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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타나의 경비병 1(21화)
7장 유부녀? 미망인?(3)


“누구세요.”
살짝 문을 두드리는 다스의 손길에 누군지 궁금하게 만드는 나긋나긋한 여성의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다스 베이더라고 한스와 함께 근무하는 경비병입니다.”
“아! 다스 씨.”
살며시 문이 열리며 걸어 나온 이는 30대 초,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여인이었다. 다스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침을 꼴깍 삼킨다.
“어서 오세요. 전 한스의 엄마인 미라라고 해요.”
한스가 하는 짓은 고문관 같아도 생긴 것 하나는 상당히 곱상한 편이어서 내심 기대를 했지만 이건 기대 이상이 아닌가. 게다가 엄마도 상당히 젊어 보이는데다가 성숙한 매력이 물씬 풍겨 왔다.
‘이럴 수가. 한스의 엄마가 이렇게 예쁠 줄이야.’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옆에 서 있는 세실리아와 비교를 하게 된다. 만약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누구를 고를까?
‘고민할 게 뭐 있나. 지금으로서는 풍만한 가슴에 푹 안겨들 수 있는 성숙한 여인이라면 무조건 OK다.’
미라가 그를 보며 살짝 얼굴에 미소를 짓는 것을 보아 그의 눈빛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조금 눈치를 챈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딱히 기분 나빠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금 끈적끈적한 미소를 보낸다.
다스는 순간 야릇한 기분에 휩싸인다.
“안 그래도 기다렸답니다. 그러고 보니 옆에 계신 분은 여자 친구 분이신가요?”
미라의 갑작스러운 말도 안 되는 질문에 그제야 제정신을 차린 다스는 기겁을 한다.
“헉! 무슨 그런 끔찍한 말씀, 컥.”
질겁하는 다스의 행동에 세실리아는 살포시 팔꿈치로 그의 옆구리를 찔러 준다. 세실리아 입장에서는 살포시 찍어 주는 안마 수준에 지나지 않겠지만 막상 당하는 다스는 조금 과장해서 각목으로 힘을 다해 쑤셔 넣는 듯한 충격이다.
“아직까지 여자 친구는 아니고 친구로서 조금 생각해 보고 있는 사이예요.”
이 무슨 끔찍하고도 공포스러운 발언이란 말인가. 다스는 그저 입바른 소리기만을 빌었다. 아무리 커서 미인이 될 것 같아도 매 맞는 남편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가요? 아직은 그냥 간간이 만나는 친구 사이인가 보군요.”
미라는 미묘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둘을 안내한다.
“밖에 서 계시지 말고 어서 들어오세요. 한스는 누나 집에 볼일이 있어 잠시 나갔으니 나중에 돌아올 거예요.”
다스는 먼저 들어가는 미라의 실룩거리는 엉덩이를 포함 특유의 야릇한 색기가 물씬 풍기는 뒤태를 바라본다.
솔직히 진짜 이건 반칙이다. 최소 30 중반이 넘었을 유부녀가 이렇게 풍만한 아름다움을 간직해도 된단 말인가. 시장에서나 자주 보던 후덕한 아줌마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도대체 저런 부인을 둔 복 받은 남편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다스는 내심 부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이 꼬맹이 언니한테는 한참 안 되지만 그래도 저 정도가 어디야.’
솔직히 세실리아의 언니 이리아는 너무 인간 같지 않은 여신 같은 미모에 조금 괴리감이 생긴다. 원래 수컷들은 다가가기조차 힘든 여신 같은 여자보다는 적당히 아름다우면서도 은근히 색기를 풍기며 유혹하는 여자를 선호하는 편이 아니겠는가.
그런 여자가 유혹을 시작하면 백이면 백 수컷들은 다 넘어오게 되어 있다. 그것이 수컷들의 본능인 것이고 다스는 철저하게 그런 수컷들의 본능에 충실한 자다.
그래 저 정도라면 나이가 많은 유부녀라도 상관이 없을 것 같다.
누가 그랬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사랑이라고.
고로 남편이 있어도 남이 하면 범죄지만 내가 하면 애절한 사랑인 것이다.

이미 시집을 간 누나와 그녀의 집에 볼일이 있어 간 한스를 제외하고 다스와 세실리아, 그리고 미라 이렇게 셋이 참석한 식사는 조촐했다. 서민층의 일반적인 식단에 조금 더 추가한 정도일까?
그래도 한스의 엄마인 미라의 음식 솜씨가 꽤 괜찮았는지라 상당히 먹을 만하다.
식사를 하는 도중에도 미라는 연신 한스를 잘 돌봐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며 덕분에 근처에 작은 가게 하나를 세내어서 차리게 되었다고 매우 좋아했다.
미라가 풍만하고 커다란 가슴이 흔들며 한껏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자 다스는 자신도 모르게 눈이 그곳으로 슬쩍 가며 입을 헤벌린다.
가장 자신이 있는 부분인지 가슴을 눈에 띄게 흔드는 모습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일부러 그러는 것 같기도 하다.
