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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왕무적 1권(4화)
一章 세상에 나오다(4)


저벅저벅.
진유현이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흑영삼호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혈성이 아직은 정천문을 향해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흑영삼호가 진유현을 정천문의 무인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생긴 착각이었다.
“큭. 저희가 언제…….”
흑영삼호의 말이 중간에 끊겼다. 진유현이 다가올수록 기세가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전신을 짓누르는 기세.
“내가 바로 진가장의 소장주다.”
공력이 담긴 묵직한 음성.
그 음성이 흑영삼호를 압박해 온다.
흑영삼호가 눈을 부릅떴다.
현재 사혈성의 무력 부대가 진가장을 멸문시키기 위해 출발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만한 무력을 가진 자가 진가장의 소장주라면 추후 문제가 되리라.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의문을 느꼈다.
진가장은 수많은 중소문파 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그런 중소문파에서 저런 젊은 고수를 배출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흑영삼호는 중소문파에서 저 정도 고수를 배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이가 지긋이 든 고수라면 한두 명 정도는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 든 고수도 아니고, 진유현의 나이대를 감안하면 진유현은 너무 강하다.
대문파에서도 키우지 못할 정도의 강함.
진유현의 기세에 대항하면서 흑영삼호는 그렇게 판단했다.
사혈성에도 저 나이에 저 정도의 무력을 지닌 자는 없었다.
자연히 흑영삼호는 진유현을 정천문이 몰래 기른 정예 고수로 생각했고, 어쩌면 정천문에서도 사혈성과의 전쟁을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진유현이 진가장의 소장주라는 말은 아예 믿지를 않았다.
만약 진유현 같은 고수가 정천문에 여럿 존재한다면?
그것은 사혈성에게 치명적인 비수로 날아올 것이 분명했다.
흑영삼호의 눈알이 이리저리 굴러갔다.
지금 가진 정보를 사혈성에 전하기 위해 후퇴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스윽.
흑영삼호가 슬금슬금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훗.”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진유현이 흑영삼호를 비웃었다.
생각하는 게 훤히 보여서다.
그렇지만 자신은 흑영삼호를 몸 성히 보내 줄 마음이 없었다.
적은 죽인다.
특히나 가족을 위협하는 적이라면.
단리패와의 생활은 무공만이 아니라 그의 심성도 독하게 만들었다.
쿠오오!
진유현의 기세가 더욱 강렬해졌다.


二章 뇌신의 제자(1)


