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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 로드 1권(6화)
Chap. 3 아르도스, 그 새로운 전설의 시작
“아저씨, 그럼 저 사람들은 항상 저렇게 살아야 하나요?”
“그렇습니다, 소영주님. 그나마 지금은 나은 것입니다. 영주님께서 국왕 전하께 허락을 얻어 세금을 면제받으시면서 그만큼 영지세를 깎아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저렇게 굶주린다는 말인가요?”
“그나마 9년 전에 구한 콩의 재배지가 넓어지면서 영지의 소득도 늘었고, 그만큼 밀을 구입해서 나누어 주기 때문에 다행히 올해 영지에서 굶어 죽은 사람은 없습니다.”
란셋은 기꺼운 표정으로 자신의 소영주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로스데일 폰 아르도스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처음으로 돌아본 영지의 상황은 상상 이하였다.
아직 3월이라 봄밀을 추수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밀을 나누어 준 지 벌써 5시간이 흘렀음에도 구호소를 찾는 사람들의 줄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리믹스 백작이 세운 구호소는 영지에 모두 21곳으로 천 명이 넘는 마을마다 구호소가 하나씩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영지엔 구호소가 들어서지 못한 일이백 명도 안 되는 마을이 허다했다. 조금의 농토라도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마을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멀리서부터 찾아온 주민들의 줄은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못해도 두세 시간은 걸어서 구호소를 찾은 사람들.
개중엔 나무바가지를 든 어린아이도 보였다. 낡고 해진 옷차림에 신발도 없이 콧물을 흘리며 찬바람에 떨며 서 있는 그들은 비쩍 마른 체형에 배만 올챙이 같이 불러 있었다. 저 모습은 영양실조가 분명했다.
엄마 등에 업혀 칭얼거리는 갓난아이는 얼마나 못 먹었는지 그 엄마와 마찬가지로 퀭한 두 눈에 눈물마저 말라붙어 있었다.
영지에는 밀이나 보리를 키울 만한 양질의 토지도 없거니와 수확량도 타지와 비교해 극히 적었기에 봄밀 수확기가 지나도 이런 형편이 나아지질 않았다.
다행히 9년 전, 리믹스 백작이 모트모스 상단을 통해 구해 재배하기 시작한 콩이 그나마 영지민들의 생명 유지에 보탬이 되는 정도였다.
거기에 처음부터 25%였던 영지세가 리믹스 백작의 노력으로 감면되어 지금은 15%만 걷고 있었다.
국가가 지정한 영지세가 50%, 그중에 10%는 국세로 국가에 보내게 된다. 하지만 타 영지에서는 보통 국가가 지정한 비율을 넘어 70%선, 개중엔 80%를 걷는 영지도 있는 실정이었다. 역사 속에 등장하는 악덕 영주들은 90%를 걷기도 했다고 하니, 아르도스 영지는 파격적이다 못해 기적과도 같은 영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넓은 땅에 비해 작물을 재배할 토지는 턱없이 부족했다. 대부분의 땅이 자갈밭이거나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어 재배하기 마땅한 작물이 몇 없었고, 그 수확량마저 너무나 적었다.
무엇보다 농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물이 턱없이 모자랐다.
전대 영주였던 헤더 백작은 주변 영지에서 흙을 사들여 밭을 만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비라도 한번 내리기만 하면 대량으로 쏟아져 흙을 휩쓸고 가 버렸고, 그나마 남은 흙도 바람이 불면 날아가 버려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고 한다.
대지 자체가 가난을 부르는 버림받은 영지였던 것이다.
로스데일은 안타까운 마음을 안고 성으로 돌아갔다.
그 뒤를 수석기사인 란셋이 그림자처럼 뒤따랐다.
***
“로스, 이게 대체 뭐냐?”
“예, 아버지. 영지의 발전을 위한 계획입니다.”
세 장으로 된 양피지엔 영지의 발전을 위한 10년간의 중장기 계획이 담겨 있었다.
리믹스 백작은 약간은 당황하여 아들 로스를 쳐다봤다.
열다섯, 아직 어린아이의 치기를 벗어나지 못할 나이다.
하지만 균형 잡힌 몸과 다부진 체격은 보통의 귀족 아이들과 달리 절정의 검술을 연마한 검사의 풍모마저 풍겼다.
거기에 덜 성숙한 얼굴이지만 꼭 다문 입과 굵은 눈썹, 그 아래 현기가 깃든 굳건한 눈빛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신뢰를 갖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백작에게는 아직 어리기만 한 아들이었다.
계획서를 읽어 보던 백작의 입가에 미소가 배어났다.
“호오…….”
리믹스 백작은 의외의 눈으로 아들을 바라봤다.
