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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 로드 1권(4화)
Chap. 2 리치 히트러스(2)


로스는 오늘도 테이블마운틴의 절벽으로 갔나 보다.
아침부터 안 보이니, 아마도 그럴 것이다.
가는 길만 한 시간이 넘는 길을 그리 찾아다니는 것을 보면 정말 예쁜 새를 만난 모양이다.
로스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책을 읽거나 작은 짐승들과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
또래의 아이들과는 사뭇 다른 아이.
신기하게도 새들과 온갖 작은 동물들이 로스를 따랐다. 아직도 아이가 테라스에 있으면 작은 새들이 모여들었다. 정원에 나가면 다람쥐나 토끼들이 다가왔다.
10살짜리 사내아이가 집에서도 고양이를 안고 다녔고, 고양이는 언제나 로스의 품에 자리를 잡았다.
심지어 병사들이 기르는 그 사나운 개들도 로스만 가면 순한 양이 되고 만다.
로스가 잘해 줘서 그런 것이 아니다. 처음 영지에 오던 날부터 일어난 현상이었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이에게 영주성 아르콘의 주민들은 환호했다.
처음엔 백작가의 맥이 끊어지지 않는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중엔 아이의 사랑스러움 때문에 반기게 되었다. 아이를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아이에게 매료되었다.
기분 좋은 매료.
우선 아이는 편안했다. 말이 없어도 그 눈동자는 사랑을 말했고, 그 표정은 평화를, 그 움직임은 관심을 나타냈다. 아이의 입가에는 언제나 작은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백작은 흐뭇한 미소로 아이를 생각했다.
영지를 돌보는 바쁜 시간 중에도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런 백작을 바라보는 백작부인 르엔느의 입가에도 자애로운 미소가 감돌았다.

그렇게 평온하게 흐르던 어느 날이었다.
“로스가 사라지다니, 무슨 말인가?”
“점심 식사 후에 란셋 경과 절벽으로 무지갯빛 새를 찾아가기로 하셨는데, 아침부터 보이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절벽으로 가 봐도 안 계시고, 몇몇 병사들이 테이블마운틴 주변과 성 밖으로 찾아 나섰지만 안 보이신다고 합니다.”
“어디서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죄송합니다, 백작부인. 란셋 경의 명령대로 탑과 방마다 다 찾아봤습니다. 지금 란셋 경이 테이블마운틴을 돌면서 찾으신다고 영지 전역으로 사람을 보내라 말씀하셨습니다.”
“아트 경은 즉시 병사들을 보내고, 특히 크란 영지 주변을 잘 감시하라 명하게.”
“예, 영주님.”
늙은 기사는 굳은 얼굴로 군례를 취한 뒤에 서둘러 나갔다.
바느질하던 옷감을 부여잡고 눈물을 글썽이는 백작부인. 그녀의 머릿속에 십오 년 전의 그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르엔느…….”
“아, 아무 일도 없겠지요? 그렇지요. 리믹스?”
“르엔느, 분명 어딘가에서 새를 따라가다 길을 잃은 것이 분명하오. 란셋이 찾아올 것이니 염려 말고 기다립시다.”
“아니, 아니에요. 리믹스, 아니에요…….”
백작부인 르엔느는 머리를 흔들었다.
백작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면, 왜 크란 영지 접경 지역을 감시하라고 했겠는가?
15년 전의 그날도 이랬다.
리믹스 백작의 남동생 리벤이 시체로 발견되고, 여동생 에린과 아홉 살에 불과한 아들 로스가 사라졌던 날.
그 로스가 자랐다면 스물넷, 일가를 이루었을 나이다.
르엔느는 복받치는 두려움과 걱정, 그리고 지나친 설움에 정신을 놓고 쓰러져 버렸다.
“르엔느, 르엔느…….”

