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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 로드 1권(10화)
Chap. 6 몬스터 해역(2)
“이곳이 최적지라는 말이지요?”
“물론 위치상으로는 최적지입니다. 하지만…….”
“그래요. 여기 계신 분들 중에 몬스터 해역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 계신가요?”
모두가 타 지역 출신들, 세세한 내용을 알 리가 없다.
다들 서로 눈치를 보자 결국 오토 집사가 나섰다.
“토르만 자작님께서 말씀해 주신 몇 가지 정도입니다.”
“자작님께서 돌아오실 때가 되셨는데……?”
“자작님이 돌아오실 때가 되셨다고요?”
“아! 아라곤 제국까지는 가시지 않으셨나 보더군요.”
토르만 자작이 사라진 지(?) 한 달하고 보름이다.
노구에 수도까지 다녀오기에도 빠듯한 시간.
애초 제국까지 다녀오기에는 늙은 마법사에게는 무리였다고 다들 생각했다.
하지만 로스의 대답은 달랐다.
“아닙니다. 제국에서 일을 마치시고, 왕도에 다시 일이 있어 가신다고 하셨습니다.”
“예?!”
“아, 궁금한 내용은 오시면 물어보시고……. 오토 집사님, 아시는 대로만 말씀해 주세요.”
“네?! 아, 네. 몬스터 해역의 몬스터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고 합니다. 써팬트나 크라캔(kraken) 같은 대형 해양 몬스터와 해양 오크나 멀럭, 해양 리자드맨 같은 유사 인종 몬스터들입니다.”
로스는 오토 집사의 말을 들으며 각인된 기억들을 찾아냈다.
2차 신마대전이 끝났을 즈음.
대륙이 나누어지면서, 아틀란 대륙과 뮤란 대륙 사이에는 많은 섬들이 생겨났다.
대표적인 페리스 왕국이나 스탠 공국 외에도 몬스터 해역 북서부의 페리스 해에는 수많은 섬들이 생겼는데, 개중에는 아르도스 영지보다 큰 섬들도 다수였다.
한편, 갑자기 마계의 문이 닫히면서 마계로 돌아가지 못한 마족들과 마물들이 있었다.
이에 아틀란 대륙에서는 신마대전 당시의 정령과 인간, 엘프, 드워프, 수인족들의 연합이 지속되면서 남겨진 마족들과 마물들을 정리해 나갔다.
실지로 이때 많은 몬스터들도 함께 처리되었다.
하지만 마족들에게 통제되던 몬스터들은 이미 전 대륙에 뿔뿔이 흩어진 상태.
연합군의 강력한 힘으로 몬스터를 박멸해야 한다는 주장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런 몬스터들은 군집 생활이나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연합군을 피해 도망 다녔기에 박멸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1차 신마대전 이후로 몬스터들은 레무니아에 존재해 왔었기에, 더 이상 연합군을 존속시킬 명분도 시간이 갈수록 약해져만 갔다.
연합군의 해체가 가까워지면서, 몬스터 박멸을 주장하던 이들은 머리를 모아 숙의하기 시작했다.
결국 연합군은 뮤란 대륙이 떨어져 나가면서 생긴 마름모꼴 해역에 몬스터들을 밀어 넣기로 결정했다.
서버 해 입구에서 맞은편 스탠 공국과 페리스 왕국, 바다 건너 마틴 왕국, 그리고 오딘 왕국과 카스틴 왕국으로 이어지는 마름모꼴의 해역으로 이후 몬스터 해역이라 일컫게 되는 곳이다.
그곳은 대륙이 나뉘기 전, 깊은 협곡이 존재했던 곳이다.
연합군은 먼저 정령왕의 도움으로 몬스터 해역의 협곡으로 씨 써팬트와 자이언트 스퀴드(Giant Squid, 대왕오징어), 크라켄 등의 대형 해양 몬스터들을 지금의 페리스 왕국과 마틴 왕국 사이를 통해 끌어들였다.
페리스 왕국과 테이블마운틴 사이의 페리스 해는 그 수심이 너무 얕아 대형 해양 몬스터가 들어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연합군은 북쪽과 남쪽에서 몬스터를 쫓기 시작했고, 결국 지금의 카스틴 남서부와 오딘 서부를 통해 몬스터 해역으로 밀어 넣는데 성공한다.