다스는 이미 아까운 45골드에 대한 생각은 날아가 버린 지 오래다. 게다가 이미 남편과 사별을 한 미망인이라지 않는가.
남편과 사별한 아름다운 미망인이라, 이거 이미 시나리오를 이어 갈 필이 딱 꽂히질 않는가?
다스는 이미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상상들을 한다.
미망인의 밤, 미망인의 하루, 미망인과 나. 미망인 하면 떠오르는 야릇한 동영상들, 혈기 왕성한 끓는 젊은 피에 욕구를 풀 곳도 없으니 그 정도까지는 이해해 주자. 저 상황이면 남자는 누구든지 똑같지 않을까?
다만 한 가지 매우, 상당히 거슬리는 것이 있다면 요 꼬맹이의 행동이다. 평소에는 게걸스럽게까지는 아니지만 엄청나게 먹어 대던 꼬맹이가 오늘은 웬일인지 매우 조신 있게 행동을 한다.
오늘만큼은 교육 받은 부잣집 딸내미마냥 조심조심 여성스럽게 먹는 것을 보니 욕지거리가 치밀어 올라왔다. 순간 애가 미쳤나 싶었는데 가식적인 표정을 보니 정말 가관이었다.
자신과 둘이 있을 때와는 태도가 180도 다르니,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설마 다스 앞에서는 숨기고 부끄러울 게 없을 만큼 그에 대한 신뢰도가 커서? 절대 그럴 리가 없겠지.
“다스 씨는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잠시 세실리아로 인해 기분이 상했던 다스는 나긋나긋한 미라의 질문에 얼굴이 환해지며 대답을 한다.
“올해 26살입니다.”
“그래요? 그럼 결혼은 하셨나요?”
“하하. 아뇨. 아직 기회가 되지 않아 결혼을 하지 못했습니다.”
보통 26살이면 노총각 취급을 받기 때문에 이렇게 당당하게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하지만 다스가 원래 살았던 곳은 26살이면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으로 그리 많은 나이가 아니었기에 그는 크게 관여치 않는다.
“어머! 그럼 어서 결혼을 하셔야겠네요.”
미라는 반색을 하며 손뼉을 친다.
“네. 조만간 해야겠지요.”
조금 전부터 미라가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살며시 유혹을 하듯 끈적거렸는데, 그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말을 듣자 노골적으로 끈적거리는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물론 다스는 그 색기 어린 끈적거림의 유혹에 이미 반쯤 넘어가 헤벌쭉하고 있던 터다.
“그럼 벌써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여자가 있다는 말이군요.”
다스는 이미 먹는 것조차 멈추고 그녀에게 시선을 강하게 고정하고 있다.
“지금은 없지만 앞으로 좋은 여자가 생기면 이것저것 볼 것도 없이 결혼부터 할 생각입니다.”
그의 대답에 미라는 슬쩍 옆에서 조신하게 음식을 먹고 있는 세실리아를 바라본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옆에 계신 분이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러자 다스는 대번에 기겁을 한다.
“하하.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말씀은 삼가 부탁드립니다. 이 식충이와 전 절대 아무런 관계도 아닙니다.”
“네? 식충이요?”
“욱!”
순간 말을 잘못 내뱉은 다스는 얼른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다른 이들에게 보이지 않게 세실리아의 주먹이 그의 옆구리를 관통한 이후다. 갑자기 그의 얼굴이 시퍼레지자 미라가 깜짝 놀라며 다가왔다.
“음식이 걸렸나요?”
다가온 그녀는 다스의 몸을 자신 쪽으로 돌리더니 살짝 허리를 굽혀 그의 등을 두드려 준다. 그냥 등 뒤에서 두드려도 되는데 굳이 가슴 쪽으로 그의 얼굴이 살짝 대일 정도로 앞 쪽에서 떡하니 붙이고 두드리는 이유가 궁금하다.
물론 다스는 바로 눈앞에 커다란 가슴이 아른거리자 너무 좋아 입이 쫙 찢어지려고 한다. 은은히 풍겨 오는 여인네의 살내음도 죽인다.
‘이대로 죽어도 좋아.’
이건 혹시 누님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묻으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싶어 그는 지금 그냥 얼굴을 가슴에 묻어 버릴까 말까 하는 심각한 고민에 휩싸여 있다.
헤벌쭉한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세실리아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차마 말은 하지 못한 채 그저 지켜만 볼 뿐이다.
‘그냥 미친 척하고 얼굴을 묻고 비벼 버려?’
저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나면 삼 년은 행복할 것 같았다. 아니 그 순간은 정말 지금 죽어도 좋지 않을까.
게다가 묻어도 괜찮다는 신호인 듯 은근슬쩍 살짝살짝 얼굴에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지 않는가. 역시 미시족의 유혹은 무섭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옆에 있는 세실리아의 눈빛? 그런 것 따위를 신경 쓴다면 진정한 포스의 다스 베이더가 아니다.