***

넓은 동공(洞空)…….
솜씨 좋은 석공이 힘들여 다듬은 석실이다.
천정에 박힌 구체 하나.
거기서 나오는 빛이 석실 전체를 비추고 있다.
특이하게도 밝은 빛이지만, 결코 눈부시지는 않았다. 다만 무언가 음침한 느낌을 주는 빛이라는 것이 아쉬울 뿐.
벽면으로 돌아가며 세워진 책장의 빽빽한 서적들. 그리고 진열장의 많은 실험 도구와 제정신으로 보기 힘든 물체들이 담긴 유리병들. 중앙의 길고 넓은 탁자 위에는 형형색색의 빛을 내는 플라스크가 가는 연기를 피우는 비커들과 뒤엉켜 어수선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탁자의 중앙 근처에 로브를 뒤집어쓴 사내의 등이 보였다.
그 어깨엔 일곱 빛깔이 감도는 작은 새 한 마리가 자리해 있었다.
사내는 비커를 들어 램프로 가열된 플라스크의 액체를 옮겨 담고 있었다.
“빌어먹을! 이놈의 육체가 가면 갈수록 적응이 안 되니 어쩌란 말인가? 그 변종 도마뱀 자식들만 아니었어도 이따위 육체를 갖지는 않았을 텐데. 빌어먹을! 빌어먹을!”
욕설과는 달리 늘어질 대로 늘어지는 음성에는 진득한 허무와 염려가 가득 담겨 있었다.
문득 드러난 회색 로브 속에 감춰진 끔찍한 얼굴.
살점 하나 없이 홀쭉한 볼, 뻥 뚫린 코가 있던 자리의 두 구멍, 상대적으로 튀어나온 광대뼈, 눈썹이 다 빠져 버린 해골처럼 퀭한 두 눈덩이에서는 파란 광망이 흘렀다.
눈가와 코가 있던 자리에서 흘러내리는 진물만 아니라면, 전설 속에 나오는 리치라 해도 믿을 만한 용모였다.
붕대를 감은 손등 부위로 진물을 닦던 사내는 못 견디겠다는 투로 탄식을 터트렸다.
“이놈의 육체는 20년도 채 사용하지 못하고 썩어 드니 어쩌란 말이냐? 갈수록 정신을 통제하기 힘이 드는구나. 변종 도마뱀 놈들 때문에 준비도 없이 영혼전이를 하는 바람에 제대로 각성하지도 못했기 때문이야. 빌어먹을……!”
삐리리리…….
그 마음을 안다는 듯이 새가 울며 부리로 어깨를 부볐다.
사내는 붕대 감은 손으로 새의 부리를 만지며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중얼거렸다.
“크크크큭! 이번엔 그런대로 괜찮은 놈을 골라 왔더구나. 하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해. 이렇게 갑자기 육신이 붕괴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 크흐흐흐, 다시 리치로 돌아가야 하나? 아니지. 내가 누군가? 여기서 포기한다면 히트러스가 아니지.”
사내의 눈에서 파란 광망이 뻗어 나왔다.
“흐흐흐흐! 그리고 이번에 가져온 몸도 너무 아까워. 이미 라이프베슬에 기억전이는 해 뒀으니, 놈의 뇌에 각인시키는 시간만 벌면 돼. 시간은 좀 부족해도 바로 영혼전이를 하는 거보다는 최소 몇 백 년은 벌 수 있을 테니. 크핫하하하하.”
삐리리리…….
미친 듯이 웃는 사내와 홰를 치며 우짖는 무지갯빛 작은 새.
“레무니아여, 기다려라. 이제 나 히트러스 드 카이너스가 다시 한 번 피의 축제를 열어 주마. 으카카카캇.”

