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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타나의 경비병 1(3화)
1장 제발 좀 그냥 내버려 둬라(3)


찌릿.
우연이었을까?
꼬맹이와 다스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아마도 도무지 주변 시선들을 참지 못한 꼬맹이가 시범 케이스로 그를 노려본 듯했다.
다스는 대충 그런 짐작을 하고 그냥 시선을 돌리려고 하는데 꼬맹이의 시선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더러운 벌레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일까?
변태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것도 아니고 그냥 아름다운 꽃을 멀리서 바라보듯이 잠시 감상한 것뿐인데 이런 대접을 받는다는 것이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 너무 예뻐서 한 번 쳐다보는 것도 죄란 말인가?
하긴 기분이 나쁘다면 어쩔 텐가? 저 꼬맹이에게 달려가 사생결단이라도 낼 건가?
하지만 이런 대접을 받았는데 사나이의 자존심이 있지 그냥 넘길 수는 없는 법, 마주친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잠시 눈싸움을 하다 시선을 쓰윽 앞의 여자에게로 돌린다.
여전히 꼬맹이는 그를 노려보고 있다. 그러다 다시 그 꼬맹이에게로 시선을, 다시 여자에게로 몇 번을 반복하다 마지막으로 꼬맹이를 보며 피식 웃는다.
일명 너 같은 건 그저 밋밋한 꼬맹이일 뿐이라는 비교의 비웃음이다. 그러고는 아예 고개를 싹 돌려 버렸다.
저 꼬맹이가 그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까?
그의 뒤통수로 서릿발이 꽂히는 것을 보니 눈치 없는 멍청한 꼬맹이는 아닌 듯하다. 설마하니 조금 쳐다보았다고, 아니 시선으로 비교 좀 했다고 달려와서 죽이기라도 할 텐가?
아! 물론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꼬맹이의 눈빛 플라즈마 광선이 다스의 몸을 수십 조각으로 갈라 버렸을 거다.
다스는 계속 노려보는 꼬맹이를 다시금 힐끗 보며 결정타로 입꼬리를 한 번 더 슬쩍 올려 준다. 그러고는 더 이상 관심 없다는 듯 맥주를 들이키며 나이프에 검강이 덮어진 상상을 하며 스테이크를 썰었다.
“세실리아, 왜 그러니?”
꼬맹이의 행동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던 것일까? 앞의 여자가 꼬맹이를 바라본다.
“흥. 아니에요. 이리아 언니.”
세실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꼬맹이가 다스로부터 느낀 저 눈빛은 여자로서 언니와 자신을 비교한 것이 틀림이 없었다. 안 그래도 언니와 비교해 모든 것이 작은 게 큰 콤플렉스이자 고민인데 막상 대놓고 비교를 당하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세실리아는 당장이라도 뛰어 나가 언니와 자신을 비교한 그를 잡아 족치고 싶었다. 그런 세실리아의 모습에 무언가를 짐작한 이리아는 세실리아가 바라보았던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곳에는 별 볼일 없는 남자 한 명이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곧 별일 아니라는 생각에 얼른 신경을 껐다.

‘슬슬 똥파리가 날아들 차례인가. 오늘 일진이 영 안 좋군.’
한참 여자들의 식사가 진행될 때쯤 신경 쓰이는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이미 주변은 알딸딸하게 술이 달아오른 분위기라 여자를 바라보는 눈빛이 점차 야릇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이런 상황에서는 필시 사건 사고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언제나 눈칫밥으로 살아온 그였기에 주변의 공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음을 느끼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의 예상대로 맥주를 얼마나 처먹었는지 얼굴이 달아오른 몇몇 용병들이 슬그머니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후우. 이 당연하다는 듯 일어나는 사건들의 전개. 그러면 그렇지. 예상을 빗나가질 않는다니깐.’
다스도 그들의 움직임에 맞추어 만약을 위해 슬그머니 움직일 준비를 한다.
“이봐, 예쁜이. 오늘 이 오빠들이 시간이 많이 남아돌아 한가한데 말이야. 오빠들이랑 후끈 달아오르게 한번 놀아 보고 싶지 않아?”
생긴 대로 논다고 멘트도 생긴 꼬라지와 딱 어울려 떨어진다. 능글맞은 표정 또한 그저 그렇게 생긴 놈들의 틀을 깨지 못한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자는 이 생기다 만 무식쟁이를 그냥 그대로 무시한다.
여기서 무시당한 저 무식쟁이의 행동 패턴은 어떨까? 아니 뭐 생각할 필요가 있나? 저런 놈들의 행동 패턴이야 뻔하지.
“아썅. 이것들이 지금 이 용병계의 불꽃, 크라운 님을 무시하는 거냐?”
