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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타나의 경비병 1(8화)
3장 또 너냐?(1)
“이 개노무 쉐이들, 오늘 내가 개방의 절초 타구봉법을 친히 맛보여 주시겠다.”
개 잡듯이 팬다는 의미를 지닌 무림 대방파 개방의 절초 타구봉법, 뭐 솔직히 타구봉법이 별거 있겠는가? 그냥 개 패듯이 패면 그게 바로 절대절명의 절초인 타구봉법이 아니겠는가.
나름 12성의 타구봉법을 뽐내는 다스는 정말 오랜만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지라 갑작스러운 기습을 받고 쓰러진 4명의 수습기사들을 그 소리도 신명나게 두들겼다.
퍽퍽퍽.
“크어억.”
맞는 소리도 신명나고 비명 소리도 신명나니 두들기는 이도 신명이 나는구나.
예술적인 시조가 절로 흘러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퍽퍽퍽.
수습기사들은 이미 무방비로 정신없이 맞고 있었기 때문에 몸을 웅크리는 것 외에는 아무런 반항을 하지 못했다. 물론 그들이 급수가 제법 높은 정기사 정도의 상당한 고수였다면 다스의 나름 치밀한 기습에 한 번쯤 당했겠지만 쪽수도 많은데 이렇게 계속 두들겨 맞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경험이 일천한 허접한 수습기사에 불과했다. 물론 허접하다는 기준은 기사들의 기준에서다.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은 이들이 일반 병사들보다야 강한 것만은 틀림이 없다.
“감히 내 구역에 와서 깽판을 쳐? 내가 세상에서 젤 싫어하는 게 남이 내 구역에서 깽판 치는 것인 줄 몰라?”
당연히 저들이 알 리가 없다.
그는 가슴속 깊이 나도 언젠가는 멋지게 깽판을 한 번 치겠다는 나름 웅대한 포부를 지니고 있었다. 뭐 현재로서는 포부라기보다는 망상에 빠진 돈키호테에 불과해 보인다. 돈키호테보다 조금 더 나은 면이 있다면 불공평하고 더러운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는 것 정도.
“앙? 이 더러운 세상을 깽판 못 치는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이 개 같은 새끼들이 감히 북문의 절대경비 포스의 다스 베이더 님이 계신 성스러운 이곳에서 깽판을 놓아?”
포스와 함께하기를 하고 외칠 수는 있지만, 안타깝게도 광선 검이 없어 구닥다리 경비용 창이 그를 대신한다.
빠악.
“아악.”
이름부터가 구타 유발자들을 연상시키는 군타 유바르자는 이름 자체가 워낙 귀에 쏙쏙 들어오다 보니 다른 3명의 수습기사들보다 1.5배는 더 맞아야 했다.
“절대경비 포스의 다스 베이더, 이 영광스러운 이름을 뼈 속 깊이 새겨 주마.”
그렇게 무자비한 구타가 자행되고는 있지만 다스는 바보가 아니다. 진정한 구타의 묘미를 모르는 멍청한 놈이 이런 구타를 저지르면 사람 반병신 만들어 놓기 일쑤다.
하지만 다스는 어디를 어떻게 때려야 별다른 상처 없이 고통만 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해병 병장을 거치며 선임들에게 몸으로 전수 받은 최고의 필살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뭐 기술이라고 해 봐야 별거 없다. 최대한 살집이 많은 부분을 근육 파열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힘으로 두드려 주면 되는 거다.
그가 때리는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처음 머리가 띵할 정도로 뒤통수를 적당히 후려친 것 외에는 특별히 위험한 부위를 절대 건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수습기사라는 놈들도 나름 기사라고 튼튼하기는 무지 튼튼하기에 때리기에는 딱 좋은 몸뚱이였다.
“후욱, 후욱.”
수습기사 네 놈을 얼마나 흠신 나게 두들겼는지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이제야 어제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풀린 상황, 더 이상 두들겨 봐야 힘만 든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불안한 눈으로 뒤에서 바라만 보고 있는 한스에게 시선을 돌린다.
“신삥.”
한스는 그의 부름에 깜짝 놀라며 대답을 했다.
“네, 넵.”
상당히 떨리는 목소리다.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기사들은 동경의 대상인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기에 당연한 현상이다.
과거 귀족들은 길을 지나가다가도 사소한 이유로 일반 평민들을 칼로 베는 경우가 가끔 있었고 그것은 고귀한 귀족들의 당연한 권리로 아무런 죄를 물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귀족들은 그나마 백성들이 물건이라는 관념이라도 있었다. 즉 세금을 내는 소중한 물건으로 간주, 함부로 칼을 들이 내밀진 않았지만 기사들은 달랐다.
