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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 로드 1권(15화)
Chap. 8 체인지업(Change up)(2)


“자크 자작이 300골드나 보내왔다고?”
“그렇습니다. 아버지.”
“하하하, 과연 네 말대로구나. 앞으로도 지원한다더냐?”
“하하, 그렇답니다. 앞으로 매년 봄과 가을 추수 후에 밀이나 보리로 지원하겠답니다. 아마 우리 목을 틀어쥐려 작정한 모양입니다.”
“후후, 그렇겠지. 부르터 후작…….”
리믹스 백작의 얼굴에 회한이 어리는 것을 보던 로스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아버지…….”
“응?!”
“마이티 포스를 기사들에게 가르쳤으면 합니다.”
“마이티 포스? 네가 마이티 포스를 안다는 말이냐?”
“예, 아버지.”
“그, 그걸 네가 어찌?”
마이티 포스(Mighty Force).
아득한 옛날부터 아르도스 가문의 적자에게만 내려온 비전의 마나호흡법이다.
리믹스 백작 역시 스물에 결혼을 하고서도 5년이 지난 뒤에야 이 호흡법을 그 선친 헤더 백작에게서 물려받을 수 있었다.
어차피 물려줄 것, 아들 로스에게 못 줄 이유도 없다. 아들이 비록 검술에 재능을 발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문을 이을 하나밖에 없는 상속자. 그런 아들에게 무엇을 못 주겠는가?
하지만 아들은 지금 이 호흡법을 기사들에게 주자고 했다.

아르도스는 가신들에게 후했다.
그 심성만 보고 왕실아카데미에 넣기도 하고, 심지어 제국의 황실아카데미에도 보냈다.
더욱 대단한 것은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가문의 마나호흡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영주와 기사가 동일한 마나호흡법으로 수련한다는 말이다.
검술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면에서 아르도스의 검법은 항상 후대에 더 발전을 이루어 왔다.
이곳 테이블마운틴 끝자락의 영지에서, 그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하나가 되어 어려움을 이겨 내는 바탕이 거기에 있었다.
어려움도 즐거움도 함께 공유하는 아르도스.
그렇기에 일개 영지가 일국의 대군과 맞서 십 년이나 승리를 거두었고, 제국의 기사단마저 꺾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르도스도 공유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이 바로 마이티 포스.

리믹스 백작은 얼굴을 굳힌 채 아들을 바라봤다.
어떤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리믹스 백작의 두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리믹스의 앞, 정확히는 로스의 손에 청색 빛이 나는 검이 들려 있었다.
“오, 오, 오러 블레이드!”

***

“이것이 정말 마이티 포스입니까?”
“정확히는 하이포가스트릭 브리싱 마이티 포스(Hypogastric Breathing Mighty Force)이지요. 마이티 포스의 단점을 장점으로 메운 마나수련법입니다.”
란셋도 크레인 남작도 역시 마이티 포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다만 그것이 아르도스의 마지막 비기(秘技)라는 것을 알기에 모르는 척할 뿐이었다.
“그런데 이것을 왜……?”
“크레인 남작님, 란셋 아저씨. 그리고 아르도스의 기사분들.”
“마, 말씀하십시오.”
“전에 여러분은 제게 무릎을 꿇고 말씀하시기를 영지민들이 최소한 굶어 죽지만 않게 해 달라 하셨지요?”
“그, 그렇습니다.”
“저는 그렇게 못 합니다. 그럼 매일 굶주리면서 죽지 못해 사는 고통을 내 영지민들에게 주란 말입니까?”
“……!”
“지키지 못할 것은 애초에 가지지 말아야 합니다. 죽지 못해 산다는 소리도 듣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정말 살아갈 이유가 있는 삶을 주고 싶습니다.”
“……!”
“그러려면 힘이 필요합니다. 힘이 있어야 가진 것을 지킬 수 있습니다. 우리 아르도스가 이 오지 변방으로 쫓겨 온 것도 사실은 지킬 힘이 없어서입니다.”
“소영주님!”
“정말 영지민들이 잘 사는 것이 무얼까요? 저는 우리 영지민들에게 먹을 걱정이 아니라 행복이라는 것을 주고 싶습니다. 먹는 걱정이 아니라 행복한 생활. 제게 그런 요구를 하실 만큼 힘이 있으십니까?”
“……!”
“없으시지요? 왕국의 전력을 십 년 동안이나 일개 영지의 힘으로 막아낸 정도가 아니라,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는 아르도스가 겨우 이웃 영지의 자작 따위의 방문에 치졸한 연극이나 꾸며야 할 정도라면 일찌감치 포기해야 합니다.”
“소영주님, 길을 일러 주십시오!”
“길을 일러 주십시오!”
란셋과 크레인 남작이 무릎을 꿇자 기사들도 함께 무릎을 꿇으며 복창했다.
“정말 원하십니까?”
“원합니다! 진심으로 원합니다!”
“좋습니다. 오늘부터 여기 계신 분들과 아르진의 포크 경까지 새로운 마나호흡법을 배울 것입니다. 이후, 새로운 검술을 배우면서 어보이드 스텝(avoid step, 보법)과 헤이스트 페이스(haste pace, 경공), 그리고 피스티커프 테크닉(fisticuffs technique, 격투 기술)도 배워야 합니다.”
“마, 마이티 포스에 그런 기술들도 들어 있는 것입니까?”
“글쎄요. 아무튼 배워야 합니다.”
“누구에게…….”
“헉! 오, 오러 블레이드!”

