”
제프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게 즐거운 기색이었다.
“지금의 발전된 기술로도 고대의 건축물은 아직 똑같이 만들 수가 없어요. 고대 문명 때는 지금보다 훨씬 훨씬 더 기술이 발전했거나, 아니면 지금의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힘을 사용해서 만들었다는 뜻이겠죠. 어느 쪽이든 지금의 세계는 더욱 발전해야 해요.”
“그렇군요.”
“예, 고대 문명에 지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언젠가는 반드시 되갚아 줘야죠.”
그 말을 하는 제프는 어쩐지 비장해 보였다.
그리고 어느새 그들은 50미터 남짓한 석실을 지나 녹색 불빛이 새어 나오는 문 앞에 도착했다.
“자아, 도착했습니다. 이곳이 지하 유적이에요!”
끼이익―
“윽!”
부드럽게 문이 열리는 순간 쥬드는 너무 눈이 부셔서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어두운 곳에만 있던 눈이 잠시 적응을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잠시 후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다시 떴을 때, 쥬드는 감탄하며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쥬드, 어때? 대단하지?”
“예……. 정말 대단한데요?”
“그치? 그치? 아아― 나는 한 달에 한 번밖에 이걸 못 본다는 게 아쉬웠다니까.”
바니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쥬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니의 의견에 공감했다.
문이 열리며 드러난 유적은 더욱 거대하고 또한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입구보다 더욱 커다란 정육면체의 석실은 온통 녹색의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요정이 뛰노는 낙원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정면으로 보이는 커다란 비취색의 연못 위로 반짝거리는 녹색의 빛 뭉치들이 하늘하늘 날아다녔다.
사방의 석벽에는 입구와 마찬가지로 고대 문자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정면과 양쪽에는 각각 똑같이 생긴 문이 세워져 있었는데, 반쯤 열려 있던 입구와는 다르게 굳게 닫혀 있는 것이 쉽게 열릴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저건……?”
그중 쥬드의 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중심에 있는 연못에 몸을 담그고 있는 고양이 같은 얼굴의 거신병. 그 거신병의 몸에는 연못에서 올라온 빛 뭉치들이 한가득 달라붙어 있었다.
“저건…… 바니 씨의 거신병 아닙니까?”
쥬드가 얼떨떨해져 물어보자 바니는 즐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회복시키려고 저기에 넣어 뒀어.”
“회복이라고요?”
“응. 안 믿기지? 근데 사실이야. 저 연못에 넣어 두면 다쳤던 몸이 재생이 돼.”
바니의 얼굴은 진지했다.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어어―? 안 믿고 있지, 지금? 너무 한 거 아냐?”
“그렇지만 그런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어서…….”
“내 말은 진짜라고. 저것 봐. 내 거신병의 오른쪽 어깨. 분명히 반쯤 떨어져 나갔었는데 지금은 거의 다 재생되지 않았어?”
“……!”
쥬드는 잠시 살펴보다가 이내 그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고 보니 녹색의 빛 뭉치가 유난히 거신병의 오른쪽 어깨에 많이 달라붙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유심히 살펴보자 반쯤 날아가 버렸던 어깨가 이젠 거의 제 모양을 되찾은 것처럼 보였다.
‘세상에!’
쥬드는 경악했다.
상식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무기질 같은 모습의 거신병이 어떻게 살아 있는 ‘생물’처럼 손실된 부분을 스스로 재생시킨단 말인가?
“놀랍지? 나도 처음엔 그랬어.”
“…….”
“근데 좋지 않아? 우리 녹색 거신병만 들어 올 수 있는 유적에 이런 게 있다는 게……. 꼭 우리의 보금자리 같잖아. 그치?”
바니는 정말로 즐거운 것처럼 해맑게 웃고 있었다.
쥬드는 그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기이잉― 쿵!
기이잉― 쿵!
거신병 세 대가 그들의 뒤를 따라왔다.
아피스, 누트, 세베크.
그들은 쥬드의 거신병을 함께 들고 걸어와 유적의 연못에 집어넣었다. 생각보다 연못이 깊은지 거신병의 목 아래까지 잠겨 버렸다.