지금이야 공무원 취급을 받고 있으나 예전에는 보통 일반적인 기사 하면 준남작 혹은 남작 정도의 하급 귀족으로 그들은 정말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귀족들에 의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면 거의 80% 이상이 바로 기사들이 일으킨 사건으로 안하무인격이었다고 보면 된다. 그들 대부분이 말로만 기사도를 운운하는, 권위의식에 찌들어 있던 자들로서 하급 귀족인 자신들이 위로는 표출할 수 없는 힘의 권한을 아래로 표출을 했었던 것이다.
“아까 너 친 놈이 누구냐?”
한스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는 눈치다. 그런 한스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다스는 눈을 가늘게 뜨며 노려본다.
“야! 신삥, 내 말 안 들려?”
“네, 넵. 하지만. 이분들은.”
순간 다스는 눈이 번쩍이며 갑자기 한스에게로 달려 나가 날아 차기를 한 방 먹였고 한스는 그대로 밀려 넘어갔다.
“뭐? 이분들? 아놔. 이 고문관 신삥 쉐이가 오늘도 빡 돌게 만드네.”
미는 정도로 그리 세게 차지는 않았지만 한스는 전입 온 지 얼마 안 되는 신병에다가 어제의 일도 있고 해서 그런지 잔뜩 기합 든 모습으로 벌떡 일어난다.
“다시 한 번 말해 봐? 누구라고?”
그의 협박에 이미 한스의 온몸은 뻣뻣하게 굳어 버렸고 점차 사고 기능이 마비되어 갔다. 너부러진 수습기사들보다 앞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는 고참이 무서운 건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저 수습기사들을 완전히 떡을 만들어 놓지 않았던가. 지금 한스의 눈에 비친 다스의 모습은 악마나 다름이 없었다.
“어느 간땡이가 부운 새끼가 이 감히 절대경비 포스의 다스 베이더 님의 부하를 찬 새끼야. 제대로 찍어.”
그의 노려봄에 한스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가락을 내밀어 너부러진 수습기사 중 한 명을 가리킨다.
“넵, 바로 저부운…… 새끼입니다.”
한스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천천히 따라간 다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기 시작한다.
“오호라. 그래. 구타 유발자, 역시 네놈이었구나. 네놈은 어쩔 수 없이 구타를 유발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보다.”
군타 유바르자, 가장 많이 맞았어도 누워서 꿈틀거리기만 하는 세 놈과는 다르게 끙끙거리며 고개를 치켜드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봐서 맷집 하나는 기가 막히게 좋아 보인다. 좋은 말로 맷집이 좋다고 하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딱 때리기 좋다는 의미가 아닐까?
“크으윽. 너희들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우린 너희 같은 하층 쓰레기 경비병들쯤이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 있다. 지금이라도 당장 용서를, 크악!”
그대로 한 대 더 얻어맞는다.
매를 번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 주는 좋은 예이다. 뭐 어떻게 보면 상당히 근성이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지금 다스를 대함에 있어 그런 근성 따위는 치명적인 독극물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 새끼가 곧 죽어도 주둥이는 살아 있네. 야, 신삥.”
“넵.”
“내가 두 가지 선택권을 주겠다.”
한스는 바짝 긴장하며 다스가 또 어떤 말도 안 되는 말을 내뱉을지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다.
“첫 번째는 저놈 말대로 나중에 저놈들한테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오늘 나한테 개나 소나 다 알게 그냥 여기서 맞아 죽는 것이다.”
“…….”
한스의 등 뒤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어느 항목을 택하더라도 죽기는 매한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오늘 죽느냐 나중에 죽느냐의 근소한 차이일 뿐.
“자, 현명한 선택을 해라.”
고민? 이러도 죽고 저래도 죽는데 고민할 게 뭐가 있겠는가. 어차피 죽을 것이라면 차라리 나중에 죽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처…… 첫 번째를 선택하겠습니다.”
그제야 다스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을 터, 그 정답을 잘 고른 한스의 어깨를 한번 쳐 주며 슬그머니 어깨동무를 한다.
“그럼 네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겠지? 잘 봐라. 기사라고 별거냐? 두들겨 맞고 아픈 건 너나 저놈들이나 매한가지야.”
다스가 무엇을 바라는지 한스는 알아차린다. 허나 막상 행동에 나서려니 망설여질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쫄따구를 행동하게 만드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자, 딱 열을 세겠다. 열을 세기 전에 저놈한테 달려가서 아까 당했던 너의 울분을 푼다. 아니면 나한테 먼저 죽는다. 10, 9…… 3, 2.”
그는 9에서 중간을 생략하고 바로 3으로 넘겼다. 그러자 다급해진 한스는 괴성을 지르며 군타 유바르자를 목표로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으아아아아.”
그런 한스의 모습을 바라보는 다스의 얼굴엔 만족감이 서린다. 쫄따구에게는 그냥 협박 한 번이면 만사형통이라는 진리는 역시 오늘도 증명이 된다.
물론 너무 흥분할지도 모르는 한스에게 간단한 주의 사항을 일러 주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야야! 일이 잘못되어 견적 많이 나올 수가 있으니 무기로는 때리지는 마라.”
