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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 로드 1권(7화)
Chap. 4 모트모스 상단(2)
“보통 상급의 마정석이나 중급 이상의 마나석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거래되네. 국가에서 일괄적인 매매의 대상이 되거나 보편적인 방법으로는 경매의 방법을 택하지. 만일 자네가 경매를 요구하겠다면 전례가 없지만 우리 상단이 나서서 주관해 주겠네. 단 경매 대행으로 수수료 15%를 요구하네.”
“보통은 10%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백작은 다시 한 번 소년을 주시했다.
“맞네. 하지만 이 경우는 취급 방법이 다르기 때문일세. 이 물건은 다른 품목들과 달리 우리 상단이 주관하여 각국과 마탑들에게 공지를 보내고 오랜 시간 홍보를 하여야만 하네.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수수료를 인상한 이유일세.”
“알겠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저는 이 물건을 백작님의 상단에 넘기겠다고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그 말은 나도 기억하고 있네. 다만 나는 고객이 더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일세.”
“고맙습니다. 백작님의 호의는 감사함으로 받고, 처음 제의대로 모트모스 상단에 이 마나석을 넘기겠습니다. 가격을 책정해 주십시오.”
“……진심인가?”
“…….”
로스는 묵묵히 백작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무슨 말이 더 필요하냐는 반응이었다.
“자네가 그리 말해 주니 진심으로 고맙네.”
“주신 것이 있으니 가는 것도 있겠지요. 더구나 정당한 거래일뿐입니다.”
“……!”
로디안 백작은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알고 있기로 열다섯에 불과했다.
한데, 어떻게 된 것이 아이는 시장에 대해서 너무도 해박해서, 마치 자신이 십대 상가의 상주들과 대화하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더군다나 이 소년의 대화술은 아무리 닳고 닳은 왕도의 귀족들이 배운 어떤 수사학도 따를 수 없는 세심함과 배포를 지니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 말속에 감정을 담을 수 있었다.
또한 이 소년은 말을 할 때와 멈출 때, 기다릴 때를 알고 있었다. 지금처럼.
“좋네. 200캐럿(carat, 40g) 정도 사이즈의 최상급 마정석이 경매로 판매될 때, 300에서 500골드 사이로 거래가 되네. 또한 크기가 갑절이 되면 가격은 세 배 정도로 보면 적당할 걸세. 거기에 마나석은 보통 마정석의 세 배 정도 가격에 거래되지. 더구나 이 물건은 순수 마나로 가득 차 있네.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이야기일세. 그렇게 계산하면…….”
“이 마나석의 무게는 1,570캐럿 정도 나가더군요. 그렇다면 세 번의 갑절에 조금 못 미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 마정석 가격의 세 배면 네 번의 갑절에 못 미치겠군요. 그렇게 볼 때, 최하 24,000골드에서 최대 40,000골드에 조금 빠진 정도가 적정 가격이겠습니다. 거기에 프리미엄이 20% 정도 붙겠지요.”
“허허…….”
로디안 백작은 그저 웃고 말았다.
아침 일찍 아르도스의 이름으로 찾아온 아직 어린 소년.
로스데일 폰 아르도스.
누구의 호위도 없이 가문의 문장 하나만 달랑 들고 찾아와 자신과의 독대를 청했다.
만일 문장이 아니었다면, 이 소년은 이 자리에 들어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과 대면하는 자리에서 거침없이 꺼내 놓은 보석 하나.
그것은 오늘 식전부터 기함하게 만들고, 지금까지 자신을 설레게 만든 마나석이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눈앞의 아직 어린 티도 벗어나지도 않은 이 소년이다.
한참, 왕립아카데미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더 어울릴 나이고, 파티에 숨어들어 말썽이나 피울 나이를 겨우 면한 정도였다.
그런 소년이 이미 마나석의 가격을 꿰고 앉았고,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정확하게 계산하고 있는 것은 제쳐 두고라도, 능구렁이들 속에서 상단을 키워 온 자신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대체 아르도스 가는 이 소년을 어떻게 키웠다는 말인가?
로디안 백작이 허탈한 쓴웃음을 베어 물 때도 로스의 말은 이어졌다.
“우리 아르도스 가는 프리미엄의 이득을 깨끗이 모트모스 상단에 넘기겠습니다. 또한 최대치로 잡은 금액의 20%를 뺀 금액을 적정가로 잡겠습니다. 우리 아르도스 영지는 홍보를 하고 경매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경매 대행 수수료에 해당하는 15%를 뺀 가격으로 이 물건을 매도하겠습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
로디안 백작은 허탈함에 젖어 묵묵히 로스를 바라보았다.