“이제 한 달 정도면 모두 도착하겠군요.”
“예, 소영주님. 모두 다 이미 왕국에 들어와 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늦어도 한 달 안에는 다 모일 것입니다. 이번에도 모트모스 상단의 힘이 큰 것 같습니다.”
“그 정도 보상은 되고 있습니다. 염려 놓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학생들은 모집해야겠군요. 우리 영지는 아이들이 적지만 그래도 개중에 자질이 있는 아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기사 후보생은 란셋 아저씨께 맡겼고, 행정 후보생은 아문센 남작님께 맡겼습니다. 자작님께서 특별히 마나에 민감한 아이들을 찾아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소영주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법사의 영입은 계속해 주십시오.”
“물론입니다. 각국에 흩어져 있는 동기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습니다. 소영주님께서 주신 고대 마법서는 마법사라면 누구나 탐내는 것입니다. 영지로 오고 싶어 엉덩이가 뜨거운 친구들이 한둘이 아닌 것 같습니다.”
“마법 마나 연공은 어디까지 이르셨나요?”
“소영주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사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소영주님.”
머리를 숙여 사례하는 토르만 자작의 노안이 흥분으로 붉어지고 있었다.
“자작님도 별말씀을……. 그럼 마나 고리는 일곱 개를 그렸겠군요. 빠른 진행입니다.”
“소영주님께서 주신 연공법 덕분…….”
“중요한 것은 마나의 고리를 만드는 것보다 고리가 얼마나 두껍고 알찬가의 문제입니다. 마법 마나 연공 방법을 따르면 5서클의 고리가 7서클의 고리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7서클의 파이어 스톰(fire storm)의 위력을 상회하는 5서클 파이어 버스트(fire burst)가 되는 것이지요.”
“예! 고리를 만드는 것보다 그 굵기와 마나를 정결하게 하는 것에 더 힘을 쏟고 있습니다. 정말 이런 연공 방법이 있다는 것은 생각도 못해 봤습니다.”
“고대에 마법이 흥성했던 이유입니다.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말씀하십시오. 이젠 각성을 준비해야 하니까요.”
“각성……!”
각성.
마법사들이 육신의 한계를 넘어 일종의 마나 탈피를 하면서 생명이 연장되고 다시 젊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로스는 지금 마족들과도 능히 싸웠던 고대 마법사들이 걸었던 길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토르만 자작의 눈에는 흠모와 존경이 넘실거렸다.
무엇에든 빠지기 쉬운 마법사들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 주는 토르만 자작이다.