그 당시 상황을 기술한 대륙의 역사서에 보면, 이 해역이 광란의 현장으로 변했다고 한다. 대륙 중앙에서 해변까지 쫓겨 내려온 몬스터들은 해변을 타고 추적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신마대전을 거친 연합군의 기세는 무서웠다. 해변을 따라가며 처참한 척살이 이루어졌고, 본능적으로 수영을 할 수 있던 몬스터들은 결국 바다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당시 바다는 몬스터 무리로 인해 물이 보이지 않았고,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는 수평선이 보였다고 하니 그 수가 어떠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수의 몬스터가 해변에서 척살되어, 해변에는 몬스터의 사체가 아니면 발을 딛을 수가 없을 정도였고, 바다는 온통 몬스터의 피로 검푸르게 물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때 진정한 의미의 학살이 바다에서 벌어졌다. 깊은 바다로 많은 수의 몬스터가 헤엄을 치고 들어갈 때, 씨 써팬트 무리의 습격이 있었다.
중형 몬스터가 단 한 번의 접촉으로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시작된 학살은 백상아리와 그램프스(Grampus, 범고래) 떼가 몰려들면서 본궤도에 오르더니, 자이언트 스퀴드와 크라켄의 등장으로 결론이 지어졌다.
그 학살의 광경이 얼마나 처절했는지, 해안의 몬스터들은 드래곤 피어에 당한 것처럼 꼼짝을 못했고, 연합군들도 더 이상 척살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후, 아틀란 대륙에서 시비리 지역 근처나 깊은 산이 있는 농촌 외곽, 포브스 사막, 산맥 근처 외에는 대규모의 몬스터를 발견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몬스터 해역에는 아직도 대형 해양 몬스터들이 존재했다.
또한 해역에 수없이 흩어진 섬들 근처에는 바다에 적응한 몬스터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특히, 몬스터 해역 북서부에 위치한 페리스 해는 수심이 가장 깊은 곳이 불과 이십 미터 정도다 보니, 대형 해양 몬스터들이 올라오지 못했다.
그렇기에 천적이 없는 상태와 풍부한 먹이로 말미암아 페리스 해에는 해양 오크나 리자드맨, 멀럭, 라미아 등과 같은 중소형 몬스터들이 거대 집단을 이루며 서식하고 있었다.
아르도스에 있어서 문제는 이들, 곧 영지 앞바다인 페리스 해에 존재하는 섬과 산호초에 둥지를 튼 중소형 몬스터들인 것이다.
스탠 공국까지는 바닷길로 270킬로미터.
아르도스가 스탠 공국이나 페리스 왕국, 혹은 뮤란 대륙과 교역을 하려면 반드시 이 중소형 몬스터들을 처리해야만 했다.
만일 중소형 몬스터들을 뚫고 페리스 해에 해로만 연다면, 아르도스는 페리스나 스탠, 뮤란 대륙과 최단 거리로 교역할 수 있는 북부 아틀란의 유일한 교역지가 되는 것이고, 이는 단기간에 아틀란 최대의 항구를 소유할 수 있다는 말과 같은 의미가 된다.
문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얕은 산호초와 섬에 자리 잡은 이 몬스터들은 집단 사냥을 하는 유사 인종 족속들이었다.
더욱이 해양 오크는 무기들을 사용하고, 작지만 뗏목과 같은 배들을 운용할 정도로 지능이 매우 뛰어났다.
해양 리자드맨들은 아르도스 영지 앞에 길게 초승달 모양으로 감싸고 있는 산호초에 서식하면서, 자주 해안가를 침범하곤 했다.
아르도스 백작가가 이곳에 영지를 세웠을 때만 해도 해안은 해양 리자드맨들의 거처였고, 영지 깊은 곳까지 해양 오크들이 들어와 약탈을 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초기부터 아르도스 백작가는 전력을 기울여 이 몬스터 퇴치를 해 왔고, 지금도 오토 집사의 가장 큰 지출은 급여와 함께 몬스터 퇴치에 들어가는 비용이기도 했다.