이 아이는 영악하다는 표현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천재라는 말로도 설명이 안 된다.
누가 가르친 것일까?
아르도스가 그 정도였던가?
문득 로디안 백작의 맘속에 이 소년을 향한 욕심과 함께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이 찾아들었다.
“동의하신다면 결정지어 주십시오.”
“동의하겠네. 자네 말대로 이 물품을 구매하겠네.”
“그렇다면 최대치를 4만으로 잡았을 때, 20%를 제한 금액이 3만 2천 골드, 수수료 15%인 4,800골드를 제하면 27,200골드가 되겠군요. 맞습니까?”
로디안 백작의 눈이 오른편에 있는 상단 감독인 브로칸 남작을 바라보았다.
브로칸 남작 역시 놀람을 숨기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27,200골드…….”
“그렇다고 하는군. 그러면 어떻게 지불하면 되겠는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보리 200골드, 밀 700골드, 닭과 양, 소 등의 가축 300골드에 해당하는 물품을 영지로 가져다 주십시오. 이는 향후 5년간 봄밀의 수확이 끝난 시점에 정기적으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스토일 사무관, 기록하게.”
“예, 백작님.”
“5년간 가을 수확이 끝난 시기에 300골드에 해당하는 콩과 200골드의 옥수수, 그리고 300골드의 가축을 보내 주십시오.”
“그렇다면 일 년에 두 차례 총 2,000골드에 해당하는 물품을 요구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사무관님. 이번만 먼저 보내 주시고 향후 가을과 봄 수확이 끝난 시점에 물품을 보내 주시면 되겠습니다. 단 운송비는 따로 청구해 주십시오.”
“여지껏 우리 모트모스 상단은 아르도스 영지에 대해 운송비를 받지 않았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거래는 향후 피차에게 짐이 될 수 있습니다.”
“……!”
상인으로서 백작은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우리 모트모스 상단은 아르도스 영지에 대해 최대 고객에 준하는 예우를 약속하겠네. 이는 다른 고객에 최우선하여 아르도스 영지의 요청에 응하겠다는 약속일세.”
“감사합니다, 백작님. 향후 아르도스 영지 역시 로스데일 폰 아르도스가 주관하는 모든 거래에 대해 모트모스 상단을 주거래 상단으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남은 금액이 17,200골드일세. 현금으로 찾아가겠는가?”
“하하, 아닙니다. 2,200골드만 현금으로 준비해 주십시오.”
“나머지 금액은 어찌하겠는가?”
“10,000골드로는 사람을 구해 주십시오.”
“사람? 용병을 말함인가?”
“아닙니다. 노예입니다.”
“아니, 무슨 노예를 일만 골드나 들여 산단 말인가?”
“기술자들입니다. 대장장이들과 암석을 잘 다루는 석공들, 각종 기술자들……. 그리고 농사 경험이 많은 자들도 부탁합니다.”
“석공? 성이라도 쌓을 참인가?”
“우선 영지에 부족한 농지를 만들려고 합니다.”
“농지? 허허, 뭔 말인지 자세히 모르겠지만 가장 능한 자들로 최대한 구해 보겠네.”
“이 일은 비밀로 추진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왜 그런가? 이 카스틴 왕국에서 아르도스 백작가가 숨기면서 무언가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숨기려는 것이 아니라 굳이 알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비록 아르도스 영지가 카스틴의 불모지라는 테이블마운틴 아래로 옮겼다고 해도, 아직 아르도스를 시기하는 자들은 충분하니까요.”
“아르도스 백작가가 드디어 융통성을 얻었군.”
“융통성은 처음부터 갖고 있었지요. 다만 융통성을 핑계로 나라를 적국에 바치려는 것을 반대했을 뿐입니다.”
한 치도 흔들리지 않는 로스데일의 모습에 로디안 백작은 짓궂은 말장난을 멈춰야 했다.
“하하, 과연 아르도스로군. 자네를 보니 충분히 알겠네. 그러면 남은 5,000골드는 어찌하려는가?”
“먼저, 1,000골드분의 철광석을 보내 주십시오. 그리고 이후, 저희 영지에서 요청할 때마다 필요한 금속이나 물품을 구해 주십시오.”
“철광석? 물론 이 일도 비밀을 요하는 것이겠지?”