***

아르모스에는 기사단장이 없다.
남부 영지를 떠날 때, 추적대를 막기 위해 단장이었던 에크베이트 남작이 기사들과 함께 남았다. 이후, 그들의 귀환을 기다리며 단장을 뽑지 않았던 것이다.
리믹스 백작은 크레인 남작을 단장에 임명하려 했지만 크레인 남작이 고사했다.
결국 란셋이 수석기사로서 단장의 역할을 감당해 왔다.
로스도 이 사실을 받아들였다.
대신 대장 제도를 도입했다.
대장 아래 두 명의 부대장 기사가 있고, 다시 다섯의 소대장과 열 명의 분대장을 두어, 조직의 유기적 연합체를 만들었다.
일개 소대는 십일 명으로 소대장 하나, 분대장 둘, 대원 여덟으로 각 분대장에게 네 명씩 예속되게 구성했다.
대장은 란셋 경, 부대장 기사는 포크 경과 펄스 경, 소대장들은 올만, 벨리스, 라이언, 산초, 가르시아 경이 맡았다.
여기서 크레인 남작의 아들이 부대장 포크와 소대장 산초였고, 나머지 역시 남부에서 산화한 기사단원들의 삼세였다.
이세는 영지 개발 단계에서 쓰러져 갔고, 지금은 삼세들이 그 뒤를 이어 기사로서 아르도스에 충성하고 있는 것이다.

