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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타나의 경비병 1(9화)
3장 또 너냐?(2)


스르릉.
“이 자식이 감히!”
이들도 비록 아직은 수습이지만 기사라는 호칭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을 한다. 기사의 무기는 생명과도 같다는 인식이 있었기에 군타 유바르자는 어디서 힘이 났는지 벌떡 일어서더니 그를 덮쳐 왔다.
“지랄을 해라.”
빠악.
“케에엑.”
이미 만신창이가 된 군타 유바르자를 다스는 그대로 걷어차 버렸다.
“매를 벌어요.”
그렇게 나뒹굴어 가는 군타 유바르자를 뒤로한 채 다스는 수습이지만 기사의 검답게 날이 서슬 퍼렇게 서 있는 검을 바라본다. 잠시 칼날을 슬며시 만져 보니 생각보다 더 날카로운 것 같았다. 그리고 상당히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음.”
짧은 고민을 하던 다스의 시선이 옮겨진 곳은 여전히 낯빛이 노란 상태로 서 있는 한스였다. 다스는 그런 한스를 보며 모든 고민을 날려 버린다.
“야. 신삥, 이리 와 봐.”
이미 기사들을 팼다는 자괴감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 있던 한스가 그의 앞으로 뛰어와 잔뜩 긴장을 한다.
그는 굳어 있는 한스와 칼을 두어 번 번갈아 본다.
“아무래도 하나로는 약발이 조금 약하겠지?”
그러면서 힘겹게 서로를 부축하는 수습기사들에게 다가가는 다스, 한스는 다스가 어떤 의도로 자신을 불렀는지 짐작하지도 못했다.
사이한 미소를 짓던 다스가 겨우 서로를 부축해 일어나려는 수습기사들을 다시 한 번 걷어차 버린 뒤 그중 한 명의 칼을 또 뺏어 든다.
“그래. 그래도 둘 정도는 되어야지 약발이 좀 받겠지.”
양손에 들린 칼, 묘한 미소, 그리고 또 무슨 짓을 하려는지 그를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한스, 마지막으로 걷어차인 뒤 우르르 넘어진 채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는 수습기사들까지 상황 정리가 쉽게 되지 않는다.
다스는 특히 칼을 빼앗긴 군타 유바르자와 그의 동료가 죽일 듯 노려보는 것을 싹 무시하며 한스에게로 다가가더니 제일 먼저 주변에 혹시 누가 있는지 없는지를 살폈다.
북문 자체가 도시 중심가와는 상당히 떨어진 외곽이고 주변은 공터에다가 저 멀리 허름한 집 몇 채만 있는 곳이다.
주변 농지로 일하러 가는 일꾼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등의 일정 시간을 제외하고는 유동 인구가 그렇게 많이 없기 때문에 수습기사들과의 실랑이가 10여 분 조금 넘게 지난 이 시간에도 그 모습을 본 사람은 없었다.
‘좋아, 아직은 주변에 사람이 없군.’
아직 일꾼들이 돌아올 시간이 아니라 주변은 한산하기만 했다. 어차피 북문 주변은 거의 공터로 인가와 상당히 떨어져 있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저 멀리서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공터를 지나 민가 주변을 넓은 시야로 한 번 더 살핀 다스는 양손에 칼을 든 채 한스에게로 다가간다.
“조……장님, 무슨.”
한스는 흑마법사라도 되는 양 사이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다스를 보니 목소리가 떨려 왔다.
“걱정하지 마. 이번 건은 너의 작은 고통을 참작해 특별히 너에게 6을 주고 내가 4를 가질 테니깐.”
“조…… 조장님. 그게 무슨 말씀?”
“조금 따끔할 뿐이다. 조금 따끔하고 돈 벌면 얼마나 좋냐?”
다스가 미친 것일까? 아무래도 진짜 미친 게 아닌가 싶다.
“네?”
그는 불안하고 의문스러운 눈길을 보내는 한스를 싹 무시하더니 슬쩍 오른쪽 손에 들린 칼을 들어 갑자기 한스의 팔을 베어 버린다. 그제야 한스는 다스가 한 따끔할 것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다.
“크윽.”
그렇게 깊게 베이지 않아 옷이 잘려 나가고 살이 조금 파였지만 생살을 갈라 버렸으니 피가 흥건하게 나는 건 당연하다. 사람을 칼로 베는데 그것을 따끔하다고 말하는 다스가 그렇게 사악해 보일 수가 없다.
물론 자기 팔을 베는 것이라면 이건 살인이라고 길길이 날뛸지도 모르나 어차피 그의 팔은 아니다. 자신의 팔이 아니라면 칼로 깊숙이 찔러도 그냥 따끔한 거다.
“무슨 짓? 윽.”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은 수습기사들도 마찬가지다. 이 미친놈이 갑자기 칼을 빼앗아 가더니 동료를 베어 버린다.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진짜로 미친놈이 아니라면 절대 이해 불가능이다. 이건 미친 또라이가 틀림이 없었다.