격전을 치른 쥬드의 거신병은 만신창이나 다름없었고, 녹색의 빛 뭉치들은 곧장 상처의 주변을 빼곡히 뒤덮었다.
“펠릭시아 씨.”
“예?”
고개를 돌리자 제프가 그를 보며 웃고 있었다.
“고고학을 공부하셨다고 하셨죠?”
“예, 어느 정도는.”
“혹시 고대 문자도 읽을 줄 아세요?”
쥬드는 고개를 저었다.
“읽을 수는 있습니다만…… 뜻은 간단한 단어 몇 개 정도밖에 모릅니다.”
고고학과 고대 문자라는 것은 그리 쉽게 배울 수 있는 학문이 아니었다.
신전에 있는 관련 서적을 읽은 것에 불과한 쥬드로서는 모르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 사실은 독학으로 발음을 할 줄 안다는 것조차 대단한 일이었다.
“오오! 발음은 할 줄 아신다는 거죠? 다행이네요.”
“예?”
“저쪽을 보세요. 세 방향에 각각 문이 있죠?”
쥬드의 시선이 돌아갔다. 정면과 좌우 벽면에 만들어져 있는 문. 처음부터 신경이 쓰이던 곳이었다.
“저 문들의 앞엔 각각 그 문에 연결된 방을 암시하는 말이 쓰여 있어요. 왼쪽은 신전, 정면은 대회장, 오른쪽은 기사의 방이죠.”
“그렇군요.”
“저 문을 열어야 하는데……. 안타깝지만 저희의 힘으론 열 수가 없어요. 문을 열기 위해선 정해진 말을 외워야 하는 것 같거든요.”
쥬드는 고개를 갸웃했다.
“정해진 말이라고요?”
“예, 쉽게 말하자면 문이 열리게 하는 주문 같은 거죠.”
“주문이라면……. 하지만 그건 제프가 말하면 간단한 일 아닙니까?”
“아쉽지만 저는 할 수가 없어요.”
“……?”
“펠릭시아 씨. 소환 의식을 하기 전에 적합 의식도 하셨죠?”
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적합 의식.
소환 의식을 치르기 일주일 전. 기사가 미리 유적에 가서 자신에게 가장 걸맞은 큐브를 찾아내는, 말하자면 ‘큐브 소환 의식’을 뜻하는 말이었다.
즉 거신병 기사라면 누구나 반드시 하게 되는 절차인 것이다.
“예, 그랬습니다만…….”
“저 문을 열기 위해선 그 적합 의식을 치른 사람이어야 하는 것 같아요.”
“……즉 거신병의 기사만 문을 열 수 있다는 거군요.”
“예, 그렇죠. 그리고 확실하진 않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엔 녹색 거신병의 기사만 문을 열 수 있지 않나 생각해요.”
제프의 목소리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쥬드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긴 그렇겠군요. 이 유적 자체가 녹색 거신병을 위해 만들어졌으니까요.”
“네, 제 생각도 바로 그거예요.”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뭘 하면 됩니까?”
“일단 이쪽에 오셔서 저 문에 쓰여 있는 글자를 읽으시면 돼요.”
멈칫―
쥬드의 몸이 굳었다.
“겨우 그게…… 답니까?”
“넵! 그거면 돼요.”
뭔가 의심스러웠지만 생글생글 웃는 제프에게선 다른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자 일행 모두가 흥미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쥬드는 찝찝한 마음이 드는 가운데 제프의 손에 이끌려 첫 번째 ‘대회장’의 문 앞으로 다가갔다.
“자, 우선 여기에 손을 대시구요.”
“…….”
툭―
당연히 차가울 거라 생각했던 문은 살짝 따뜻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쥬드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이것도 마법인 걸까? 기분이 묘했다. 예전에 이런 일이 한 번 있었던 것 같은 기시감이 느껴졌다.
“자, 그 다음은 이곳을 읽어 주세요.”
제프가 가리킨 곳은 쥬드가 손을 댄 곳 바로 위에 새겨져 있는 한 줄의 글씨였다.