천뢰신공(天雷神空).
뇌신 단리패의 무공으로, 천하에서 가장 파괴적인 무공인 천뢰신공이 진유현의 단전에서 꿈틀거렸다.
팟. 팟.
파지지직.
진유현의 손에 뇌기가 어른거렸다.
뇌기는 허공으로 퍼지지 않고 진유현의 손에 머물렀는데, 그 모습이 위협적이었다.
쿠우우우!
뇌신기(雷神氣).
단리패를 절대이신으로 만든 패도적인 기운.
뇌신의 무공이 칠마혈사 이후 삼십 년 만에 무림에 모습을 드러냈다.
진유현이 대지를 박찼다.
텅.
펼쳐지는 섬전보.
쉬익!
진유현의 몸이 뇌전처럼 빠르게 쏘아져 갔다. 양손에 뇌신기를 두르고서.
챙.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에 흑영삼호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다급히 검을 뽑았다.
그러고는 자신이 가진 모든 공력을 순식간에 검에 쏟아부었다.
한순간에 공력을 전력으로 끌어 올리자 단전과 기혈에서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왔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본능이 위험하다고 알려왔기 때문이다.
후우웅!
그러자 흑영삼호의 검에서 날카로운 검기가 일어나며 다가오는 뇌신기와 충돌했다.
쾅!
“큭.”
폭음이 터지고.
흑영삼호가 신음을 흘리며 뒤로 밀려났다. 간신히 멈춰 선 그의 두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단 한 번의 충돌.
하지만 그 대가는 가혹했다. 충돌의 여파가 흑영삼호의 내부를 진탕시킨 것이다.
“우웩.”
목구멍까지 올라온 핏덩이를 간신히 뱉어 낸 그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흑영삼호가 질린 얼굴로 진유현을 바라봤다.
자신은 약하지 않다.
아니, 사혈성에서도 나름 강한 편에 속했다. 그런데 진유현에게 너무 쉽게 내상을 입은 것이다.
특히 뇌신기가 아직도 내부에서 충격을 주는지 찌릿찌릿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
강해도 너무 강했다.
적엽비화를 펼칠 때와는 또 달랐다.
직접 상대하자, 그 강함이 확실히 느껴졌다.
흑영삼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게 어렵다고 느낀 것이다.
흑영삼호가 입가의 핏줄기를 닦으며 흑의 안으로 손을 넣었다.
그런 그의 손에 종이처럼 얇은 여섯 자루의 작은 비도가 잡혔다.
흑영삼호가 은밀히 공력을 끌어 올렸다.
“큭.”
그러자 바로 기혈이 들끓으며 고통이 찾아왔다.
기혈이 가닥가닥 끊긴 것이다.
빠드득.
흑영삼호가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았다.
스윽.
그러고는 재빨리 물러서며 여섯 자루 비도를 쥔 양손을 휘저었다.
휙. 휙. 휙. 휙. 휙. 휙.
육살비도(六殺飛刀).
흑영당에서도 조장급 이상은 올라야 비로소 배울 수 있는 고급 암기술이었다.
여섯 줄기의 비도가 빠르고 은밀하게 진유현을 향해 날아갔다.
비도 하나하나가 진유현의 치명적인 요혈만을 노리고 있었다.
비도는 무척이나 은밀했지만, 진유현의 눈에는 육살비도가 선명하게 보였다.
진유현이 고개를 들어 흑영삼호를 바라봤다.
그는 육살비도를 펼치고는 결과를 확인도 안 하고 뒤로 도망치는 중이었다.
“훗.”
그 모습을 바라보는 진유현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슥.
진유현이 양손을 휘저었다.
파파파팟!
뇌신기가 진유현의 움직임에 요동쳤다.
분뢰(分雷).
양손에 머물고 있던 뇌신기가 여섯 줄기로 나뉘며 육살비도에 부딪쳤다.
우우우웅!
퍼퍼퍼퍼퍼퍽!
그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비도들이 터져 나가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로 인해 주위에 먼지가 피어올랐다.
휙!
그리고 진유현이 흑영삼호를 뒤쫓아 숲으로 들어서던 순간이었다.
휙!
쉬익!
쉬릭!
휘리릭!
네 자루의 검.
숲에 은신하고 있던 다른 네 명의 흑영들.
그들의 검이 아무 소리도 없이 진유현을 노리고 쇄도하고 있었다.
갑자기 이루어진 기습.
하나같이 사혈만을 노린 검들.
그 치명적인 네 자루의 검이 진유현의 몸을 꿰뚫으려는 순간.
번쩍!
콰르르릉!
진유현의 전신에서 눈부신 뇌광이 터져 나오고, 뇌성이 울려 퍼졌다.
파지지직!
뇌신기가 모이고 모여 덩어리를 이루더니, 짙은 뇌전으로 변해 진유현의 전신을 감싸 안았다.
뇌전이 얼마나 강렬한지 진유현의 몸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뇌정천벽(雷霆天劈).
천뢰신공의 절대 방어 초식인 뇌정천벽이 진유현의 몸에서 펼쳐졌다.
뇌정천벽은 방어 초식인 동시에 공격 초식이기도 했다. 뇌신기의 특성상 다른 기운과 닿는 순간 뇌신기가 폭발하며 반탄력으로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뇌정천벽으로 네 자루의 검이 떨어져 내렸다.
콰콰콰쾅!
천지를 울리는 괴성.
“컥.”
“헉.”
“큭.”
“킥.”
네 명의 흑영들이 신음을 흘리며 뒤로 튕겨져 나갔다.
그들은 충격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나같이 심각한 내상을 입었는지 입가에 핏줄기를 흘리고 있었다.
휘리릭!
진유현이 그들 사이로 파고들며 뇌신기를 휘저었다.
퍼퍼퍼퍽!
강렬한 뇌전에 그들의 몸이 터져 나갔다.
털썩!
사방에 진한 혈향을 풍기며 그들의 시체가 쓰러졌다. 하나같이 새카맣게 그을리고, 몸이 터져 나갔다.
눈앞의 시체들을 바라보는 진유현의 눈동자가 깊숙이 가라앉았다.
첫 실전과 첫 살인.
그러나 첫 살인치고는 무덤덤하다. 진유현은 첫 살인에서 오는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것이 사부와의 극단적인 수련 때문인지, 아니면 진유현의 본성인지는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의 눈에 세상을 굽어보는 패기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짙은 살기와 함께.
진유현이 흑영삼호가 도망친 숲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시선에 흑영삼호는 들어오지 않았다.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진유현의 얼굴에는 흑영삼호를 놓쳤다는 기색이 없었다.
마치 지금이라도 움직이면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만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여유마저 느껴졌다.
“나에게서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나.”
휘릭!
조용히 중얼거리던 진유현이 숲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

적소화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마치 커다란 둔기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멍했다.
진유현을 처음 만났을 때 정검대원들을 상대로 내뿜은 기세와 흑영삼호에게 펼친 적엽비화의 수법을 보고 강하다고 생각은 했었다.
대문파의 후기지수들보다도.
그래서 호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흑영들을 상대로 보여 준 진유현의 무력은 그녀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흑영들은 결코 약하지 않다.
그런 흑영들을 압도하는 기세와 파괴적인 무력은 그녀에게 충격적이었다.
그 정도의 무위를 보일 수 있는 사람은 정천문에서도 장로급은 되어야 할 것이다.
후기지수 중에는 아예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진유현이 대문파의 장로들과 비슷한 무력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사실이다.
그 와중에 진유현의 전신을 감싼 뇌전을 봤을 땐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했다.
진유현의 무공을 알아봤기 때문이다.
천지를 파괴할 듯한 뇌전.
그 정도로 강렬한 뇌전을 보고 못 알아보는 게 더 이상하다.
적어도 무림에 몸담고 있는 무인이라면 누구나 한눈에 알아보았을 것이다.
천하에 뇌기를 근원으로 하는 무공은 수십 종류나 되지만, 뇌기가 뇌전을 이룰 정도로 파괴적인 무공은 오직 하나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