“한쪽으로는 약발이 안 먹힐 수가 있으니 자, 한 번만 더 따끔하자. 응?”
진짜 미친놈같이 한스를 어르고 달래는 듯한 말투로 다시 다가간다. 한스는 자신의 팔을 베어 버린 다스를 경악한 눈길로 바라보지만 그는 여전히 무시하며 그대로 다른 팔도 베어 버린다.
물론 다른 칼을 썼다.
스윽.
“크윽. 조장님, 도대체 왜?”
한스가 어떤 반응을 보이던지 신경 쓰지 않은 채 상처가 난 양쪽 팔이 피로 물들어 가는 모습을 만족스런 얼굴로 바라본다.
“오케이. 아주 좋아. 완벽해.”
그러고는 갑작스럽게 칼을 그 주인들에게 던진다. 군타 유바르자를 비롯해 칼의 주인들은 피 묻은 자신들의 칼을 얼떨결에 받아 들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다스는 허리춤에서 비상 나팔을 꺼내 들더니 수습기사들을 보며 다시 한 번 씨익 웃어 보인다. 수습기사들은 이 또라이가 무슨 짓을 할지 불안한 눈길로 그저 바라만 본다.
그리고 비상 나팔을 꺼내 든 다스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나팔을 입에 가져가서 힘껏 불었다.
뿌우, 뿌우웅.

경비는 성문에만 서 있는 것이 아니다. 성벽 위에도 병력들이 순찰을 돌고 있으며 일정 신호 체계가 있다.
뿌우, 뿌우웅.
“뭐야?”
성벽 위를 순찰하던 병사가 북문 쪽의 비상 신호를 듣고 빠르게 북문 경비대로 비상 상황을 전파했다. 그리고 북문 경비대는 비상대기조 병력들을 북문 쪽으로 급파한다. 이미 비상시 행동요령들이 있고 평소에도 충분히 훈련을 거치기 때문에 허둥대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빨리 움직여. 북문이다.”
30여 명으로 구성된 북문 경비대 비상대기조 조장은 부하들을 독려하며 무기를 든 채 북문 쪽으로 달려 나갔다. 수년간 단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다. 대부분이 오늘 첫 실전이라 무척 긴장하는 듯했다.
“빨리, 빨리.”
그들은 그렇게 훈련 받은 대로 신속하게 북문을 향해 달린다.

북문 경비대의 비상대기조가 북문까지 도달한 시간은 10분여에 지나지 않았다. 경비대 비상대기조 병영 자체가 북문과 멀지 않은 곳에 있기에 비상시에 조금 더 신속하게 대처가 가능했다.
‘오는군.’
다스가 비상대기조가 오는 것을 확인하는 사이, 몸과 정신을 수습한 수습기사들은 당한 것에 대한 분노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는지 일제히 검을 꺼내 들고 그와 대치한다. 다스는 그런 그들의 예상된 행동을 보며 내심 미소를 짓는다.
‘설정 좋고, 상황 좋고. 카메라 준비되었고.’
한스는 다스의 어이없는 팀킬로 인해 양팔에 피를 흘리며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가만두지 않겠다.”
원한 가득 서린 눈으로 군타 유바르자를 비롯한 4명의 수습기사들은 일제히 검을 고쳐 잡고 다스를 공격할 준비를 했다. 이미 다스에게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던 터라 그들은 비상대기조가 달려오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기필코 죽여 버리겠다. 으아합.”
가장 악에 받쳐 있던 군타 유바르자가 자신의 칼을 부여잡은 채 다스에게로 덤벼들려는 위험한 찰나였다. 다스가 들고 있던 창을 갑자기 옆으로 내던지더니 한스의 어깨를 부여잡는 게 아닌가.
“인마. 한스! 괜찮아? 한스, 야 인마! 정신 차려 봐.”
그는 갑작스럽게 한스의 어깨를 마구 흔들어 대며 고함을 크게 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솔직히 누가 봐도 어색한 연기임이 분명했다.
“이 새끼야. 정신을 차리란 말이다.”
한스는 양팔에 피가 좀 나긴 했지만 살만 살짝 베여 크게 깊은 상처를 입은 것도 아니다.
“……?”
당연히 갑작스러운 다스의 행동에 한스는 이 미친놈이 또 왜 이러나 싶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눈만 껌벅거린다. 그 순간 수습기사들과 뒤에서 달려오는 비상대기조들에게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다스의 주먹이 한스의 아랫배를 강타했다.
“우욱.”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터라 한스는 숨이 턱 하니 막히며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그러든가 말든가 다스는 어색한 울부짖는 연기를 할 뿐이다.
“크흐윽. 한스! 이 자식아, 정신을 차리란 말이다.”
뭐 솔직히 스스로 주저앉았다기보다는 다스가 억지로 힘을 주어 내리눌렀다는 게 맞을 듯싶다. 심지어 오열까지 내뱉으며 한스를 흔들어 대던 다스가 벌떡 일어서더니 나 지금 분노했다는 어색한 표정으로 수습기사들을 노려본다.