쥬드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 글자들을 읽어 가기 시작했다.
“아나르 칼루바 티엘리아나.”
조용했다. 혹시나 해서 다시 한 번 읽어 봤다.
“아나르 칼루바 티엘리아나.”
하지만 여전히 아무 일도 없었다.
쥬드는 고개를 돌려 제프를 쳐다봤다.
“혹시 제 발음이 틀렸습니까?”
“으음, 아니요. 놀랄 만큼 정확했어요.”
“그럼 뭐가 문제입니까?”
“…….”
말 없이 빙글빙글 웃고 있는 제프에게선 대답이 없었다.
쥬드의 눈이 찌푸려졌다.
“제프. 정말로 이 방법이 맞습니까? 대회장으로 가는 문은…….”
기이이잉―!
“……?!”
쥬드의 말문이 막혔다.
갑자기 강렬한 녹색빛이 뿜어짐과 동시에 문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행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문 뒤에 숨겨져 있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밝음과 어둠이 조화롭게 섞인 곳이었다. 실제 왕궁의 회의장처럼 가장 높은 왕좌에서부터 좌우로 갈라진 곳에 있는 하찮은 말석까지. 그 모든 것이 흠잡을 곳 없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 왕궁 회의장의 자리 하나하나마다 만들어져 있는 거대한 ‘목제 인형’들.
그 모습은 일행 모두에게 번개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주었다.
“저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이한 감각이었다. 일행은 귀신에 홀린 듯한 얼굴이 되었다.
“왠지…… 숨이…… 가빠…….”
“저거 정말로……?”
“나를…… 부르고 있어!”
이성이라곤 모조리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멍하니 걸음을 옮기는 그들에게선 광기마저 엿보였다.
쿵! 쿵!
심장이 두근거렸다. 대회장에 늘어서 있는 서른 개가 넘는 인형들은 마치 지금도 회의를 열고 있는 것처럼 진지하고 결연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인형이라고 해서 사람 모양이라는 것이 아니었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동그랗고 커다란 통나무를 세워 놓은 것 같았는데, 자세히 보면 그 통나무에 신비로운 모습의 사람이 조각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인형이었다.
사람의 모양은 아니지만 그 위에 조각된 사람은 당장에라도 고함을 지르며 튀어 나올 것처럼 생생했다.
어찌나 정성 들여 조각했는지 그 커다란 통나무를 빽빽하게 채운 문양들은 손톱만큼의 여백도 남기지 않았다.
“이게…….”
“이건……?”
멍하니 걸어간 일행들은 누구 하나 똑같은 인형을 고르지 않았다.
각자의 모습, 각자의 운명이 끌어당기는 인형을 하나씩 고르고 그 인형을 향해 다가갔다.
저벅― 저벅―
쥬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업 링크의 봉인이 깨지면서 예민해진 감각 때문에 더욱 강한 유혹을 받고 있었다.
인형의 모습이 강렬하게 눈에 박혀들었다. 더욱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아니, 반드시 가까이 가서 봐야 했다.
“아……!”
이 대회장의 중심. 가장 높은 곳에 세워져 있는 왕좌를 향해 다가갔다.
쥬드를 부르는 조각상이 그곳에 있었다.
업 링크를 개방한 뒤로 그에게 도움을 주던 신(神)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 꺼져라.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목소리. 일만 생이 지나 다시 태어나도 잊지 못할 것 같은 말.
“나는 사자(死者)의 왕. 죽은 자들의 신(神)이다…….”
멍하니 중얼거린 쥬드가 조각상을 올려다봤다.
거신병만큼이나 큰 통나무에, 한 손엔 갈고리를, 한 손엔 도리깨로 보이는 것을 들고 있는 사람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마치 의식을 주관하는 신관처럼 치렁치렁한 장신구와 화려한 의복을 걸치고 독수리처럼 매서운 눈으로 회의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신성하고 고귀해서 인간이 아닌 듯한 느낌이었다.
은은한 녹색빛이 감도는 조각상이 말없이 그를 압도했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그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머리 위의 왕관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 얹혀 있는 두 개의 깃털.
“……!”