“물론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 규모라면 비밀을 유지하기에 쉽지 않을 텐데……? 더군다나 운송비 역시 만만치 않고…….”
“대신에 최상급의 마정석을 일정량 공급해 드리겠습니다.”
“마정석?”
“그렇습니다. 이것과 같은 레벨입니다.”
로스데일이 품에서 꺼낸 마정석으로 인해 한동안 소란이 가시지 않았다.
“이 마정석이라면 최소 100골드를 상회하네. 이것과 같은 레벨을 정말 정기적으로 댈 수 있다는 말인가?”
“일 년 주기로 100개는 맞출 수 있습니다.”
“100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당장 마법사의 감정이 있었고, 마법사의 감정 결과 최소 5서클 마법을 10번은 무리 없이 쓸 수 있는 마나량을 축적한 마정석으로 판별되었다.
감정사의 감정 역시 최상급 레벨로 최우선 투자 품목이었다.
그런 마정석을 일 년에 백 개씩이나 공급해 줄 수 있다니, 아르도스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자네, 아르도스 백작가가 혹시 드래곤 레어라도 발견했는가? 아니면 고대 던전이라도 발견했다는 말인가?”
“…….”
또다시 입을 굳게 다무는 로스데일.
로디안 백작은 절로 고개가 흔들렸다.
백작은 점점 더 이 거래에 매료되었다.
“좋네. 만일 이 거래를 우리 상단과 지속해 준다면 향후, 모트모스 상단은 아르도스 영지와의 모든 거래에 10%의 마진을 할인해 주겠네. 또한 어떤 요구도 최우선으로 실행하겠다고 약속하겠네. 이 사실을 문서로 남겨도 되겠는가?”
“감사합니다. 아르도스 가 역시 아버님과 상의하여 모트모스 상단과의 관계를 확실히 하겠습니다.”
“그래, 고맙네. 하하하하, 으핫하하하…….”
로디안 백작은 통쾌하게 웃었다.
이미 미래가 없는 가문인 줄 알았다. 밑 빠진 독과 같은 가문이었다.
선대의 인연으로 가능한 도우려 했지만, 지금의 영지와 영지민을 품에 안고 가려는 그 행태로는 미래가 없었다.
아무리 국왕의 신뢰가 절대적이라도 왕국은 왕의 의지만으로는 움직이지 못한다.
설사 절대군주라 해도 끊임없이 칭얼거리는 왕 주변의 정치꾼들에게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선대 국왕은 이미 아르도스를 배신하고 버렸었다. 지금의 아르도스가 그 결과였다.
카스틴의 대부분의 귀족들이 그것을 요구했었고 앞장섰었다. 그런 그들이 아르도스가 중앙 정치 무대로 복귀하기를 바랄 리 없었다. 아틀란 대륙의 대제국인 아라곤의 눈치를 보아서도, 결단코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었다.
어차피 사라질 가문이었다.
후계자도 없었다. 아니, 후계자를 잃어버렸다.
오딘 왕국과의 10년 전쟁을 거치면서 수많은 일가가 죽어 나갔고, 아라곤의 중재에 반기를 들면서 그 세력마저 잃어버렸다.
제 몫만 챙기던 왕도의 귀족들 때문에 그 기름졌던 영지마저 적에게 넘겨주고, 국왕의 배려라면 배려로 겨우 얻은 것이 지금의 버려진 대지였다. 그나마 남은 형제와 아들마저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했다.
처음에는 사라질 가문이었기에 선대의 인연을 지키려 했다.
다음에는 밑 빠진 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켜온 인연을 끊지 못해 손해를 감수했다.
선대의 약속을 기억하는 자신의 대까지는 그러려니 하고 포기했다.
그렇기에 자신의 딸에게 아르도스란 이름조차 거론하지 않았던 로디안 백작이다.
그런 아르도스가 숨겨 키운 아들을 보내온 것이다.
로스데일 폰 아르도스.
지금, 기적을 보여 주고 있었다.
마나석으로 보게 될 이득만 최소로 잡아도 3만 골드. 최상급, 그것도 로열 급이었다.
프리미엄까지 붙게 되면 얼마가 될 지 알 수 없는 경매물이었다.
차후 마정석으로 얻게 될 이득 역시 매년 1만 골드를 상회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상급 품의 경매로 인한 인지도 상승과 상단의 홍보 효과는 금전적 이득을 훨씬 초과하는 무형적 이득이었다.
로디안 백작은 급히 딸 세린느를 불러오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