‘더 이상 참으면 남자가 아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얼굴에 철판을 깔고 그냥 가슴에 얼굴을 묻으려는 순간, 그녀의 붉은 입술이 살짝 벌어진다.
“저기 혹시 부모님은 계신가요?”
순간 타이밍을 놓친 다스는 아쉬운 표정을 하며 여전히 가슴을 슬쩍슬쩍 얼굴에 스치며 등을 두드리는 미라의 질문에 대답을 해 준다.
“부모님은 현재 두 분 다 안 계십니다.”
“그럼 지금은 어디에 살고 있나요?”
“현재는 경비대 병사에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경비대 병사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는 다스의 말에 미라는 살짝 그의 몸에서 떨어지며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그의 얼굴을 살며시 바라본다.
“그럼 집은요?”
“아직은 없지만 현재 집 한 채라도 구입하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경비병 일을 해서는 집을 사기 힘들 건데, 현재 가진 재산이 얼마 없나 봐요. 부모님이 남겨 주신 유산이라도 없나요?”
만약 평소의 다스였다면 이 수상한 대목에서 분명 의심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다스는 미라의 풍만한 가슴 부비부비로 인해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다.
“남겨 주신 재산은 없지만 열심히 모으면 언젠가는 살 수가 있겠죠.”
“하지만 경비병으로는 돈을 모으기가 쉽지가 않을 텐데. 혹시 경비병 말고 다른 사업이라도 하는 게 있나요?”
“하하. 제가 할 줄 알고 지금까지 해 온 일이 경비병이라, 뭐 열심히 하면 모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아! 그런가요?”
갑자기 유혹하는 듯한 미라의 표정이 싸하게 변했다가 빠르게 조금 전의 표정으로 다시 돌아왔다. 물론 다스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럼 땅 같은 것이라도 좀 있으시겠네요. 45골드라는 거금을 저희에게 선뜻 내어 주신 것을 보면 보이지 않는 상당한 재산이라도.”
너 가진 것 좀 있냐고 묻는 정말 노골적인 질문이다. 하지만 다스는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두 개의 커다란 가슴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45골드라는 돈도 어차피 한스의 고통에 대한 대가니 당연히 한스에게 돌려 줘야 마땅하죠.”
전혀 그렇지 않은 인간인데 지금만큼은 자신이 착하고 정직하다는 것을 표현하려는 거짓말을 한다.
“지금은 비록 가진 것이 없지만 아직 젊지 않습니까? 정직하게 모으다 보면 언젠가는 부자가 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절대 입에 발린 소리다. 스스로가 정직한 놈은 절대 부자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놈인데 그가 정직을 입에 담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그렇군요.”
그런데 그가 무엇을 잘못 말하기라도 한 것일까? 갑자기 그녀의 나긋나긋했던 말투가 싸늘하게 변하며 표정마저도 굳어져 간다. 게다가 재빨리 그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 자신의 자리로 빠르게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아직 눈앞에 아른거렸던 가슴에 정신이 팔려 있던 다스는 갑작스럽게 싸하게 변한 미라의 행동에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 혹시 자신이 뭘 잘못했나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특별히 미라가 기분 나빠할 말을 한 기억은 없었다.
“그럼 식사 마저 하세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결국 그 이후로 미라는 다스에게 단 한 마디의 질문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식사를 마쳤고 식사가 끝나자마자 다스는 거의 쫓겨 나오듯 그 집을 나와야 했다.
“그럼 잘 가세요.”
쾅!
다스는 멍하니 이미 닫힌 문을 바라만 본다.
‘뭐지? 도대체 뭐지?’
그는 한순간의 폭풍이 지나간 듯한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여자 좀 만나 보고 이 분야 경력이 좀 있다 한 사람이라면 대번에 눈치를 챘겠지만 다스는 아직 이 분야에 대해서는 경험이 조금 부족했다.
‘뭐야? 분위기 좋았는데 갑자기 뭐였지?’
반면 매우 영악한 세실리아는 대충 미라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을 하는 듯 멍하니 있는 다스를 보며 비웃음을 짓는다. 이 어린 꼬맹이가 벌써부터 까졌다고 느낄 만큼 다스보다 더 빨리 미라의 의도를 눈치챘던 것이다.
그녀는 이미 미망인이라고 강조를 하며 은근슬쩍 재산에 관해 물어왔을 때부터 눈치를 채고 있었다.
“야! 가자. 아직 시간도 대낮인데 놀러 가야지.”
‘그러게 처음부터 침을 질질 흘릴 때부터 알아봤어. 아이 고소해.’
아직도 멍하게 서 있는 다스를 세실리아는 질질 끌며 어딘가로 데려간다.
“오늘은 특별히 내가 사 줄게. 호호호.”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벼락이 떨어지고 천지가 진동할 소리인가? 이런 날도 있구나라고 생각해 보지만 다스는 그저 멍하니 끌려갈 뿐이다. 아무래도 오늘의 야릇하면서도 반전이 있었던 이 충격은 제법 갈 것 같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