쥬드는 그 순간 자신의 거신병의 모습을 떠올렸다.
우연일까?
녹색의 거신병만 들어 올 수 있는 유적.
그리고 그곳에 있는 거신병을 닮은 조각상.
“신기하죠? 일만 년 전에 만들어진 유적에 인연을 느낀다는 것이요.”
“……제프?”
“이 조각상과 유적을 만든 사람은 우리와 인연이 이어질 것을 알았을까요? 하하, 만약 알았다면 정말 재밌었을 텐데……. 한번 만나서 물어보고 싶네요.”
놀라서 고개를 돌리자 제프가 조각상을 쓰다듬고 있었다.
“내가…….”
어째서 이곳까지 걸어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지끈거렸다.
“무리하실 것 없어요. 다른 분들도 그러니까요.”
“다른 분……?”
“예, 우리 팀원들이요.”
“……!”
“저쪽 보이죠? 팀장님이 보고 있는 소처럼 생긴 조각상. 누트 씨가 보고 있는 늑대 머리의 사람 조각상. 바니 씨가 보고 있는 고양이 머리 조각상. 그리고 세베크 씨가 보고 있는 거대한 악어 조각상이요.”
쥬드의 눈빛이 흔들렸다.
뭐라 말할 수 있을까. 그 모두가 자신의 거신병과 닮아 있거늘.
제프는 그런 쥬드를 잠시 지켜보다가 빙글빙글 웃으며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아! 한 가지 제가 생각해 본 것이 있어요.”
“……?”
“펠릭시아 씨의 거신병은 마차와 합체할 수 있었죠? 나무로 만들어진 마차와의 합체. 혹시 부족한 부분은 다른 통나무를 사용해서라도 채워 넣었고요.”
“그랬습니다.”
“문득 든 생각이 있어요. 어째서 마차였을까? 그리고 꼭 그 마차와만 변신이 가능할까? 만약 다른 것과 합체한다면 필요한 조건은 뭘까?”
“……!”
“그래서 혹시나 하고 대장군의 마차를 가져왔는데 아무런 저항도 없이 딱 합체가 되더라고요. 하하 재밌죠? 그 말은 딱히 그 마차가 아니라도 조건만 만족시키면 다른 것과 합체할 수 있다는 거거든요.”
쥬드는 조용히 경청했다.
씩 웃으며 말하는 제프의 말은 하나하나가 흥미로웠다.
“그리고 든 생각이에요. 녹색 거신병은 누군가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든 나무 물체와 합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라고요.”
“……!”
“몇 가지 더 실험해 봐야 알겠지만 저는 꽤 확신해요. 그래야 말이 되거든요.”
쥬드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누군가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든 나무 물체.’
그가 합체한 마차에 대해 그 이상 잘 설명할 수 있는 말도 없었다.
“펠릭시아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일리가 있지 않나요?”
“가능성이…… 있을 것 같군요.”
“그렇죠? 하하, 저도 그렇게 생각했다니까요?”
제프는 가슴을 쭉 펴고 자랑스럽게 웃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
제프의 웃음이 뚝 그쳤다. 그리고 쥬드를 보며 씩 웃었다.
“신기하죠?”
“뭐가 말입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유적에 왔는데…… 여기에 조각상이 있네요?”
“예?”
“요 녀석이요.”
제프는 조각상을 툭툭 두드렸다.
“나무로 만들어진 조각상. 누군가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든 나무 물체요.”
쥬드의 눈이 크게 떠졌다.
“설마……?”
“예, 그 설마예요. 으아, 재밌지 않나요? 저는 심장이 막 두근거리는데요?”
제프는 장난감을 손에 든 어린아이처럼 방방 뛰며 기뻐했다.
주변을 돌아보자 나머지 일행들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조각상 앞에 서 있었다.
쥬드는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운명의 상대를 만난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의 눈이 조각상으로부터 떨어지질 않았다.
“어때요? 펠릭시아 씨. 거신병을 데리고 와 보지 않으시겠어요?”
“…….”
잠시간의 망설임. 그리고…….
“저는…….”
쥬드의 입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