하지만 아들은 계획에 대해 설명할 생각이 없는지 묵묵히 자신만 바라보고 있었다.
별 수 없이 백작은 다시 계획서를 검토해 나갔다.
한참을 계획서에서 눈을 떼지 않던 리믹스 백작이 양피지를 내려놓고 의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 로스데일.”
깍지 낀 양손을 책상 위에 얹고 한참을 그대로 있던 백작의 입이 열렸다.
올해로 쉰여덟이 되는 리믹스 백작의 두 눈가에 약간의 피곤함이 나타났다.
“무엇보다 정말 정확한 예측이었다. 이 계획이 그대로 진행만 되면, 분명히 네가 예측한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구나. 그것도 10년 내에…….”
“…….”
“하지만 로스데일, 네 계획은 초기 시작의 난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나. 모든 계획은 방법과 진행도 중요하지만 시작할 수 있느냐는 가능성을 따지지 않는다면, 몽상에 불과할 뿐인 것을 네가 알았으면 좋겠구나.”
“…….”
“네 계획에 따르면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구나. 어디서 이 많은 인력을 동원할 생각이지? 근근이 먹고사는 영지민들을 이 일에 동원할 생각이니? 그렇다면 농사는 누가 짓겠느냐?”
“…….”
로스는 여전히 말없이 백작을 주시했다.
백작은 좀 더 냉정해지기로 했다.
“그들을 부리려면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이 계획이 처음 우리가 이 영지로 왔을 때 수립되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우리 가문에 남아 있는 재산이 하나도 없다.”
어쩌다 보니, 백작의 입에서 한탄 섞인 한숨이 흘러나왔다.
어린 아들, 자신이 보호해 줘야 하는 대상으로만 보았던 아들이 내놓은 계획은 정말 획기적이었다. 하지만 계획을 뒷받침할 만한 재정적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는 작은 빵 조각 하나보다 못한 글 장난에 불과했다.
리믹스 백작의 얼굴에 피곤이 묻어나며 아들의 시선을 외면했다. 그런데,
탁!
“이게 뭐……? 이, 이건……?!”
아들이 탁자 위에 올려놓은 물건.
마나석, 분명 마나석이 분명했다. 몇 개 보지도 못했지만, 푸른빛과 녹색 빛이 어우러진 반투명의 보석이었다.
하지만 마나석이라 부르기에는 그 크기가 너무 컸다. 백작은 이렇게 큰 마나석을 본 적이 없었다.
백작이 본 마나석 중에 제일 큰 것이 자두만 했지만, 그것은 궁정마법사인 에드리안 후작의 보물이었다.
한데 지금 눈앞에 보이는 마나석의 크기는 사과보다 더 컸다. 더욱이 마나석의 녹색 빛이 강렬했다. 녹색이 강할수록 고급이라고 들었던 백작이었다.
이 정도의 녹색이라면 그야말로 최상급이 분명했다.
백작은 넋이 나간 듯 마나석을 보았다.
아들은 하늘보다 더 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최상급의 마나석이에요.”
“저, 정말 이것이 마나석이 맞느냐?”
“예. 아무런 티도 없는 결정질에 마나가 집약된 최상의 마나석이 맞아요. 못 받아도 5천 골드는 족히 나갈 거예요.”
“허허허…….”
리믹스 백작은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대체 이것이 어디서 나왔다는 말이냐?”
“5년 전에 제가 길을 잃은 것도 바로 이 마나석 때문이에요. 그때, 우연히 빛을 발견하고 찾아 절벽을 올랐다가 헤맨 거예요.”
리믹스 백작은 5년 전 그 사건이 떠올랐다.
갑작스런 아들의 실종. 20여 년 전의 그 일이 떠올라 더욱 끔찍했던 기억이었다. 아들은 사라진 지 자그마치 한 달이나 지나서야 테이블마운틴의 절벽 중간에서 발견되었다.
테이블마운틴은 테이블로스 산맥의 서남부에 위치한 평균 높이 천삼백 미터의 탁자형 고원으로, 카스틴 왕국보다 조금 작은 크기에 남북으로 길고 동서로는 그 절반 길이인 특이한 지형이다.
전설에는 아득한 옛날인 2차 신마대전 당시, 진노한 신께서 대륙을 찢으셨다. 그로 인해 땅이 흔들리고 산이 솟아났으며 깊은 곳에서 용암이 분출했고, 대지가 꺼져 호수가 되었다고 한다.
그때 아틀란 대륙 서부와 붙어 있던 뮤란 대륙이 떨어지지 않자, 땅이 직각으로 솟아나 테이블마운틴이 되었고, 테이블마운틴의 서북쪽에 깊은 대양이 생겨났다고 한다.