거대한 마방진(魔方陣)으로 싸여 있는 석실.
회백색의 기류가 휘몰아치는 중앙에 놓인 제단과 그 위의 보랏빛을 품은 크리스털 관 하나가 있다.
석실 바닥에는 석실을 가득 채우는 거대한 마방진이 그려져 있고, 마방진의 각 꼭짓점마다 작은 마방진이 있어 그 중심에 사람 머리통만 한 마정석을 품고 있다.
천정 역시 바닥과 역방향으로 마방진이 그려져 있고, 사방 벽에도 마방진이 그려져 있는데, 그 중심마다 어김없이 박혀 있는 마정석.
엄지손가락만 중급 마정석의 가격이 100골드가 넘는다. 머리통만 한 마정석은 그 가격 자체를 매길 수 없다. 더욱이 마방진을 그리고 있는 보랏빛을 품은 검은색의 금속.
그것은 마계의 금속이라는 아만타티움, 마계에서도 구하기 힘들다는 아만타티움이 분명했다.
벽과 바닥을 도배하듯이 새기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양이 들어간 것일까?
이 석실의 주인은 천하의 거부임이 틀림없었다.
거대 마방진의 마정석을 통해 모인 회백색 마나는 아만타티움의 선로를 따라 소용돌이치며 크리스털 관 안으로 빨려 들었다.
이 거대한 마방진을 통해 모으는 마나의 양이 얼마일지는 마방진의 규모만큼이나 상상이 가지 않았다.
이때, 석실에 빛무리가 나타났다.
빛무리가 사라지고 신음하듯 요동치는 회백색 마나 사이로 나타난 히트러스라는 사내.
그의 어깨엔 여전히 일곱 빛깔을 품은 무지갯빛 새가 앉아 있었다.
“이젠 이 육신을 버릴 때도 다 되었구나. 아직 힘을 다 주입하진 못했지만, 더 미루다간 라이프베슬마저 파괴되어 버릴 것이다. 빌어먹을 도마뱀들, 두고 봐라. 힘을 다 회복하고 나면 레무니아에서 도마뱀 일족은 하나도 남김없이 멸종시켜 버릴 테니.”
히트러스는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저주를 퍼부으며, 크리스털 관으로 다가가 마나를 불어넣었다.
갑자기 새가 날개를 치며 퍼덕이자, 히트러스는 손을 내밀어 부리를 쓰다듬는다.
관의 한쪽으로 뚜껑이 사라지고, 붉은 벨벳이 깔린 관의 바닥에는 탐스런 검은 머릿결의 어린아이 하나가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머리맡에 마방진으로 보호되는 아이 주먹만 한 크리스털 하나.
석실의 마방진으로 모은 모든 마나는 마정석을 거쳐 이 크리스털로 모여들었고, 다시 아이의 정수리로 빨려 들고 있었다.
“흐흐흐. 지난 세월, 내 라이프베슬에 모아 둔 마나와 내 지식들이다. 이제 사흘만 지나면 디센트 갈라(descent gala, 강림축일). 두 달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그날, 나 히트러스 드 카이너스는 새롭게 이 땅에 강림할 것이다. 크핫하하하하!”
히트러스는 조심스럽게 관 안으로 들어갔다.
“내 모든 지식과 힘을 네게 주마. 너는 이 레무니아의 주인 히트러스 드 카이너스의 열여덟 번째 육체가 되는 것이다. 향후, 레무니아의 모든 족속은 경배하리라. 너희 변종 도마뱀들아! 이 육신을 저주해라. 끔찍한 악몽을 보게 해 주마. 너희 교만한 마족들이여! 기다려라. 나 히트러스가 참다운 피의 향연을 베풀어 줄 것이다. 그리고 어리석은 정령들아, 멍청한 천족들아. 내가 마계의 모든 힘을 얻은 뒤에 너희는 두려워 떨며 스스로 소멸되기를 바랄 것이다. 으핫하하하하하…….”
끊임없이 중얼거리며 광소를 터뜨리는 히트러스는 이미 파괴되는 육체로 인해 반은 미쳐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
뱉어 내는 말과는 달리 매우 조심성 있게 움직였고, 지금 크리스털 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을 지키며 서서히 라이프베슬에 마나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영혼전이에 앞서 라이프베슬에 있는 지식을 어린아이에게 넣어 주는 일이었다.
마나는 그 힘과 함께 아이의 정수리를 통해 끊임없이 그 지식을 각인시키고 있었다.
가끔 아이의 이마가 고통스러운 듯이 찡그러지며, 육신이 갓 잡은 물고기처럼 퍼덕였다.
정신을 잃었지만 뇌에 각인되는 지식들의 방대함은 다 성장하지 못한 어린아이의 두뇌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양이었고 그만큼 고통스러울 것이다.
더욱이 심장에 고리를 만드는 마나와 온몸에 차곡차곡 쌓이는 마나의 양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였다.
비록 준비 기간이 짧다고 하지만 1차 신마대전 시대부터 살아온 히트러스의 모든 것이 담긴 것이었다.
어찌 열 살 어린아이가 감당할 수준이겠는가?
다만 방 전체에 그려진 마방진과 크리스털 관의 효용, 그리고 아이의 타고난 순수한 두뇌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었다.
히트러스의 패밀리어인 일곱 빛깔의 새, 루프가 직접 구해 온 아이인 것이다.