“작은 주인님!”
로스의 상념이 깨졌다.
오토 집사가 두 눈을 둥그렇게 뜨고 쳐다보고 있었다.
“예. 집사님, 말씀하세요. 제가 잠시 다른 생각이 들었네요.”
“허허, 여기도 안전한 곳이 아닙니다. 이제 돌아가시지요.”
“아, 네. 그러시지요. 아! 그리고 크레인 남작님.”
“예, 소영주님.”
“혹시, 상단 하나를 만들어 보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네?! 상단 말씀이십니까?”
“예. 상단 말입니다. 모트모스 같은…….”
“정말 만들 수만 있다면 백 번이라도 만들지요.”
“하하, 그러면 한번 생각해 봐야겠네요.”
“생각이야 수천 번이라도…….”
말을 흐리는 크레인 남작은 아문센 남작을 힐긋 보더니, 아쉬움이 묻어나는 눈으로 로스를 쳐다보았다.
“하하, 그렇게 많이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말 원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요.”
“정말 원합니다. 일 년 동안 영지가 많이 바뀌었지만, 우리 영지는 식량조차도 자립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일 어느 정도만 상단을 키울 수 있다면, 이 땅이 더 이상 굶주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급하게 말을 받는 크레인 남작이다. 그만큼 마음의 바람이 크다는 뜻이고, 또 로스를 신뢰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지난 일 년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에 대한 로스의 대답은 단호했다.
“앞으로 절대 영지의 누구도 굶주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소영주님, 저나 여기 있는 사람들 누구 하나 영화를 바라는 사람은 없습니다. 죽기 전에 옛 영지를 회복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이미 사라진 꿈입니다. 다만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빼앗긴 영지에 그냥 눌러 살았다면 최소한 굶주리진 않았을 텐데도 우리를 따라 이 척박한 곳으로, 아르도스라는 이름만 믿고 따라온 사람들에게 굶어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
크레인 남작의 눈에서는 불을 뿜고 있었다.
평소와 다른 언변으로 불을 토해 냈다.
이는 크레인 남작만이 아니었다. 모두가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로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히 그렇게 하겠습니다. 로스데일 폰 아르도스의 생명을 다해 이 약속을 지킬 것입니다. 가까운 장래, 여러분들은 아르도스의 번영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소영주님!”
갑자기 모두 땅에 무릎을 꿇으며 복명했다.
아버지 리믹스의 기사들이었다.
결코 로스 앞에서 꿇을 무릎들이 아니었다.
“왜 이러십니까? 일어나세요, 남작님. 아문센 남작님. 펄스 경! 오토 집사님! 아! 정말, 란셋 아저씨!”
“무엇이든 따르겠습니다!”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왜 이러십니까? 여러분은 아버지의 기사입니다. 어서 일어나세요!”
“그렇습니다. 저희는 리믹스 백작님의 검입니다. 그렇기에 아르도스의 이름 앞에 무릎을 꿇은 것입니다.”
“소영주님은 예기를 잃은 우리 아르도스의 검들에게 예기를 살려 주셨습니다. 왕국마저 외면한 전쟁에서 십 년 동안 승리만 했던 우리 아르도스의 검들입니다. 제국의 검도 부셔 버렸던 아르도스입니다. 하지만 너무 비참해서 우리 스스로 아르도스의 검임을 잊고 살았습니다. 이제 말씀만 하십시오. 아르도스의 검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보여드리겠습니다.”
“……!”
로스는 묵묵히 무릎을 꿇고 자신을 바라보는 면면을 살폈다.
굳건한 의지와 함께 뜨거운 열정이 보였다.
문득 로스는 가슴 한편이 아려 왔고, 통곡하는 눈물이 들리는 듯했다.
“정말 아르도스의 검이 예리합니까?”
“그렇습니다. 명령만 하십시오!”
“어떤 희생도 각오하신다 하셨습니까?”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습니다. 마계에 들어가라 하신다 해도 가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스탠 공국으로 향하는 해로를 한번 뚫어 보지요.”
“예?!”