“우리 한스를 감히! 네놈들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
저 짓을 누가 했는데 누가 누구보고 용서를 한다는 말인가? 어이없어 하는 수습기사들의 얼굴만 봐도 딱 그 내심이 짐작이 간다.
“죽어라. 이 한스의 원수들. 으아아아.”
거기다 정말 미쳤는지 이제는 맨몸으로 수습기사들을 향해 달려 나간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다스의 행동에 수습기사들은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베어 버리고 싶지만 이 미친놈에게 막상 손이 나가질 않았다.
바로 그때, 다스의 공격을 멈추게 하는 목소리가 수습기사들의 뒤에서 들렸다.
“당장 멈추시오.”
우뚝.
다스가 이렇게 말을 잘 들었던가? 멈추라는 소리가 들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멈춘다. 그리 울분 섞인 표정을 다시 한 번 어색하게 연기하며 수습기사들을 노려만 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어느새 우르르 달려온 비상대기조 대원들이 수습기사들 주변으로 포진한다. 비상대기조 대원들이 자신들을 포위하자 수습기사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다스 조장님, 괜찮습니까?”
비상대기조 조장인 클리프가 다스에게 다가오더니 그의 상태를 살핀다. 비록 다스의 계급은 낮지만 짬밥이 있기 때문에 2년 후배인 클리프는 최대한 그를 깍듯이 대했다.
“나보다도 한스를. 빨리 한스에게 응급 치료를.”
그제야 클리프는 양팔에 피를 흘리며 배를 움켜쥐고 쓰러져 있는 한스를 바라본 뒤 다시금 수습기사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피 묻은 칼을 든 채 대치하고 있는 수습기사들, 그리고 울분을 토하고 있는 다스와 피를 흘린 채 배를 움켜쥐고 쓰러져 있는 한스, 전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누가 보더라도 똑같은 정황으로 판단을 할 것이다.
물론 다스의 어색한 연기는 예외지만 그것을 신경 쓰는 사람은 수습기사와 한스밖에 없었다.
“보아하니 수습기사 분들 같은데. 제국군 병사를 공격하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안 그래도 목이 뻣뻣하고 거만한 기사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클리프는 그들을 작정하고 노려보았다.
“이, 이건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 상황과는 다르다. 저 건방지고 하찮은 경비 놈들이 먼저 우리를 공격했고 우린 기습을 받아 당했을 뿐이다. 그리고 저 쓰러진 경비 놈도…….”
군법에 위배되는 범죄를 저지른 주제에 수습기사 한 명이 심히 거슬리는 어투로 제국군 소속인 경비병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으로 지껄이자 클리프의 분노게이지는 백 퍼센트 치솟는다.
게다가 하찮은 경비라는 단어 속에는 결국 자신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클리프는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명령을 내린다.
“이 쌍놈의 새끼들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주둥이를 나불대는구나. 야. 저 새끼들 몽땅 포박해!”
비상대기조 대원들도 이 수습기사들의 언행과 행동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긴 마찬가지였기에 명령이 떨어지자 창을 확실히 겨눈 채 공격 준비를 마치며 그들을 감싼다. 물론 수습기사들 역시도 본능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했다.
“저들은 기사이기 이전에 제국군을 공격한 범죄자들이다. 반항하면 죽여도 좋다.”
분노한 클리프가 극단적인 명령까지 내린다. 그제야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한 수습기사들은 일제히 원흉인 다스를 노려본다.
다스는 한스를 감싸는 척하며 그들의 시선에 비웃음을 지어 주고 있었다.
‘힘만 쎈 멍청하고 무식한 기사 새끼들, 너희들 같은 놈 요리하는 건 일도 아니지. 후후.’
수습기사들도 더 이상 상황이 빼도 박도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렇다고 이제 곧 정기사로 승급을 하는 그들이 비상대기조들을 모조리 척살하는 진짜 범죄를 저지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들은 이를 악물며 어쩔 수 없이 칼을 버린 채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투항했다. 이왕 일이 이렇게 된 거 중앙기사단으로 넘어가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
“너희들은 우리를 체포할 권한이 없다. 중앙기사단으로 통보를 넣어라. 중앙기사단에 가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
군타 유바르자가 대표로 나서서 잘못했다고 빌어도 시원찮을 판에 중앙기사단까지 들먹이자 클리프는 어이가 없다는 듯 수습기사들을 노려본다.
“지랄들 하네. 야. 내가 책임진다. 저 새끼들 모조리 조져.”
갑작스러운 클리프의 발언에 군타 유바르자는 깜짝 놀란다.
“이놈들이 감히. 정말 죽고, 케엑!”
대기하고 있던 대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우르르 그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물론 가장 먼저 밟힌 것은 항상 앞장서 매를 버는 군타 유바르자다.
아직도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는 군타 유바르자를 보며 다스는 오히려 불쌍하다는 듯한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여튼 저 똥, 오줌도 못 가리는 멍청한 구타 유발자 새끼. 꼭 말끝마다 구타를 유발하고 다닌다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