뮤란은 밀려나면서 아쉬움에 지금의 몬스터 해역 북부 페리스 해에 많은 섬들을 남겼는데, 그중에 큰 섬이 지금의 스탠 공국과 페리스 왕국이다.
어찌되었건 직각으로 솟은 테이블마운틴의 정상은 아직 누구도 오른 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절벽의 하단 지역에는 절벽에 둥지를 튼 새알을 구해 양식으로 삼으려는 사람들과 약초꾼들이 오르는 협로가 몇 군데 있었다.
제일 높은 약초꾼들의 길은 30여 미터. 그것조차 리믹스 백작의 선친은 위험하다고 금지시켰다. 해마다 많은 주민들이 알과 약초를 구하려다가 떨어져 죽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들이 발견된 곳은 50미터가 넘는 절벽의 아주 오래전 폐쇄되었던 협로였다.
보름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아들은 깨어났을 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장대와 밧줄 등의 도구를 사용하여 절벽을 타는 전문 약초꾼들도 오르지 못할 그 높이를 어떻게 올랐는지, 먹을 것도 없이 한 달이라는 기간을 어떻게 견뎠는지,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었다.
그리고 리믹스 백작이 기억하기로는 자원한 전문 약초꾼들이 겨우 밧줄을 걸어 구출한 아들의 몸에는 분명히 어떠한 물품도 없었다.
“네 말은 기억이 돌아왔다는 말이냐?”
“단편적인 부분만요.”
“이 마나석은 그때 가져온 것이고?”
“죄송해요. 기억을 더듬어 다시 절벽에 갔어요.”
리믹스 백작은 무언가 머뭇거리며 말하지 않으려는 아들의 표정을 살폈다.
“네 어머니가 그 일로 널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고 있지?”
“네, 아버지. 한순간도 두 분의 사랑을 잊지 않아요.”
리믹스 백작은 그윽한 눈으로 아들을 응시했다.
“그래, 그렇다면 됐다.”
“고마워요. 아버지…….”
“그래. 그렇다면 이 계획은 충분한 가능성마저 가지고 있구나. 로스야.”
“예, 아버지.”
“그럼, 이 계획은 네가 추진해 보겠느냐?”
“예……?”
로스는 놀람을 반문으로 대신했다. 너무 뜻밖의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놀라지 마렴. 내 아들아, 어디 이리 한번 와 봐라. 오랜만에 널 안아 보자꾸나.”
“아버지…….”
백작은 기꺼운 표정으로 로스를 향해 팔을 벌렸다.
로스는 아버지 품에 안겼다. 아버지의 어깨에 고개를 기댄 로스의 눈에 온통 하얗게 변해 버린 아버지의 머리카락이 보였다.
마스터가 되지 못한 백작에게 세월은 정직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비록 건강은 남과 비교할 수 없지만, 늙음은 속일 수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마주 앉은 늙어가는 아버지의 얼굴엔 기쁨과 만족이 흘렀고, 어린 아들의 얼굴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감춰져 있었다.
“이 계획은 네가 만든 것이다. 당연히 너만큼 이 계획을 잘 아는 사람이 없지. 그러니 네가 한번 추진해 보려무나. 온 영지가 네가 추진하는 이 일을 지원한다면 분명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구나.”
“…….”
“로스, 아직 어린아이로만 알았는데, 네가 이토록 훌륭한 계획을 세웠다니……. 이 아버지는 지금 기쁘단다.”
“아버지…….”
아들은 아버지의 눈에 담긴 사랑을 깨닫고 머리를 숙였다.
Chap. 4 모트모스 상단(1)
마나를 품은 보석에는 마나석과 마정석이 있다.
마나석은 태초에 마나가 유동하면서 만들어진 보석으로 마나를 사용해도 자동적으로 그만큼 다시 차는 영구적인 성질을 띤다.
이에 비해 마정석은 불순물이 적은 석영이나 루비, 사파이어 등이 오랜 시간 특이한 환경에서 마나가 축적되어 만들어지는데, 마나석과는 달리 마나를 사용하면 닳아 버리는 소모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적으로 만들 수도 있고, 마나를 보충할 수도 있었다.
물론, 칠 클래스의 마도사 이상이나 여러 마법진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마방진을 그릴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마정석 역시 귀물이라 할 수 있지만 마나석은 국가가 나서서 우선하여 매입할 정도로 최고의 보물이었다. 마정석과는 처음부터 다른 대접을 받는 보물인 것이다.
두 손으로 마나석을 감싼 손길에 떨림이 느껴진다.
최상급. 여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최상급이 분명했다.
더욱이 이 크기란 것은?