불꽃 크라운이란다. 생긴 것도 딱 오븐에 구운 곰보빵이다. 설마 이름도 크라운 베이커리가 아니겠지? 제발 아니라고 말해 주라.
“희대의 영웅 크라운 베이커리 님이 친히 오셨는데.”
설마 했는데 진짜 크라운 베이커리다. 도대체 이놈의 세상 작명 센스는 왜 이렇단 말인가.
‘크라운 베이커리, 미치겠군. 이러다 파리 바게트도 나올 기세일세.’
그렇게 건들거리는 용병에게 먼저 시선을 준 것은 꼬맹이 쪽이다. 물론 쳐다만 본다면 무슨 문제가 있으랴. 항상 저 입이 문제지.
“미친놈 지랄하네. 더러운 용병 놈, 꼭 생긴 거랑 똑같이 놀아요.”
꼬맹이의 입에서 초롱초롱한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거친 말투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순간 상황을 즐기던 주변 용병들의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싹 잦아든다.
비록 용병 뒤에 들이라는 복수어를 붙이지는 않았지만 꼬맹이가 말한 용병이 지금 낄낄거리는 모든 용병들을 향하고 있다는 것은 꼬맹이의 주변을 스윽 훑어보는 눈빛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저 꼬맹이가 미쳤나?’
미치지 않고서야 저 인상 더러운 덩치들을 앞에 두고 망발을 내뱉을 리가 없다.
“당장 꺼지지 않으면 너 거시기를 칼로 확 잘라 고자로 만들어 버린다.”
어떻게 꼬맹이가 겁대가리도 없이 저런 잔인한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부모는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켰단 말인가.
황당하기는 그녀들의 앞을 진치고 있는 3명의 용병들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그들은 이 겁대가리 없는 꼬맹이를 내려다보며 이 조마막한 녀석을 어떻게 요리할까 하며 생각하는 듯했다.
그중 일부는 변태적인 생각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저놈들 묘한 표정을 보라. 얼굴도 범죄자 형인 것이 딱 변태 짓이나 일삼을 표정 아닌가.
“세실리아. 항상 몸가짐을 조심하고 또한 말을 조심하라고 그렇게 일렀잖니. 가르침을 베푸는 이로서의 신분을 잊었느냐. 너 안 되겠구나. 나중에 집에 가서 보자꾸나.”
“씨잉. 언니.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
꼬맹이 세실리아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지만 이리아는 단호한 눈빛으로 맞받아쳤다.
“세실리아.”
주변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그녀들의 모습에 다스는 어이가 없었다. 이 여자 둘 다 뭘 잘못 먹었는지는 몰라도 지금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제 동생이 말이 좀 심했네요. 제가 대신 사과를 드릴게요.”
심지어 용병에게 사과까지 한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사과는 하지만 생글거리는 얼굴은 절대 사과를 하는 얼굴이 아니다. 정말 미친 것이 아닐까?
비록 이 용병이 무식하긴 하지만 나름 산전수전을 겪은 자이기에 그런 말을 듣고는 아! 네 뭐 그럴 수도 있죠. 라고 외칠 바보는 아니다. 지금 이 여자는 분명 자신을 놀리고 있는 것이다.
상황을 살피던 다스는 사단이 나도 큰 사단이 날 것 같아 슬슬 움직일 준비를 마친다.
“이년들이 진짜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와장창.
크라운 베이커리라는 빵집 이름을 가진 용병이 화가 꼭지까지 올랐는지 그녀들 앞의 테이블을 그대로 엎어 버렸다. 그리고 주변의 다른 용병들도 꼬맹이의 말을 쉽게 넘어갈 마음이 없는지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 무식해 보이는 용병들에게 여자에 대한 매너를 바라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다.
“주둥이를 함부로 놀린 죄를 여기 계신 모든 분들에게 네년이 몸으로 갚아야 할 것이다.”
꼬맹이가 주둥이를 놀려 악화시킨 원인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상황만 놓고 봐서는 험악한 용병들이 연약한 두 여인네를 괴롭히는 연출이었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는 당연히 기사도가 넘치는 엄친아가 떡하니 튀어나와 그들 앞에 서서 이렇게 외치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다.
[이 더러운 종자들, 더 이상 지켜볼 수만 없다. 내 정의의 검이 너희들을 용서치 않으리라.]
희한하게도 소설 속의 그런 엄친아들은 저런 여인네를 기다리며 항상 이런 곳에서 대기를 하고 있다. 뻔한 이야기지만 능력만 된다면 여인네에 대한 호감도를 바짝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아니겠는가.
그때 그런 엄친아가 자신이라도 되는 듯 이미 준비를 하고 있던 다스는 피식 웃으며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미 아까부터 식당 안의 일반인이라고는 자신밖에 없었는지라 여자를 제외하고는 제일 튀었기에 그의 행동은 일부 눈치 빠른 용병들의 눈에 들어왔다.