실전을 통한 훈련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로스의 훈련은 언제나 학습 후에 실전 투입이었다.
로스는 산호초의 바다에서 기사들을 훈련시켰다.
이곳만큼 실전에 적당한 곳도 드물기 때문이다.
산호초의 바다는 영지 북부에서 해머 케이프 해안을 감싸고 있는 보초(barrier reef)와 환초(atoll)의 중간 형태를 띤 산호초 군락의 바다다.
해머 케이프를 감싸 안으며 영지 대부분의 앞바다를 휘돌아 있는 산호초의 바다는 깊은 곳이 불과 칠팔 미터, 낮은 곳은 삼 미터 미만의 얕은 바다다.
하지만 이 바다에는 몬스터 해역의 이족 보행의 개구리 몬스터인 멀럭과 도마뱀 족인 리자드맨이 해양 오크들을 피해 살고 있었다.
이미 소드 익스퍼트 상급을 넘어서고 있는 소대장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상대들은 없었다.
산호초의 바다와 그 건너의 작은 섬들에 거하는 리자드맨들까지. 그리고 페리스 해 곳곳에서 폭군으로 행세하는 해양 오크들은 기사들에게 살이 되고 피가 되어 주었다.
다만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을 넘어서는 크레인 남작과 란셋은 리믹스 백작과 함께 따로 수련을 하느라 근래 기사들의 훈련에는 참석을 못하고 있었다. 이젠 깨달음을 통해 마나의 벽을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은 때로 쏜살보다 더 빨리 흐른다.
그것은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르도스의 기사는 모두 62명.
왕실아카데미 소속은 십여 명에 불과하지만 모두 정식 서임을 받은 정규 기사였다.
이중 기사단원은 58명.
대장 한 명과 부대장 둘, 소대장이 다섯, 분대장 열에 대원인 기사들이 마흔이다.
로스는 처음에는 소대장 이상에게 마이티 포스를 전수했다.
이후 육 개월째에 분대장들에게, 다시 구 개월째에 평기사들에게 마이티 포스를 전수했고, 아울러 성취도를 따라 검법과 여러 기술들을 전수했다.
그간 기사들은 지옥과 천국을 왕복으로 다녀와야 했다. 특히 소대장급의 훈련은 그야말로 처절, 그 자체했다.
로스가 개조한 마이티 포스의 효과는 바로 입증되었다.
불과 삼 개월이 지났을 때, 소드 익스퍼트 중급을 넘어선 소대장들은 구 개월째에 대부분 상급을 완성하면서 최상급을 향해 질주를 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진 검술은 모두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 주었다.
문 라이트(moon light, 월색)
문 샤인(moon shine, 월광)
문 웨이브(moon wave, 월파)
문 플래시(moon flash, 섬광)
촙 문(chop moon, 단월)
으로 발전한다는 다섯 가지의 블레이드 문 검법.
그것은 단순한 오러 블레이드로 만든 힘의 우위가 아니라, 기존의 힘에 의한 검법을 파괴하는 새로운 기교와 마나 배합의 체계였다.
블레이드 문의 첫 번째 검법인 문 라이트를 배우며 소대장들은 수십 자루의 검을 깨뜨렸고, 수백 번 스스로를 죽여야 했으며, 수천 번 좌절해야 했다.
단순히 힘의 우위와 강함으로 밀어붙이기가 주였던 검법이 갑자기 봄바람 같은 검법, 교교하게 비치는 상아색의 달빛과 같은 검 그림자를 그리려니 어찌 간단히 소화할 수 있었겠는가?
차라리 검을 부수는 것이 더 쉬웠을 것이다.
그리고 일 년. 문 라이트가 익숙해지면서 스스로의 검법에 찬탄을 금치 못하던 두 명의 부대장과 다섯의 소대장들, 그들은 다시 문 샤인의 지옥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검법과 함께 배우게 된 어보이드 스텝(avoid step, 보법)은 그들이 진실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했고, 더불어 배운 헤이스트 페이스(haste pace, 경공)는 말에 가까운 스피드로 달릴 수 있는 초능력을 얻게 만들었다.
물론 피스티커프 테크닉(fisticuffs technique, 격투 기술)은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 기술이기도 했지만, 이 기술이 얼마나 유용한지는 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소대장들이었다.
부대장 둘과 소대장 다섯이 합공을 했지만, 매번 로스에게 처참하게 쥐어 터졌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일주일에 이틀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새로 생긴 아르도스 아카데미에서 교양과 행정에 대한 수업을 들어야만 했다.
그야말로 이 이 년의 세월이 지옥의 백 년과 같은 생활인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스스로 강해지는 자신들의 모습을 즐겼다. 천국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이 훈련은 다른 면에서 소기의 성과를 가져왔다.
마나호흡법을 새로 배우기 시작한 분대장들이 합류하고, 다시 일반대원들이 합류하면서 함께 수행한 작전으로 말미암아 산호초의 바다에서 리자드맨들을 완전하게 몰아낸 것이다.
근래에 리자드맨은 산호초의 바다 근처에서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고, 요 한 달간은 간간이 보이던 멀럭마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작은 섬들에 간혹 몇몇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사람 그림자만 봐도 도망치기에 바쁜 몬스터들이었다.
덕분에 산호초 바다의 풍부한 수산물이 채취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먹거리가 영지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영지민들의 생활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 기사들 앞에서 수련의 일차 성과가 보여졌다. 이는 기사들 전부의 미래로 인식되는 사건이었다.
크레인 남작과 란셋이 드디어 마나의 벽을 깨고 깨달음을 얻었고, 기사들 앞에서 오러 블레이드를 시연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즉석에서 두 사람은 비무를 펼쳤다.
블랙 드래곤과 레드 드래곤의 대결이 이럴까?
손에 땀을 쥐는 둘의 대결은 두 시간이 넘도록 계속 되었고, 결국은 로스가 나서 비무를 중지시켰다.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기에, 승부보다는 비무 자체를 더 즐겼던 두 사람은 호탕하게 웃으며 상대에게 예를 표시했다.
이 비무를 보며 기사들은 참으로 많은 것을 느껴야 했다. 더욱이 수련 기간이 이 년에 가까운 소대장 이상의 기사들은 상상 이상의 충격을 받아야 했다.
그것은 단순한 오러 블레이드의 파괴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체득하고 있는 기술의 무리가 고스란히 그 둘의 대결에 담겨 있었다.
흥분한 기사들 앞에서 로스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여러분의 피와 땀으로 수련하고 있는 결과가 지금 여러분이 보신 위용입니다. 하지만 고대인들의 글에 따르면 이제 겨우 몸을 다스리는 단계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것은…….”
“그다음 단계는 무엇입니까?”
거침없이 잘라 오는 외침 한마디.
산초 소대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