로디안 백작은 절로 입안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갈증이 났다.
하지만 눈앞의 소년은 틈을 주지 않는다. 대륙을 좁다 돌아다니던 백작으로서도 처음 보는 맹랑한 녀석이었다.
자신은 카스틴 제일의 상단이자, 대륙 십대 상단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모트모스 상단의 주인이자 모트모스 백작가의 가주였다.
그런 자신이 지금 이 어린 소년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아마도 너무 귀한 물건에 대한 욕심 때문이리라.
“그래서 팔겠다는 것인가, 아닌가?”
결국 백작은 먼저 두 손을 들었다.
어차피 나가도 다시 돌아올 돈이었다.
오랜 시간 모트모스는 아르도스 가에 은혜를 베풀었다. 전대에서부터 쌓아온 인연. 그것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금액에 연연하지 않고 아르도스에서 주문한 것들은 우선해서 납품해 주었고, 운송비는 처음부터 요구하지도 않았으며 손해를 보면서도 아르도스가 필요한 것만큼은 채워 주려 했었다.
이는 아르도스가 지금의 영지로 옮기기 전부터 이어 온 모트모스 상단과 아르도스 백작가가 맺은 의리이기도 했다.
“백작님, 상인답지 않으시게 조급하시군요.”
“굳이 자네 집안에서 이득을 볼 생각이 없기 때문이네.”
“알고 있습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아버님께 들었습니다. 또한 감사의 마음 역시 잊지 않고 있습니다.”
“자네에게 사례를 받고자 오랜 약속을 지킨 것이 아닐세.”
로디안 백작의 눈에 약간의 짜증이 묻어난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기엔 너무 큰 거래.
“그렇지요. 그것은 약속이었습니다. 선대에서 저희 가문과 모트모스 백작가가 맺은 약속. 하지만 힘을 잃어버린 가문에 변함없이 약속을 지켜 준 것도 백작님의 가문밖에 없습니다.”
“……!”
어린 소년의 말이지만 그 논리가 정연했고, 진심마저 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해서 저는 이것을 백작님의 상단에 넘기려고 합니다.”
“저, 정말인가?”
약간의 떨림과 함께 확인하듯 되묻는 백작. 그만큼 이 물건은 보물이었다.
다급한 상인과 달리, 소년은 느긋하게 제안하고 있었다.
“단, 적정한 가격을 책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일세. 당장 감정사와 마법사를 부르겠네.”
“그러시지요. 그럼 밖에 나가 기다리겠습니다.”
“아니, 그러지 않아도…….”
“아닙니다. 굳이 상단의 대화를 들을 필요는 없겠지요.”
“순수한 마나가 결집된 마나석이 분명합니다.”
“오오! 그래? 급수는 어느 정도겠는가? 상급 이상이겠지?”
마법사의 말은 자신의 판단이 정확했다는 말과 동일했다.
백작은 놀람을 뒤로하고 서둘러 감정사의 감정을 요구했다.
마법사로부터 마나석을 건네받은 감정사는 기구를 꺼내 마나석에 촛불을 비추기도 하고 물속에 넣기도 하고 햇빛을 굴절시키기도 하더니 이윽고 커다란 돋보기를 탁자에 올려놓았다.
그동안 백작은 눈도 깜박이지 않고, 감정사를 주시했다.
“아무런 잡티도 보이지 않습니다. 더욱이 푸른빛 안쪽으로 녹색 빛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상급, 최상급입니다. 최상급 중에서도 지금껏 보고되지 않은 로열 급입니다.”
“그, 그 정도라는 말인가?”
“최고의 물건이라 확언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 정도 크기면 프리미엄이 더 붙겠지요. 아마도 제국이나 왕국들뿐만 아니라 마탑들도 이 사실을 알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것이 분명합니다. 다른 상단에 넘어가기 전에 반드시 구매해야 한다고 판단됩니다.”
“그럼 금액은 어느 정도를 책정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팔려는 사람이 어느 정도를 요구하느냐 이겠지요.”
자두만 한 최하급 마정석의 가격이 10골드 정도다. 같은 크기의 금보다 약 15배 정도가 비싼 것이다.
하급이면 20, 중급이면 50, 상급이면 120이다. 최상급이면 다른 방식으로 거래되지만, 보편적으로 300골드 이상 500골드 이하 정도가 보편적인 시장가격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 크기가 갑절이 되면 가격은 보편적으로 3배였다. 물론 천연의 상태에서 축적된 마정석의 가격이다.
하지만 마나석의 가격은 그것의 갑절로도 부족했다.
무엇보다 녹색 빛을 띠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순수한 마나를 포화 상태로 저장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정말, 이 마나석이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