그 일부 용병들도 그가 피식 웃으며 일어나는 것을 보았는지 살짝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 주변 용병들에게 눈치를 보낸다. 물론 여인네들과 마주하고 있는 크라운 빵집, 아니 베이커리 일당에게도 눈빛으로 그곳을 보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다스의 모습은 누가 봐도 여자들을 악당들로부터 구하기 위해 나설 준비를 하는 숨은 기인이사의 모습이었다. 그들도 나름 양산 판타지의 기본 틀에서 잘못하면 객사하는 용병 1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어림짐작하는 모양이다.
험악한 용병들 속에서 오히려 튀는 평범함을 내비치는 그의 모습을 은밀히 지켜보고 있던 두 여인네도 그가 일어나자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한다.
진정한 고수는 평범함 속에 비범함이 숨겨져 있다고 했던가? 아마도 앞으로의 멋진 전개를 나름 기대하는 모양이다.
크라운 베이커리 일당을 비롯한 용병들의 견제와 두 여인네의 기대 어린 눈빛을 받으며 일어난 다스는 조심스럽게 탁자를 잡았다.
“야이 냄새나는 용병 새끼들아. 연약한 여인네나 희롱하는 너희들같이 더러운 종자들과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갈 수 없다. 정의의 이름으로 너희들을 용서하지 않겠다.”
라고 외치며 사랑과 정의를 지키는 세일러문인 양 달려 나갈 줄 알았냐? 이미 그가 어떤 위인인지는 몇 번을 언급했다.
잘 봐라. 그는 지금 탁자를 들고 슬금슬금 구석으로 이동을 하고 있다. 음식과 맥주가 쏟아지지 않게 얼마나 조심스럽게 들고 이동을 하는지 가서 도와주고 싶을 정도다.
끼이익.
그러다 탁자를 바닥에 끄는 소리가 나자 전운이 감돌았던 주변의 시선이 더욱 강렬하게 그에게로 집중이 된다. 그에 그는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이더니 어기적거리며 조금 더 빠르게 구석으로 이동한다.
어느 정도 위험 범위에서 벗어났다고 생각을 했는지 다시 슬그머니 자리에 앉더니 고개를 푹 숙인 채 스테이크를 집어 먹기 시작한다.
하도 어이가 없었던지 그를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던 용병들도 멍하니 바라만 본다. 물론 두 여인네도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네가 위험에 처했는데 객기로라도 한 번 정도는 막아서는 게 정상이 아닌가? 혹시 아는가? 살아남아서 아름다운 여인네와의 로맨스가 펼쳐질지? 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아니 현실적이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데 로맨스는 개뿔. 목숨이 더 중요해. 원래 자기 일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법이고 세상은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거야. 암. 그렇고말고. 그러니 알아서 하라 그래.’
솔직히 말해 현실의 대한민국에서도 그렇지만 범죄를 보고 어설프게 도와주다가 다치거나 문제 생기면 순전 자기 손해다. 그런 경우에는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다. 범죄를 목격하더라도 그냥 모른 척 지나치는 게 상책이다. 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목격자로서 경찰에 출석을 해도 경찰에게 가해자와 똑같은 대접을 받아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으며 목격자를 자처한 것을 후회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폭행사건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개입했다가 졸지에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은 아는 사람이면 다 안다.
성폭행범을 잡으려고 싸웠다가 여자가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오히려 폭행범으로 몰린 경우도 제법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심지어 여자는 사라지고 도움 준 이는 칼에 찔려 죽은 경우도 있다.
어설픈 영웅 심리에 괜히 나섰다가 피해 보면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한다. 그런 것을 감수할 각오가 있으면 어설픈 영웅 흉내를 내도 상관없다. 아니면 그냥 모른 척하고 작은 양심으로 신고만 한 번 지그시 때려 줘라.
될 수 있으면 귀찮지 않게 공중전화로 말이다. 그 정도면 우리는 충분히 할 일을 한 것이다.
인간은 결국 망각의 동물이며 자신에게 불리한 일이 아니라면 금방 잊어버린다. 그래, 양심의 가책은 어차피 아주 잠시다. 물론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나서는 사람은 충분히 존경 받을 만하다.
현실은 결코 소설이나 영화 같지 않은 법이다. 우리는 히어로가 아닌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결국 판단은 스스로가 할 일이겠지만, 현실에 슈퍼맨 같은 히어로가 있다면 그 히어로는 폭력건으로 수백 번 고소를 당했을지도 모른다.
다스, 그는 매우 평범하고 세상의 암묵적인 룰에 충실한 현실적인 사람이지 영웅이 아니다. 솔직히 자기가 무슨 힘이 있어 이 많은 험악한 용병들을 상대한단 말인가.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이런 쪽수엔 다굴 맞고 반병신 될 게 뻔했다.
다구리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