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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왕무적 1권(5화)
二章 뇌신의 제자(2)
천뢰신공.
뇌신기.
뇌신 단리패의 무공인 천뢰신공만이 강렬한 뇌전을 자유롭게 다루고, 단전에 품을 수 있었다.
그것은 하나를 의미한다.
진유현이 뇌신의 제자라는 것.
뇌신이 강호에서 모습을 감춘 지 삼십 년쯤 되었다. 그동안 어디에서도 뇌신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세간에서는 뇌신이 등선한 게 아닌가 하는 소문이 한창 돌았었다.
그런데 드디어 뇌신의 제자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삼십 년 만에.
진유현의 십 년 동안의 실종.
그 기간 동안 뇌신의 제자가 되어 수련 중이었다고 생각하자, 그제야 진유현의 강함이 이해가 되었다.
뇌신의 제자이기에 그 정도로 강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적소화가 조일영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숙부, 천뢰신공이 맞나요?”
적소화의 목소리는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신이 뇌신의 제자와 같이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
“숙부?”
조일영이 침묵하자, 적소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일영의 행동에 혹시 자신이 착각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때 조일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맞다. 저런 패도적인 무공은 천하 무림에 오직 하나, 천뢰신공밖에 없다.”
대답하는 조일영의 얼굴은 이상할 정도로 잔뜩 굳어 있는 상태였다.
그것을 눈치챈 적소화가 물었다.
“왜 그러세요?”
조일영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번 사혈성과의 문제가 가볍게 끝날 것 같지 않구나.”
“예?”
적소화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진가장의 소장주가 뇌신의 제자인 것이 밝혀진 이상, 사혈성이 물러서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강호에서 뇌신을 거스를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삼패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설사 태산북두라는 소림일지라도 뇌신을 상대로는 양보할 것이다.
그만큼 뇌신의 명성과 무공은 절대적이다.
무엇보다 뇌신은 칠마혈사에서 무림을 구한 영웅이지 않은가.
그래서 조일영의 말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조일영이 적소화의 얼굴에 드러난 의문을 보고 말했다.
“진 소협은 패도를 지향하는 것 같다. 그런 자는 결코 협상을 하지 않는다. 받은 게 있다면 반드시 돌려주는 성향이 강하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던 조일영이 말을 이었다.
“혈존(血尊) 또한 뇌신이라면 모를까, 그의 제자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뇌신의 제자이기 때문에 양보를 하지 않을 것이다.”
혈존 사공학.
사혈성의 성주이자, 천하에서 손꼽히는 초절정 고수가 사공학이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무인이기도 했다.
그런 자가 뇌신도 아닌 그의 제자로 인해 자신의 뜻을 물릴 리 없었다.
오히려 뇌신의 무공을 자신이 누른다는 공명심에 혈존 본인이 나설 가능성이 높았다.
뇌신이라면 싸운다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겠지만, 그 제자라면 이길 가능성이 있으니까.
혈존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였다.
어쩌면 앞으로 벌어질 일일지도 몰랐다.
“산동에 피바람이 불려는가.”
조일영이 조용히 중얼거리며 진유현이 사라진 숲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의 얼굴은 앞으로 닥칠 혈향을 느낀 듯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적소화의 얼굴에서도 흥분한 기색이 사라지고, 서서히 굳어져 갔다.
조일영의 말대로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부르르.
적소화가 불길한 느낌에 전신을 세차게 떨었다.
***
휘리릭!
한 인영이 숲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숲 속에 나 있는 길로 달리는 게 아니라서 그의 전신은 나뭇가지에 긁혀 상처를 입고 있었다.
그가 빠르게 달릴수록 상처도 점점 많아졌지만, 그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속도를 올리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그는 흑영삼호였다.
“헉. 헉.”
흑영삼호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것만 같이 힘에 겨웠다.
심장은 지금 당장 터질 듯이 쿵쾅거리고 있었고, 창백하던 얼굴은 마치 밀가루처럼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달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흑영삼호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더 악착같이 달렸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공포와 당황의 기색이 떠올라 있었다.
이 모든 게 진유현 때문이다.
흑영삼호는 진유현에게 육살비도를 날리고 도망쳤다. 뒤에 은신하고 있던 다른 흑영들이 쫓아오는 진유현을 습격하는 것은 사전에 약속된 일이었다.
은신하던 흑영들이 기습으로 상처를 입히고, 흑영삼호가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은 흑영들이 항상 연습하는 방식 중에 하나였다.
흑영삼호는 흑영들의 습격에 진유현이 치명상은 아니더라도 중한 상처를 입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을 추격하지 못하리라 확신했다.
그만큼 흑영들의 은신술은 뛰어나기 때문이다. 자신이 인정할 정도로.
그런 생각으로 도망치던 순간이었다.