***

히트러스는 멍한 표정으로 아이를 주시했다.
지속적으로 주입한 마나가 빠져나간 육신은 붕괴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일러 주듯, 끊임없이 떨리고 있었다.
아이의 이름도 가문도 모른다. 다만 루프가 선택한 아이였다.
오랜 시간 루프는 자신의 새로운 육체를 구해 주었다.
지난번 갑작스런 육체의 붕괴 현상에 시간이 촉박했는데도 부족하지만 지금의 육체를 구해 주었다. 물론 조급하게 구한 육체의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었다.
과거, 히트러스는 영생을 위해 인류를 배반하고 마왕에게 넘어갔었다. 하지만 그 영생이 리치가 되는 것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눈앞에 있어도 냄새도 맛도 느끼지 못하는 존재. 최고의 옷감과 부드러운 여체도 느낄 수 없는 존재.
차라리 죽는 것만도 못한, 그저 눈을 뜬 채 세상을 살아가는 그것을 영생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일까?
리치는 영생을 꿈꾼 히트러스에게 완전한 저주였다.
히트러스는 치를 떨며 다시 육신을 얻을 방법을 찾았고, 결국 2차 신마대전 당시에 리치들을 도운 대가로 영혼전이라는 열쇠를 얻었다.
영혼전이는 타인의 영혼과 자신의 영혼을 교체함으로써 타인의 육체를 취하는 마법이었다.
이는 당연히 신의 섭리를 위배하는 행위였다.
하지만 마족의 마법과 언령마저 얻은 리치로서 수천 년을 연구한 히트러스에게 그것은 결코 불가능도 열어서는 안 될 판도라의 상자도 아니었다.
영생을 얻기 위해 혈육과 백성과 나라를 팔았고, 동료마저 버렸던 히트러스였다.
결국 히트러스는 자신이 보기에도 건장하고 완벽하며 아름다운 육체를 찾아 영혼전이를 행했다.
완벽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찾아든 육신의 붕괴.
영혼전이의 부작용으로 새 영혼과 트러블이 나타난 것이다.
평소에는 멀쩡하다가도 어느 순간, 육신이 영혼을 거부하면서 나타난 육체의 붕괴 현상에 히트러스는 당황했다. 영혼을 거부하는 육신은 시체보다 더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며칠이 못 가 육체가 부패되고, 장기들이 녹아 버렸다. 심지어는 영혼전이로 들어온 새 영혼을 파괴하는 현상마저 나타났다.
3년, 단 3년이 영혼전이로 얻을 수 있는 육체의 한계였다.
이후, 히트러스는 수많은 시간을 연구와 착오를 거치며 영혼전이를 발전시켰고, 드디어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었다.
영혼이 완벽하게 안착하기 위해서는 바뀌게 되는 육신의 자질이 가장 중요했다.
그중에 제일은 정령과의 친화도…….
정령사들이면 가장 좋겠지만, 이미 정령과 계약을 해 버린 상태에선 정령계와 문제가 발생했다. 한번은 정령왕들과 큰 싸움마저 벌여야 했었다.
결국 가장 좋은 것은 정령 친화도가 높은 10세 미만의 아이였다.
이를 구하기 위해 히트러스는 정령계의 4대 정령과 태초의 대륙 레무니아에 떠도는 세 정령을 잡아 작은 새에게 집어넣고 패밀리어로 삼아 버렸다. 루프는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였다.
이후, 루프는 히트러스에게 완벽한 육신을 구해 주었다.
그런데 영혼전이를 통해 얻은 육신은 아무리 완전해도 히트러스가 지닌 힘을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먹고 마실 수 있고 느낄 수 있다는 육체일 뿐.
절대 권력을 누리며 살았던 히트러스에게는 또 다른 저주였다.
이미 언령을 얻은 히트러스였다. 하지만 새로운 육신은 새로운 연단과 훈련을 통해야만 다시 강해질 수 있었다.
심지어 연단하는 도중에 육신이 붕괴되는 바람에 다시 리치가 되어야만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바로 지금 시행하는 영혼전이 전 단계로 지식의 전이와 마나의 주입을 통해 강한 육체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그러한 방법으로 완벽한 육체를 얻은 히트러스는 마치 드래곤이 유희하는 것처럼 모두 일곱 번 레무니아에 나타났다. 아틀란에 세 번, 뮤란에 두 번, 오델란에 두 번…….
때론 대마도사가 되어 이유도 없는 피의 수레바퀴를 굴렸고, 광란의 기사로 구국의 영웅이 되어 시산혈해를 쌓았다.
뮤란에서는 대현자의 탈을 뒤집어쓴 살인마로 백 년을 보내기도 했고, 마법대륙 오델란에서는 잔혹한 정복자로 대륙의 반을 절단내기도 했다.
혈육과 백성을 팔고 배반의 쓴잔을 마시며, 수없는 세월을 투자한 대가로 부족함이 없는 세월이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허무만 남았다. 무엇을 해도 성취감이나 만족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