“로딘 왕국을 짓누르고, 아라곤 제국의 검들을 깨뜨렸던 그 예기로 해양 몬스터의 목을 잘라 보자는 말입니다.”
“충!”
이견은 없었다.
반문도 없었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한 모양으로 군례를 행했다.
로스가 손을 내밀어 크레인 남작의 손을 붙잡았다.
그 손을 아문센 남작이 잡고, 란셋이, 오토 집사가 잡았다. 모두 함께 손을 잡고 일어나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다를 보았다.
태양의 불길보다 더 뜨거운 것이 몬스터 해역을 향했다. 대륙에 새로운 역사가 그 첫 단추를 끼우고 있는 것이다.
***
굳이 축제라 부를 것도 없지만 아르도스 영지의 첫 번째 축제는 성황리에 끝이 났다.
일주일 동안 영지민들은 모두 쉬면서 축제를 즐겼다.
로스는 오토 집사를 통해 영지민들이 아르도스에 와서 이토록 배불리 먹고 마신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물자들을 풀었다.
마을 광장마다 맥주 통들이 쌓였고, 양고기 통 바비큐가 익어 갔으며, 향기로운 스튜와 빵이 끊어지지 않았다.
춤과 노래가 울려 퍼졌고,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울렸으며, 노인들의 얼굴엔 자애로운 미소가 감돌았다. 남편의 호탕한 웃음소리, 아내의 사랑스런 눈빛.
아르도스 영지는 새 날을 맞고 있는 것이다.
“그가 왜 우리 영지를 방문한다는 것입니까?”
“명분은 우리 영지에 지원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지원이요?”
집무실에서 리믹스 백작을 대신하여 서류를 결제하던 로스는 뜻밖의 보고를 받았다.
영지와 붙어 있는 크란 영지의 영주인 자크 드 크란 자작이 지원품을 가지고 영지를 방문하겠다는 것이다.
로스가 기억하기로 아직 타 영지에서 지원이 들어왔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대답을 하는 통신 마법사 로터도 웃기다는 표정이다.
“봄밀을 수확했으니 나눠 주겠다고 합니다.”
“그래요? 얼마나 주겠답니까?”
“그 일을 논의하기 위해 오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요? 수고하셨습니다, 로터 마법사.”
“별말씀을요. 어찌 대답해야 할까요, 소영주님.”
“아버님께 가 봐야겠습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소영주님.”
로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로터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영지에 세 명밖에 없는 마법사 중의 하나인 로터는 토르만 자작의 제자로 스물일곱에 3클래스 마스터에 오른 재원이었다.
‘대체, 저 어린 소공자의 무엇이 스승님과 많은 귀족들을 움직이는 것일까?’
로터는 궁금했다.
아르도스의 이름만으로 이토록 열광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소영주가 전면에 나선 이 일 년간 영지는 비약적으로 풍요해졌고 발전했다.
가시적인 성과만이 아니라 영지민의 의식 자체가 달라진 것을 로터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로터가 보기에 소영주는 아직 어린 막내 동생뻘의 소공자에 불과했다.
그런데 자신의 스승인 토르만 자작은 소영주라면 껌뻑 죽는다. 아니, 그 이름만 올려도 존경과 흠모의 눈빛을 나타낸다.
불과 45일 만에 왕도 카스티느를 거쳐 아라곤제국의 황도 아라고니아로, 다시 왕도를 통해 영지로 돌아온 자신의 스승이었다. 그런 스승이 존경스럽지 않다면 제자도 아닐 것이다.
다른 이들이라면 일 년은 걸렸을 여정이지만 왕도의 통신 마법사들에게 듣기로는 스승이 왕도에서 열흘씩 도합 20일을 머물렀고, 아라고니아에서 나머지 기간 동안 머물렀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 수 있을까?
로스는 스승이 워프나 텔레포트가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미 20세에 5클래스 유저였던 스승이었다.
그 스승이 일흔이 되었다. 스승이 밝히지는 않았지만 로터는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스승은 최소 7클래스 마도사였던 것이다.
그런 스승이 특별히 아끼는 소영주.
로터는 왠지 모를 질투가 났다.
그래서 로터는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