번쩍!
콰르르릉!
갑자기 뒤가 환해지더니 뇌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화창한 날씨에 갑자기 뇌성이 울리자 흑영삼호는 궁금증이 일었다.
어쩌면 조금 마음을 놓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밀려오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보았다.
진유현의 몸을 감싼 뇌전 덩어리를.
그와 동시에 깨달았다.
천뢰신공.
진유현의 무공이 천뢰신공이라는 것을.
진유현이 뇌신의 제자라는 걸 알아 버렸다.
그 순간 흑영삼호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 버렸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마치 뇌의 기능이 멈춘 것처럼.
이후 그가 한 행동이라고는 전력으로 사혈성을 향해 달리는 것이 전부였다.
흑영삼호는 뇌신이 정천문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빨리 이 사실을 사혈성에 알려야 했다.
뇌신이 정천문의 손을 들어 준다면, 그 순간 사혈성은 몰락할 게 분명했다.
본래 사실이 아니었지만, 산동일미와 정검대주가 뇌신의 제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본 흑영삼호로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흑영삼호는 사혈성 방향으로 정신없이 달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때였다.
우우웅!
피잉!
뒤에서 대기가 울리는 소리와 허공을 가르는 파공성이 들려왔다.
그와 함께 흑영삼호의 기감에 어떤 기운이 빠르게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흑영삼호가 심상치 않은 기운에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번쩍!
그런 그의 눈에 한 줄기 뇌전이 보였다. 자신의 심장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는 뇌전.
“흡.”
흑영삼호가 놀라 헛바람을 들이키고는 다급히 몸을 비틀었다.
그러나 한발 늦었다.
퍽!
한 줄기 뇌전이 흑영삼호의 옆구리에 박혔다.
“컥.”
쿠당탕!
그 충격에 흑영삼호가 신음을 내지르며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휘청.
다시 일어선 흑영삼호가 비틀거렸다.
옆구리에 박힌 뇌전이 사라지지 않고 내부를 휘저으며 진탕시키고 있어서였다.
기혈이 얽히고 이어지던 내공이 끊기자, 두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옆구리에서 멈추지 않고 흐르는 피로 인해서 정신마저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혈도를 짚는 것만으로는 지혈이 되지 않을 정도로 중한 상처였다.
찌이익!
흑영삼호가 다급히 윗옷을 찢어 옆구리에 단단히 동여맸다.
“큭.”
어느 정도 지혈이 되자 몸을 일으켰다.
흑영삼호가 공력을 운용해 보았다.
그러나 기혈이 완전히 끊겼는지 공력이 이어지지 않고 중간에서 계속 끊겼다.
그로 인해 오히려 고통만 가중되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가만히 있으면 뒤쫓아 오는 진유현에게 죽을 테니까.
빠드득.
흑영삼호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다시 달리려는 순간이었다.
휘익!
하나의 인영이 허공을 가르며 흑영삼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진유현이었다.
“도망친다는 게 고작 여기까지인가, 실망이군.”
지독히도 무심한 음성이다.
후우우웅!
말을 하는 진유현의 전신에서 압도적인 패기가 뿜어져 나왔다.
“크윽.”
흑영삼호가 기세를 견디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이미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하지만 기세는 멈추지 않고 더 거세게 흑영삼호의 전신을 짓눌렀다.
“우웩.”
결국 기세를 참지 못한 흑영삼호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핏덩이를 게워 내고야 말았다.
휘청!
혼미해지려는 정신을 억지로 붙잡았다.
흑영삼호가 고개를 들어 진유현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큭. 사혈성을 적대하고도 무사할 것 같습니까?”
“먼저 본 장을 적대한 건 사혈성이다.”
“지금이라도 절 보내 주면 대화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흑영삼호는 어떻게든 진유현을 설득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것만이 살 수 있는 방법이니까.
씨익.
진유현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 미소를 본 흑영삼호는 섬뜩함에 온몸의 솜털이 일제히 곤두서는 걸 느꼈다.
진유현의 미소.
그것은 누군가를 죽이고자 마음먹었을 때 저절로 일어나는 살소였기 때문이다.
“대화라……. 필요 없다. 본 장을 적대하고 피를 보려고 한 이상, 사혈성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하니까.”
진유현의 눈에 짙은 살기가 떠올랐다.
그리고.
후우웅!
파지지직!
뇌신기가 흑영삼호의 머리를 후려쳤다.
퍽!
털썩.
머리가 박살 난 흑영삼호의 몸뚱이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대지가 핏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진유현이 고개를 들어 사혈성이 있는 방향의 하늘을 바라봤다.
“사혈성은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다.”
조용히 중얼거리는 진유현에게서 농도가 짙은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어떤 예고와도 같았다.
산동에서 일어날 파란을 예고하는.