다스는 한스가 군타 유바르자를 구타하고 있는 모습을 유심히 보며 작게 중얼거린다.
‘저놈 소질이 있다.’
사실 한스가 어린 만큼 몸집도 작고 크게 힘이 세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튼튼한 몸뚱이를 가진 수습기사들을 두들겨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기에 한스가 구타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제지하는 것이 주목적이었으나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스는 조금 전 다스가 두들겨 패는 모습을 보고 배웠는지, 아니면 본능적으로 그렇게 패야 한다는 것을 아는지 절묘하게 위험한 곳을 피해 때리고 있었다.
그리고 저 표정을 보라.
처음에는 꺼리는 표정으로 한 번 두 번 두들기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입가에 미소까지 머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거 습관 되면 골치 아플 것 같은데.’
군대도 그렇지만 구타 사고도 치는 놈이 계속 친다. 이미 구타가 습관이 된 이들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손부터 나가는 법이다.
‘저놈의 짜릿해하는 표정 봐라. 크게 될 놈일세.’
슬슬 입질이 오기 시작하는 짜릿한 손맛에 한껏 빠진 한스를 보고 있자니 바로 밑에 들어올 놈들 고생길이 훤해 보인다.
‘뭐 나야 상관없겠지.’
틀린 말은 아니다. 어차피 한스 밑에 오는 놈이 고생을 하든 말든 자신과 무슨 상관인가. 물론 한스의 어두운 이면을 끌어낸다는 죄책감이 없지는 않다. 그것도 개미 코딱지만큼의 아주 조금.
간섭할 필요가 없는 깔끔하고 정갈한 한스의 구타를 흥미롭게 지켜만 보던 다스는 어느 정도 되었다고 생각을 했는지 한스를 멈추어 세운다.
“야야, 됐다. 그만해라.”
그러자 한스의 손길이 딱 멈추며 미소를 머금은 조금은 섬뜩한 얼굴로 그를 돌아본다.
“이제 슬슬 몸이 풀리기 시작하는데 조금 더 하면 안 되겠습니까?”
이놈 짜릿한 손맛에 완전히 맛 들인 듯하다. 다스는 그런 그의 머리를 한 번 툭 쳤다.
“인마, 명심해. 모든 건 적당히 해야 하는 법이야. 아니면 진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수가 있어.”
그제야 조금 정신을 차렸는지 한스는 얼른 표정을 바꾸며 물러난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상당히 흥분해서 기사를 두들겼다는 사실을 인식하자 얼굴 낯빛이 노래지기 시작했다.
다스가 수습기사들의 뒤통수를 침과 동시에 두들겨 팬 시간은 겨우 5분여, 한스가 2분여를 팼으니 10분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맞고 있던 수습기사들은 그 시간이 억만겁 같았을 것이다.
‘이놈 이중인격적인 성향이 좀 있잖아. 너도 고생 좀 하것다.’
이중인격적인 성향이 있거나 말거나 다스는 한스를 뒤로 살짝 물린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수습기사들에게 다가가 쭈그리고 앉았다.
“그러게 왜 맞을 짓을 해 가지고 내 주먹을 아프게 만들어. 아! 주먹도 아프고 발도 아프고 오늘 너무 힘을 썼는지 몸살이 나려 한다. 너희들로부터 치료비 좀 받아야겠다. 불만 없지? 불만 있으면 빨리 말하구. 말이 없으니 불만 없는 걸로 안다.”
그러면서 손은 이미 쓰러진 수습기사들의 주머니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간간이 뒤적거리는 다스의 그 손길을 거부하며 반항을 하는 놈은 그대로 한 방 더 먹여 주었다. 그는 능수능란한 손길로 빠르게 수습기사들의 주머니에서 돈주머니로 짐작되는 주머니 4개를 꺼내더니 혹시 주변에 누가 보고 있나 한번 쓰윽 둘러보고는 얼른 품속으로 집어넣는다.
“형이 좋은 데 써 줄 테니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는 말고.”
졸지에 두들겨 맞고 돈까지 빼앗긴 수습기사들이었지만 그들은 쓰러져 끙끙대기만 할 뿐이다. 정말 제대로 시원하게 맞았는지, 칼을 뽑아 들고 이놈을 죽여 버리겠다는 생각마저도 들지 않았다.
“자, 그럼.”
두둑한 돈주머니를 기분 좋게 챙긴 다스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진다. 그 미소를 얼핏 보았던 군타 유바르자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불안감을 느껴야만 했다.
“이제 치료비는 대강 받았고 물질적 보상과 정신적 피해 보상은 따로 받아야겠지?”
아무래도 다스는 이들을 이대로 그냥 보내 주고 싶지는 않은 모양인지 쪼그리고 앉은 그 자세로 4명을 눈으로 스윽 훑더니 군타 유바르자의 검을 빼앗아 꺼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